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연맹회장기] 전혀 다른 스타일, 더욱 치열할 라이벌 구도

손동환 기자 / 기사승인 : 2019-05-10 05:5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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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예림(숭의여고, 왼쪽)-허예은(상주여고, 오른쪽)

[바스켓코리아 = 손동환 기자] 라이벌은 서로를 인정했다.


숭의여고는 지난 9일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9 연맹회장기 전국남녀중고농구 김천대회 여고부 결승전에서 상주여고를 96-87로 이겼다. 숭의여고는 연맹회장기 2연패를 차지했고, 2019 시즌 2관왕이 됐다.


우승 트로피는 숭의여고에 돌아갔다. 그렇지만 두 라이벌 가드의 맞대결은 볼만했다. 숭의여고 정예림(177cm, G)과 상주여고 허예은(167cm, G). 두 선수의 포지션은 같지만, 플레이 스타일은 다소 달랐다. 하지만 팀에 미치는 영향력은 컸기에, 두 선수의 대결이 더욱 재미있었다. 아직 많은 대회가 남았기고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기에, 두 선수가 앞으로 펼칠 대결도 기대된다.


# ‘패스 마스터’ 정예림, 2관왕의 주역이 되다


지난 5월 7일. 숭의여고와 선일여고의 8강전이 열렸다. 이훈재(52) KEB하나은행 감독을 인터뷰하고 있었다. 그러다 정예림과 숭의여고 선수의 2대2 상황을 지켜봤다. 정예림은 볼 핸들러로 동료의 스크린을 기다렸다. 스크리너 수비수가 정예림을 압박하기도 전에, 정예림은 스크린 후 골밑으로 뛰어가는 동료에게 볼을 건넸다. 이는 득점이 됐다.
이를 지켜본 이훈재 감독은 “픽 앤 롤 상황에서 들어가는 선수에게 볼을 정확한 타이밍에 주기 어렵다. 패스 센스를 갖추지 않고서는 나오기 힘든 패스다. 고교 무대라고는 하지만, 정예림은 그런 패스를 할 줄 아는 선수다”며 정예림의 센스를 이야기한 바 있다.
정예림은 이번 대회 평균 16.2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독보적인 어시스트 1위. 어시스트상은 정예림의 몫이었다. 20개 이상의 어시스트를 2번이나 했고, 트리플더블 또한 2번이나 했다. 정예림의 눈과 손이 날카로움을 뽐내자, 숭의여고의 공격은 그야말로 순탄하게 풀렸다.
정예림은 이번 시즌 최고학년이 됐다. 박지현(우리은행)과 선가희(KB국민은행) 등 뛰어난 선배와 함께 한 지난 2년과는 달랐다. 팀의 주축이자 야전사령관으로써 부담감을 안았다. 그러나 이는 정예림을 더욱 성장시켰다.
“우승해서 너무 좋지만, 가드답지 못한 모습이 많았다. 가드는 경기를 장악하고 이끌 줄 알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그런 부분을 신경써서 연습했고, 어시스트와 궂은 일에 치중하려고 했다. 최철권 부장 선생님과 이호근 코치님이 잘 가르쳐주신 것도 성장하는데 큰 힘이 됐다”
정예림의 말이다. 또한, 정예림은 냉정하기 위해 노력했다. 코트에서 좀처럼 웃지 못했다. 이유는 있다. 야전사령관인 자신이 웃으면, 동료와 후배들의 긴장이 풀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 “코트에서 웃는 거 한 번 못 봤다”는 기자의 말을 듣고서야, 정예림은 미소를 보였다.
정예림은 올해 프로 진출을 노린다. 조금 있으면 프로 선배들과 맞서야 한다. “우리은행 박혜진 선배의 플레이를 많이 본다. 경기 운영 능력이 좋은데, 슛과 돌파 등 공격 옵션까지 좋다. 공격적인 면을 본받고 싶다”며 목표를 설정했다. 그 때의 말투는 다부졌다. 목표를 설정하고 달성하기 위해서는 당연한 말투였다.


