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양동근을 눈 뜨게 한 사나이, ‘영리함의 상징’ 크리스 윌리엄스 (1)

김영훈 기자 / 기사승인 : 2020-09-11 17: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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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바스켓코리아 6월호 웹진에 게재됐습니다.(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독 링크)

2020년 3월 31일, KBL 역대 최고라고 불리는 양동근이 은퇴를 선언했다. 16년간 프로무대에서 활약했던 그에게는 수많은 동료들이 지나쳐갔다.

그중 그가 마지막까지 잊지 않았던 한 선수가 있다. 바로 크리스 윌리엄스이다. 그는 선수 생활의 마지막 9경기를 윌리엄스의 등번호가 실린 유니폼을 입고 뛰려했을 정도로 각별한 존재로 생각했다.

양동근은 윌리엄스를 첫 우승을 합작했던 일원은 물론이고, 농구에 눈을 뜨게 한 인물이라 소개했다.

현재의 양동근을 만들었으며, 영리함의 상징으로 꼽혔던 크리스 윌리엄스의 일대기를 되짚어봤다.

‘우승청부사’ 크리스 윌리엄스
2005-2006시즌을 앞둔 울산 모비스는 외국 선수로 크리스 윌리엄스를 영입한다고 알렸다. 그의 합류는 많은 화제를 일으키기 충분했다.

미국 청소년 대표 출신으로 알려진 윌리엄스는 버지니아 대학 신입생 시절부터 16.8점 7.5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이러한 활약 덕분에 그는 전미 최고의 컨퍼런스라 불리던 ACC 올해의 신입생 상을 수상했다. 또, 2번이나 올 ACC팀에 들었다. 경력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떡잎부터 남다른 될성부른 나무였다.

하지만 이런 커리어에도 불구하고 윌리엄스는 NBA 무대를 밟지 못했다. 작은 키와 짧은 슛거리가 걸림돌이었다.

대신 그는 해외무대로 눈을 돌렸다. 처음 입단했던 팀은 호주의 시드니 킹스. 윌리엄스는 프로 첫 무대임에도 불구하고 정규시즌에 26.3점 12.3리바운드를 올렸다. 맹활약 덕분에 시드니는 우승을 차지했고, 윌리엄스는 파이널 MVP를 차지했다. 


이후 독일로 이적한 윌리엄스는 자신의 존재감을 또 한 번 입증했다. 푸랑크푸르트 소속으로 2004년 팀 우승에 기여했다. 두 번째 시즌에도 19.2점 9.8리바운드라는 매우 우수한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윌리엄스는 성공적이었던 2년간의 독일 생활을 정리했다. 유재학 감독이 직접 독일에 가는 등 성의를 보이자 한국행을 결정했다. 그렇게 그는 낯선 나라에 둥지를 틀게 됐다.




윌리엄스와 모비스의 첫 만남
윌리엄스가 자신의 실력을 입증시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는 불과 3번째 경기만에 36점을 퍼부으며 원맨쇼를 펼쳤다. 당시 상대에는 전 시즌 신드롬을 일으켰던 단테 존스가 있었지만, 윌리엄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일주일 뒤 삼성전에서는 홀로 42점을 몰아쳤다. 3점슛도 5개 중 3개나 넣으며 그동안 따라다니던 슈팅에 대한 물음표도 지웠다. 그는 이후에도 30점 이상 넣는 경기를 종종 보여줬고, 폭발적인 득점력을 선보였다.

사실 윌리엄스의 진가는 득점이 아닌 다재다능함이었다. 입단 5경기만에 트리플더블을 작성한 그는 시즌 동안 6번의 트리플더블을 기록했다. 작은 신장에도 뛰어난 리바운드 능력과 가드보다 뛰어난 패스센스를 지니고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그는 또한 수비에서도 빛났다. 수비를 경시하는 대다수의 외국 선수들과 다르게 윌리엄스는 수비도 열심히 임했다. 수비에서의 센스도 좋아 그는 스틸과 블록을 잘 해냈다. 모비스가 끈끈한 수비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외국 선수 부분에서 구멍이 나지 않았던 점이 컸다.

이렇듯 윌리엄스는 모비스에 매우 적절한 외국 선수였다. 국내 선수와의 호흡도 좋았고, 코트 안에서는 리더쉽도 있었다. 덕분에 모비스는 시즌 초반부터 순항을 이어갔고, 선두권에 자리했다. 


