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코리아 = 편집부] 지난 시즌 인천 신한은행은 정인교(47) 감독 체제로 첫 시즌을 보냈다. 정인교 감독은 물론 코치진까지 모두 바뀌며 신한은행은 전과는 다른 모습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정인교 감독은 전형수(38), 이민우(43) 코치를 선임하며 신한은행의 새 판을 짜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대대로 정인교 감독의 신한은행은 과거의 신한은행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짠물 수비의 진수를 보여주며 수비 1위 팀으로 변신한 신한은행. 많은 변화를 겪은 신한은행처럼 코치로서 첫 시즌을 보낸 전형수 코치도 인생의 전환점을 겪었다. 이제는 초보 코치로 첫 발을 내딛은 전형수 코치가 ‘THE BASKET’의 코치 열전에 WKBL 두 번째 코치로 선정됐다. (이 기사는 4월 20일 작성됐고, 전형수 코치의 구술을 정리한 내용이다.)짧았던 전성기와 잦은 이적
나는 전성기가 굉장히 짧았던 것 같다. (전성기가) 2, 3년 정도였다. 1번 포지션과 2번 포지션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정체성을 잃었던 것 같다. 또 팀에 적응을 하려고 하면 이적을 했던 것도 아쉽다. 그래도 제일 기억에 남는 구단은 역시 입단했던 코리아텐더다. 팀 사정이 좋지 않아서 두 번째 시즌 개막을 앞두고 모비스로 트레이드 된 순간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남자 선수들이지만 다 함께 울었다.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고 농구를 그만두고 싶기도 했다.
그래도 나의 장점을 제일 잘 살려주신 감독님이 유재학 감독님과 추일승 감독님이었다. 유재학 감독님 밑에 있으면서 농구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한 것 같다. (양)동근이가 제대하면서 더 많이 뛸 수 있는 팀으로 이적하긴 했지만 짧은 시간 동안 모비스에서 좋은 시간을 보낸 것 같다. 그리고 추일승 감독님은 (내가) 은퇴를 빨리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나를 더 이끌어주신 분이었다. 정말 감사하다.
나는 유명한 선수도 아니었다. 대부분 나에 대한 평가는 공격형 가드가 전부다. 선배들 보면 ‘에어본’이나 ‘2대2의 달인’같이 별명이 있었다. 나도 강혁 형처럼 2대2를 잘했다. 그래서 2대2를 잘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었다. 지금 생각하면 선수시절 목표했던 것에 반도 달성하지 못 하고 은퇴한 것 같다. 그래도 팀을 많이 옮겨 다녀서 그런지 지금 선수들을 코치하는데 있어서는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여러 감독님들의 지도 스타일이나 운동 방법, 지론들을 보고 배울 수 있었던 것이 경험이 됐다.
유재학의 남자? 추일승의 남자?
아무래도 유재학 감독님과 추일승 감독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 두 분의 스타일은 완전히 다르다. 유재학 감독님은 카리스마가 있으시고 상대의 약점을 잘 파악한 후 파고드는 스타일이다. 내가 모비스에 있을 때 용병이 굉장히 약했다. 그때 KT&G(현 KGC인삼공사)만 만나면 20점 차이로 지는 등 유독 그 팀에 약했다. 근데 한 번은 유재학 감독님이 KT&G의 약점을 파악하시고는 슛이 안 좋은 선수한테 슛을 주는 한이 있어도 나머지 선수들을 막는 작전으로 나갔다. 그래서 그 경기를 이겼던 기억이 난다. 수비가 약한 선수를 집중 공략한다거나 상대팀의 약점을 공략하는 것이 유재학 감독님의 스타일이다.
반면 추일승 감독님은 부드러우시고 공부를 많이 하시는 분답게 전술이 다양하다. 공부나 연구를 많이 하시는 감독님으로 소문이 나셨다. 그렇다고 유재학 감독님이나 다른 감독님들이 연구를 안 하신다는 건 아니다(웃음).
생각지도 못 한 여자프로농구 코치의 길데뷔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눈을 감았다 뜨니까 코치가 되어 있는 것처럼 세월이 정말 빠르다.
