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스켓코리아 = 이재승 기자] 경복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양재민이 유럽으로 향한다.
양재민은 스페인 ACB리그 진출을 노리고 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양재민은 스페인에서 입단시험을 치를 예정. 양재민을 테스트해볼 구단은 ‘스페인 최고 명문’ 레알 마드리드(Real Madrid)와 함께 무비스타 에스투디안테스(Movistar Estudiantes) 그리고 몬타킷 푸엔라브라다(Montakit Fuenlabrada)까지 도합 세 팀이다.
공교롭게도 이들 모두 스페인의 수도인 마드리드를 연고로 두고 있다. 이들 3개 팀 유소년 클럽에서 본격적인 입단 테스트를 받게 된다. 여기에 지난 2015-2016 시즌 스페인 유소년 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한 마드리드에 위치한 또레로도네스(Torrelodones)에서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만약 그가 스페인에 진출하게 된다면, 국내 선수로는 최초로 유럽 무대를 누비는 선수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모처럼 유럽팀들과 국내선수가 연결된 것은 실로 오랜 만이다. 이충희 전 감독이 선수시절 레알 마드리에드 입단제의를 받은 적이 있다. 국내농구계에서 유럽팀에 들어갈 수 있는 선수를 배출한 것만으로도 큰 소식이다. 이충희 전 감독과 허재 전 감독을 시작으로 국외 진출을 시도해 본 선수는 서장훈과 김주성이 전부.
국내농구선수들 중 실질적으로 국외 진출에 성공한 경우는 사실상 없다. 신동파 전 감독이 당시 필리핀에서 뛴 것을 제외하면, 국내보다 선진적인 곳에서 농구선수로 진출한 선수는 사실상 전무한 셈. 양재민이 이번에 스페인 진출에 성공한다면, 국내에서는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나 다름없다.
양재민은 지난 2015년에 ‘FIBA Asia’에서 선정한 아시아 최고 스몰포워드 선정됐다. 지난 해에 열렸던 16세 이하 아시아챔피언십에서 대한민국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한국이 우승하는데 양재민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양재민이 활약한 대한민국은 지난 2009년부터 시작된 중국의 3연패를 저지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대회를 통해 양재민은 자신의 이름을 알리게 됐고, 세계적인 팀들도 그를 눈여겨보게 됐다. 특히 양재민의 기량을 점검하려는 팀이 ACB리그에 속한 팀이라는데 의미가 있다. 스페인리그는 유럽에서도 수준급의 리그에 속한다. 저마다의 기준은 다르겠지만, NBA 다음가는 농구리그라 해도 이상하지 않다. 이만하면 유럽 최고의 리그라 봐도 무방하다. 이곳에서 양재민을 레이더에 넣었다.
이는 지난 2007년 토론토 랩터스에서 김주성의 신분조회 요청을 한 이후 10년 만에 있는 일이다. 이만하면 국내농구계의 큰 경사나 마찬가지. 양재민이 스페인리그 유소년팀에서 뛴다면 그 의미와 상징성은 배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비단 국내로 한정짓지 않더라도 중국선수들 중 유럽에 진출하는 경우도 드물다. 유럽에서도 외국선수들이 뛰지만, 주로 미국선수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아시아 선수들이 유럽무대를 누비기는 더욱 힘들다. 즉, 양재민이 만약 관문을 통과한 채 유소년팀에 들어간다면, ‘FIBA Asia’에서도 큰 소식이나 마찬가지다. 이에 양재민이 진출하려는 스페인 ACB리그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어떻게 시즌을 치르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스페인의 촘촘한 농구 체계
스페인 농구리그는 축구와 똑같이 운영되고 있다. 축구처럼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것은 아니지만, 스페인에는 1부리그인 ACB리그를 포함해 5부리그까지, 촘촘하게 구성되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ACB리그는 스페인어로 ‘Liga ACB’라 불린다. 스페인축구리그를 ‘프리메라리가’라 부르는 것과 똑같다. ACB리그에는 18개 팀이 있으며, ACB리그를 필두로 2부리그(LEB Oro), 3부리그(LEB Plata)가 사실상 프로의 성격을 띄고 있다. 2부와 3부에는 각각 16개 팀씩 자리를 잡고 있다. 2부리그 이름인 ‘오로’와 3부리그 이름인 ‘플라타’는 스페인어로 각각 금과 은을 뜻한다.
4부리그(Liga EBA)는 지역색을 띄고 있다. 각 지방들이 어깨를 맞대고 지역리그를 구성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도’로 분류되는 다수의 행정구역들이 여러 리그를 동시에 구성하고 있다. 카스티야라만차, 안달루시아, 엑스트레마두라, 세우타, 아라곤, 카탈루냐, 발렌시아, 바스크 자치구, 갈리시아, 멜리야 등이 리그를 인접지역과 합쳐 리그를 구성하고 있다. 그 외 이베리아 반도 옆에 있는 발레아릭 제도와 그란카나리아 제도도 참가하고 있다. 그란카나리아 라스팔마스에서는 지난 2014 FIBA 농구월드컵이 열렸다. 우리나라가 속한 D조가 이곳에서 경기를 펼쳤다.