# ‘매서운 공격력’ 허예은, 적장을 땀흘리게 하다


이호근 숭의여고 코치는 준결승전 승리 이후 “수비를 많이 준비해야 할 것 같다. (허)예은이를 봉쇄하는 게 쉽지 않다. 1대1로 막기는 실질적으로 힘들다. 예은이에게 득점을 어느 정도 주고 다른 선수를 봉쇄하는 게 나을지, 아니면 예은이를 집중 마크할지 고민된다”며 결승전을 걱정했다.
이호근 코치는 결승전에서 1-1-3 지역방어 같은 변형 지역방어를 사용했다. 허예은에게 페인트 존이라도 내주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나 허예은은 이호근 코치와 숭의여고를 당황하게 했다. 날카로운 패스와 방향 전환을 이용한 돌파, 3점슛과 드리블 점퍼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숭의여고 수비를 공략했다. 34점 10어시스트 8리바운드에 5개의 스틸로 맹활약했다. 양 팀 선수 중 최다 득점과 최다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그러나 허예은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시상식 후 “전체적으로 슛을 너무 많이 허용했다. 리바운드 싸움에서도 졌다”며 패인을 먼저 이야기했고, 예선보다 나은 기록을 남긴 것 같다는 말에 “예선 때보다 기록만 좋았지 경기를 잘 풀지 못했다. 적극적이지 못했다”며 경기력이 나아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정예림이 패스에 능한 정통 포인트가드에 가깝다면, 허예은은 공격력과 패스를 두루 갖춘 듀얼 가드라고 할 수 있다. 공격할 때 공격하고, 패스할 때 패스할 줄 안다. 공격에서는 두 말할 필요가 없다.
167cm의 작은 키와 왜소한 체격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그러나 끊임없는 연구와 반복 연습으로 이를 극복하고 있다. 목표 설정도 확실하다. 지난 8일 준결승전 후 “김시래 선수처럼 스피드를 이용한 플레이를 하고 싶고, 이대성 선수 같은 마인드를 지니고 싶다”며 롤 모델을 이야기한 바 있다. ‘신장이 아닌 심장으로 하는 농구’를 꿈꾸고 있다.


# 정예림이 보는 허예은, 허예은이 보는 정예림


정예림과 허예은의 대결은 치열했다. 정예림이 여유 있고 날카로운 패스와 미드-레인지 점퍼, 공격 리바운드에 이은 2차 공격 기회를 만들었다면, 허예은은 크로스오버 드리블을 활용한 돌파와 정교한 슈팅, 화려한 패스로 정예림과 맞섰다.
두 가지 장면이 두 선수의 라이벌 의식을 잘 드러냈다. 허예은이 1쿼터 종료 26.4초 전 정예름을 상대로 단독 속공을 시도했다. 멈출 법했지만, 왼손 레이업으로 득점을 노렸다. 그러나 정예림의 블록슛에 막혔다. 정예림의 높이와 블록슛 타이밍이 빛을 발했다.
비슷한 상황이 경기 종료 3분 전에 한 번 더 있었다. 허예은이 정예림과 1대1로 맞섰다. 다시 한 번 돌파를 시도했다. 정예림이 끝까지 따라붙어 허예은을 저지하려고 했으나, 허예은은 두 번 당하지 않았다. 파울 자유투를 얻었고, 2개의 자유투 모두 성공했다. 허예은의 스피드가 웃은 순간이었다.
정예림과 허예은은 U-16 대표팀 때 함께 한 적 있다. 실전에서 많은 맞대결을 펼쳤다. 서로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서로의 장점을 인정했다. 두 선수의 라이벌 구도. 치열하지만 즐거워보였다. 정예림과 허예은. 두 선수의 라이벌 구도가 더 치열해지기를 기대하며, 서로를 향한 이야기를 간단히 정리해봤다.


정예림 : (허)예은이는 슛도 막아야 하고 돌파도 막아야 한다. 슛을 막으면 돌파를 하고, 돌파를 막으면 슛을 한다. 여러 가지 다 잘 하다 보니 수비하기 어렵다. 내가 예은이보다 낫기 때문에, 팀이 이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웃음) 예은이가 다음 대회에서는 더 좋아질 거라고 본다. 나도 예은이처럼 슛과 돌파 모두 막기 힘든 선수가 되고 싶다.
허예은 : 사실 1쿼터 단독 속공 상황에서 멈췄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예림이한테 블록슛을 당한 것 같다. 예림이 앞에서는 멈췄어야 했다.(웃음) 예림이는 높이와 스피드, 패스 센스와 수비 모두 좋은 선수다. 내가 예림이와 매치업에서 앞서려면, 더 빨라지고 힘을 세게 하고 슈팅을 정확하게 하는 것 밖에 없다. 노력 밖에 없다고 본다.


사진 = 김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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