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스켓 코리아 = 울산/서민석 객원기자] ‘천적(天敵)’이라는 말이 있다.
‘잡아먹는 동물을 잡아먹히는 동물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이 사전적 정의지만 원래뜻보다는 여러 관계에서 객관적인 것 이상으로 약할 때 더 쓰이는 단어다.
천적은 프로의 세계에서도 엄연히 존재한다. 2016~17 KCC 프로농구에서는 울산 모비스와 인천 전자랜드가 그렇다.
지난 시즌도 두 팀의 관계는 천적이었다. 다만 주체와 객체가 달랐다. 모비스가 전자랜드에게 1패후 5연승의 절대 우세였기 때문이다. 전자랜드가 최하위로 고전한 시즌이었지만, 모비스의 준비와 대처도 좋았다. 최소 득점차가 7점차였다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올 시즌은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다섯 번의 맞대결에서 승리는 모두 전자랜드의 몫이었다. 모비스보다 성적이 떨어지는 동부(4승1패)-LG(3승2패)-SK(3승2패)-KCC(3승2패)-KT(4승1패)와의 전적을 비교해보면 얼마나 모비스가 전자랜드에게 고전하는지 알 수 있다.
모비스도 할 말은 있다. 당장 1라운드는 팀의 핵심인 양동근이 경기도중 손목 부상을 당했다. 2라운드에는 블레이클리의 계약 연장에 따른 페널티로 뛰지 못했다. 첫 두 번의 맞대결에서 전자랜드에게 운이 따른 것이다. 3라운드 역시 양동근 없이 치뤘다.
4라운드에서 양동근이 복귀하면서 모비스는 정상적인 전력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5라운드에서는 이종현까지 가세해 가장 좋은 전력으로 전자랜드를 맞이했지만 59-78로 완패했다. 높이를 앞세운 센터 찰스 로드 데신 스몰 빅맨인 에릭 와이즈가 뛰었기 때문에 고전은 예상됐지만 직전 경기력을 감안하면 너무 무기력한 경기내용이었다.
6라운드 경기전 유재학 감독도 당시 맞대결을 회상하며 “와이즈나 밀러가 아스카-빅터보다 리바운드 센스나 자리 선정이 좋지 못하다. 26-47로 리바운드를 뒤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상하게 (정)영삼이나 (정)병국 슛이 너무 잘 들어간다. 우리 수비가 노마크 찬스를 주는 것도 아닌데 (수비수를) 달고 던져도 들어간다.”고 말했다.
모비스의 ‘5전 6기’의 도전, 결과는?
지나간 다섯 번의 맞대결보다 이날 경기는 두 팀 모두에게 중요했다. 먼저 모비스는 5위인 동부(24승22패)와의 승차를 한 경기로 더 벌릴 수 있는 찬스였다. 4-5위가 6강에서 맞붙지만 1-2차전을 홈에서 치른다는 점은 모비스가 4위를 반드시 따내야 하는 이유였다.
전자랜드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9경기를 남겨두고 7위 LG(19승 26패)에 세 경기차로 앞서있다고는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고로 두 팀에게 ‘승리’는 그 어느때보다도 소중했다.
모비스는 경기 당일 오전 연습에서도 심혈을 기울여 연습시킨 양동근-김효범-밀러-함지훈-이종현 조합을 들고 나왔다. 전자랜드는 강상재의 허리 통증으로 인해 박찬희-정병국-정효근-이대헌-빅터라는 변칙 라인업을 내밀었다. 신인왕을 노릴 만큼 페이스가 좋았던 만큼 강상재의 공백은 아쉬웠다. 유도훈 감독은 “이대헌이가 오늘은 잘해주겠지.”라는 말로 위안을 삼았다.
전반은 모비스의 일방적인 리드였다. 1쿼터부터 16-9로 앞서더니 2쿼터 초반 전자랜드 아스카에게 연속적으로 골밑 득점을 내줬지만 36-25 로 앞섰다. 이전 다섯 번의 맞대결에서는 한 번도 잡지 못한 전반 리드는 첫 승의 신호였다.
후반은 전자랜드가 왜 모비스의 천적인지를 보여줬다. 전자랜드는 3쿼터 아스카-빅터의 골밑 득점과 차바위의 벼락 같은 우측 사이드 3점슛으로 45-47 2점차까지 따라붙은 것이다.
모비스는 밀러와 와이즈의 득점으로 첫 번째 찾아온 3쿼터 위기는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4쿼터 중반 이후 전자랜드가 박찬희-정영삼 두 베테랑 가드와 빅터를 앞세운 추격에 2점차까지 쫓겼다.
전자랜드 정영삼이 59-61로 뒤지던 4쿼터 종료 49.1초를 남기고 던진 회심의 3점슛이 림을 갈랐다면 역전을 내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에어볼이 되는 행운이 따랐고 상대 파울로 얻은 자유투를 양동근이 꼬박꼬박 득점에 성공하며 65-63 신승을 거둘 수 있었다.
모비스의 전자랜드 전 ‘첫 승 도전기’는 이렇듯 경기 종료 부저가 울리고서야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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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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