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진을 닮아라!”...박지현 향한 스승의 마지막 조언

이성민 / 기사승인 : 2019-01-09 08: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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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켓코리아 = 중구/이성민 기자] “박혜진을 롤 모델 삼았으면 좋겠다. 배울 점이 많은 선수다. 닮기 위해 노력한다면 더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 믿는다.”


지난 8일(수) 서울 중구에 위치한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018~2019 WKBL 신입선수 선발회. 이번 신인 드래프트는 ‘박지현 드래프트’라고 불릴 정도로 박지현에 대한 기대감이 하늘을 찌르는 드래프트였다.


박지현은 초고교급 선수다. 183㎝의 큰 신장으로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 웬만한 빅맨보다 큰 신장에도 불구하고 가드 포지션의 선수들만큼 빠른 스피드를 자랑한다. 다재다능의 표본이다.


지난해 춘계연맹전에서는 두 차례 트리플더블을 기록했다. 각각 31점 28리바운드 10어시스트, 31점 21리바운드 10스틸이다. 더불어 고등학생 신분으로 성인 대표팀에 합류해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남북단일팀이 은메달을 획득하는데 일조했다. 압도적인 기록이자, 압도적인 재능이다. 박지현의 잠재력을 의심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WKBL 소속 6개 구단은 이런 박지현을 품에 안기 위해 간절하게 기도했다.


박지현은 4.8%의 확률을 뚫고 1순위 지명권 획득의 기적을 써낸 우리은행 품에 안겼다. 우리은행은 박지현 합류로 순식간에 세대교체를 위한 준비를 끝마쳤다.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 역시 드래프트 직후 인터뷰에서 “우리에게 행운이 올지 몰랐다. 큰 행운이 와서 너무 기쁘다. 박지현은 워낙 어릴 때부터 지켜봤던 선수다. 너무 잘하는 선수다. 생각을 안 했는데, 오히려 당황스럽다. 챔프전 우승보다 더 행복한 것 같다.”며 기대감을 숨기지 못했다.


이날 현장에는 고등학생 박지현을 대한민국 여자농구의 미래로 길러낸 숭의여고 이호근 감독이 자리했다.


드래프트 이후 만난 이호근 감독은 “정말 뜻 깊고, 뿌듯하네요.”라는 소감을 전했다. 먼발치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애제자를 바라보며 애틋한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스승이었다.


이호근 감독이 바라본 박지현은 어떤 선수일까. 그는 “첫째로 인성이 된 선수다. 선수는 실력도 중요하지만, 인성도 매우 중요하다. 매사 솔선수범하고, 어떤 것을 하던 열심히 하는 선수다. 지금까지 쌓아오고 길러온 자질들이 충분하다고 본다. 프로를 가서 어려운 일이 닥쳐도 잘 적응하리라 믿는 이유다.”라고 덤덤하게 말했다. 차분한 어조 속에서 강한 확신이 느껴졌다.


고교 무대에서 압도적인 기량이라는 평가를 들어온 박지현이지만,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박지현은 고교 시절 내내 슛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내내 들어왔다. 그러나, 이호근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슛이 약하다는 평가는 조금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뗀 이호근 감독은 “물론 슈터만큼 정확하지는 않다. 그런데 지현이는 슈터가 아니다. 멀티 포지션을 소화하는 선수이다. 분명 평균 이상의 슛 능력을 갖고 있다. 슛을 쏠 줄 아는 선수다. 슛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면 눈에 띄게 늘 수 있는 재능이다.”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슛보다 웨이트를 키워야 한다. 프로 무대는 아마추어 무대와 엄연히 다르다. 웨이트와 파워를 키워야 한다. 프로에 가서 웨이트만 더 키우면 하고 싶은 플레이를 마음껏 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며 박지현이 보완해야할 점으로 웨이트와 파워를 꼽았다.


유망주가 성장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롤 모델 설정이다. 이호근 감독은 박지현이 롤 모델을 설정해 더욱 크게 성장하길 바랐다. 이호근 감독이 생각한 박지현의 롤 모델은 소속팀 우리은행의 선배 박혜진이다.


“박혜진을 롤 모델 삼았으면 좋겠다. 빅맨을 가지고 투맨 게임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지 않나. 가드라면 그런 능력은 당연히 갖추고 있어야 한다. 지현이는 돌파에 강점이 있는 선수라 투맨 게임에 대한 숙련도만 늘린다면 더 큰 선수가 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박혜진은 정말 배울 점이 많은 선수다. 닮기 위해 노력한다면 더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 믿는다.” 이호근 감독의 말이다.


애제자의 밝은 미래를 꿈꾸며 조언을 아끼지 않는 스승의 얼굴에는 왠지 모를 아쉬움이 잔뜩 묻어났다. 이호근 감독은 “막상 헤어지려니 아쉽다. 참 열심히 했던 선수였다. 이런 선수를 지도한 것이 나에게도 축복이었다.”며 애써 미소 지었다.


그러면서 애제자의 앞길을 축복하는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지현아. 1순위로 간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잘할 것이라 믿지만, 프로는 자기 관리가 제일 중요한 곳이다. 지금껏 그랬듯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분명 훌륭한 선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더 큰 무대에서 더 큰 선수가 되길 기도한다. 부디 잘 적응해서 한국을 빛낼 수 있는 멋진 선수가 되길 바란다. 그동안 고마웠다.”


약 2년의 시간동안 사제의 정을 나눈 이호근 감독과 박지현. 서로를 최고의 자리에 올린 스승과 제자. 이들은 더 높은 곳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아쉬움을 뒤로한 채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사진제공 = W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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