5부리그는 ‘프리메라 디비전(Primera Division)’으로 불린다. 4부리그가 도합 5개의 그룹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5부리그는 무려 15개의 조로 나뉘어져 있다. 스페인의 자치구(바스크, 라리오하, 나바라)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팀들이 카탈루냐에서 경기를 갖는다. 이는 ‘코파 카탈루냐’라고 불린다. 사실상 프로리그라 보긴 힘들다. 하물며 스페인 여자프로리그도 3부까지 있을 정도로 방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스페인이 국제무대에서 왜 인간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지 리그 규모를 보면 잘 드러난다.
# 스페인 프로농구 체계
1부 ACB리그 (Asociacin de Clubs de Baloncesto)
2부 LEB Oro(Liga Espaola de Baloncesto)
3부 LEB Plata(Liga Espaola de Baloncesto)
4부 Liga EBA Group A, B, C, D, E
5부 Primera Division ; Copa Catalunya
- Baloncesto는 스페인어로 농구를 뜻함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승강제도
축구를 비롯한 모든 유럽의 스포츠리그에서는 승강제도를 찾을 수 있다. 미국은 승강보다는 프로리그팀들이 산하팀들을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의 MLB다. NBA도 D-리그를 자체 프로리그 겸 NBA의 마이너리그로 정착시키고 있다. 반면 유럽은 각 팀들이 나이 제한을 두고 있는 유소년 팀을 갖고 있으며, 여러 팀들이 일렬로 위치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스페인리그에도 이는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1부리그인 ACB리그부터 5부리그까지 성적에 따른 오르내림이 시즌이 끝난 이후 진행되고 있다.
우선 ACB리그에서 하위 2개 팀은 2부리그로 강등된다. 반면 2부리그에서 2개 팀이 1부리그로 승격하게 된다. 2부리그에서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한 팀이 자력으로 ACB리그에 승선한다. 이어 2위부터 9위까지 팀이 각각 토너먼트를 벌인다. 이 토너먼트에서 우승한 팀이 마지막으로 ACB리그에 합류하게 된다. 2부리그에서 강등되는 팀도 있다. 2부리그에서 하위권에 머무른 2개 팀이 3부리그로 강등된다.
한편 3부리그에서는 별도의 플레이오프가 없다. 정규시즌에서 1위와 2위를 차지한 팀이 곧바로 2부리그로 올라간다. 3부리그에서 최하위에 머무르면, 4부리그로 떨어진다. 4부리그에서는 플레이오프가 존재한다. 정규시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16개팀이 최종순위 결정 및 3부리그 승격자리를 놓고 격돌한다. 여기서 생존한 4개 팀이 4부리그로 올라가게 된다. 4부리그는 도합 5개의 그룹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그룹에서 꼴찌는 5부리그로 떨어지게 된다.
이처럼 스페인 농구도 축구 못지않게 시즌 막판이면 강등권을 두고 치열한 경기를 벌이게 된다. 특히나 1부리그에서는 플레이오프 진출을 두고 각 팀들의 순위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된다. 동시에 하위권에서는 강등순위(17, 18위)에서 벗어나기 위한 손에 땀을 쥐는 경기가 펼쳐진다. 상위권과 하위권을 가리지 않는 치열한 승부가 펼쳐진다. 또한 시즌이 끝나도 플레이오프가 있다. ACB리그의 플레이오프는 스페인 농구 최고 무대다. 시즌마다 최고의 농구팀을 가리는 마지막 무대다. 2부리그의 플레이오프도 만만치 않다. 8팀들 중 단 1팀만이 ACB리그에 진출할 수 있어서다.
ACB리그는 어떤 곳?
이제 스페인 1부리그이자 유럽최고의 농구리그인 ACB리그를 살펴보자. ACB리그에는 향후 NBA에서 뛸 선수들부터 NBA에서 뛰었던 노장선수들이 즐비하다. 또한 NBA에서 지명된 선수들이 기존의 팀과 맺어진 계약으로 인해 뛰는 경우가 많다. 사실상 리그 수준은 (엄청난 격차가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NBA급이라 봐도 무방하다. 지난 2000년대를 수놓은 후안 카를로스 나바로와 루디 페르난데스는 NBA에서 뛸 수 있음에도 자국리그로 돌아갔다. NBA의 일정이 그만큼 빡빡하고 고되기 때문이다. 파블로 프리지오니(클리퍼스)를 필두로 여러 선수들이이곳에서 뛴 후 NBA에 진출했을 정도다.
ACB리그에는 총 18팀이 참가한다. 이들은 안방과 원정에서 한 번씩 경기를 갖는다. 이 또한 축구와 마찬가지다. 유럽 축구는 각 리그에서 홈-어웨이로 한 번씩 경기를 갖는다. 시즌 일정은 상당히 일정이 여유로운 편. 그러나 부가적인 일정이 많다. 축구를 예로 들면 시즌이 진행되는 동안 ‘UEFA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가 동시에 진행된다. 직전 시즌 해당 리그에 맞춰 배당된 티켓에 맞게 상위권을 차지한 팀들은 곧바로 챔피언스리그에 오른다. 그 아래 팀들은 유로파리그에 진출하게 된다.
