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스켓코리아 = 이재승 기자] 12월 21일(이하 한국시간) NBA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이날은 LA 레이커스의 ‘Black Mamba’ 코비 브라이언트(가드, 198cm, 96.2kg)가 엄청난 득점을 퍼부은 날이다. 브라이언트는 지난 2005-2006 시즌 댈러스 매버릭스와의 홈경기에서 양 팀에서 가장 많은 62점을 올린 날이다. 이날 브라이언트의 기록이 더욱 대단한 점은 3쿼터까지만 뛰고도 60점을 넘겼다는 점이다. 브라이언트는 3쿼터를 마치고 일찌감치 퇴근했다. 당시 레이커스의 지휘봉을 잡고 있던 필 잭슨 감독(뉴욕 사장)은 브라이언트를 내보내 기록을 갈아치우게 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브라이언트의 엄청났던 퍼포먼스!
레이커스는 이날 경기 내내 댈러스를 압도했다. 지금 레이커스가 댈러스를 상대로 크게 앞설 일은 없을 것 같지만, 당시에는 그랬다. 전반을 53-44로 마치면서 리드를 잡았다. 레이커스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레이커스는 3쿼터에만 무려 42점을 퍼부으면서 이날 승패를 일찌감치 갈랐다. 레이커스는 3쿼터에만 40점 이상을 퍼부으면서 3쿼터에 이미 90점을 돌파했다.레이커스가 42점을 올리는 사이 댈러스는 단 17점에 그쳤다. 결국 레이커스가 4쿼터를 앞두고 95-61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결국 이날 레이커스는 댈러스에 112-90으로 대승을 거뒀다. 4쿼터에 브라이언트가 나서지 않은 가운데 17점만 올리고도 무난하게 승리했다. 이날 브라이언트 홀로 팀 득점의 절반 이상을 책임졌다. 당시 레이커스에는 브라이언트와 라마 오덤이 주축이었다. 이날 주전으로는 브라이언트, 오덤과 함께 스무쉬 파커, 브라이언 쿡, 크리스 밈이 나섰다. 벤치에는 디비언 조지, 루크 월튼, 콰미 브라운, 라런 프러핏, 사샤 부야치치(뉴욕) 등이 있었다. 앤드류 바이넘은 갓 데뷔한 신인이었다.
공교롭게도 레이커스는 이날 브라이언트 외에 두 자리 수 득점을 올린 선수가 단 1명도 없었다. 브라이언트가 3점슛 4개를 곁들이며 62점을 폭격하는 동안 오덤과 파커가 7점씩 보태는데 그쳤다. 프러핏도 벤치에서 8점을 더했다. 브라이언트는 이날 무려 25개의 자유투를 시도했다. 이중 22개를 집어넣은 그는 자유투로만 20점 이상을 득점하며 다득점의 초석으로 삼았다. 야투 시도만 31회에 달했다. 이중 18개를 집어넣는 기염을 토해냈다. 이날 브라이언트의 필드골 성공률은 무려 58%를 넘어섰다(.581).
3점슛 성공률도 지금처럼 쳐다보지도 못할 수준은 아니었다. 브라이언트는 10개를 던졌고, 이중 4개를 집어넣었다. 결국 브라이언트는 다수의 자유투와 던지는 즉시 들어가는 2점슛을 바탕으로 ‘3쿼터까지만 뛰고 62점’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만들어냈다. 신기한 점은 브라이언트가 무려 62점을 퍼붓는 동안 출장시간이 단 32분 53초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3쿼터까지 모든 시간을 소화한다면 36분이 나온다. 하지만 브라이언트는 36분도 뛰지 않았다. 잭슨 감독은 브라이언트가 3쿼터까지 많이 쉬지 않았고, 승부도 갈린 만큼 그를 내세우지 않았다.
