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퓨처] 누군가 한국농구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문정현을 보게 하라

최은주 기자 / 기사승인 : 2020-12-09 22:27:59
  • -
  • +
  • 인쇄


누군가 한국농구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문정현을 보게 하라.

어느 스포츠든 매년 새로운 유망주가 탄생하기 마련이다. 대학농구 또한 그렇다. 그리고 올해 역시 눈에 띄는 유망주들이 등장했다. 이렇게 등장한 유망주들은 대학리그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것은 물론, 나아가 한국농구의 미래로 성장한다.

<바스켓퓨처>는 ‘바스켓볼’의 ‘바스켓’에 미래를 뜻하는 ‘퓨처’가 합쳐진 단어. 이에 바스켓코리아에서는 훗날 농구계를 책임질 유망주들을 만나보려 한다. 이번 기사에서는 고려대 문정현(194cm, F)을 소개하려고 한다. 


이제 막 대학 무대에 첫발을 내딛은 문정현. 사실 문정현의 새 출발은 그렇게 밝지만은 않았다. 오른쪽 발등에 피로 골절이 생기며, 대학리그 준비 훈련을 온전히 소화하지 못했기 때문. 처음이 주는 의미가 크기에, 마음처럼 풀리지 않아 속상한 게 많았을 문정현이다.

문정현은 “경기를 뛰면서 답답했다. 준비했던 게 전혀 나오지 않았다. 내가 아닌 플레이를 했던 것 같다. 후회되는 게 많은 대회였다”고 아쉬움의 한숨부터 내쉬었다.

이어 “보여준 게 딱히 없다. 성에 안 찬다. 열심히 뛰어다닌 것만 보여준 것 같다(웃음). 그래도 이런 경험들이 앞으로의 농구 인생에 좋은 자양분은 될 것 같다”며 이번 리그를 돌아봤다.

아쉬움 가득한 리그를 치렀다는 문정현. 그중 그가 제일 아쉬워했던 건 ‘3점슛’이었다. “3점슛이 원래 그렇게 나쁜 선수는 아니다. 그런데 이번 대회 때 나빠졌다(웃음). 그래서 밤에 누워 ‘왜 이렇게 3점슛이 안 터질까’ 생각했다. 연습을 열심히 했지만, 결과로 보여주지 못했다. 이에 연습을 열심히 했다는 것도 다 핑계라 본다. 앞으로는 외곽슛 연습을 더욱 열심히 하겠다”며 ‘3점슛’을 앞으로의 농구 인생에서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문정현은 보여준 게 없다며 고개 숙였다. 그러나 문정현의 가치는 대회 내내 빛났다. 이는 불변의 진리다.

문정현은 1차 대회 예선에서 평균 12.33점 7리바운드 2.67어시스트. 결선에서는 13점 7.5리바운드 4.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2차 대회 예선에서는 평균 13점 9.33리바운드 4.33어시스트. 결선에서는 16점 9.67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이번 리그에서 문정현의 존재감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충분히 알 수 있는 지표이다.

문정현의 존재가치가 유독 빛났던 건, ‘공격 리바운드’였다. 문정현은 1차 대회 예선에서 평균 3.3개, 결선에서는 3개. 2차 대회에서는 개수를 더 늘려 예선에서는 5.3개, 결선에서는 4.7개의 ‘공격 리바운드’를 잡아냈다. 특히 2차 대회 한양대와의 예선 경기(11월 12일)에서는 8개의 ‘공격 리바운드’를 잡으며, 리바운드 그 이상의 의미를 만들어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문정현은 포인트가드 못지않은 ‘패스 능력’ 또한 갖췄음을 증명했다. 수비수를 몰며, 찬스난 동료에게 킥 아웃 패스를 유감없이 선물했다. 더불어, 앨리웁 패스까지 선보였던 건 덤이다. 이처럼 ‘포인트포워드’로서의 가능성 역시 여실히 보여줬던 문정현이었다.

문정현의 ‘패스 능력’은 그와 한솥밥을 먹던 선수들에 의해서도 검증됐다. 고려대 주전 포인트가드였던 이우석(196cm, G)은 “농구 센스가 특히 좋다. 그래서 1학년이지만, 팀에서 중심을 잘 잡아주는 선수”라며 문정현을 ‘고려대의 주축’이라 소개했다.

주장이자 룸메이트로 문정현을 가장 가까이서 봤던 박민우(197cm, F)는 “웬만한 포인트가드보다 농구를 잘 아는 것 같다(웃음). 농구를 여우처럼 정말 잘한다. 그리고 몇몇 포인트가드를 제외한 대학 선수 중 농구 센스가 가장 좋지 않을까 싶다”며 문정현을 ‘고려대의 미래’라 표현했다.

문정현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시야는 있는 것 같다(웃음)”며 자신의 ‘패스 능력’을 재치 있게 어필했다. 이어 “고등학생 때 (양)준석이에게 많이 배웠다. 그리고 우리 팀의 신장이 다른 팀보다 낮았던 만큼, 다른 팀과는 차별화된 무언가가 있어야 했다. 그게 센스였다. 센스있는 플레이를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며 ‘패스 능력’ 뒤엔 그 어떤 것보다도 값진 ‘경험’이 있었음을 이야기했다.

문정현은 보이는 수치에서만 빛났던 게 아니다. ‘기록되지 않는 공헌도’도 컸다. ‘수비’에 특히 강했다.

