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스켓코리아=양우준 웹포터] 썬더의 홈 경기장 체서피크 에너지 아레나. 팬들이 입장하는 입구에 선수들의 사진이 걸려있다. 모든 관객의 출입구 중 선수 사진 가장 가운데는 케빈 듀랜트가 팬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5일(이하 한국시각) 듀랜트가 팀을 옮긴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듀랜트의 사진은 입구에서 다시 볼 수 없게 되었다.
듀랜트는 지난 5일 『The Player's Tribune』을 통해 다음 시즌부터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서 뛸 것이라고 밝혔다. 2년에 5,430만 달러를 받는 계약이다. 현실적으로 듀랜트가 돈을 가장 많이 받을 수 있는 구단은 주 세를 비롯하여 다른 사항들을 고려했을 때 썬더였다. 하지만 듀랜트는 조금 더 우승에 대한 열망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즌 NBA 역사상 정규리그 경기 최다승인 73승을 거둔 팀인 골든스테이트로 차기 행선지를 결정했다. 이로써 워리어스는 커리-탐슨-듀랜트-그린-이궈달라로 이어지는 초호화 라인업을 가동할 수 있게 되었다.
오클라호마 주 사람들에게 듀랜트는 선수 그 이상의 존재였다. 2008년 오클라호마시티에서 첫발을 내디뎠던 듀랜트는 정규리그 MVP를 포함하여 4번의 득점왕, 7번의 올스타전을 경험했다. 듀랜트가 오클라호마 주에 남기고 간 추억들이 많기에, 팬들의 충격과 아쉬움 그리고 분노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듀랜트가 오클라호마 주에 남긴 것은 무엇일까.
#텍사스 대학 출신, 오클라호마 주에서 사랑받다
듀랜트는 텍사스 대학교를 졸업했다. 오클라호마 주에서 스포츠로 유명한 오클라호마 대학은 텍사스 대학교와 라이벌 관계에 있다. 1931년에 오클라호마 주와 텍사스 주가 영토권을 두고 벌인 'Red River Bridge War'에서 발단이 되어 현재 오클라호마 대학과 텍사스 대학이 맞붙는 경기는 “Red River Showdown"으로 불린다.
비록 듀랜트가 워싱턴 D.C. 출신이라 응원하는 프로 풋볼팀과 야구팀은 워싱턴 D.C.를 연고로 하는 레드스킨스와 내셔널스이지만, 대학 풋볼만큼은 모교인 텍사스 대학을 응원한다. 썬더의 센터 스티븐 애덤스는 "Red River Showdown"을 앞두고 오클라호마 대학을 응원하는 구호 “Boomer, Sooner"를 SNS에 올렸다. 그러자 듀랜트는 댓글로 “I hate You" (나 너 싫어)라 하기도 했다.
오클라호마 대학 출신의 선수는 현재 LA 클리퍼스에서 뛰고 있는 블레이크 그리핀이 있다. 그러나 오클라호마주 사람들에게 애착이 가는 NBA 선수는 듀랜트와 웨스트브룩이다. 사람들이 경기장에 입고 오는 져지는 물론 평소 입고 다니는 티셔츠의 마킹은 대부분 듀랜트와 웨스트브룩이다. 오클라호마와 텍사스가 라이벌 관계에 있지만 듀랜트는 오클라호마 주 사람들이 좋아하는 텍사스 대학교 출신의 선수로 자리 잡았다.

#프로스포츠에 대한 갈증, 듀랜트가 해갈하다
오클라호마주는 대한민국 영토보다 크지만, 썬더가 시애틀에서 연고지를 옮기기 전까지 미국 4대 프로 스포츠팀이 단 하나도 없었다. 1967년 시애틀 슈퍼소닉스로 창단해 2008년 4월 연고지 이전 신청이 NBA 사무국에서 승인되며 오클라호마 주의 주도인 오클라호마시티에 정착하게 되었다. 썬더가 오기 전까지 오클라호마주 사람들은 근접한 지역의 프로 스포츠 팀을 응원했다. NFL 경기가 있으면 댈러스 카우보이스를, MLB 경기가 있으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나 텍사스 레인저스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NHL의 경우 에드먼턴 오일러스의 마이너리그 팀인 오클라호마시티 배론즈가 있었지만, 연고지 이전을 한 상황이다.
최근 오클라호마 주에 속해있는 야구팀이 휴스턴 애스트로스 트리플 A리그 팀인 오클라호마시티 레드호크스에서 류현진 선수가 속한 LA 다저스의 트리플 A인 오클라호마시티 다저스로 바뀌었다. 빅마켓의 야구팀으로 바뀌자 야구에 대한 흥행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현재 다저스의 주전 유격수 코리 시거와 유망주 1순위로 얼마 전 데뷔전을 치른 훌리오 유리아스도 오클라호마시티 다저스 소속이었다.
