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 해외전지훈련지 분석, 희망을 약속하는 땅은 어디?

duk hyun / 기사승인 : 2015-04-14 09:4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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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켓코리아 = 편집부]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2월은 미국 애리조나와 플로리다, 일본 오키나와 같은 전지훈련지에서 구슬땀을 쏟는 시간이다. 프로축구 각 구단들도 야구보다는 훨씬 다양한 해외에서 전지훈련을 펼치고 있다. 야외에서 펼쳐지는 이들 종목과 달리, 농구처럼 실내 종목의 경우 해외 전지훈련 무용론이 제기되기도 한다. 실내에서 히터를 틀어놓고 훈련을 하는 프로농구 팀이 왜 해외까지 나가냐는 의문 제기다. 하지만 이에 대한 농구인들의 시각은 다르다. 비단 체육관 내의 온도뿐만이 아니라, 해당 지역의 기후가 선수들의 컨디션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다는 주장이다. 연습 경기를 펼칠 상대도 중요하다.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특성을 가진 선수들과 경기를 펼치는 게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문득 궁금해졌다. 10년 넘게 프로농구를 취재하고 있는 입장에서, 그 동안 어느 팀들이 어떤 지역으로 전지훈련을 다녔고, 또 결과는 어땠는지. 과연 성적과의 연관 관계는 있었는지. 프로농구 해외 전지훈련, 약속의 땅은 과연 있을까? 있다면 과연 어디일까?

쉽지 않았던 취합 작업

아마 그 누구도 시도해보지 않았을 작업이리라. 연도별로 모든 구단의 해외 전지훈련지를 리서치하는 작업은 결코 쉽지 않았다. ‘전화 10통만 돌리면 되겠지’라는 생각은 나만의 착각이었다. 주인이 바뀐 구단들도 많았고, 담당 프런트도 거의 바뀐 상태였다. 개중에는 연도별 전지훈련지를 곧바로 머릿속에서 막힘없이 풀어내는 구단도 있었지만, 일부 구단은 품의서를 뒤져보고, 퇴사한 직원에게 연락해 물어보는 등 적지 않은 고생을 하기도 했다. 기자 본인도 방대한 예전 기사들을 검색해보고, 지금은 그만둔 추억 속의 프런트, 감독, 코치들과 수십 통의 통화를 해야 했다. 그 결과물로 프로농구 초창기를 제외한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모든 팀들의 해외 전지훈련지를 취합할 수 있었다. 원고를 써내려가기 전부터 깊은 한숨이 나올 정도로 이미 지쳤지만, 각 팀들의 시즌 성적과 대입해보니 나름 재미있는 상관관계들이 많이 눈에 띄어 그래도 재미있는 작업이었다는 생각이다. 지면을 빌려 취재에 협조해준 각 팀 관계자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전한다.

2001년부터 KBL 리그에서 뛴 팀들이 거쳐 간 전지훈련지는 모두 추적했다. 같은 해에 두 나라 이상의 전지훈련지를 들렀다면 두 개로 카운트했다. 예를 들어 모비스의 경우 2013년, 미국 LA와 일본 도쿄에서 훈련을 하고 중국 윈저우에서 대회에 참가했는데, 미국과 일본, 중국을 모두 횟수에 포함시켰다. 각종 초청 대회들도 일단은 모두 전지훈련의 범주에 포함시켰다. 초청 대회이든, 공식 대회이든, 비시즌에 선수들끼리 호흡을 맞추며 전력을 끌어올리는 차원에서 진행되기 때문이다.

최고 인기 전지훈련지는 역시 일본

그 결과, 2001년 이후 프로농구 팀들이 가장 많이 찾은 전지훈련지는 단연 일본이었다. 농구의 경우 기후의 영향을 적게 받기 마련. 비행시간이 짧고 제반 조건이 편리한 일본은 각 구단들에게 가장 인기 높은 전지훈련지였다. 그 뒤로 26회의 미국과 21회의 중국이 뒤를 이었고, 해외 전지훈련 없이 국내 훈련으로 대체한 경우는 23회였다.

농구 인기가 높은 필리핀이 9회, 호주가 6회로 뒤를 이었고, 2000년대 중반 초청 대회에 꾸준히 참가했던 브루나이가 5회였다. 이밖에 스페인과 터키, 노르웨이 등 유럽으로 전지훈련을 간 팀도 각각 한 번씩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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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농구 전지훈련, ‘약속의 땅’은 어디?