자국리그가 진행되는 와중에 유럽대륙에 걸쳐 있는 강팀들이 벌이는 축구대제전인 챔피언스리그가 동시에 열린다. 여기에 1부리그부터 끝에 있는 리그까지 모든 팀들이 동일선상에서 출발하는 토너먼트인 FA컵도 있으며, 각 국 특성에 맞는 컵대회가 열린다. 스페인에는 국왕컵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처럼 축구는 대회로 치면 여러 대회가 동시에 열린다. 미국과 유럽의 스포츠리그 구성이나 체계 자체가 확실히 다르다.
*미국에서는 정규시즌 후 별도의 플레이오프가 있다. 각 지역 및 권역별 우승자 및 상위권에 속한 팀들이 진짜 우승팀을 가리기 위해 있는 제도다. 미 4대 메이저스포츠는 물론 미국축구리그(MLS)에서도 플레이오프가 있다. 영토가 넓은 만큼 지역대 구분이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반면 유럽은 다르다. 플레이오프가 없다. 땅도 미국처럼 넓을 리 없다. 정규시즌으로 우승팀을 가리면 끝이다. 훗날 챔피언스리그가 창설되어 유럽 최고의 팀을 가리지만, 이는 직전시즌의 성적을 바탕으로 이듬해에 진행된다.
이제 다시 농구로 와보자. 스페인에서는 ACB리그가 진행되는 동안 농구의 챔피언스리그라 할 수 있는 ‘유로리그’가 열린다. 유로리그에는 각 국에 걸쳐 24개팀이 참가한다. 강팀일수록 경기 일정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축구처럼 열리는 컵대회는 따로 없다. 다만 스페인리그에는 정규시즌 후 플레이오프가 따로 열린다. ACB리그의 플레이오프가 ‘코파델리(Copa del Rey)’로 불린다(Copa del Rey de Baloncesto). 리그 1위를 차지한 팀이 우승팀으로 분류되며, 플레이오프(코파델리)에서 우승한 팀은 최종 우승팀으로 인정되나, 컵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것과 같은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이유는 리그보다 지금의 플레이오프인 ‘코파델리’가 먼저 시작됐다. ACB리그는 지난 1957년부터 시작된 반면, 코파델리는 지난 1933년부터 막을 올렸다. 굳이 사족을 달면 정규시즌보다 플레이오프가 먼저 시작된 셈이지만, 유럽 스포츠의 체계를 이해하면 그리 어렵지 않다. 이후 코파델리는 ACB리그에서 상위권(8위 이내)에 속한 팀들이 벌이는 플레이오프가 됐다. 고로 스페인은 리그 우승과 플레이오프(컵대회 성격 내포)의 우승을 따로 병기한다.
1위부터 8위까지 올라갈 수 있는 플레이오프는 모두 5전 3선승제로 열린다. 준준결승부터 준결승과 결승 모두 5전제로 펼쳐진다. 다소 길지 않은 일정이지만, 스페인 농구의 왕좌를 가리는 만큼은 몰입도와 인기는 단연 최강이다. 가장 많은 우승을 차지한 팀은 이번에 양재민에게 관심이 있는 레알 마드리드. 레알 마드리드는 지난 2014년부터 이번 시즌까지 3연패를 차지하는 등 도합 26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준우승도 19회에 달하는 등 웬만하면 결승에 올랐다.
이어 FC 바르셀로나가 23회 우승(준우승 11회)을 거뒀다. 축구와 마찬가지로 농구에서도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가 쌍벽을 이루고 있다. 바르셀로나는 지난 2014년과 2015년에 걸쳐 결승에 올랐지만 모두 마드리드에 패해 우승을 목전에서 놓쳤다. 이번 시즌에는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바르셀로나는 지난 2012-2013 시즌에 우승을 차지한 이후 우승과 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바르셀로나는 지난 2013-2014 시즌에는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에서 마드리드에 패했다. 결승에서 마드리드에 지면서 최종 우승을 내줬다.
# ACB 최고 명문
레알 마드리드
RS 우승 32회, 리그 2위 11회
PO 우승 26회, 준우승 19회
FC 바르셀로나
RS 우승 18회, 리그 2위 19회
PO 우승 23회, 준우승 11회
만약, 양재민이 최종적으로 스페인에 진출하고, 양재민이 뛰는 경기가 국내에 중계되면, 농구팬의 한 사람으로서 더 없이 좋을 것만 같다. 그러면 국내농구팬들은 양재민을 응원하면서 스페인리그라는 또 다른 엄청난 농구 수준을 자랑하는 리그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과연 양재민은 최종적으로 스페인리그에서 프로선수로 몸담을 수 있을까? 아직 고교생에 불과한 그의 도전이 더욱 멋있어 보이는 이유는 따로 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진정한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큰 뜻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양재민의 도전을 응원한다.
사진 = ACB League Embl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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