2008년 썬더는 오클라호마시티에 정착하면서 드래프트에서 지명한 선수들을 중심으로 팀을 리빌딩하기 시작했다. 2007년 슈퍼소닉스는 1라운드 2순위로 듀랜트를 지명했다. 듀랜트는 대학 시절 스몰포워드였지만, 그의 슈팅능력을 인정받아 NBA 데뷔초반에는 슈팅가드로 뛰었다. 하지만 듀랜트는 능력만큼 성적을 보여주지 못했다. 2008년 스캇 브룩스 감독 체제로 바뀐 후 듀랜트는 스몰포워드 포지션으로 돌아왔다. 그해 슈퍼소닉스는 1라운드 4순위로 러셀 웨스트브룩을 24순위로 서지 이바카를 지명했다. 그리고 2009년 1라운드 3순위로 제임스 하든을 지명했다. 썬더의 젊은 네 선수는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며 서부컨퍼런스의 강팀으로 발돋움했다. 2011-12시즌엔 파이널까지 진출했지만 르브론 제임스가 버티고 있던 마이애미 히트에 1승 4패로 밀리며 우승을 내주었다.
하든은 파이널 직후 휴스턴으로 보내졌지만, 듀랜트는 웨스트브룩, 이바카와 함께 썬더를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는 팀으로 만들었다. 비록 2014-15시즌에는 듀랜트와 웨스트브룩이 부상을 겪으며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지만, 바로 이번 시즌 서부컨퍼런스 결승전까지 진출했다. 댈러스를 가볍게 요리했던 썬더는 2라운드에서 정규리그 67승 팀인 샌안토니오 스퍼스에 4승 2패 승리를 거두고 정규리그 73승의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만났다. 3승 1패로 시리즈 전적 우세를 가져갔지만, 마지막 세 경기를 모두 내주며 파이널 진출 문턱에서 좌절했다.
오클라호마주 사람들에겐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그래도 우승에 대한 가능성을 충분히 보았던 시즌이었다. 듀랜트의 발가락 수술 후유증은 없었고, 웨스트브룩은 코트 위를 종횡무진 누볐으며, 빅맨 자원인 애덤스와 애네스켄터의 성장은 듀랜트와 웨스트브룩의 공수 부담을 줄여주었다. 하지만 듀랜트는 우승에 조금 더 근접한 워리어스로 자신의 거취를 옮겼다.
창단 이후 2년 만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것은 물론 꾸준히 좋은 성적을 보여주었기에 오클라호마주 사람들은 썬더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 홈 경기장 18,203석은 매진행렬을 이어나가고 있으며, 주를 대표하는 기념품에 썬더 로고와 듀랜트의 얼굴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또한, 오클라호마 주 사람들른 썬더가 플레이오프 원정 경기를 치르고 오는 날이면 승패에 상관없이 공항에 나가 선수들을 살갑게 맞이했다. 듀랜트는 오클라호마 주 사람들에게 프로스포츠에 대한 갈증은 물론 팀의 충성도를 높이는 선수였다.
#Mr. Unreliable → Kevin Up
오클라호마주 사람들이 보여준 듀랜트에 대한 믿음을 증명하는 사건이 하나 있었다. 2014시즌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썬더는 멤피스 그리즐리스를 만나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이 시리즈는 2차전부터 5차전까지 연장전을 치르는 치열한 승부의 연속이었다. 특히 듀랜트가 멤피스의 토니 앨런에게 압박 수비를 당했다. 앨런의 철저한 수비에듀랜트는 힘을 쓰지 못했다. 선수들 재능에 의존하는 농구를 펼쳤던 스캇 브룩스 감독 체제에서 듀랜트가 막히자 경기 흐름도 썬더가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 썬더는 5차전에서 100-99로 패하며 시리즈 전적 2승 3패로 몰리며 홈 코트 이점도 빼앗겼다. 당시 듀랜트의 정규리그 MVP가 확실시되는 상황이었지만,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자 지역 신문지인『The Oklahoman』은 5차전이 끝난 후 스포츠 신문 헤드라인을 “Mr. Unreliable"(믿지 못할 사람)이라 정했다.