가장 기대되는 통계였다. 전지훈련 별로 다음 시즌 평균 순위는 어떻게 나타날지, 좀 더 과장해 말하자면 ‘약속의 땅’은 어디였는지가 궁금했다. 물론 기준은 애매하다. 일정 팀, 일정 선수도 아니었고,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10개 팀(일부 구단은 주인도 여러 번 바뀌었고)이 떠나는 긴 여정이었으니, 수많은 변수가 있다. 예를 들어 최근 몇 년 동안 모비스나 SK가 택했던 전지훈련지는 평균 순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전자랜드의 암흑기였던 2000년대 중반, 오리온스의 흑역사가 밴 2000년대 후반, 두 팀들의 전지훈련지는 평균 순위가 대폭 하락했을 것이다. 그저 재미 반, 흥미 반으로 이 통계를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단 각 팀들이 5회 이상 택했던 전지훈련지 중, 가장 결과가 좋았던 장소는 중국이다. 중국을 거친 21개 팀의 다음 시즌 평균 정규리그 성적은 4.4위. 이 통계만을 보고 ‘약속의 땅은 중국’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초청 대회가 많았던 중국의 경우, 전 시즌에 좋은 성적을 낸 팀들이 주로 초청되기 때문에 평균 성적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구단 관계자나 코칭스태프, 선수들이 모두 선호하지 않는 중국이 가장 결과가 좋다는 점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중국에 못지않게 다음 시즌 성적이 좋았던 나라는 미국이다. 26개 팀이 거쳐 간 미국은 다음 시즌 정규리그 평균 성적이 4.8위로 집계됐다. 미국의 대표적인 전지훈련지는 LA 근교의 작은 도시들인데, 최근 몇 년 동안 ‘2강’으로 군림하고 있는 모비스와 SK가 매년 이 곳을 베이스캠프로 삼고 있다.

가장 많은 42개 팀이 캠프를 차렸던 일본은 다음 시즌 평균 정규리그 성적이 5.2위로 나타났다. 일본 중에서도 가장 많은 팀들이 찾는 도시는 단연 도쿄. 농구 팀들에게 도쿄는 야구의 오키나와 같은 곳이라고 할 수 있다. 9월 전지훈련 시즌에는 3~4개 팀들이 도쿄에 모여 서로 연습경기를 펼치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 평균 성적은 5.2위. 중국에 비해 0.8위 차이나 난다는 점은 흥미롭다.

2000년대 중반, SK와 TG삼보(현 동부), LG 등이 대회에 참가하며 전지훈련을 대신했던 브루나이는 결과가 신통치 않았다. 다음 시즌 평균 성적이 5.4위. 그나마 6.3위에 그친 필리핀보다는 훨씬 나은 전지훈련지라고 할 수 있을까?

‘농구에는 해외 전지훈련이 필요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자료를 내밀어야겠다. 해외로 나가지 않고 국내 훈련으로 대체한 23개 팀의 다음 시즌 성적은 평균 6.3위였다. 즉, “6강 가고 싶거든 해외 전지훈련 가야한다”고 주장하는 바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눈길을 끄는 전지훈련지가 바로 호주이다. 호주는 2001년 이후 총 6개 팀이 캠프를 차렸는데, 다음 시즌 이들 팀의 성적이 안습이다. 무려 평균 8.5위. 2011년 멜버른에서 훈련을 한 뒤 2011~1012시즌 9위에 그친 SK는 이듬해부터 전지훈련 캠프를 미국 LA 근교의 어바인으로 옮긴 뒤 계속 선두권을 지키고 있다. 물론 전력 보강도 있었고, 문경은 감독의 ‘형님 리더십’도 있지만, 이쯤 되면 전지훈련지의 영향도 분명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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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의 땅’은 없어도 ‘안습의 땅’은 있다.

계속 해서 호주 얘기를 더 해봐야겠다. 호주만 갔다 오면 평균 8.5위를 한다는 사실이 너무도 재미있지 않은가. 잠시 언급한 SK 외에도 호주 전지훈련을 경험한 각 팀들은 “다시는 호주 안 간다”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 정도다. 지금은 자타가 공인하는 최강팀으로 우뚝 선 모비스. 한창 우울했던 2000년대 초반, 2001~2002시즌과 2003~2004시즌에 모비스는 모두 정규리그 꼴찌를 했는데, 당시 전지훈련지가 모두 호주였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2002~2003시즌에는 6위로 그나마 괜찮은 성적을 냈는데 그 때는 호주가 아닌, 일본에서 훈련을 했다.

‘호주의 악몽’은 KGC인삼공사에게도 남의 얘기가 아니다. SBS 시절이었던 2003년 호주에서 전지훈련을 했는데 정규리그 9위에 그쳤다. 그로부터 8년 후, KT&G에서 KGC인삼공사로 팀명을 바꾸고 뭔가 새롭게 출발해보고자 ‘호주 브리즈번’이라는 생소한 도시에 전지훈련 캠프를 차렸는데, 결과는 또 다시 9위. 당시 KT&G의 캠프에서는 각 팀의 전력 분석 자료가 들어있던 노트북 컴퓨터를 도난 당하고, 외국인선수는 아내 출산을 지켜야한다고 미국으로 떠나는 등 각종 악재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제 KGC인삼공사가 다시 호주로 전지훈련을 갈리는 없어 보인다.