고려대 주희정 감독은 “공격은 1번 빼고 다 가능하다. 그런데 수비는 1번부터 5번까지 모두 가능한 선수다. 내년까지 팀 구성을 짜놓은 상태인데, 수비 공헌도가 커서 앞으로도 활용을 많이 할 계획”이라며 문정현의 ‘수비 공헌도’를 높이 평가했다.

스승이 인정한 문정현의 ‘수비력’에는 ‘경험’이 또 한 번 큰 힘을 발휘했다. 문정현도 말했지만, 고교 재학 시절 문정현의 모교인 무룡고는 상대 팀보다 평균 신장이 낮았다. 그래서 팀 내 최장신이었던 문정현은 자신보다 신장이 좋은 센터들을 줄곧 수비했다. 그리고 이렇게 골밑에서 자신보다 큰 선수들을 상대해온 ‘경험’은 피가 되고 살이 됐다. 자신만의 강력한 무기가 됐기 때문.

그러나 문정현은 자신의 강점인 ‘수비력’을 이번 리그에서는 온전히 보여주진 못했단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무난하게만 했다(웃음). 골밑에서는 나름대로 잘 버텼지만, 빠른 형들을 막을 때는 돌파를 많이 내줬다. 아쉬운 게 많다”며 자신을 낮췄다.



득점이면 득점, 수비면 수비. 그리고 리바운드와 어시스트까지. 문정현은 농구선수로서 갖출 수 있는 모든 걸 갖췄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게 다가 아니다. 문정현의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존재한다. 앞서 문정현이 이야기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 ‘겸손’에서 드러나는 ‘인성’이다.

주 감독은 “예의가 바르고 운동하는 태도가 너무 좋다. 운동선수로서 갖춘 자세는 현 대학 선수 중 넘버원”이라며 문정현의 ‘마음가짐’을 칭찬했다.

그러면서 “태도 못지않게 BQ도 상당히 좋은 친구다. 그래서 조금 더 어려운 걸 많이 요구하는 편이다. 욕심이 생겨 혼을 많이 내는데도 잘 따라와 준다(웃음). 지도자 입장에서 꼭 한번 키워보고 싶은 선수”라며 문정현이 ‘한국농구의 중심’으로 자리 잡길 고대했다.

이를 전해 들은 문정현은 “(주희정) 감독님과 (정선규, 김태형) 코치님의 말씀을 열심히 들으려고는 노력한다. 그러나 운동선수로서의 태도가 현 대학 선수 중 넘버원은 아닌 것 같다(웃음)”며 수줍게 웃어 보였다.

문정현은 고개를 저었지만, 스승의 안목은 틀리지 않았다.

문정현은 스승의 가르침을 누구보다 소중히 여겼다. “(주희정) 감독님께서 평소에 나에게 쓴소리를 많이 하신다(웃음). 그런데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다른 학교에 갔으면 절대로 들을 수 없는 말씀들이다. 그래서 앞으로도 많은 쓴소리를 부탁드린다(웃음)”며 스승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어 “(주희정) 감독님께서 내게 항상 ‘정체되어있지 말자’고 말씀하신다. 이런 말씀을 들을 때마다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오기’가 생긴다. 그래서 ‘정체된 선수’가 아닌 계속해서 ‘성장하는 선수’가 되겠다. 훗날 프로에 가게 될 때 즈음 ‘즉시전력감’이라는 평가를 받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스승의 애정어린 가르침에 무럭무럭 성장해나가고 있다.

이렇게 스승의 가르침을 마음속에 품고 있는 문정현. 그는 나아가 ‘선의의 경쟁’으로 자신을 더욱 단련하고 있다. 자기 발전에 ‘선의의 경쟁’만큼 큰 원동력이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문정현은 원주 DB의 이준희(193cm, G)와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준희 형이랑 많이 친하다. 이에 준희 형은 누구보다 내 단점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내 단점을 제일 솔직하게 말해주는 사람 중 한 명이기도 하다(웃음). 그래서 경기가 안 풀릴 때마다 안되는 점들을 이야기해달라고 한다”며 ‘친구’라는 인생의 동반자와 함께 성장하고 있다.

한편, 한국농구를 대표하는 선수들은 각자 고유의 수식어를 가지고 있다. 머지않아 한국농구를 이끌어갈 문정현 역시 붙여졌으면 하는 수식어가 분명 있을 터.

문정현은 “‘꾸준함의 대명사’라 불렸으면 좋겠다. 사람은 한결같아야 한다(웃음). 한결같이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꾸준함’의 또 다른 말이 ‘성실함’이라는 걸 아는 선수였다.

‘누군가 조국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관악을 보게 하라’. 서울대가 내건 슬로건이다. 그리고 이는 한국 최고 대학이 내놓은 한마디인 만큼, 여러 곳에서 자주 회자되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는 한동안 이를 인용할 수 없었다. 이 대목과 어울리는 재목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냉정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도 이를 외칠 수 있을 듯하다. 문정현이 등장했으니 말이다. 그러니 자, 한번 외쳐보자. 누군가 한국농구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문정현을 보게 하라.

사진 제공 = 한국대학농구연맹(KUBF)

바스켓코리아 / 최은주 웹포터 choiducer@naver.com 

[저작권자ⓒ 바스켓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HEADLINE

더보기

PHOTO NEWS

인터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