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6일간의 열전’ 박신자컵 돌아보기

김영훈 기자 / 기사승인 : 2020-10-27 20:4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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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바스켓코리아 웹진 9월호에 게재됐습니다.(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매 링크)


지난 8월 16일부터 21일까지 청주체육관에서 2020 우리은행 박신자컵 서머리그가 개최되었다. 2018년, 2019년에 이어 부천 하나원큐의 3연패로 마무리된 가운데, MVP는 강계리가 차지했다.
유망주들의 장으로 불리는 만큼 올해도 WKBL을 이끌 선수들이 등장했다. 그들은 누가 있었는지 짚어보는 것과 더불어 다득점 경기들이 속출한 이유는 무엇인지 되짚어보았다.

‘어차피. 우승은. 하나원큐.’
이번 대회를 앞두고 WKBL 6개 구단이 꼽은 우승후보는 부천 하나원큐와 부산 BNK 썸. BNK는 이소희와 진안, 김진영 등 주전 멤버들이 있었고, 김희진과 정유진, 김선희 등을 비롯한 벤치 멤버들도 두터웠다. 2연패의 하나원큐는 이정현과 이하은, 양인영이 골밑을 지키고 있었고, 강계리와 김지영, 이채은, 정예림 등이 앞선에서 출격을 대기했다.

지난 대회에서도 우승(하나원큐)과 준우승(BNK)을 나눠 가졌던 두 팀은 올해도 우승에 가장 근접한 팀이었다.

하지만 하나원큐 김완수 코치의 생각은 달랐다. “주위에서는 우승후보라고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멤버별로 비교했을 때 우리 팀이 조금 약한 것이 사시이다. 우리 팀 선수들은 모두 벤치 자원이다. 하지만 BNK는 진안이나 이소희 정도의 임팩트를 가진 선수들이 있지 않나. 노력하면 우리가 이길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는 BNK의 전력이 매우 강하다.”

또한, 슈터의 부재가 하나원큐의 발목을 잡았다. 김예진이 연습경기 도중 발목을 다치면서 박신자컵 출전이 불가했기 때문. 남은 슈터는 김미연이 전부였기에, 강유림을 대체 자원으로 준비시켜놓는 것이 하나원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이렇듯 3연패에 대한 걱정을 안고 시작한 하나원큐. 첫 번째 경기부터 불안한 출발을 시작했다. 한 수 아래의 전력이었던 인천 신한은행을 상대로 고전했다. 경기 막판이 되어도 점수차는 두 자릿수 이상으로 벌어지지 않았다.

원인은 걱정했던 3점슛이었다. 외곽포가 16개 연속 림을 돌아 나왔다. 경기는 82-72, 10점차 승리를 거뒀지만, 하나원큐에게는 찝찝함이 맴돌았다.

그러나 하나원큐는 두 번째 경기부터 자신들의 경기력을 찾아갔다. 삼성생명을 상대로 시종일관 압도적인 경기력을 뽐냈다. 이정현(31점 9리바운드)이 골밑을 맹폭했고, 이하은(12점 9리바운드)도 옆에서 거들었다. 외곽에서는 강계리(15점 12리바운드 10어시스트)가 트리플더블을 기록했다.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인 하나원큐는 100-70, 30점차 완승을 거두면서 일찌감치 4강 진출을 확정했다.

3차전, 대학선발마저 완파한 하나원큐를 4강에서 기다리는 상대는 청주 KB스타즈. B조 2위로 진출한 그들은 심성영과 최희진, 김민정 등이 포진하고 있었다. 하지만 세 명을 제외한 선수들의 면면은 다소 약한 팀이었다.

두터운 멤버 구성인 하나원큐와 확실한 에이스 삼인방을 갖춘 KB스타즈의 4강전은 예상했던 대로 흘러갔다. 하나원큐는 김지영과 강계리가 앞선에서, 이하은-양인영-이정현이 골밑에서 버텨주면서 경기를 풀어갔다. 반대로 KB스타즈는 주포 최희진과 김민정의 득점으로 대응했다.

양 팀은 버저가 울리기 전까지도 박빙의 흐름을 유지했다. 4쿼터 종료를 앞두고 하나원큐가 74-71로 리드하며 승리에 가까이 갔지만, KB스타즈는 박지은의 깜짝 3점포로 균형을 맞췄다. 승부는 연장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5분의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하나원큐와 KB스타즈의 점수는 동일했다. 그렇게 2차 연장으로 접어들었다.

