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KBL Inside] 우승 차지한 삼성생명의 돋보였던 발걸음

이재승 기자 / 기사승인 : 2021-03-17 12:4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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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삼성생명이 실로 오랜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삼성생명은 지난 15일(월) 용인체육관에서 열린 KB국민은행 Liiv M 2020-2021 여자프로농구 결승전 5차전 청주 KB스타즈와의 홈경기에서 74-57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삼성생명은 감격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어렵사리 시리즈 첫 두 경기를 따내면서 우승에 성큼 다가섰지만, 이어서 열린 3, 4차전을 내주면서 삼성생명도 벼랑 끝에 몰렸다. 시리즈 첫 두 경기에서 웃을 때만 하더라도 이번 플레이오프 4연승을 이어가는 등 기세가 대단했다. 그러나 플레이오프 첫 연패가 결승에서 나오면서 큰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5차전에서 기선을 제압하면서 앞서나갔고, KB에 추격을 허용했으나 끝내 격차를 잘 유지했다. 최근 경기를 내주면서 분위기가 다시 가라앉을 수도 있었으나 끝까지 잘 버틴 끝에 KB를 큰 점수 차로 따돌리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동시에 지난 2019년 결승에서 속절 없이 당했던 패배를 확실하게 되갚았다.
 

이날 삼성생명에서는 김한별이 39분을 뛰며 이날 가장 많은 22점을 퍼부었다. 많은 시간을 뛰면서 코트를 지킨 그녀는 7리바운드 5어시스트 3스틸까지 고루 곁들이면서 삼성생명의 주포다운 면모를 여과 없이 뽐냈다. 김한별이 공수 양면에서 중심을 잘 잡은 가운데 배혜윤이 15점 5리바운드 4어시스트, 김단비와 김보미가 각각 12점씩 올렸다.
 

이날 삼성생명은 사실상 주전 5명이 처음부터 끝까지 소화했다. 마지막 경기였던 만큼, 다른 방법을 찾기 쉽지 않았다. 특히나 삼성생명은 주전과 벤치의 실력 차이가 현격하고 주전 가드인 박하나마저 시즌 도중 부상으로 낙마한 점을 고려하면 삼성생명에게 다른 선택은 많지 않았다. 결국, 삼성생명은 주전 응집을 이끌어내면서 이날 경기를 매조졌다.
 

쉽지 않았던 우승 도전부터 이번 시즌까지
삼성생명은 지난 시즌에 최하위에 머물렀다. 좀처럼 경기력을 끌어올리지 못했고 패배하기 일쑤였다. 지난 2018-2019 시즌에 결승에 진출하면서 파란을 일으켰다. 2017년에도 결승에 올랐던 삼성생명은 2년 만에 다시 결승 무대에 복귀했다. 그러나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단순 플레이오프 진출에 그친 것이 아니었다. 준결승을 치르고 간 삼성생명이 결승에 선착한 KB를 상대하긴 쉽지 않았다. 결국, 삼성생명은 한 경기도 따내지 못하고 패했다.
 

비록 결승에서 패한 삼성이었지만 차기 시즌을 기대할 요소는 많아 보였다. 그러나 지난 시즌 삼성생명은 하위권을 전전해야 했다. 배혜윤, 김한별, 박하나가 건재했지만, 좀처럼 이전 시즌의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결정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리그 중단됐고, 곧바로 남은 일정을 열지 않기로 하면서 삼성생명은 원치 않게 리그 최하위로 시즌을 마쳐야 했다. 이로써 삼성생명은 프로 출범 이후 처음으로 리그 6위를 떠안게 됐다.
 

그러나 삼성생명은 이번 시즌에는 중위권으로 도약에 성공했다. 배혜윤-김한별-박하나로 이어지는 삼각편대가 위력을 떨쳤고, 윤예빈의 성장이 더해지면서 주전 전력을 갖췄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외국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심했으나, 이번 시즌부터는 국내선수들이 주도적으로 풀어가야 했던 만큼 기존 선수들이 힘을 내는 수밖에 없었다. 이에 기존 3인방이 힘을 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다만 상위권으로 도약을 노리기 쉽지 않았다. 주전에 대한 의존도가 심했기 때문. 설상가상으로 시즌 도중에는 박하나가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이전부터 무릎이 좋지 않았던 그녀는 끝내 수술을 피할 수 없었고 시즌을 마감했다. 시즌 도중에도 삼성생명의 임근배 감독은 시즌 초에 박하나의 몸 상태가 온전치 않음을 피력하며 재활을 통해 이겨나가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끝내 그녀는 수술대에 오르게 됐고 삼성생명은 큰 전력 손실을 피하지 못했다.
 

