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스켓코리아 = 이재승 기자] 피닉스 선즈가 시즌 도중 감독을 경질했다. 피닉스는 지난 2013년 여름에 데려온 제프 호너섹 감독을 해고했다. 호너섹 감독은 자신의 계약기간을 모두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게 됐다. 이번 시즌은 호너섹 감독의 계약 마지막 해다. 지난 2시즌 동안 아쉽게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만큼 이번 시즌에는 플레이오프 진출에 대한 기대는 컸다. 하지만 피닉스는 현재 플레이오프 진출은커녕 14승 36패로 서부컨퍼런스에서 하위권을 전전하고 있다.
최근 성적은 더욱 처참하다. 피닉스는 현재 5연패의 늪에 빠져 있음은 물론 지난 22경기에서 2승을 더하는데 그치고 있다. 지난 1월 중순부터 1월 초까지는 9연패의 늪에 빠지는 등 승전보를 울리지 못했다. 심지어 리그 최약체인 LA 레이커스에게도 패하면 9연패를 당하고 말았다. 지난 1월 7일(이하 한국시간) 샬럿 호네츠를 상대로 어렵사리 승리를 거뒀지만 이내 6연패의 늪에 빠지는 등 좀체 부진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지난 1월 27일에는 ‘역대급팀’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에게도 113-103으로 무릎을 꿇었다. 원정경기에서의 연패도 좀체 끊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번 시즌 피닉스는 적지에서 14연패를 당하고 있다. 이는 피닉스 구단 역사상 2번째 기록이다. 현재 피닉스는 갈기갈기 찢어진 종이 마냥 좀체 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시즌 초반에도 좋지 않았던 것은 결국 현재 분위기의 전조에 불과했다.
시즌 도중 피닉스에서는 어시스턴트 코치 2명을 해고하면서 팀의 체질을 개선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역효과만 낳았다. 감독은 코치진이 잘리는 와중에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 이미 재계약 통보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코치부터 내치면서 호너섹 감독도 선수들을 장악할 힘을 잃었다. 결국 호너섹 감독이 할 수 있는 것은 애석하게도 쫓겨나는 것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호너섹 감독의 안정적이었던 데뷔
지난 2013년 여름, 피닉스는 팀의 재건을 맡기기 위해 호너섹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호너섹 감독은 3년 동안 팀을 이끌 기회를 안게 됐다. 피닉스의 감독이 되기 전 호너섹 감독은 유타에서 코치로 재직하고 있었다. 유타에서도 호너섹 감독의 명망은 높았다. 이후 호너섹 감독은 피닉스의 감독으로 선임됐다. 호너섹 감독은 선수시절 피닉스에서 데뷔해 유타에서 은퇴했다. 피닉스에서 6시즌, 유타에서 6시즌 반을 뛰었다(필라델피아에서 1시즌 반). 피닉스는 유타에서 선수들을 잘 조련했던 만큼 피닉스는 그에게 선수단을 맡기기로 했다.
마침 피닉스는 트레이드를 통해 에릭 블레드소를 영입한 상태였다. 피닉스는 LA 클리퍼스, 밀워키 벅스와의 삼자 트레이드를 통해 블레드소를 데려왔다. 당시 블레드소는 클리퍼스의 연장계약에 반대했다. 클리퍼스는 아쉽지만 블레드소와 캐런 버틀러를 피닉스로 보내는 대신 밀워키 벅스로부터 J.J. 레딕을 품었다. 피닉스는 2라운드 티켓과 제러드 더들리(워싱턴)를 잃었지만, 어린 유망주를 데려올 수 있었다.
고란 드라기치(마이애미)가 있는 상황에서 블레드소를 영입하면서 피닉스의 백코트는 두터워졌다. 호너섹 감독은 이들 둘을 동시에 기용했다. 블레드소는 피닉스에 합류하기 전까지 클리퍼스에서 3시즌을 뛰면서 벤치에서 나섰다. 피닉스 유니폼을 입은 이후 처음으로 풀타임 주전이 됐다. 우려도 많았다. 당장 높이는 물론 수비에서 한계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드라기치와 블레드소는 잘 정착했다.
