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스켓코리아 = 김우석 기자] 인천 전자랜드가 ‘챔프전 진출’이라는 드라마의 막을 내렸다.
전자랜드는 27일 원주 종합체육관에서 벌어진 2014-15 KCC프로농구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리카드로 포웰(31점 9리바운드 3어시스트), 김지완(14점 3리바운드 3어시스트), 차바위(9점 9리바운드 3어시스트)가 분전하며 원주 동부에 끝까지 추격전을 펼쳤지만, 70-74로 아쉽게 패하며 챔프전 진출이 좌절되었다.
6강 플레이오프에서 만난 서울 SK와 일전에서 예상과 전혀 달리 3-0으로 승리하며 4강에 오른 전자랜드는 2승 2패로 동률을 이루며 사상 첫 챔피언 결정전 진출을 기대케 했다. 4차전에서 동부를 79-58, 무려 21점 차로 물리쳤기 때문이었다.
좋은 흐름으로 5차전에 나선 전자랜드는 동부의 높이에 어려움을 겪으며 리드를 내주었다. 하지만 그냥 무너지지 않았다. 2쿼터 10점 차 열세를 따라잡은 전자랜드는 4쿼터 한 때 12점 차 열세를 종료 1분 전 70-71로 따라붙는 저력을 발휘하며 관중과 시청자를 흥분에 빠뜨렸다. 그러나 역전이라는 드라마를 만들지는 못한 채 사상 첫 챔프전 진출의 꿈을 접어야 했다.
4강에서 시즌을 정리해야 하는 전자랜드였지만, 이번 시리즈 전자랜드는 최고의 히트 상품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SK를 3-0으로 셧아웃 시켰다. 세 게임 모두 드라마 같은 승부를 펼치며 만든 승리였다.
이번 4강 PO도 다르지 않았다. 경기를 내주었던 1,3,5차전 모두 접전 끝에 패배를 당했다. 분명히 객관적인 전력의 열세라는 판단 속에도 ‘언더독의 반란’을 이끌며 ‘농구는 신장이 아닌 심장으로 하는 운동’이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었다.
전신인 인천 SK 빅스를 인수한 이후 13년 동안의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 여정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힘찬 시작, 플레이오프 진출
2003년 8월 인천 SK빅스를 인수해 인천 전자랜드로 탈바꿈한 전자랜드는 이후 어려운 행보를 이어갔다. 현 모비스 유재학 감독을 초대 사령탑으로 시작한 전자랜드는 2003-04 시즌 32승 22패로 대구 오리온스와 동률을 이뤘지만, 상대 전적에 뒤지며 4위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PO 상대는 서울 삼성. 한게임 씩을 나눠가진 전자랜드는 3차전에서 명승부를 연출했다. 경기 종료 5초 전 3점 차로 뒤지고 있던 전자랜드는 종료 1.6초 전 엘버트 화이트의 3점슛으로 승부를 2차 연장까지 몰고갔고, 결국 승리를 따내며 4강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4강에서 골밑과 체력 열세로 인해 원주 TG 삼보에 완패를 당했지만, 새롭게 출발하는 구단의 끈기와 패기를 보여준 전자랜드였다.
암흑기에 빠진 전자랜드, 그리고 6년
이후부터는 5년은 암흑기였다. 박수교 신임 감독 체제로 전환한 전자랜드는 2004-05 시즌 중반 8연패를 당하는 등 아쉬운 경기력으로 17승 37패에 머물며 순위표 최하단에 머물고 말았다. 특급 용병 화이트의 활약은 여전했지만, 새롭게 영입한 용병인 하이렘 풀러가 기대 이하였고, 6경기 만에 고향으로 돌려 보냈다. 이후 여수 골드뱅크 클리커스(현 부산 케이티)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쳤던 그렉 매덕스라는 매력적인 용병을 긴급 수혈했지만, 매덕스는 교통 사고 이력으로 인한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한 채 14.7점, 7.9리바운드라는 평범한 성적과 함께 시즌을 끝내지 못했다.