여자프로농구 코치를 할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 했다. 은퇴하기 직전에 고양 오리온스 코치로 계셨던 서동철 감독님이 청주 KB스타즈 감독으로 가시면서 그때부터 여자프로농구에 관심이 생겨서 챙겨봤던 것 같다. 그때 신한은행과 KB스타즈의 경기가 정말 재미있었다. 박진감이 넘쳤다. 그때만 해도 내가 신한은행의 코치가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고양 오리온스에서 계약이 1년 남아 있었다. 그때 정인교 감독님에게 코치 제안을 받았다. 계약이 남아 있었지만 벤치에 주로 앉아 있다 보니 고민을 했다. 집사람과도 대화를 많이 했다. 그러다 지인들에게 ‘선수를 코치하는데 남자, 여자가 어디있냐’는 말을 듣고 신한은행의 코치를 하기로 결심을 하게 됐다. 또 신한은행이라는 팀이 선수 구성도 좋고, 우승 경험을 가진 선수들이 있어 처음 코치를 하는 나에게는 좋은 팀이 될 거라고 생각을 했다. 신한은행이라 더 빨리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것 같다.
전성기가 짧았고 하락세를 타면서 나이가 드니 자연스럽게 지도자가 돼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고참으로서 벤치에 오랜 시간 있어서 그런지 이 선수의 어떤 점을 잘 살려줘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던 것 같다. 갑작스럽게 신한은행에 왔지만 여자 팀에 대한 소문(?)을 익히 들어서 걱정이 많았다. 처음에는 (여자 선수들의 성향을) 잘 모르는 상태여서 강하게 나가기보다는 유하게 선수들을 대했던 것 같다. 하지만 조금 지나면서 이제는 지적해야 할 부분은 강하게 지적하기도 하고 상황마다 다르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코치로서 첫 시즌? ‘멘붕’의 연속
남자 팀과 여자 팀은 정말 다르다. 제일 큰 차이는 훈련에 대한 선수들의 이해도였고, 신체적 차이였다. 예를 들어 남자 팀은 픽앤롤을 하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공식이 있는데 여자 팀은 아니다. 기본적인 움직임부터 하나, 하나 세밀하게 지도를 해야 한다. 또 선수들이 이 훈련을 왜 하는지에 대한 이해를 못 할 때도 있다. 사실 처음 팀에 와서 감독님이 선수들에게 골밑슛, 레이업슛, 드리블 등 기본적인 것을 훈련할 때 저걸 왜 프로 선수들이 하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그걸 보고는 ‘멘붕’이었다. 어디서부터 무엇을 훈련 시켜야할지 감이 안 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왜 감독님이 기본기부터 차근차근 시키셨는지 이해를 할 수 있었다.
또 퓨처스리그를 치르면서 ‘경험 없이는 절대 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비시즌 때부터 주전 선수들이 대표팀에 나가있어서 벤치 선수들 혹은 어린 선수들 위주로 훈련을 했다. 그래서 퓨처스리그 선수들끼리는 조직력이 굉장히 좋았다. 문제는 경험이 없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한번은 작전타임 때 상대의 수비를 예상하고 선수들에게 작전을 내렸는데 막상 코트에 들어서니 상대팀이 다른 수비를 섰다. 그때 선수들이 나를 쳐다봤다. 그 순간 너무 당황했고 내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허를 찔린 기분이었다. 다행히 정신을 차리고 선수들한테 시그널을 보냈지만 감독님 뒤에서 앉아서 보던 것과 코트 위에서 직접 선수들을 지휘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공부를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 이제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알았기 때문에 그 점을 보완할 것이다. 퓨처스리그 선수들이 언니들 위주로 훈련을 하다 보니 훈련양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작년보다 강하게 선수들을 훈련시킬 생각이다.고참일 때 벤치에 있는 후배들에게 자신감을 가지라고 자주 말했던 기억이 난다. 주전 선수들은 실수 한 두 번 한다고 교체되는 일이 많지 않다. 그러나 벤치 선수들은 겨우 교체돼 코트에 들어가도 한 번 실수하면 바로 교체되는 일이 빈번하다. 그래서 벤치 선수들은 실수할까봐 두려워한다. 그러나 기회가 왔을 때 그 기회를 잡을 수 있게 준비를 철저히 하면 된다. 그런 마음을 잘 알기 때문에 퓨처스리그 때도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강조한다. 퓨처스리그 마지막 경기 때였던 것 같다. 상대팀이 계속 팀 디펜스를 하는데 선수들이 피해다녔다. 그래서 선수들한테 ‘계속 얻어맞기만 하지 말고 한 번이라도 피하지 말고 맞서라’라고 지시했던 적이 있다. 결국에는 한 번도 이기지 못 했지만 선수들이 피하지 않는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나 역시 10번을 해서 8번이 될 때까지 시키려고 한다. 그런 고집이 좀 있는 것 같다.