피닉스의 ‘Dynamic Backcourt’의 위력은 나쁘지 않았다. 드라기치는 데뷔 이후 처음으로 평균 20점이 넘은 득점을 올렸으며, 블레드소도 주전자리를 꿰차면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비록 블레드소는 부상으로 43경기를 나서는데 그쳤지만 영향력만큼은 대단했다. 피닉스는 드라기치와 블레드소가 앞선에서 공격을 이끄는 가운데 P.J. 터커, 제럴드 그린(마이애미), 채닝 프라이(올랜도), 마키프 모리스, 마커스 모리스(디트로이트)가 요소요소에서 활약하기 시작했다. 어린 선수들이 성장할 여지가 있어 피닉스는 더욱 기대를 모았다.
호너섹 감독은 어린 선수들이 뛰어놀 수 있는 판을 만들었다. 비록 지난 2000년대 중반을 수놓았던 만큼은 아니었지만 힘겨웠던 서부에서 나름의 경쟁력을 내비쳤다. 그러나 피닉스는 아쉽게도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피닉스는 48승 34패의 호성적을 거두고도 봄소풍에 참가할 수 없었다. 만약 피닉스가 동부에 있었다면 너끈히 플레이오프에 올랐겠지만, 서부는 상황이 달랐다. 피닉스는 막판까지 멤피스 그리즐리스, 댈러스 매버릭스와 경합했지만 아쉽게도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경영진의 무리한 판단 : 지나친 백코트 위주의 보강
호너섹 감독이 일궈놓은 결과물은 대단했다. 적어도 희망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피닉스 경영진의 눈을 높인 꼴이 됐다. 여기에 피닉스 경영진의 아쉬운 판단이 더해졌다. 피닉스는 새크라멘토 킹스에서 자유계약선수가 된 아이제이아 토마스(보스턴)을 영입하기로 한 것(계약기간 3년 2,400만 달러). 이미 드라기치와 블레드소라는 젊고 유망한 가드가 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프런트코트에서 뛸 선수가 아닌 가드를 영입하기에 이르렀다.
토마스도 계약이 성사된 이후 에이전트에게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을 정도로 다소간 이해하기 힘들었다. 이미 올스타급 가드가 둘이나 있는 상황이었기에 토마스는 졸지에 벤치에서 나서게 됐다. 표면적으로는 벤치 전력을 다지면서 오랜 시간 동안 공격의 흐름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출장시간을 나눠가지기에는 3명의 선수들이 보는 손해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피닉스의 호너섹 감독도 난처하긴 마찬가지. 호너섹 감독은 전술로서 이를 커버해보려 했지만, 결코 쉽지 않았다.
기우는 결국 우려가 됐고, 이는 피닉스를 옥죄었다. 호너섹 감독은 승부처에 극단적인 스몰라인업을 가동했다. 토마스, 블레드소, 드라기치를 모두 내세우는 ‘3가드 라인업’을 내밀었다. 그러나 수비에서 오는 한계가 명확했다. 지난 2013-2014 시즌을 앞두고 블레드소를 영입해 드라기치를 동시에 투입한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이 가운데 프랜차이즈스타인 드라기치는 철저히 소외됐다. 볼을 들고 플레이하는 선수들이 많아지면서 드라기치는 코너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시즌 중반 드라기치는 트레이드하기에 이른다. 블레드소가 오면서 자신의 포지션을 변경한 그는 토마스까지 오면서 가드는 고사하고 포워드로 나서기까지 했다. 문제는 수비 부담을 오롯이 드라기치가 떠안았으며 자신보다 약 10cm 이상 큰 선수들을 상대하면서 체력적으로도 어려움을 호소할 만했다. 피닉스는 드라기치가 텍사스 레인저스의 마이클 영이라고 생각했을까? 드라기치를 전혀 돌보지 않았다. 드라기치는 트레이드를 요구했고, 동생과 함께 마이애미 히트로 팀을 옮기게 됐다.