그렇게 전자랜드는 외국인 선수 트러블과 주전 슛팅 가드였던 박규현(은퇴) 부상 등 악재가 팀을 덮치며 아쉬움 가득한 한 시즌을 마감해야 했다.
이듬해(2005-06시즌)는 더욱 암담했다. 시즌 초반 12연패를 당하는 등 경기력이 급격히 떨어지며 8승 46패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들어야 했다. KBL 최초로 제이 험프리스라는 외국인 감독은 선임하며 재기를 노렸지만, 선수단과 커뮤니케이션 문제 등으로 인해 10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2년 동안 맹활약을 했던 화이트가 부상 등을 이유로 슬럼프에 빠졌고, 단조로운 공격 패턴 등으로 분위기를 바꾸지 못한 채 나락으로 빠져들었다. 험프리스 감독은 3승 17패라는 아쉬운 성적과 함께 2006년 12월 3일 기술고문으로 발령을 통해 현장에서 물러났다. 이후 이호근 코치를 감독 대행으로 선임하며 분위기 전환을 노렸지만 여의치 않았다. 이 감독 대행은 리 벤슨과 문경은 트레이드 등을 통해 돌파구를 찾으려 했지만, 분위기를 바꾸는 데 실패하며 시즌을 마감해야 했다.
2년 연속 10위에 머문 전자랜드는 체질 개선을 위해 2006-07 시즌을 앞두고 ‘명장’ 최희암 감독을 3대 헤드코치로 선임했다. 최 감독은 체질 개선을 위해 대대적인 트레이드와 FA 영입을 실시했다.
FA로 김성철(현 안양 KGC인삼공사 코치)을 영입했고, 창원 LG에서 황성인(현 양정고 코치)과 조우현(은퇴)을 받아들였다. 젼력이 몰라보게 바뀐 전자랜드였다. 하지만 결과는 많이 다르지 않았다. 순위표 한 계단을 올라섰을 뿐 이었다. 23승 31패로 9위에 머물렀다. 지난 시즌에 비해 15승을 더했지만, 하위권을 벗어날 순 없었다. 네 번이나 교체한 외국인 선수 트러블에 다시 발목을 잡힌 전자랜드였다.
2007-08 시즌은 조금 달랐다. 테렌스 새넌이라는 외국인 선수를 앞세워 7위로 뛰어 올랐다. 29승25패를 기록한 전자랜드는 서울 SK 나이츠와 창원 LG 세이커스과 같은 내용이었지만, 상대 전적에 밀려 7위로 떨어졌다. 3년 만에 즐길 수 있었던 봄 농구 진출에 실패하는 아쉬움을 느껴야 했다.
새넌은 평균 27.2점으로 득점 1위에 올랐고, 이한권(은퇴)이 기량 발전상을, 현존하는 최고의 KBL 슬래셔 중 하나인 정영삼이 식스맨 상을 수상하며 암흑기 탈출의 기반을 다졌던 한 시즌을 보냈다. KBL 최초로 외국인 기술 코치인 커크 콜리어를 고용하는 등 다부진 노력을 기울인 결과였다.
그리고 2008-09 시즌, 29승 25패로 6위에 오르며 다섯 시즌 만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기쁨을 누렸다. 2008년 12월 전주 KCC와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국보센터’ 서장훈(은퇴)을 영입하며 골 밑을 높인 결과였다. 서장훈 영입으로 전자랜드는 내외곽의 조화를 이룰 수 있었고, 시즌 후반 팀 최초 8연승을 기록하는 등 한층 업그레이드 된 전력과 함께 5년 만에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현재 캡틴을 맞고 있는 리카르도 포웰이 전자랜드 선수로 첫 선을 보였던 시즌이었다.