체력과 집중력이 모두 떨어지던 순간, 하나원큐가 힘을 냈다. 양인영과 정예림의 득점으로 앞서갔다. 이하은과 강계리도 2점씩 보탰다. 흔들리던 KB스타즈는 진경석 코치마저 평정심을 잃으며 테크니컬 파울을 받았다. 선수들 역시 냉정함을 잃었고, 추격을 하지도 못한 채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하나원큐는 혈전 끝에 승리하며, 3연패까지 한 걸음만 남겨뒀다.
 


결승을 앞두고 하나원큐에게는 한 가지 호재가 있었다. 김완수 코치가 대회 전부터 견제했던 BNK가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BNK는 4강전에서 삼성생명에게 발목을 잡혔다. 삼성생명은 하나원큐는 예선전에서 삼성생명에게 30점차로 대승을 챙겼었다. 이미 한 번 꺾었기에 자신감이 있었다.

다만, 하나원큐는 체력적인 문제와 직면했다. 2차 연장을 치른 하나원큐는 16시간밖에 쉬지 못한 상태로 결승에 뛰어야 했다. 출전 명단에 가장 많은 인원을 등록한 하나원큐라고 해도 반나절 만에 백투백을 치르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체력적인 여파 탓일까. 하나원큐는 삼성생명과 전반까지 대등한 싸움을 벌였다. 예선전과는 전혀 다른 경기 양상이었다.

하나원큐가 분위기를 잡은 시점은 3쿼터. 강유림의 3점포 2방이 신호탄이었다. 이어 강계리와 김지영도 3점 1개씩을 더했고, 이하은과 이정현의 페인트존 득점도 나왔다. 3쿼터에만 32점을 몰아친 하나원큐는 61-49로 달아났다.

마지막까지 방심하지 않았던 하나원큐는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고, 마침내 3연패를 달성했다. 최초 3연패이자 대회 최다 우승 팀 등극. 박신자컵의 역사가 새롭게 써진 순간이었다.


파울 콜 변화가 만든 효과?...기록 대행진

이번 박신자컵 최대의 키워드는 파울 콜 변화였다. WKBL은 지난 6월, 핸드체킹이 강화된 룰을 도입한다고 알렸다.

그동안 WKBL은 몸싸움에 관대한 콜로 인해 레슬링에 가깝다는 비판을 들어왔다. 이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는 선수들도 적지 않았고, 강한 수비로 인한 저득점 경기도 속출했다.

WKBL은 더 이상 문제에 대해 쉬쉬하지 않았고, 변화를 천명했다. 수비자가 공을 가진 공격자에게 손만 갖다 대도 반칙을 주는 것으로 변경했다.

달라진 규정은 연습경기에서 먼저 적용했다. 처음에는 자유투가 80개가 나오는 등 부작용이 있었지만, 박신자컵에서는 많은 팀들이 적응을 마친 모습이었다. 수비자가 습관처럼 손을 가져다대는 장면들도 많지 않았다. 2시간 넘게 경기가 진행될 것이라고 했던 우려들과 달리 경기는 룰 변화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시간에 종료됐다.

대신 다른 기록들이 쏟아졌다. 파울 콜 변화로 인해 수비 강도가 약해졌고, 득점에 관한 신기록들이 줄을 이었다.

개막전부터 BNK가 우리은행을 상대로 96점을 퍼부으며 대회 최다 득점 기록을 경신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4시간 뒤에 하나원큐도 96점을 올렸고, 다음 경기에서는 삼성생명이 대학선발을 상대로 106점을 몰아쳤다. 하루 만에 종전 기록을 깨는 일이 3번이나 나왔다.

둘째 날에도 기록행진은 이어졌다. 신한은행 이주영이 대학선발과의 경기에서 27리바운드를 잡아냈다. 종전 인도네시아 대표팀 루이스가 가지고 있던 21리바운드를 훌쩍 뛰어넘는 기록이었다.

예선 마지막 날에는 하나원큐가 대학선발을 상대로 107-70으로 승리했다. 삼성생명이 이틀 전에 세웠던 신기록을 다시 1점 높였다. 전반에 올린 58점 역시 전반 최다 득점 기록이었으며, 37점차 승리 또한 최다 점수차 승리 타이기록이었다.