피닉스는 마이애미 히트, 밀워키 벅스와 삼자간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트레이드가 이뤄진 만큼 피닉스는 교통정리에 나설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아니었다. 피닉스는 가드를 내보내고 가드를 고스란히 데려온 것. 결국 백코트 쪽의 정리는 고사하고 선수들의 면면만 바꿨다. 피닉스는 드라기치를 마이애미로 보내는 대신 밀워키로부터 브랜든 나이트를 받았다. 그러나 드라기치만 처분하지 않았다. 대뜸 토마스까지 보스턴으로 보냈다. 피닉스는 토마스를 보내는 대신 마커스 쏜튼(휴스턴)을 받는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트레이드 데드라인이 지난 이후 피닉스의 백코트는 ‘드라기치-블레드소-토마스’에서 ‘블레드소-나이트-쏜튼’으로 바꾼 꼴이 됐다. 지난 시즌 마감시한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힘든 판단이다. 마음이 떠난 드라기치를 내보내는 대신 상대적으로 엇비슷한 스타일인 나이트를 품은 것도 모자라 토마스를 그냥 보냈다. 쏜튼은 만기계약자였고 지난 여름에 휴스턴 로케츠에 새둥지를 틀었다. 결국 보스턴은 토마스를 보내면서 샐러리캡을 줄인 것이 전부였다.
지난 2013년 여름에 피닉스의 경영을 맡은 라이언 맥도너 단장은 지나치게 백코트에 의존하는 선수들을 영입했다. 지난 2013-2014 시즌의 작은 성공에 너무 도취된 탓일까, 대대적인 트레이드를 통해서도 가드만을 영입했다. 보통 트레이드를 통해 전력상승에 보탬이 될 만한 선수들을 데려오는 것이 부지기수. 하지만 맥도너 단장은 당최 고집을 꺾지 않았다. 도리어 피닉스의 전력을 다지는데 혼선만 야기한 꼴이 됐다.
아쉽게 알드리지를 놓친 선즈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지난 여름에 ‘한 방’으로 해결될 수도 있었다. 피닉스는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에서 FA가 된 라마커스 알드리지(샌안토니오)를 노리고 있었다. 이를 위해 피닉스는 샐러리캡을 비우는 작업에 착수했다. 피닉스는 마커스 모리스, 레지 불락, 데니 그레인저를 디트로이트 피스턴스로 보냈다. 피닉스가 받은 것은 고작 2라운드 티켓 1장이 전부였다(2020 2라운드). 이미 지난 시즌 막판에 토마스와 드라기치를 보내면서 만기계약자인 나이트와 쏜튼을 데려온 것도 피닉스에겐 큰 도움이 됐다.
피닉스는 지난 시즌 막판과 지난 오프시즌의 트레이드를 통해 대부분의 샐러리캡을 비우는데 성공했다. 알드리지를 영입할 총알도 두둑이 마련했다. 이적시장에서는 타이슨 챈들러를 영입했다. 계약기간 4년에 5,200만 달러라는 거금을 투자하면서까지 알드리지의 보디가드로 낙점해둔 상태. 만약 알드리지가 피닉스에 합류한다면 피닉스는 계약여하에 따라 ‘블레드소-나이트-알드리지-챈들러’로 이어지는 주전라인업을 구축하게 된다. 알드리지만 남는다면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으로 여겨졌다.
알드리지는 마지막까지 샌안토니오와 피닉스를 두고 고심했다. 하지만 알드리지의 최종적인 선택은 샌안토니오였다. 알드리지의 발표를 앞두고 현지에서는 ‘알드리지가 피닉스로 기울었다’는 말이 돌기도 했다. 그러나 알드리지는 자신의 고향에서 좋은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기로 택했다. 피닉스는 졸지에 닭 쫓던 개 신세가 됐다. 챈들러의 영입도 과한 결과가 됐다. 30대 중반으로 향하는 선수에게 연간 1,300만 달러의 연봉을 부담하게 됐다. 2016년을 기점으로 샐러리캡이 늘어난다지만 이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알드리지가 와서 피닉스의 전력이 급상승했다면 승리에 대한 지출이었겠지만, 알드리지 영입전에서 패하면서 피닉스가 짊어져야 하는 부담은 더욱 커졌다. 하는 수 없이 피닉스는 나이트에게 계약기간 5년에 7,000만 달러의 계약을 건넸다. 이번에도 피닉스의 선택은 ‘백코트 중심’이었다(다른 대안이 마땅치 않기도 했다). 이미 피닉스는 지난 2014년 여름에도 블레드소에게 같은 계약을 제시했다. 처음에는 4년 4,800만 달러를 제시하자 블레드소가 시원하게 거절했다. 피닉스는 하는 수 없이 5년 7,000만 달러로 블레드소를 붙잡았다.
