[NBA Inside] 필수적이지 않으나 간과할 수 없는 보컬리더의 존재

이재승 기자 / 기사승인 : 2020-10-06 11:3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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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에서 우승 도전에 나서는 팀을 보면 백전노장을 선수단에 불러들이는 경우가 있다. 대개 이들은 주로 코트를 밟지 않으며, 벤치를 달구고 있다. 우승에 도전하려는 팀일수록 베테랑으로 하여금 선수단에 한 자리를 채우게 한다. 순수 전력으로 보면, 오히려 경기에 5분이라도 뛰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이들이 자리하는 것이 맞을 수 있다. 하지만, 불과 멀리 가지 않더라도 최근 우승에 성공한 팀들을 보면, 경험을 두루 갖춘 이들을 꼭 선수단에 두고 있었다.
 

# 우승에 성공한 팀들의 백전노장 보유
2011 매버릭스_ 제이슨 키드
2012 마이애미_ 주완 하워드
2013 마이애미_ 주완 하워드
2014 스 퍼 스_ 팀 던컨
2016 캐벌리어스_ 제임스 존스
2017 워리어스_ 데이비드 웨스트
2018 워리어스_ 데이비드 웨스트
2019 랩 터 스_ 카일 라우리, 마크 가솔
2020 레이커스_ 르브론 제임스, 레존 론도 / 마이애미_ 유도니스 해슬럼


꼭 우승을 차지한 경험이 있는 이들이 아니더라도 벤치에서 선수단 분위기가 가라앉았을 때, 분위기를 북돋을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때로는 라커룸에서 큰 목소리를 내며 분위기를 바꾸고자 할 때 이들이 나선다. 단순 전력적인 측면에서 정작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NBA에는 다수의 어시스턴트코치와 선수개발부문 담당을 포함해 많은 이들이 코치진을 꾸리고 있다. 그런데도 유력한 대권주자들은 경험 많은 이를 불러들인다.
 

백전노장 보컬리더의 존재감
2012년과 2013년에 주완 하워드와 2017년의 데이비드 웨스트가 단연 대표적이다. 하워드는 마이애미 벤치에서 크게 돋보이지도 않았다. 작전시간에 선수들이 벤치로 들어오면 수건을 나르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마이애미가 4년 동안 유력한 우승후보로 군림하는 동안 꾸준히 로스터에서 그의 이름을 찾을 수 있었다. 비록, 엔트리에 들지 못했을 때도 많았지만, 그는 벤치와 라커에서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 제 몫을 해낸 것이다.
 

웨스트도 빼놓을 수 없다. 골든스테이트에 합류하기 전만 하더라도 최저연봉을 받고 샌안토니오 스퍼스에서 뛰었다. 연간 1,000만 달러를 받을 수 있는 그는 100만 달러 안팎의 연봉을 받기로 하면서 샌안토니오에 가세했다. 우승을 위해서였다. 그러나 샌안토니오는 케빈 듀랜트(브루클린)가 이끄는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에 패했다. 이후, 그는 골든스테이트에 가세하면서 우승도전에 나섰고, 기어코 생애 첫 챔피언십을 달성했다.
 

우승 직후, 웨스트의 말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선수단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된다면 깜짝 놀랄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선수단 내 작은 부딪힘부터 주도권 다툼이 일어났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진화하는데 웨스트가 나름의 역할을 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노장인 웨스트는 백업 센터로 상당한 효율을 보이면서도 선수단 분위기를 다 잡는데 목소리를 냈을 것으로 예상됐다.
 

문제는 웨스트가 은퇴한 이후였다. 골든스테이트는 노장을 더하지 못했다. 무난하게 2018년에도 우승을 차지하며 2년 연속 리그를 제패했지만, 정규시즌 경기력은 기대와 달랐다. 시즌 내내 듀랜트와 드레이먼드 그린의 부딪힘이 화두가 됐다. 결국, 이는 엄청난 도화선이 됐고, 듀랜트는 지난 여름에 골든스테이트를 떠나기로 했다. 듀랜트는 해마다 계약을 갱신하며 높은 몸값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2019년 여름에 끝내 팀을 떠났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클리퍼스 사례
그러나 이번 시즌 확고부동한 대권주자로 분류됐던 LA 클리퍼스는 달랐다. 클리퍼스는 오프시즌에 카와이 레너드와 폴 조지를 동시에 영입하면서 일약 우승후보로 급부상했다. 이들과의 계약에 앞서 패트릭 베벌리, 자마이칼 그린과 재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미 팀에는 루이스 윌리엄스, 랜드리 쉐밋, 먼트레즈 해럴이 자리하고 있었다. 시즌 도중에는 트레이드를 통해 모리스 하클리스(뉴욕)를 마커스 모리스로 바꾸면서 막강한 전력을 구축했다.
 

