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통역에서 사무국 직원으로, 차길호 매니저의 공부는 계속된다

손동환 기자 / 기사승인 : 2020-06-16 08:5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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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켓코리아 = 손동환 기자] 본 기사는 바스켓코리아 5월호 웹진에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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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살다 보면 많은 변화를 겪는다. 변화 속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다. 시행착오 속에서 많은 걸 배운다. 배움 속에 교훈을 얻고, 교훈을 통해 성장한다. 시행착오를 잘만 대처하면, 더 나은 인생을 살 수 있다.


울산 현대모비스의 차길호 매니저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9년 8월, 9년 가까이 이어온 통역 생활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사무국 매니저’라는 새로운 역할을 맡았다. 새로운 걸 끊임없이 배우고 있고, 배움을 토대로 성장하고 있다.


‘배움’과 ‘성장’의 선순환. 그것만큼 개인 인생을 윤택하게 하는 패턴은 없다. 나아가, 개인이 속한 조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패턴이기도 하다. 차길호 매니저가 원하는 인생 패턴일 수도 있다.


그래서 차길호 매니저는 새로운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새로운 상황을 끊임없이 공부하고 있었다. 공부의 목적은 명확했다. ‘발전’이었다.


영국에 살던 소년, 농구에 발을 내밀다


차길호 매니저는 2010년 7월 울산 모비스(현 울산 현대모비스)의 통역으로 입사했다. 코칭스태프와 외국선수, 국내 선수와 외국선수, 지원스태프와 외국선수 사이에서 끊임없이 소통했다. 다양한 상황에서 오작교 역할을 했다. 그 속에서 자신만의 노하우를 터득했다.
2019년 8월. 현대모비스 사무국의 매니저로 발령받았다. 그리고 2019~2020 시즌. 차길호 매니저는 사무국 직원으로 첫 시즌을 보냈다. 통역으로 9년 넘게 농구판을 경험했지만, 사무국 업무는 통역과 전혀 달랐다. 차이를 경험한 후, 더 많은 걸 느끼는 듯했다.


우선 어떤 업무를 맡고 있는지 말씀해주세요.
저는 지금 현대모비스 사무국에서 운영 및 지원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국제 업무도 담당하고 있고요. 간단히 말씀 드리자면, 선수들이 필요로 하는 걸 지원하고 있어요. 구체적으로, 선수들 의류와 선수들 운동화, 운동에 필요 물품 등을 점검하고 있죠. 전지훈련 때 필요한 것들도 체크하고요.
국제 업무 같은 경우, 외국선수 스카우트부터 시작해서 외국선수 관련 출장 계획을 잡습니다. 그리고 해외 전지훈련에서 필요한 것들을 체크하고, 일어날 수 있는 돌발 상황들을 미리 대비하는 것도 업무 중 하나입니다.


통역으로 농구단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통역으로 들어가게 된 계기와 과정이 궁금한데요.
원래부터 통역 일을 하고 싶었어요. 농구를 너무 좋아하기도 했고요. 마침 통역 모집 공고가 나서 지원을 하게 됐죠.
사실 서울 삼성에 먼저 지원을 했어요. 하지만 떨어졌어요. 마침 모비스도 통역을 구하고 있었고, 삼성에서 제 이력서를 넘겨도 되겠냐고 하길래 ‘좋다’고 말씀드렸죠. 삼성 면접 때 미비했던 점을 생각하고 현대모비스로 넘어갔는데, 제가 준비했던 거랑 완전히 다른 걸 물어보시더라고요.(웃음)
현실적인 걸 물어보셨어요. ‘여자친구가 있느냐’, ‘종교가 있느냐’ 같은 질문이었죠. 조금 의아했고, 면접관님한테 의아했던 점을 여쭤봤죠.
그 때, 면접관님께서 여러 가지 상황을 말씀해주시더라고요. 경기가 주말이나 공휴일에도 열리다 보니, 여자친구를 못 만나는 경우가 생기고 종교 활동을 못하는 사례도 발생한다고 말씀을 해주셨죠. 그래도 ‘괜찮겠냐’고 물어보셨고, 저는 ‘여자친구도 없고, 종교도 없다. 말씀하신 부분을 다 감당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어요.(웃음) 어떻게든 통역을 하고 싶었죠. 어쨌든 운 좋게 붙은 것 같아요.


영국에서 생활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축구의 나라로 유명한 영국에서 농구를 접하는 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그런 점에서 농구 관련 일을 하신다는게 흥미롭습니다.
제가 어릴 때, 아버님이 영국으로 발령 나셨어요. 저는 아버지를 따라 8살 때부터 8년 반 정도 영국에 있었어요.
아시다시피, 축구와 럭비, 크리켓이 영국에서 대중적인 스포츠예요. 영국은 농구와 거리가 먼 나라죠. 저도 축구랑 럭비를 했는데, 어느 순간 같이 운동하던 친구들이 키와 덩치가 커지더라고요. 그래서 농구로 전환하게 됐죠.
제가 키가 작아서 축구나 럭비를 그만뒀는데, 사실 농구가 오히려 체격 조건이 중요하잖아요.(웃음) 아이러니했지만, 농구가 정말 재미있었어요. TV를 통해 마이클 조던이나 스카티 피펜, 앤퍼니 하더웨이 등 슈퍼스타들의 플레이를 보게 됐고, 그러면서 NBA도 접하게 됐죠.
영국이 축구로 유명한 나라로 알려졌지만, 농구하기도 좋은 나라였어요. 농구 골대가 학교마다 10개 이상 설치됐고, 풀 코트도 2개 정도 있었던 것 같아요. 여러모로, 농구와 가까이 지낼 수 있는 환경이었죠.


