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임준수만큼만 자라다오

최은주 기자 / 기사승인 : 2021-02-23 20: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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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준수가 고개 숙인 이유, ‘아들아, 임준수만큼만 자라다오’.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향기를 낸다. 그러나 유독 진한 향기를 뿜는 사람이 있다.

우리는 보통 승부를 결정하는 에이스를 두고 존재감을 가린다. 하지만 한 경기 최다 득점이 3점인 선수에게도 이를 논할 수 있다. 전자랜드 임준수라면 말이다.

안 들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들어본 사람은 없다는, 응원단장 임준수. 그의 이야기가 지금부터 펼쳐진다.

임준수에게 응원단장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까닭. 응원이라는 방식으로 존재감을 뽐내기 때문. 코트를 단 1초도 밟지 않아도 괜찮다. 항상 그래왔듯, 목청이 터지라 승리를 갈구하니깐.

있다 없으면 더 잘 알게 되는 게, 그의 존재다. 존재감이 너무나도 커서 그 사람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는 것. 향기의 여운이 짙은 사람, 이것만큼 뜻깊은 게 또 있을까.

임준수는 자신이 응원단장으로 불리는 걸 감사히 여겼다. “팬분들이 붙여주신 거로 안다. 잊힐 수도 있는 선수인데, 이렇게라도 알아봐 주시고 별명까지 붙여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며 주어진 상황에 감사했다.

그리고 그는 한결같았다. “코로나19 때문에 관중이 없어 체육관이 조용하다 보니, 눈에 띄어 이슈가 된 것 같다. 하지만 나는 2013년에 데뷔했을 때부터 항상 이렇게 응원을 해온 선수다. 갑자기 그런 건 아니다. 신인 때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다(웃음)”며 응원의 힘을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

어떤 일이든 쉬운 일은 없다. 보기에는 쉬워 보여도, 막상 해보면 다른 게 인생이다. 겪어봐야 아는 법이다.

응원 역시 그렇다. 에너지를 담아 목소리를 내고 진심을 담아 사람을 어루만지기란, 보기보다 체력 소모가 큰일이다. 내 열정을 고이 모아 남에게 한 아름 선물하는 것이기 때문.

임준수도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힘들 때가 많다(웃음). 소리를 지르다 보면, 혈압도 오르고 뒷골도 당길 때가 있다. 목소리도 자주 쉬어서, 용각산을 수시로 챙겨 먹는다”며 남모르게 겪어왔던 고충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런 고충에도 임준수가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단 하나, 팀의 승리를 위해서다.

그는 “내가 응원을 열심히 한 날에 팀이 승리하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팀이 승리하는데 0.01%라도 도움이 됐다고 느껴져 보람찬 것 같다”며 자신보단 팀을 더 생각했다.

수장과 동료들의 믿음 역시 지금의 임준수를 만들었다.

임준수는 “(유도훈) 감독님께서 내가 분위기메이커 역할을 잘할 거라고 믿어주신다. 내가 팀에서 중고참인데, 파이팅 넘치는 응원으로 선후배 사이의 중간 역할을 해내길 원하신다. 그래서 훈련 때도 시합 때처럼 선수들에게 이야기를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며 팀 내 자신의 역할을 공개했다.

최고참 정영삼의 말도 큰 힘이 됐다. “(정)영삼이 형이 우스갯소리로 훈련 때 내가 없으면, 분위기가 처진다고 말씀하신다. 시합 때도 엔트리에 내가 없으면, 분위기가 달라진다고 하신다(웃음)”며 팀에서 받는 무한 신뢰에 감사함을 표했다.

 


수장과 동료들은 물론, 팬들에게 자신의 존재가치를 알리기까지 7년. 임준수는 프로에서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까지 꼬박 7년의 세월을 흘려보냈다. 참으로 오랜 기다림이었다. 그리고 이 여정 속, 지치고 무너질 때도 있었다.

임준수는 “힘든 순간이 없었다면, 거짓말인 것 같다”며 너스레 웃어 보였다.