브라이언트는 득점만 올린 것은 아니다. 8리바운드 3스틸을 곁들였다. 다만 신기하게도 어시스트는 단 1개도 없었다. 브라이언트는 2000년대 후반까지만 하더라도 패스는 좀 할 줄 아는 선수였다. 하지만 이날은 자신의 손이 뜨거워서였는지 정작 어시스트는 뽑아내지 못했다. 이날은 그야말로 브라이언트 홀로 꾸역꾸역 승리를 만들어낸 경기였다. 더 놀라운 점은 이 시즌에 브라이언트가역대 1경기 최다 득점 2위 기록인 81점(인간계 역대 1경기 최다 득점)을 만들어낸 시즌이기도 하다(1위는 윌트 체임벌린의 100점).
레이커스는 이 때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레이커스는 7번시드를 받았고, 1라운드에서 스티브 내쉬가 이끄는 피닉스 선즈와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레이커스는 피닉스와 7차전까지 가는 접전을 벌였다. 1차전을 내줬지만, 내리 3경기에서 이기면서 2라운드 진출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이후 남은 3경기에서 1경기를 따내지 못하고 탈락했다. 4차전이 박빙이었다. 막판에 피닉스의 실책이 나왔고 레이커스가 역전할 기회를 잡았다. 이 때 당시 중계했던 『TNT』의 마이크 브린 캐스터가 중계도중 한 말은 아직까지도 귓가에 선하다. 아마 이 말은 브라이언트팬들은 물론 레이커스팬들까지 설레지 않을까 싶다.
“Bryant for the win!"
매버릭스는?
댈러스에는 지금도 댈러스 유니폼을 입고 있는 덕 노비츠키와 데빈 해리스가 있었다. 노비츠키는 이날 팀에서 가장 많은 18점을 포함 11리바운드를 곁들였다. 노비츠키는 이날 27분여를 소화하는데 그쳤다. 벤치에서 나선 해리스는 18점 5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 영향을 주진 못했다. 댈러스는 이날 공격이 제대로 풀리지 않아 진땀을 흘려야 했다. 필드골 성공률이 33.3%에 그쳤을 정도로 슛 성공률이 좋지 않았다.
특히 노비츠키를 도와줘야 하는 조쉬 하워드와 제이슨 테리(휴스턴)가 모두 20% 미만의 필드골 성공률이 그친 점이 뼈아팠다. 이들 둘은 도합 26개의 슛을 시도해 5개를 성공시키는데 그쳤다. 하워드는 이날 7점 1리바운드 1어시스트에 머물렀다. 테리도 마찬가지. 테리는 이날 3점슛 2개를 바탕으로 9점 2리바운드 2스틸을 올렸다. 샤킬 오닐에 이어 No.2 센터라 칭하던 에릭 뎀피어도 7점 3리바운드 1어시스트 1스틸 1블락에 그쳤을 정도로 처참했다.
이 때 댈러스는 팀 역사상 처음으로 서부컨퍼런스 챔피언에 등극한 시즌이었다. 에이브리 존슨 감독의 지도 아래 댈러스는 60승을 22패를 기록하며 빼어난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댈러스는 플레이오프 시드배정에서 4위에 그쳐야 했다. 같은 지구에 있는 샌안토니오 스퍼스가 댈러스보다 더 좋은 승률을 기록했기에 지구우승을 차지하지 못했기 때문. 이번 시즌부터는 시드배정에서 지구우승의 이점이 사라졌지만, 이 때는 소위 와일드카드 개념(지난시즌까지의 시드배정)도 없었기 때문.
결국 댈러스는 4번시드를 받는데 그쳤다. 성적대로라면 댈러스는 2번시드를 받아야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결국 피해자는 샌안토니오였다. 샌안토니오는 댈러스와의 서부컨퍼런스 세미파이널에서 무릎을 꿇어야 했다. 이번 시즌의 시드배정 규정에 따르면 두 팀은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만났을 터. 하지만 이 때는 규정이 바뀌기 전이었다(이 시즌을 끝으로 시드배정에서 상위 1팀을 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만들어졌다). 3라운드에서는 스티브 내쉬의 피닉스 선즈를 만나 시리즈 스코어 4대 2로 승리를 거뒀다.