통역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가 있을까요?
제가 통역을 맡고 3번째 시즌 때 (라)건아를 처음 만났어요. 통역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고, 저만의 노하우도 쌓였죠.
그런데 그걸 완벽히 차단시킨 애가 건아였어요.(웃음) 만약에 건아가 경기를 못 했을 때, 제가 ‘잘 했다’고 격려해주는 것부터 안 먹혔어요. 제가 다가가서 말을 걸면, 건아가 오히려 마음을 닫았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의 성향과 서로의 진심을 알게 됐어요. 신뢰 관계가 점점 쌓였죠. 건아는 요구사항이 많지도 않았고, 까다롭지도 않은 친구였어요. 오히려, 제 생활을 배려해줬던 친구였고요. 저와 4번의 우승 반지라는 추억을 공유한 친구이기도 했죠.


통역을 하면서 얻은 가장 많이 배운 건 어떤 건가요?
(약간의 생각을 한 후) 가교 역할인 것 같아요. ‘어떻게 해야 이 쪽도 저 쪽도 기분 좋게 소통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항상 했고, ‘이 상황에서는 이렇게 조율하면 되겠구나’라는 노하우를 터득했죠.
예를 들면, 외국선수들이 코칭스태프의 주문사항을 이해 못할 때가 있어요. 코칭스태프의 주문을 받아들이지 못할 때가 있죠. 아무래도 우리 나라와 외국선수의 문화 차이가 있다 보니, 제가 외국선수들을 순화시키거나 외국선수들을 설득시켜야 할 때가 많았어요.
저는 감독님께서 이야기하는 방향에 벗어나지 않게끔 외국선수한테 이야기를 하려고 했어요. 그러면서 외국선수가 잘 받아들일 수 있게, 외국선수가 팀의 방향에 어긋나지 않게끔 이야기하려고 했죠. 국내 구성원과 외국선수의 문화 차이나 견해 차이를 줄이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감독님께서 외국선수한테 직설적인 말을 해도, 저는 조금 더 부드럽게 이야기해야 해요. 상황을 차분하게 이야기해주려고 했죠. 외국선수들을 자극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메시지의 진의를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했죠. 정말 쉽지 않았어요(웃음)
사실 외국선수들도 알아요. 감독님 표정만 봐도, 감독님 억양만 들어도 분위기를 알죠. 다만, 감독님께서 전달하시려고 하는 정확한 요점까지는 알 수 없었을 거에요. 그 요점을 전달하는 게 제 역할이었죠.
저도 통역 초반에는 감독님의 말을 하나도 거르지 않았어요. 외국선수한테 그대로 전달했죠. 그래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어요. 하루는 테렌스 레더가 그러더라고요. 훈련 후 저랑 차로 복귀하는데, ‘감독님께서 이야기한 걸 그대로 통역하면, 내가 기분이 상한다. 나한테 어떤 걸 해야 하는 지만 말해줘도, 내가 이해할 수 있다’고 말을 했죠. 그래서 저도 ‘미안하다. 더 노력하겠다’고 말을 했던 기억이 나요.


2018~2019 시즌 종료 후 통역 업무를 다른 분에게 넘겨줬습니다. 그리고 사무국 매니저가 됐습니다.
통역을 그만둔 건 아니었어요. 그 때 마침 사무국에 자리가 났고, 사무국에서 같이 일해보자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사무국으로 옮기게 됐죠.


‘통역’과 ‘사무국 매니저’의 업무는 전혀 다릅니다. 망설이지는 않으셨어요?
전혀 망설이지 않았어요. 사실 통역을 할 때, 사무국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거든요. 제가 잘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웃음), 열심히는 하고 있습니다.


어떤 게 가장 어려우셨어요?
사무국 직원의 업무 범위는 통역보다 훨씬 넓은 것 같아요. 통역 때는 외국선수 관련 업무만 하면 됐는데, 사무국에서는 신경 써야 할 것들이 훨씬 포괄적이에요. 공부해야 할 것도 더 많아졌고요. 공부해야 할 것들이 정말 한도 끝도 없는 것 같아요.(웃음) 그래서 항상 뭔가 새로워요.