그렇지만 소탈하게 이겨냈다. “(유도훈) 감독님께서 지적하신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열심히 훈련했다. 그리고 나 혼자 해결이 어려운 부분들은 영삼이 형, (박)찬희 형, (차)바위 형한테도 조언을 많이 구했다”며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무덤덤하게 이야기했다.

임준수에게 올 시즌이 더욱더 각별한 건, 계약 마지막 해이기 때문. 임준수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이 된다. 중요한 기로에 서 있기에, 더욱더 간절한 임준수다.

그리고 간절함 속 꼭 이루고 싶은 목표, 이제는 응원단장을 넘어 농구선수로서도 자신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는 것.

임준수는 “신인 때부터 사이버 가드라고 불렸다. 사이버 가수 아담 같은 의미에서다. 그러나 이제는 실존 가드라고 불리고 싶다(웃음)”며 다소 웃픈 별명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엔트리 12명 안에 드는 것도 정말 감사한 일이다. 하지만 벤치에서뿐만 아니라, 코트 안에서도 많은 걸 보여주고 싶다. 이제는 응원과 함께, 농구도 하고 싶다(웃음)”며 응원단장 그 이상을 꿈꿨다.



임준수의 이상은 허상이 아니다. 임준수가 코트 밖에서만 빛나는 게 아니기 때문. 코트 안에서도 존재감을 뽐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임준수는 대전고 재학 시절부터 천재 가드로 이름을 날렸다. 더불어, 2019-2020 KBL D리그에서는 16점 17리바운드 10어시스트로 트리플더블까지 작성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겸허히 낮췄다. “프로 선수 중에서 어릴 때 천재 아니었던 선수는 없다(웃음). 그래도 패스 능력만큼은 남들에게 크게 밀리지 않는 것 같다. 패스로 남을 살리는 플레이에는 자신 있다”며 자신의 장점을 재치있게 어필했다.

이어 “체력에서도 크게 지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유도훈) 감독님께서 상대 주득점원을 수비하라고 맡겨만 주시면, 압박 수비로 무조건 막아낼 자신이 있다(웃음)”며 자신의 또 다른 무기까지 공개했다.

임준수는 준비된 자였다. “준비는 항상 열심히 한다. 그래서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기회만 주어진다면 코트에서 좋은 모습을 꼭 보여주고 싶다”며 혹여나 주어질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온 힘을 다하고 있다.

이에 기회만 주어지길 간절히 바란다. “(유도훈) 감독님의 부름을 뒤에서 항상 기다리고 있다. 불러만 주신다면, 감독님은 물론 팬분들께서도 기대하시는 플레이를 선보이겠다”며 간절함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

끝으로 임준수는 자신을 끌어준 팬들에게 다시 한번 고개 숙였다. “올 시즌에 관중을 30% 정도 받았을 때, 팬들의 사랑을 처음 느꼈다. 전자랜드에 입단한 이후, 삼산월드체육관에서 내 유니폼을 입으신 분들을 처음 봤다(웃음)”며 팬들의 사랑에 진심으로 기뻐했다.

이어 “나를 위해 플래카드를 크게 만들어오신 분도 계셨다. 플래카드에는 ‘아들아, 임준수만큼만 자라다오’라고 적혀 있었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코치님이랑 바위 형이 플래카드를 보라고 해서 알게 됐다. 경기 중이었지만, 감사한 마음이 커서 그분께 90도로 인사드렸다. 너무나도 뭉클하고 감동적인 순간이었다”며 프로는 팬들의 사랑이 있어야 존재함을 아는 선수였다.

임준수는 누군가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길 바랐다. 훗날 유니폼을 벗을 때 즈음, 팬들이 그저 기억만이라도 해줬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람이었다. 전자랜드에 임준수라는 사람이 있었구나…. 이것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행복했다.

하지만 그의 바람은 벌써 이뤄진 듯하다. 임준수라는 세글자가 우리 가슴 한편에 이미 자리 잡고 있기 때문. 그리고 앞으로도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 기억되는 세글자가 아닐까 싶다.



사진 제공 = KBL

바스켓코리아 / 최은주 웹포터 choiduc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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