블레드소와 나이트의 계약은 각각 2019년과 2020년에 만료된다. 그간 이들에게 연간 1,400만 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적어도 이번 시즌부터 다가오는 2018-2019 시즌까지는 블레드소와 나이트에게만 연간 2,800만 달러를 소비해야 한다. 여기에 챈들러의 1,300만 달러까지 더해진다. 문제는 모리스다. 모리스는 자신의 동생을 트레이드한 지난 여름부터 지금까지 줄곧 팀에 불만을 드러냈다. 노골적으로 피닉스를 떠날 것이라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벌금을 낸 이후 조용하나 했지만 여전히 라커룸 분위기를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
이에 피닉스는 모리스 트레이드를 시도 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동생이 없다고 투덜거리는 선수를 어느 팀이 원할까 싶다. 게다가 모리스는 이번 시즌부터 다가오는 2018-2019 시즌까지 계약되어 있다. 현재 토론토 랩터스를 필두로 여러 팀들이 피닉스에 모리스 트레이드를 문의하고 있다. 그러나 피닉스가 그냥 모리스를 보내는 것에 국한하진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적어도 1라운드 티켓은 받고자 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모리스라는 위험성이 다분한 선수를 받아들이는데 1라운드 티켓 이상을 건넬 팀이 있을지 모르겠다.
진짜, 달라질 수 있을까?
피닉스는 이미 호너섹 감독과 결별하기에 앞서 2명의 코치를 해고 하면서 호너섹 감독을 압박했다. 그 중 1명인 마이크 롱가바디 코치는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부름을 받았다. 이윽고 호너섹 감독이 팀을 떠났다. 이후 얼 왓슨 코치로 하여금 감독대행으로 팀을 이끌게 하고 있지만 이번 시즌 분위기를 바꾸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과론적으로 피닉스는 맥도너 단장을 필두로 리빌딩에 제대로 된 방향을 설정하지 못했다. 오히려 특정 포지션에 중과부적인 투자로 팀을 어수선하게 만들었다.
1월 중순에 피닉스가 코치를 내친 이후 드라기치는 지난 1월 『Yahoo Sports』를 통해 피닉스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드라기치는 피닉스를 두고 “무엇인가 항상 바꾸고 있는 느낌”이라면서 “마이애미와 샌안토니오가 꾸준한 태도를 보이는 것에 반해 피닉스는 그렇지 않다”면서 변덕이 심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드라기치는 블레드소와의 호흡이 좋았음을 거론하며 지난 2014년 여름에는 빅맨을 영입할 것으로 내다봤다고 전했다. 하지만 피닉스는 정작 토마스를 데려오며 로스터의 균형을 잡지 못했다. 드라기치는 당시 상황을 두고 “난감했다”고 회상했다.
이제 왓슨 코치는 아치 굿윈이나 데빈 부커와 같은 유망주에게 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으로 기대된다. 피닉스는 지난 2013-2014 시즌에 작은 불씨를 본 후 완벽히 재건사업에 몰두하지 못했다. 도리어 애매한 방향성과 중복투자로 팀에 혼선만 일으켰으며, 이제야 이를 수습하는 단계에 다다르고 있다. 다행인 점은 최근 NBA에서 감독 경험도 있는 등 코칭스탭으로 잔뼈가 굵은 밥 힐 코치를 영입했다는 점. 왓슨 감독대행이 경험이 일천한 만큼 베테랑 코치를 둬서 이를 잡아나가겠다는 방안이다. 게다가 이미 블레드소, 나이트, T.J. 워렌이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해 있다. 나이트와 워렌은 이미 시즌아웃됐다.
이만하면 강제적으로 리빌딩 및 탱킹에 돌입하게 됐다. 기존의 모리스와 터커를 필두로 몇 몇 선수들은 트레이드될 것이 유력하다. 과연 피닉스는 이번 시즌을 기점으로 재건사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까? 공교롭게도 피닉스는 스티브 내쉬가 팀을 떠난 이후 좀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그 책임은 이미 팀을 떠난 호너섹 감독에게도 있지만, 맥도너 단장에게도 있다. 이제 피닉스는 상대적으로 베테랑을 중용하면서 공격적인 농구를 표방한 호너섹 감독과 함께하지 않는다. 이제는 왓슨 감독대행을 중심으로 어린 선수들이 많이 뛰면서 기존의 빅맨들을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이 다져졌다. 앞으로 피닉스가 달라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 = Phoenix Suns Embl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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