서장훈을 앞세운 전자랜드의 6강 플레이오프 상대는 전주 KCC. 전자랜드는 첫 게임 패배 이후 2,3차전을 잡으며 사상 첫 4강 전 진출 확률을 높였다. 하지만 4,5차전을 내리 KCC에 내주며 4강 진출의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시즌이 끝난 후 전자랜드는 한 단계 도약을 위해 코칭 스텝을 새롭게 선임했다. 2009-10 시즌을앞두고 박종천 감독과 유도훈 코치, 그리고 커크 콜리어 코치 체제를 가동했다. 시작부터 삐걱였다. 연패를 거듭했다. 박감독은 병원에 입원하기에 이르렀다. 팀은 혼란에 빠졌다.
유도훈 현 감독이 대행을 맡았다. 하지만 팀을 추스리기에 힘이 부쳤다. 결국 15승 39패라는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고, 대구 오리온스(현 고양 오리온스)와 함께 순위표 최하단에 위치하게 되었다.
그렇게 6년 동안 단 한차례만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을 뿐, ‘암흑기’가 어울리는 시간들을 보내며 미래를 준비했다.

‘끈끈함’ 전자랜드, 4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
2009-10 시즌을 9위로 마감한 전자랜드는 감독 대행을 맡았던 유도훈 코치를 감독으로 승격시키며 새로운 시즌을 준비했다. 결과는 센세이션이었다. FA를 통해 영입한 신기성과 서장훈, 그리고 혼혈 드래프트를 통해 합류한 문태종이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며 정규리그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신기성은 시즌 내내 맹활약하며 프로 통산 세번째 3,000어시스트를 달성했고, 서장훈은 KBL 역사상 첫 12,000점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팀 상승세를 이끌었다. 또, 문태종은 시즌 전 다소 기대 이하라는 평가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4쿼터의 사나이’라는 닉네임을 자신의 수식어로 만드는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앞서 언급한 두 선수의 활약을 도왔다. 게다가 신인급인 정영삼 활약까지 더해진 전자랜드는 단숨에 9위에서 2위로 뛰어오르는 기쁨을 맛볼 수 있었던 전자랜드였다.
그리고 4강 플레이오프 상대로 전주 KCC를 맞이했다. 첫 경기는 승리로 장식했다. 하지만 지난 2008-09 시즌과 다르지 않은 결과와 조우했다. 이후 2,3,4차전을 모두 내주며 사상 첫 챔피언 결정전 진출과 우승이라는 꿈이 좌절되고 말았다. 다시 한번 KCC 하승진의 높이에 무릎을 꿇고 만 전자랜드였다.
아쉬움과 함께 시즌을 마감한 전자랜드는 2011-12 시즌 정규리그 6위에 오르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 최종 성적은 26승 28패. 5할 승률에 실패했지만, 모비스에 이어 6위에 오르며 2년 연속 PO 진출에 성공했다. 서장훈이 이탈했지만, 삼성에서 이적해 온 ‘2대2의 달인’ 강혁을 중심으로 한 끈끈한 공격과 ‘유도훈의 아이들’이 된 이현호, 주태수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준 결과였다. 문태종은 2년 연속 맹활약했다.
지금의 전자랜드 색깔인 끈끈함이라는 컬러가 만들어진 해였다. 플레이오프에서는 다시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케이티와 일전을 벌여 2승 3패로 패퇴하고 말았다. 1차전 34점을 집중시킨 문태종 활약으로 승리를 챙겼지만, 이후 2,3차전을 내주며 벼랑 끝에 몰렸다. 하지만 특유의 끈끈함으로 4차전을 승리로 장식한 후, 5차전에서 2차 연장 접전 끝에 패하며 시즌 일정을 정리해야 했다. 이전 시즌에 비해 더욱 아쉬움 가득한 한 해를 보냈던 전자랜드였다.
그리고 2012-13 시즌 전자랜드는 시즌 시작 이전 모기업 매각설에 휩싸였다. 선수단은 불안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전자랜드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어려운 환경에 선수단은 더욱 똘똘 뭉쳤고, 1라운드 7승 2패를 기록하는 등 승승장구하며 최종 33승 21패를 기록하며 정규리그 3위에 올랐다. 믿기 힘든 성적이었다.