외곽에서 경기를 풀면서 상대 수비를 끌고 다닐 수 있는 박하나의 이탈은 삼성생명의 남은 일정을 더욱 불투명하게 만들었다. 김한별이 내외곽을 오가면서 역할을 하는 가운데 바깥에서 상대 수비의 긴장을 높여줄 수 있는 박하나의 시즌아웃은 삼성생명의 남은 일정에 치명타였다. 더군다나 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리는 삼성생명 입장에서 상위권 팀과 마주해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여러모로 타격이 컸다.
 

그러나 삼성생명은 이번 시즌 제도의 이점을 누릴 수 있었다. 부산 BNK와 부천 하나원큐가 하위권으로 밀려났고, 이번 시즌부터 다시 플레이오프에 네 팀이 오르게 되면서 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릴 수 있었다. 더 이상의 결과물을 만들기는 쉽지 않았다. 선수층이 두텁지 않은 삼성생명 입장에서 주전 가드의 이탈로 인해 핵심 전력이 안게 되는 부담은 더 커지는 것은 당연했다.
 

돋보였던 임근배 감독의 준비 과정
삼성생명은 수년 동안 상당히 정적인 농구를 펼쳤다. 외국선수와 함께하는 시즌에는 엘리샤 토마스와 같은 외국선수를 중심으로 토중선수들이 받쳐주는 역할을 했다. 이는 삼성생명만의 고질적인 문제는 아니었다. 다른 팀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외국선수가 두 명 뛸 수 있는 상황에서 국내선수들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보조적인 역할에 국한되는 것은 당연했다. 반대로, 국내선수들 중심으로 전력을 꾸려가기 쉽지 않았다.
 

이번 시즌에는 배혜윤을 중심으로 공격 빈도를 늘렸다. 안쪽에 공을 투입한 이후 상대 수비를 흔드는 과정을 통해 배혜윤이 마무리하거나 외곽에서 다른 선수들의 기회를 엿봤다. 혹은 김한별이 안팎을 두루 오갈 수 있는 만큼, 유려한 드리블로 상대를 제치면서 득점 창출을 노렸다. 어느 팀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안쪽에 무게를 두는 농구를 펼쳤다. 적어도 이번 시즌 중후반까지 삼성생명의 농구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종반부로 향하면서 삼성생명이 다소 다른 모습으로 경기에 임했다. 기존 선수 외의 선수들이 두루 코트를 밟기 시작했다. 2018 드래프트를 통해 호명된 신이슬과 2019 드래프트를 거친 이명관이 나서기 시작했으며, 그 외 기존 핵심선수 외의 선수들이 출전하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선수들을 두루 기용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일 수 있다. 하위권이 빨리 결정됐고, 플레이오프에 나서는 팀이 늘면서 삼성생명이 일찌감치 4위를 확정했기 때문이다.
 

선두권의 두 팀은 리그 1위를 두고 경쟁하는 중이었기 때문에 여전히 기존 선수 중심으로 나서야 했다. 그러나 삼성생명은 전력으로 보나 시즌 분위기로 보나 4번시드를 따낼 것이 확실했던 만큼, 주축선수들을 집중적으로 내세우기보다 어린 선수들의 경기 감각을 익히고 성장을 위한 초입으로 삼았다. 이를 통해 전력감이 시즌 중에라도 발굴이 된다면, 삼성생명으로서는 이번 시즌 이후를 도모하기 위함으로 보였다.
 

플레이오프에서 크게 달라진 블루밍스
삼성생명은 플레이오프부터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농구를 펼쳤다. 준결승 1차전에서 아산 우리은행에 패할 당시만 하더라도 삼성생명의 시즌은 끝날 것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삼성생명은 1차전에서 단 5점 차로 석패하면서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이후 본격적으로 삼성생명은 이변을 만들었다. 2차전에서 76-72로 이기면서 시리즈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우리은행과 접전을 펼치는 와중에 끝내 상대를 따돌리며 생존에 성공했다.
 