중반 이후부터 조금씩 페이스가 떨어지는 듯 했으나, 6라운드에 8승 1패를 달리면서 기어이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전 시즌 7위 팀이었던 모비스가 가파른 성적 상승을 한 데에는 윌리엄스의 공이 가장 컸다. 시즌 전 경기에 출장한 그는 25.4득점 10.0리바운드 7.2어시스트 2.6스틸 1.4블록슛을 기록했다. 모든 부문 탑5 안에 들었을 정도로 그는 다시 보기 힘든 수준의 스탯을 작성했다(득점 4위, 리바운드 8위, 어시스트 4위, 스틸 1위, 블록슛 6위).

하지만 모비스와 윌리엄스의 첫 만남은 아쉽게 새드엔딩으로 끝났다. 플레이오프에서 전주 KCC를 꺾고 올라간 울산 모비스.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상대는 서울 삼성이었다. 강혁, 서장훈, 이규섭, 네이트 존슨, 올루미데 오예데지가 버티고 있던 팀이었다.

윌리엄스는 이들과 맞서 시리즈 내내 30.5점 11.3리바운드 6.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하지만 주전 외에도 벤치에 좋은 선수들이 즐비했던 삼성은 강력했고, 결국 모비스는 4전 전패로 우승을 내줘야 했다.  

 



마침내 별을 달다
모비스는 당연히 전 시즌 최우수 외국인 선수상을 수상한 윌리엄스에게 재계약을 제시했다. 윌리엄스도 우승을 위해서 이를 받아들였고, 둘의 동행은 1년 더 이어졌다.

윌리엄스로 인해 다른 구단들도 외국인 선수 영입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 결과 2005-2006시즌 KBL에는 피트 마이클, 단테 존스, 찰스 민렌드, 애런 맥기, 필립 리치 등이 존재했다. 모두 현재까지 팬들에게 회자될 정도로 수준급 기량을 가졌던 선수들이 한 시즌에 뛴 것이다.

하지만 한 번 더 윌리엄스를 앞세운 모비스를 막을 수는 없었다. 시즌 도중 아시안게임 변수 등이 존재했음에도 모비스의 질주는 계속됐고, 결국 36승 18패로 2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윌리엄스는 부상이 있기는 했으나 22.9득점 8.2리바운드 5.6어시스트를 하면서 본인의 몫을 해냈다.

이번에는 기필코 통합우승을 하겠다는 각오를 밝힌 모비스. 그들의 기세는 플레이오프부터 드러났다. 피트 마이클이 버틴 대구 오리온스를 3경기 평균 13점 차이로 제압하면서 다시 챔프전에 올라섰다.

2년 연속 결승 무대를 밟은 모비스의 상대는 맥기와 리치가 있는 부산 KTF였다. 마지막 무대에 오기까지 3경기를 한 모비스와 6경기를 치른 KTF이기에 체력적인 부분에서 모비스의 우세가 점쳐졌다. 예상은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4차전까지 모비스가 3승 1패를 달렸다. 우승까지는 한 발만 남겨뒀다.

하지만 KTF는 저력이 있었다. 연장 접전 끝에 5차전을 잡아냈다. 신기성(24점)과 리치(35점)의 59점 합작했다. 윌리엄스는 홀로 43점을 몰아쳤으나 크리스 버지스가 7점에 그치면서 패배를 바라봐야 했다. 기세가 오른 KTF는 6차전도 잡아냈다. 이제 승부는 3승 3패로 원점이었다.

마지막 승부여서 그런지 두 팀은 시종일관 접전을 펼쳤다. 4쿼터 초반까지 5점 차이를 유지하며 긴장감이 흘렀다. 하지만 윌리엄스와 양동근의 콤비가 승부처에서 빛났고, 결국 순식간에 76-62로 격차를 벌렸다. 여기서 승부는 끝이 났고, 모비스는 울산에 온 뒤 처음으로 별을 달 수 있었다.

결국 윌리엄스는 한국에 온지 2년 만에 우승청부사라 불렸던 자신의 닉네임을 확인시켰다.

2편에 계속…

 

사진 제공 = KBL

바스켓코리아 / 김영훈 기자 kim95yh@basket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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