유도훈 식 전술과 전략, 그리고 리카르도 포웰과 문태종을 중심으로 한 신인 선수들의 활약이 눈에 띄었던 한 해였다. 플레이오프 진출한 전자랜드는 6강 플레이오프에서 서울 삼성을 3-0으로 가볍게 물리치고 4강 PO에 진출했다. 구단 창단 이후 참가했던 네 번의 플레이오프에서 첫 승리였다. 4강 전 상대는 울산 모비스. 넘어설 수 없었다. 3연패를 당했다. 다시 도전했던 결승전 진출이 좌절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시즌이 끝난 후 기념적인 발표가 있었다. 구단주가 구단 존속을 결정했다. 희소식이었다. 그렇게 전자랜드의 한 시즌은 또 마무리되었다.
지난 시즌 전자랜드는 다시 4위에 올랐다. 28승 26패를 기록했다. 시즌 끝까지 부산 케이티와 고양 오리온스(27승 27패)와 순위 다툼을 펼친 끝에 만든 호 성적이었다. 포웰가 찰스 로드(부산 케이티)가 선전했고, 유도훈 감독 특유의 용병술과 응집력이 시즌을 강타하며 만든 호 성적이었다.
기분좋은 성적표와 함께 다시 진출한 플레이오프. 상대는 2010-11 시즌 6강 PO에서 맞붙었던 부산 케이티. 시즌 내내 라이벌 전을 펼쳤던 벅찬 상대였다. 결과는 2-3 패배. 3년 전 플레이오프와 같은 결과였다. 1차전을 67-69로 아쉽게 내준 전자랜드는 2차전에서 26점을 만든 포웰을 앞세워 79-62로 낙승을 거두었다.
하지만 3차전에서 64-75로 패했고, 4차전에서 72-66으로 승리하며 4강 PO 진출을 꿈꿨다. 하지만 5차전에서 케이티의 백전노장 송영진의 경험과 전창진 감독의 노련한 경기 운영에 말려 57-79로 패했다. 두 번 연속 케이티 벽을 넘지 못한 전자랜드였다.
그리고 올 시즌, 전자랜드는 시즌 중반 연패를 당하는 고비가 있었지만, 특유의 끈끈함과 뛰는 농구, 그리고 용병술이라는 키워드가 하모니를 이루었고, 결과로 25승 29패로 정규리그 6위에 오르며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사상 첫 KBL 외국인 선수 주장에 임명된 포웰의 활약과 리더쉽, 그리고 이현호를 중심으로 한 토종 선수들의 정신력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와 함께 4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었던 전자랜드였다.
플레이오프 첫 상대는 서울 SK. 3-0 혹은 3-1로 SK 우세가 예상되었다. 하지만 전자랜드는 준비와 3점슛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SK를 3-0으로 물리치며 이번 플레이오프 최고의 팀으로 떠오르는 기적을 창출했다.
그리고 동부와 4강 전을 통해 또 한번의 드라마 같은 승부를 펼쳤다. 승리와 패배를 번갈아 경험했던 전자랜드는 5차전에서 다시 드라마 같은 승부를 펼치며 보는 이들로 하여금 기적을 기대케 했다. 하지만 넘어서지 못했다. 그러나 전자랜드가 플레이오프 8게임을 통해 보여준 감동은 충분했다. 5차전과 같이 말이다.
그렇게 전자랜드의 사상 첫 챔피언 결정전 진출은 다시 좌절로 끝을 맺었다. 객관적인 전력의 열세를 정신력과 투지, 그리고 조직력으로 극복했던 2014-15 시즌의 전자랜드는 앞으로 KBL 팀들의 좋은 표본이 될 것 같다.계속된 분투를 기대해 본다.
사진 제공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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