클리퍼스가 이번 시즌 우승에 다가설 것으로 여겨졌다. 전력이 탄탄하고, 원투펀치에 대한 의존도도 그리 많지 않았으며 선수층도 막강했다. 그러나 클리퍼스는 서부컨퍼런스 세미파이널에서 덴버 너기츠를 맞아 3승을 먼저 따내고도 시리즈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남은 세 경기 중 한 경기에서만 이겼더라도 지금 파이널 진출에 오른 팀이 클리퍼스가 됐을 수도 있다. 그러나 클리퍼스는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클리퍼스에 보컬리더는 없었다. 모든 우승팀이 보컬리더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보컬리더의 부재는 우승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음이 일정 부분 입증된 셈이다. 클리퍼스의 전술 부재와 폭 넓은 선수층의 활용 측면 등 우승에 나서기에 부족한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보컬리더가 없었던 점은 여러모로 뼈아팠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리그가 중단된 부분도 클리퍼스에게는 뼈아팠다. 단순하게 다져진 팀인 만큼, 분위기와 전력을 다지기 어려웠다.
 

클리퍼스에서 10년차 이상 선수는 윌리엄스와 조아킴 노아가 있다. 그러나 윌리엄스는 식스맨으로 어엿한 전력감으로 자신의 공격에 좀 더 골몰하곤 한다. 노아는 리그 재개와 함께 클리퍼스 유니폼을 입었다. 클리퍼스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보컬리더는 꼭 노장일 필요는 없으나 대개 경험이 많은 이가 맡는 것이 좋다. 그러나 클리퍼스에 유효적절하게 보컬리딩을 맡을 만한 이는 없었다.
 

때로는 에이스가 목소리를 드높이기도 한다. 르브론 제임스(레이커스)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서 뛸 때 동료들을 자극하기도 했다. 그러나 클리퍼스의 에이스인 레너드는 목소리를 내는 성격이 아니다. 폴 조지는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살아났다고 하지만 이름값에 걸맞진 않았으며, 오히려 SNS에 정신이 팔려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오히려 필요한 말을 팀이 탈락한 이후에 내뱉었다. 팀에 애정을 바란다는 말이었으나, 신뢰를 얻기 어려웠다.
 

결국, 클리퍼스는 기존 선수 중 분위기를 바꾸고자 한 이가 없었다. 대개 위기 순간에 위력을 발휘하기도 하지만, 상대에게 추격을 거듭 허용하면서 분위기가 넘어갈 때, 목소리를 내면서 선수단 분위기를 독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클리퍼스에서 이와 같은 역할을 한 이는 사실상 없었다고 봐야 한다. 라커에서 윌리엄스나 노아가 역할을 했거나 조지가 의지를 내비쳤을 수 있으나 결국 보컬리더의 빈자리를 실감해야 했다.
 

이번에 우승에 도전하는 팀은?
레이커스와 마이애미에도 이미 보컬리더가 즐비하다. 레이커스에는 이미 제임스가 존재 자체로 역할을 하고 있다. 클리블랜드에서 뛸 때보다 경험이 더 많아진데다 17년차라는 연차만으로도 이미 동료들을 아우를 만하다. 레이커스에는 제임스는 물론이고 레존 론도도 자리하고 있다. 백전노장인 제임스와 론도는 팀의 포인트가드를 책임지고 있는 이면서도 코트 위에서 단연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레이커스에는 제임스와 론도만이 우승 경험을 갖고 있다.
 

특히, 론도의 역할은 가히 필수적이다. 론도가 비록 우승을 차지한지 오래됐지만, 이후 꾸준히 플레이오프를 누빈 경험이 있다. 게다가 그는 케빈 가넷의 직계 수제자(?)로 어김없이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코트 위에서는 누구보다 냉철하게 자신의 임무를 소화한다. 덴버와의 서부컨퍼런스 파이널 2차전에서 앤써니 데이비스의 버저비터를 끌어낸 패스를 뿌린 이가 론도였으며, 이후 그는 무표정으로 당연하다는 듯이 라커로 돌아갔다.
 

무엇보다, 원래 승부욕이 남다른데다 가넷으로부터 배운 가르침을 잘 버무리고 있다. 벤치와 라커에서 가만히 있을 인물이 아니다. 특히 팀이 축 처져 있을 때면,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것이 유력하다. 오히려 제임스보다 론도가 전면에 나서 분위기를 잡는 것이 유연해 보일 수 있다. 론도의 활약만으로도 이미 존재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벤치와 라커에서의 영향력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마이애미에는 유도니스 해슬럼이 있다. 마이애미의 산증인인 그는 2006, 2010~2014, 2020까지 파이널에만 6번 진출했다. 이중 절반 이상은 주축으로 뛰면서 역할을 했다. NBA 진출 이후 마이애미에서만 뛴데다 누구보다 큰 경기 경험이 많은 만큼, 보컬리도로 꾸준히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이전에 하워드가 한 역할을 현재 해슬럼이 꾸준히 해주고 있다. 그가 있어 마이애미 벤치는 꾸준히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우승을 차지한 팀에 꼭 보컬리더가 있었다고 보긴 어렵다. 그러나 모범이 될 만한 보컬리더를 보유한 팀이 허무하게 무너지는 일은 흔치 않았다. 복잡다단한 사안을 단순명료하게 제시한 부분이 없진 않겠지만,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선전하고 있는 레이커스와 마이애미와는 대조적으로 클리퍼스의 실패를 간과할 수 없다. 또한, 골든스테이트에서 내부적인 문제가 거듭 야기된 부분만 보더라도 이들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사진_ NBA Mediacentral

 

바스켓코리아 / 이재승 기자 considerate2@basket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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