호주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은 전자랜드가 유일하다. SK 빅스 시절이었던 2003년 이름도 생소한 울런공에서 훈련을 했는데, 다음 시즌 정규리그 4위에 올랐다. 그렇다 해서 울런공 전지훈련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나보다. 당시 팀을 지휘했던 유재학 감독은 “연습 경기 한 번 하려면 버스를 타고 2~3시간 이동은 기본이었다. 선수들도 동네 농구 수준이었고, 거칠기는 왜 그렇게 거친지 선수들 부상이 염려될 정도였다”라고 혀를 내두른다.

각 팀에 따라 선호하는 훈련지와 피하고 싶은 훈련지도 있기 마련이다. 대표적인 구단이 KCC. KCC는 모기업과 연관된 중국을 6번이나 찾았는데, 그 중 한 번만 10위에 그쳤고, 나머지 다섯 번은 2위 두 번과 3위 세 번의 호성적을 냈다. 반면 해외 전지훈련을 가지 않은 적이 딱 두 번 있는데 그 다음 해에는 9위와 7위에 그쳐 어김없이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KCC는 꼭 해외로 전지훈련을, 그 중에서도 중국으로 가야 하는 걸까?

KCC와 반대로 오리온스는 해외 전지훈련을 가지 않았을 때의 성적이 가장 좋았다. 물론 김승현의 기량이 절정이었고, 전체적인 팀 전력이 가장 강했던 2000년대 초반이었지만, 오리온스는 해외 전지훈련 없이 2001~2002시즌부터 세 시즌 동안 1위-1위-3위에 올랐다.

문경은 감독 부임 이후 어김없이 매년 여름 LA를 찾는 SK에게 피하고 싶은 장소는 필리핀과 한국이다. SK는 필리핀으로 전지훈련을 세 번 갔는데, 다음 시즌 성적은 9-7-7위. 국내 훈련도 세 번 했는데, 다음 시즌 성적은 7-8-10위였다. SK가 2002~2003시즌부터 10시즌 동안 6강 플레이오프에 딱 한 번 올라간 건 유명한 사실이다. 그 한 번인 2007~2008시즌 역시 전지훈련을 미국 포틀랜드로 갔다는 사실은 놀랍다. 2000년대 SK의 흑역사는 필리핀, 그리고 국내 훈련에서 비롯된 것일까?

남들 가는 곳으로 가자

2001년 이후, 단 1개 팀들만 가본 이색 전지훈련지는 모두 세 곳이었다. LG가 2001년에 훈련 캠프를 차린 스페인과 전자랜드가 2007년 갔던 터키, 코리아텐더(현 KT)가 2003년에 방문한 노르웨이다.

모두 유럽이고, 나름대로 괜찮은 프로 팀들이 있는 나라들이지만 관계자들에게 취재를 해본 결과 당시 전지훈련에 대한 기억은 그다지 좋지 않다.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음식. 20여 명의 선수단이 보름 가까이 머무는 여름 전지훈련의 경우 훈련 환경과 생활 환경이 가장 중요하다. 그 중 생활 환경에는 숙소와 음식이 주된 것인데, 역시 선수들에게는 맛있는 한식이 필수 요소다. 그런 점에서 일본과 LA가 강점을 갖는 것인데, 그에 반해 유럽 전지훈련 캠프들은 선수들의 먹거리를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LG가 스페인 전지훈련을 했던 2001~2002시즌 5위로 나름 선방했을 뿐, 노르웨이에서 시즌을 기약한 코리아텐더가 정규리그 8위(시즌 중에 KTF로 인수)에, 터키에서 구슬땀을 흘린 전자랜드도 2007~2008시즌 7위에 그쳐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역시 남들 안 가는 곳은 다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마지막으로 농담 한마디로 글을 마치려 한다. 나름 기자 본인의 경험을 세어보니 전지훈련 취재를 5번이나 한 것 같다. 이 기회에 ‘그 팀들 성적은 어땠나’ 다시 한 번 되짚어봤는데 거의 충격에 가깝다. 연도와 팀은 밝히지 않겠다. 순위는 4-8-9-9-10위였다. 올 여름에도 전지훈련 취재를 가게 되지 않을까. 다들 긴장하시라.

글 = 허재원 YTN 기자, 사진 = 안양 KGC인삼공사 제공

[이 기사는 농구 전문 잡지로 2015년 1월 새롭게 창간한 더 바스켓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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