댈러스 역사상 첫 파이널 진출. 안방에서 열린 첫 2경기를 따낼 당시만 하더라도 댈러스는 우승의 꿈에 부풀었다. 하지만 일찍이 샴페인을 터트리고자 한 탓일까? 댈러스는 이후 4경기를 내리 패했다. 역대 파이널에서 2승을 선취한 뒤 내리 4연패한 팀은 없었다. 결국 댈러스는 우승에 실패했다. 댈러스의 2옵션인 하워드는 시리즈 도중 파티를 벌였다는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점프슛은 우승하지 못한다’는 말 앞에 댈러스는 무릎을 꿇어야 했다.
Side Story_ 우승과 연을 맺지 못한 댈러스
악몽은 멈추지 않았다. 댈러스는 지난 2006-2007 시즌에는 더 좋은 성적을 거뒀다. 댈러스는 67승을 수확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덕 노비츠키는 정규시즌 MVP에 선정됐다. 지난 2시즌 동안 127승을 거두는 등 명실공히 리그를 대표하는 팀으로 우뚝 섰다. 하지만 댈러스는 플레이오프를 넘어서지 못했다. 댈러스는 1라운드에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게 패했다. 플레이오프에서 1번시드고 8번시드에게 뒤집힌 경우는 가끔 있었다.
하지만 1라운드가 7전제로 뒤바뀐 이후에 댈러스는 첫 업셋을 당한 팀이 됐다. 골든스테이트는 42승을 거둔 팀에 불과했다. 댈러스와 격차는 무려 25승 차이. 하지만 골든스테이트에는 댈러스를 지도해 본 바 있는 돈 넬슨 감독이 사령탑으로 있었다. 이 때 오라클아레나(골든스테이트의 홈코트)의 열기는 엄청났다. 댈러스가 조기에 탈락한 이득은 샌안토니오가 누렸다. 샌안토니오는 58승을 거두고 3번시드를 받았다.
피닉스는 61승으로 2번시드로 플레이오프 나섰다. 두 팀은 2라운드에서 격돌했고, 내쉬는 샌안토니오에게 적수가 되지 않았다(이후 내쉬는 지난 2010 서부컨퍼런스 세미파이널에서야 샌안토니오를 처음 꺾었다). 결국 샌안토니오가 피닉스를 제치고 3라운드에 진출했다. 반대편 대진에서는 댈러스가 탈락하면서 무게감이 떨어졌다. 데런 윌리엄스(댈러스)와 카를로스 부저가 이끄는 유타가 올라왔지만 적수가 되지 못했다. 결국 샌안토니오가 우승했다.
이후 댈러스는 지난 2011년에야 첫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그간 댈러스는 정규시즌을 잘 치렀지만 플레이오프에서는 번번이 고배를 마시는 팀이었다. 지난 2006년에 파이널 무대에 나선 직후 댈러스는 5년 후에야 다시 우승에 도전할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상대는 지난 2006년과 같은 마이애미 히트. 지난 2006년에는 드웨인 웨이드와 오닐을 필두로 앤트완 워커, 제이슨 윌리엄스, 제임스 포지, 게리 페이튼, 유도니스 해슬럼이 있었다.
지난 2011년에는 르브론 제임스를 중심으로 웨이드와 크리스 보쉬까지 BIG3가 굳건했다. 누가 봐도 댈러스의 약세가 예상됐다. 댈러스는 3차전을 패하면서 시리즈 리드를 내주면서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이후 3경기를 내리 접수하면서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리던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 때 댈러스에는 노비츠키 외에도 제이슨 키드, 션 메리언, 페야 스토야코비치까지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노장들이 즐비했다. 댈러스는 그 한을 풀었다.
사진 = NBA Mediacent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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