이 밖에도 삼성생명의 66리바운드, 하나원큐이 25어시스트도 한 경기 팀 최다 기록이었다. 'MVP' 강계리의 트리플 더블도 박신자컵에서는 처음으로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WKBL은 공격적인 농구를 지향하기 위해 파울 콜 변화를 결정했다. 이로 인한 효과는 확실히 증명되었다. 팀마다 다득점이 쏟아지며, 화끈한 ‘공격농구’가 펼쳐졌다. 기록도 쏟아졌다. 이를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되었다.

WKBL은 박신자컵이 끝난 뒤 구단, 심판들과 협의를 통해 판정의 기준을 정한다는 계획이다.
만약 박신자컵과 비슷한 수준의 판정이 유지된다면 다음 시즌 정규리그에서도 다득점 농구가 펼쳐질 수 있다. 박신자컵처럼 기록들도 쏟아진다면, 팬들에게 여자농구를 지켜보는 새로운 볼거리를 선사할 전망이다.


올해는 어떤 유망주가 나왔을까?

WKBL이 박신자컵을 만든 취지는 이렇다. 정규리그에서 많이 뛰지 못하는 유망주들 또는 벤치 멤버들에게 출전 기회를 주려는 것이다. WKBL은 이를 위해서 30세 이상 선수 3명 출전 제한을 하는 특별 룰을 적용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도 각 팀의 고참 및 주전급 선수들은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WKBL의 노력에 알맞게 박신자컵은 유망주 발굴의 장으로 불리고 있다. 그동안 심성영, 김단비, 노현지 등이 이 무대를 거쳐갔다.

올해 역시 많은 유망주들이 대회를 빛낸 가운데,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선수는 이소희였다.
지난 2019년 신인 선수 선발회에서 전체 2순위로 지명된 그는 데뷔 시즌부터 코트를 누비며, 걸출한 신인의 탄생을 예고했다. 두 번째 시즌 부상으로 많은 경기 뛰지 못했지만, 그의 위치는 이미 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성공적인 루트를 걷고 있는 이소희는 이번 대회를 통해 대형 유망주라는 것을 또 한 번 입증했다. 빠른 속도와 다양한 기술을 바탕으로 한 돌파, 동료를 적재적소에 살려주는 패스 등 이소희는 가드가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을 모두 보여줬다. 여기에 탄탄한 기본기가 갖춰진 수비까지. 이소희를 지켜본 관계자들은 미래 국가대표를 책임질 앞선 자원이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5경기 평균 29분 48초를 뛰며 11.8점 6.8리바운드 5.8어시스트 1.8스틸을 기록했다. BNK는 결승에 오르지 못하며 아쉬운 결과를 받아야 했지만, 이소희의 활약은 놀라운 수준이었다.

이소희보다 한 살 어린 허예은(KB스타즈) 또한 기대를 모았던 유망주였다. 지난 1월 열린 신인 선수 선발회 전체 1순위의 주인공인 그는 KB스타즈가 미래를 위해 키우는 선수.

박신자컵은 허예은의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였다. 이미 정평이 나 있는 패스 센스와 신인답지 않은 대담한 리딩 등은 그의 기대에 걸맞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스피드가 빠르거나, 힘이 좋은 선수들의 거센 압박에 대처하지 못했다. 특히 1년 선배인 이소희를 두 번 만나 모두 고전했고, 김지영을 만나서도 어려워했다. 3점슛도 13%(3/23)라는 저조한 성공률을 남겼다.

물론, 1년 차 선수가 박신자컵에서 8.8점 5.0리바운드 4.6어시스트를 기록한 것은 흔치 않다. 하지만 허예은이 가진 기대치에 비해서는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다.

두 선수보다는 연차나 경험이 많은 가드 유망주인 윤예빈도 이번 대회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초반 2경기 고전했던 윤예빈은 세 번째 경기부터 자신의 경기력을 찾았다. 그는 31점 12리바운드를 올리며 팀에게 결선 티켓을 선사했다. 4강전에서도 23점 7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기록, 삼성생명을 결승으로 이끌었다.

결승전에서도 10점 7리바운드 5어시스트로 자신의 몫은 해낸 윤예빈이었다. 하지만 그는 팀의 패배를 자신의 탓으로 돌리며 경기 후 눈물을 보였다.