그러나 삼성생명이 2차전을 따내면서 시리즈를 최종전으로 몰고 갈 당시만 하더라도 그래도 결승 진출의 주인공은 우리은행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우리은행은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하고 꾸준히 리그 정상권 팀으로 군림했기 때문. 비록 최근 주축의 은퇴와 부상으로 인해 이전과 같은 독보적인 위력을 떨치지 못했으나 이번에도 리그 1위를 차지했을 정도인 만큼, 벼랑 끝 승부에서 밀릴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시리즈 최종전에서 우리은행을 따돌렸다. 우리은행의 공격 난조를 틈 타 삼성생명이 빠르게 분위기를 휘어 잡았다. 외곽슛이 잘 들어가지 않았지만, 높은 2점슛 성공률을 내세워 오히려 여세를 몰아쳤다. 10번의 속공을 끌어내면서 경기 분위기를 잘 주도했고, 상대를 확실하게 따돌렸다. 정규시즌 내내 정적인 농구를 펼친 삼성생명이었으나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결승에 진출했다.
 

이로써 삼성생명은 4번시드를 차지한 팀 최초로 결승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플레이오프 진출에 만족할 수 있는 전력으로 여겨졌으나, 플레이오프 첫 관문에서 3전제 시리즈에서 1차전을 내주고 우승 후보를 꺾는 대파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삼성생명은 결승에서는 힘들 것으로 예상됐다. 2019 결승에서 아픈 기억이 있는 KB와 마주했기 때문. 게다가 KB는 준결승을 일찌감치 끝내면서 결승에 올랐기 때문에 삼성생명이 여러모로 불리할 것으로 예상됐다.
 

결승에서 돋보였던 경기 준비와 우위 점한 벤치 대결
그러나 삼성생명은 1차전에서 경기 내내 주도하면서 KB를 따돌렸다. 경기 초반부터 10-0으로 앞서가면서 흐름을 잡았다. 돋보였던 부분은 박지수에서 파생되는 공격 봉쇄와 함께 역으로 박지수가 막았을 때 김한별이나 배혜윤의 움직임이었다. 적극적인 도움 수비를 통해 박지수의 행동 반경을 줄였으며, 공격에서는 김한별이나 배혜윤의 포스트플레이를 고집하기보다는 외곽에서 오히려 길게 치고 들어가면서 상대를 흔들었다.
 

1차전을 잡으면서 이번 플레이오프 연승을 이어갔고, 2차전에서는 경기 중반 14점이나 뒤졌으나, 4쿼터에 매서운 집중력을 자랑하며 역전에 성공했다. 비록 연장 혈투를 피하지 못했고, KB의 박지수를 버텨야 했던 만큼, 높이에서 열세가 뚜렷했으나 많이 뛰는 농구를 펼치면서 시리즈 리드를 확실하게 잡았다. 김한별과 윤예빈이 공수에서 중심을 잘 잡은 것이 크게 주효했다. 윤예빈은 시리즈 첫 두 경기에서 KB의 백코트를 꽁꽁 묶었다.
 

1차전부터 벤치의 명암은 크게 엇갈렸다. 박지수가 1쿼터부터 상대의 예상 밖 이중, 삼중 수비에 크게 지쳐 있었으나 박지수는 벤치로 향하지 못했다. 그 사이 삼성생명은 지친 박지수를 더욱 흔들면서 점수를 쌓았다. 여기에 다른 선수들의 외곽슛이 속속들이 들어가면서 오히려 격차를 벌렸다. 리바운드에서 삼성생명이 KB와 대등했다. 여러 선수가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리바운드를 따냈고, 33-31로 리바운드에서 우위를 점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2차전에 4쿼터 막판과 연장전에서 나온 신이슬의 3점슛이 크게 주효했다. 배혜윤이 파울아웃으로 물러난 이후 코트를 밟은 선수들도 나름 제 몫을 해냈다. 많이 뛰진 않았지만, 김나연, 김한비, 이명관이 들어와서 자리를 잘 메웠다. 이명관은 수비에서 상대를 불편하게 만드는 등 많은 시간을 뛴 것은 아니지만 나름의 역할을 잘 소화해냈다. 여기에 김한별이 경기 막판 쐐기점을 책임지면서 삼성생명이 웃었다.
 