당시 이 문구는 오클라호마 주 내에서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 오클라호마주 사람들은 지금껏 듀랜트가 썬더에서 이뤄낸 업적이 많은데 이 시리즈만 보고 ‘믿지 못할 사람’이라 일컬어져화를 주체하지 않았다. 특히 듀랜트의 어머니인 완다 듀랜트도 SNS를 통해 “듀랜트는 믿을 수 있는 선수”라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현재 The Oklahoman』의 스포츠 기자인 마이크 쉐어맨은 당시를 생각하면 ‘끔찍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쉐어맨은 "평생 얻어먹을 욕을 한 번에 다 먹은 것 같다. 신문 구독을 끊겠다는 항의가 빗발쳤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듀랜트는 당시 그 표현에 대해 “난 신문을 보지 않는다”라며 크게 개의치 않는 행동을 보여주었다. 듀랜트는 그 일이 있고난 후 6차전에서 36득점, 10리바운드를 기록하며 104-84로 시리즈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다음날The Oklahoman』의 스포츠 신문 헤드라인은 “KEVIN UP"(케빈 듀랜트 최고)였다.
마지막 7차전에서 듀랜트는 33득점을 기록하며 썬더의 플레이오프 2라운드 진출에 앞장섰었다. 듀랜트는 정규시즌에 보여주었던 활약을 1라운드 마지막 두 경기에서 그대로 보여주었다. 그리고 다음 라운드인 LA 클리퍼스 2차전을 앞두고 MVP 트로피를 안았다. 쉐어맨 기자는 “Mr. Unreliable" 사건 이후로 썬더의 플레이오프 경기가 끝날 때마다 팬들에게 다음날 스포츠신문 헤드라인 공모를 받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쉐어맨은 또한 오클라호마주 사람들이 듀랜트에 대한 애정이 빅마켓 선수들과 견주어도 손색없다며 듀랜트를 치켜세웠다.

#지역사회에 관한 관심, 듀랜트가 함께했다
오클라호마 주는 매년 5월 초에서 7월 초까지 토네이도를 주의해야 하는 기간이다. 오클라호마주는 날씨가 변덕스럽다. 초여름기간에 토네이도가 자주 발생하는데, 매년 적지 않은 피해가 곳곳에서 발생한다. 2013년 5월 토네이도는 오클라호마주 오클라호마시에서 차로 10분 거리인 무어를 지나갔다. 특히 토네이도가 초등학교를 쓸고 가면서 어린 학생들의 피해가 컸다. 듀랜트는 그의 재단을 통해 1백만 달러를 토네이도 피해 복구 성금으로 기부했다. 당시 듀랜트는 기부에 대해 “오클라호마주는 내 고향이다. 무어 지역을 종종 지나가는데 이 사태가 매우 아쉽다. 하루빨리 피해 복구가 되길 바란다”며 피해의 아픔을 함께했다. 듀랜트는 또한 썬더 구단 직원을 포함한 선수들과 함께 무어 피해 지역을 다니며 그들의 슬픔을 위로했다.
슬픔을 위로 했을 뿐만 아니라 기쁨도 함께 나누었다. 오클라호마주에서 창립한 프랜차이즈 음식점 “Sonic" 광고에 출현하는 것은 물론 듀랜트 슬러시가 판매되었다. 듀랜트의 이름을 건 식당도 차렸다. 썬더의 홈 경기장인 체서피크에너지아레나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듀랜트가 차린 식당이 있는데, 이름은 “KD's Cuisine"이다. 미국 남부 지방 음식을 주로 판매하는 이 식당은 메뉴판 커버가 농구공 재질로 되어 있으며, 식당 곳곳에서 듀랜트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오클라호마시티에서 ‘맛집’으로 선정된 듀랜트 식당은 썬더팬들에겐 필수 방문 코스 중 한 곳이 되었다. 그러나 이젠 듀랜트 식당은 듀랜트를 응원하는 곳이 아닌 듀랜트를 추억하는 곳으로 바뀔 것이다.
듀랜트는『The Player's Tribune』에서 오클라호마 주에 대한 애정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워싱턴 D.C.에서 태어났지만, 오클라호마시티가 나를 키웠다. 오클라호마의 가족이자 한 남자로서 의미를 부여하게 된 곳이다. 썬더 팀과 오클라호마 지역 사회, 그리고 팬들이 보여준 사랑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의 좋은 기억들이다”라고 밝혔다.
오클라호마 주 사람들은 듀랜트가코비 브라이언트나 팀 던컨처럼 한 팀에서 오래 뛰어주는 프랜차이즈 스타가 되어주길 바랐다. 그러나 듀랜트는 오클라호마시티를 떠났다. 오클라호마 주 사람들이 그리고 썬더 팬들이 듀랜트의 결정에 아쉬워하는 이유는 그가 예전에 남긴 말들 때문이 아닌 그가 남긴 흔적들 때문이다.
사진=양우준 웹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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