스스로를 질책한 윤예빈이었지만, 그는 대회 내내 점퍼, 돌파, 리딩 등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모두 해냈다. 장신 가드로 기대를 받았던 윤예빈은 아쉬운 성장 폭을 보인다는 이야기도 있었으나, 이번 대회를 통해 한 단계 발전했다는 것을 보여줬다.

지금까지는 대회 전부터 기대를 받았던 선수들이라면, 지금부터는 새롭게 발굴된 선수들이다.
가장 놀라운 활약은 이정현이다. 프로 입단 10년이 넘은 선수에게 발굴이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정현의 사례는 다르다. 만년 유망주였던 그는 무릎 부상을 이겨내지 못하며, 임의탈퇴를 했다.

이후 김천시청에서 활약하던 이정현은 지난 겨울 하나원큐로 복귀했다. 이번 비시즌 FA 계약도 한 이정현이었지만, 내부경쟁 속에 양인영, 이하은에 이은 세 번째 옵션 역할을 맡아야 했다.

그러나 이번 박신자컵을 계기로 그의 위치가 달라졌다. 삼성생명전에서 31점을 퍼부은 그는 이어진 경기에서도 18점 16리바운드, 10점 7리바운드, 14점 8리바운드를 기록하며 기대치 이상의 역할을 해냈다.

189cm의 높이를 앞세운 제공권 장악과 준수한 공격 능력 등이 돋보였다. 올해 영입한 양인영의 부진이 아쉬웠겠지만, 그를 대체할 자원인 이정현의 발견은 하나원큐에게는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하나원큐의 또 다른 히든카드는 정예림이었다. 숭의여고 출신으로 2019-2020 드래프트 전체 4순위에 선발된 그는 이번 대회 평균 16분 출전, 4.8점 2.8리바운드 2.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뛰어난 기록은 아니었지만, 이제 고등학생 티를 벗은 선수가 해낸 것이었기에 값진 성과였다. 김완수 코치는 정예림에 대해 “리딩도 잘하고, 돌파와 슛도 좋다. 다재다능한 선수이다”며 높게 평가했다.

정예림은 이번 대회를 통해 김완수 코치가 말한 모든 것을 보여줬다. 1년차 답지 않은 안정적인 경기 운영과 준수한 공격력까지. 가드 자원에 선배들이 많아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주기는 힘들었지만, 정예림의 경기력은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기 충분했다.


대학 선수들의 발견도 눈부셨다. 광주대의 통합우승을 이끌었던 강유림(하나원큐)과 김진희(우리은행)는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김진희는 선수가 5명 밖에 없었던 우리은행의 팀 사정상 주축 역할을 담당했다. 신한은행과의 5-6위 결정전에서 돌파로만 31점을 퍼부으며 고군분투했다. 연장 접전 끝에 팀은 패했지만, 김진희의 투혼에는 박수를 보내기 충분했다. 더구나 그는 십자인대 부상 이후 1년 만에 복귀한 것이어서 더욱 놀라웠다.

김진희가 돌파로 주목받았다면, 강유림은 슈팅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대학 시절 골밑에서 주로 플레이했던 그가 이번 대회 슈터로 출전한다고 했을 때만 해도 많은 기대를 가지기 힘들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했던 결승전에서 강유림은 3점포 6방을 터트렸고, 하나원큐의 3연패에 큰 공을 세웠다.

완벽한 슈터의 움직임은 아니었지만, 서서히 포워드로 변화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단국대 에이스로 꼽혔던 이명관 역시 3점슛에서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그는 안주연(삼성생명), 박다정(우리은행)과 함께 이번 대회 가장 많은 3점슛(11개)을 넣은 선수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성공률이 무려 52.4%라는 점이다.

대학 시절 좋은 실력에도 십자인대 부상으로 고전했던 그는 부상을 깨끗이 회복한 모습이었고, 정확한 슈팅력을 갖춘 선수로 변모했다.

마지막으로 신한은행의 골밑을 책임진 이주영도 눈에 띄었다. 189cm의 신장을 가진 그는 높이를 앞세워 대학선발과의 경기에서 21점 27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상대적으로 한 수 아래의 기량인 팀이라고는 해도 놀라운 퍼포먼스였다.

물론, 아직까지도 공 소유 능력과 느린 스피드, 부족한 공격력 등이 아쉽기는 해도 빅맨이 필요한 신한은행에서는 조금의 가능성을 봤다.

사진 = WKBL, 김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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