WKBL의 스타일을 보여준 정인교 감독
정인교 감독님이 여자프로농구에 입문하신지 10년 정도 되셨다고 들었다. 감독님은 굉장히 합리적이시고 선수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시는 편이다. 또 운동 시간에는 예외 없이 집중력을 강조하고 강하게 하지만 휴식 시간이나 사생활은 전혀 관여를 하지 않으신다. 한 마디로 할 때는 하고, 놀 때는 노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그런지 처음 팀에 왔을 때보다 가족적인 분위기가 형성된 것 같다. 감독님의 스타일이 정착이 되면서 서서히 팀의 체계도 만들어진 것 같다. 또 감독님이 배려를 하시니까 선수들도 잘 따라와 주는 것 같다.
첫 시즌을 시작하면서 감독님과 수비에 대해서 세밀한 부분을 많이 준비했다. 예를 들어 더블팀 수비를 할 때 타이밍이나 상대팀에 따른 약간의 변화 등을 말이다. 아직도 그런 부분이 완벽하지는 않다. 더 다져야 하는 부분이다.
큰 기대만큼 뼈아팠던 결과
성적이 기대만큼 좋지 않았던 것이 가장 아쉽다. 지난 시즌을 준비하면서 우리은행과의 챔피언결정전 영상을 자주 봤다. 보면서 ‘잘 준비하면 우승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목표를 이루지 못 한 것이 정말 아쉽다. 지난 시즌에는 수비보다는 공격이 힘들었다. 성적을 못 낸 것이 내 잘못 같다. 내가 경험이 부족하고 감독님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 한 것도 분명 있는 것 같다. 사실 지난 시즌에는 연고지를 옮기면서 안산에서 인천까지 훈련을 다니느라 훈련양이 부족했던 것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휴가기간에 반성도 많이 하고 무엇이 부족한 지 생각했다. 비시즌 동안 감독님과 대화를 하면서 팀을 잘 만들어가야 할 것 같다.
(코치로서) 2년차가 되는데 기본적인 틀은 잡혔다고 본다. 이제는 세부적인 부분을 다질 생각이다. 5월에 있을 워크샵 전까지 부족한 부분이 무엇이고, 다음 시즌에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 생각해서 워크샵 때 선수들에게 잘 이야기 해주려고 한다. 신한은행은 이제 다 갖춰진 팀이기 때문에 착실히 준비만 잘 한다면 우승컵을 되찾아 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초보 지도자가 꿈꾸는 샌안토니오와 명장내가 생각한 롤모델은 미국프로농구(NBA)의 샌안토니오 스퍼스다. 퓨처스리그를 치르면서도 샌안토니오 스타일을 따라하려고 했다. 성공한 작전도 있었다. 은퇴할 때쯤부터 NBA를 챙겨 봤다. 샌안토니오 농구를 보면 눈이 맑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설렁설렁 하는 것 같은데도 정말 잘한다. 샌안토니오는 조직력의 농구를 하는 팀이다. 패스웍도 좋은 팀이다. 쉴 세 없이 패스가 돌아간다. 축구로 따지면 골키퍼까지 제치고 골을 넣는 팀이 샌안토니오다. 기억에 남는 것이 지난 시즌에 샌안토니오가 마이애미 히트를 상대로 우승한 것이다. 그 전 시즌에 마이애미한테 6차전을 연장 끝에 지고 7차전까지 지면서 패했던 샌안토니오가 다시 만난 마이애미를 내리 4승1패로 물리치는 모습은 대단했다. 샌안토니오의 이런 부분을 워크샵에서 선수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사실 아직도 흔히 말하는 ‘형님, 오빠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가 돼야 하는지,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가 돼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유재학 감독님의 스타일이 맞는 건지, 추일승 감독님의 스타일이 맞는 건지도 모르겠다. 여자 팀에서는 정인교 감독님의 스타일이 맞는 것 같다. 아직은 고민 중이다. 그래도 공부는 열심히 하고 있다. 다들 그렇겠지만 잘 때도 패턴을 생각한다. 꿈에도 나타난다. 경기를 지면 왜 졌는지 생각하게 된다. 쉬는 시간에는 영상을 주로 본다. 2대2 수비가 안 되면 수비를 잘하는 팀 영상을 찾아보곤 한다.
지도자가 되면 모두 그렇겠지만 명장이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승이 먼저 인 것 같다. 코치로 오랫동안 내공을 쌓고 경험을 많이 해서 준비된 감독이 되고 싶다. 유재학 감독님도 꼴찌를 하셨던 적도 있다. 밟히면서 배웠다고 하셨는데 그렇게 밑바닥부터 배운다고 하더라. 정답이 어떤 건지는 아직 모르겠다.
글 = 윤초화 기자, 사진 = 이솔 기자
[이 기사는 농구 전문 잡지로 2015년 1월 새롭게 창간한 더 바스켓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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