비록, 이어진 경기에서 패하면서 이번 플레이오프 4연승을 마감했고, 4차전까지 내주면서 플레이오프에서 첫 연패를 떠안고 말았다. 4차전에서는 다시금 승부를 연장전으로 몰고 가면서 우승에 성큼 다가서나 했다. 그러나 삼성생명은 마지막 고비를 넘어서지 못했다. 경기 대부분을 뛴 박지수였지만, 그녀를 막지 못하면서 2점 차로 아쉽게 패했다. 김한별을 필두로 여러 선수들이 분전했으나 마지막 방점을 찍지 못했다.
 

이번 시리즈에서 활동량이 많고 주전 의존이 심한 점을 고려하면 삼성생명이 오히려 불리해 보였다. 그러나 삼성생명은 5차전을 안방에서 치르는 홈코트 어드밴티지의 이점을 누렸다. 기선을 잡고 출발한 삼성생명은 이날도 1차전처럼 경기 내내 앞서 있었다. 점수 차를 벌려 달아나기도 했다. KB의 추격이 거셌으나 끝내 격차를 유지했고, 동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결국, 삼성생명이 상대 추격 의지를 꺾으면서 이날 우승 축포를 터트렸다.
 

‘결승 MVP’ 김한별의 존재감
시리즈 내내 김한별의 역할은 단연 절대적이었다. 그녀는 시리즈 내내 사실상 풀타임을 뛰면서 코트를 묵묵하게 지켰다. 리그 최고 센터인 박지수 수비도 그녀가 도맡았다. 1대 1로 막진 못했으나 도움 수비가 들어오는 시간을 버텨내면서 수비에서 그녀의 공헌도는 단연 컸다. 삼성생명의 적극적인 수비로 인해 박지수는 지칠 수밖에 없었다. 이후 로테이션을 통해 수비를 정돈하는 시간도 빨랐다. 오히려 뛰는 시간이 많은 점을 고려하면 삼성생명의 선수들이 지치는 것이 빨라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김한별이 있어 공수 양면에서 중심이 잘 잡혔다. 그녀는 결승 5경기에서 평균 20.8점(.489 .333 .600) 7.8리바운드 5.6어시스트를 기록하면서 독보적인 생산성을 자랑했다. 수비 부담을 안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녀의 활약이 돋보였다. 특히 1차전에서는 1쿼터에만 3점슛 세 개를 시도해 내리 적중하는 등 최다인 30점을 터트렸다. 시리즈 첫 경기였고, 체력적인 부분과 높이에서 두루 열세인 점을 고려하면 1차전 승리는 삼성생명에 상당히 중요했다.
 

하물며 삼성생명은 준결승을 최종전까지 치른 데다 KB를 상대로 상당히 동적인 농구를 펼친 점을 고려하면 1차전을 따낼 필요가 있었다. 1차전을 잡으면서 체력적인 손실을 분위기 고조로 메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어 2차전까지 따내면서 삼성생명이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이어오고 있는 경기력을 확실하게 선보였다. 3쿼터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크게 뒤져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삼성생명의 2차전 승리는 우승의 8부 능선에 도달하는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이 때도 김한별이 있었다. 리그 최고 드리블러인 그녀는 이날도 유려한 드리블로 상대 수비를 끌어 모았고, 이후 패스를 통해 다른 선수의 득점을 도왔다. 이날 야투 감각은 좋지 않았지만, 슛감이 좋지 않은 와중에도 홀로 19점을 책임졌다. 3차전에서도 슛이 좀처럼 들어가지 않았지만, 더블더블을 작성하는 존재감을 뽐냈다. 그러나 김한별은 적지에서 내리 패하는 동안에도 다수의 어시스트를 뽑아내면서 동료들을 도왔다.
 

1차전 이후 20점 이상을 책임지지 못한 그녀였지만, 5차전에서는 다시금 팀의 공격을 주도했다. 마지막 경기였고, 선수생활 내내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한 탓이었을까. 그녀는 이날도 공격에 호조를 보였다. 4차전에서 림을 외면한 3점슛도 곁들였다. 스틸까지 고루 버무리면서 이날도 트리플더블급 기록을 뽑아내면서 팀의 우승을 결정짓는 역할을 했고, 생애 첫 우승과 함께 결승전 MVP까지 차지하면서 마지막에 웃었다.
 

사진_ WKBL

 

바스켓코리아 / 이재승 기자 considerate2@basket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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