통역은 선수단과 거의 붙어서 일을 했습니다. 한편, 사무국 매니저는 선수단과의 거리가 조금 있는 상황에서 일을 하고요. 그런 게 가장 큰 차이일 것 같습니다.
통역 때는 연습체육관이 있는 용인으로 출퇴근을 했어요. 퇴근하고 집에 오면 저녁 9시 정도였어요. 그리고 출근을 오전 7시~8시 사이에 했죠.
사무국 매니저를 한 후, 사무국이 있는 서울로 출근했습니다. 출퇴근 소요 시간이 통역 때보다 줄었죠. 집에 자주 갈 수 있고, 집에 일찍 갈 수 있게 됐어요. 흔히 말하는 ‘9 to 6’ 를 할 수 있게 됐죠. 무엇보다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아졌어요. 그것 말고는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아요.(웃음)


그래도 통역 생활을 했던 게 사무국 업무에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도움이 되기는 한데, 그게 다가 아니었어요. 저는 외국선수 파트만 알았지, 매니저 업무는 전혀 몰랐어요. 아직도 세밀한 부분은 너무 몰라요.


사무국 업무를 시작한 후, 비시즌을 처음 겪습니다. 사무국은 비시즌 때 더 바쁘다고 들었는데, 본인도 그걸 체감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 그런 것 같아요.(격하게 공감했다) 차기 시즌 선수 구성부터 시작해서 외국선수를 알아보는 것 등 일이 정말 많더라고요. 선수들 훈련 프로그램을 어떻게 계획해야 하는 지도 비시즌 동안 해결해야 할 업무 중 하나고요.


경기장에서 제일 신경 쓰는 부분은 어떤 건가요?
다른 구단에서 운영/지원을 담당하시는 분들은 어떤지 잘 모르겠어요. 제가 티켓이나 마케팅, 홍보/언론 파트를 맡았다면, 경기 때 할 게 많았을 것 같아요. 그렇지만 저는 경기 때 바쁜 건 아니에요.
오히려, 경기를 준비하거나 경기를 결산할 때 더 바쁜 것 같아요. 경기 주변 환경이 잘 정비됐는지 확인하고, 경기 끝나고 어떤 게 미비했는지 확인해야 하거든요.
그리고 체육관 관리 직원 분들과 경호팀, 의전팀과 아르바이트 직원 분들께서 사소한 일을 더 많이 해요. 그래서 경기 때 덜 바쁠 수도 있어요. 아직 한 시즌도 치르지 않아 정확히 모르겠지만, 우선은 그렇다고 생각해요.


사무국 업무를 잘하기 위해, 매니저님께서 해야 할 건 어떤 게 있을까요?
한 시즌을 모두 경험하지 못했기에, 모르는 게 너무 많아요. 기존 자료들을 많이 공부하고, 주변 선배님들한테 많이 물어봐야 할 거 같아요. 자료들을 공부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해요.
다만, 업무 시스템이나 선수단 운영/지원 방법은 구단마다 달라요. 그래서 타 구단 관계자보다 저희 구단 사람들한테 많이 물어봐야 할 것 같아요.


매니저 님은 ‘통역’과 ‘사무국 직원’을 모두 경험한 케이스입니다. 농구 관련 직종을 꿈꾸는 사람들한테 해줄 수 있는 조언이 많을 것 같습니다.
통역에 관해서는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10년 가까이 했으니까요.
우선 통역이라는 직업을 가볍게 보면 안 될 것 같아요. 제가 후임 통역을 뽑기 위해 면접을 보러 들어갔는데, 일부 지원자 분께서는 ‘통역’을 단순하게 통역 업무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시더라고요.
통역은 책임감이 필요한 일이에요, 농구 열정과 농구 지식이 없으면 어려워요. 아무리 영어를 잘 해도, 농구를 모르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입사 초반에 농구 용어부터 공부했어요. 굳이 안 해도 되는 팀 패턴도 외웠죠. 제가 패턴을 이해하지 않으면, 외국선수한테 설명을 못할 것 같았거든요. ‘우리 팀 패턴은 이렇고, 이 때 찬스가 난다’를 설명해주려고 했어요. 그래서 통역을 시작할 때부터 패턴과 관련해서 따로 번역해놨고, 번역 자료들을 따로 축적했어요. 그게 저만의 노하우가 된 것 같아요.
사실 사무국 업무에 관해서는 모르는 게 너무 많아요. 그런 제가 사무국 업무를 말씀 드리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최소 2년은 사무국 업무를 해봐야, 제가 겪었던 것과 부족했던 점을 어느 정도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사무국 업무와 관한 말씀을 기대하셨던 분들께는 너무 죄송해요.


사무국 직원으로서 잘 하고 싶은 욕심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농구 팬들에게 하시고 싶은 이야기도 있으실 것 같아요.
아직도 많이 배우고 있어요. 지금보다 열심히 공부해야 하죠. 지금 업무를 100% 가까이 파악한다면, 사무국의 다른 파트도 맡아서 진행해보고 싶어요. 그렇게 하려면, 남들보다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선수들이 매 경기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팬들께서 선수들한테 많은 응원 보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 또한 팬 분들께서 코트에서 즐거워하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맡은 바 임무를 철저히 수행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저희를 응원해주신 팬 분들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사진 = 손동환 기자,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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