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험(經驗)’은 돈 주고 살 수 없는 가치다. 그래서 더 값지고 어려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경험’이라는 단어를 중요하게 여긴다.
특히, ‘다양한 경험’은 한 사람의 인생을 더 다채롭게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양한 경험을 원한다. 2022~2023시즌부터 수원 KT의 장내 아나운서를 맡은 박재범 아나운서도 마찬가지였다.

많은 농구 관계자와 농구 팬들은 ‘박재범 아나운서’를 대학농구리그 전문 아나운서로 알고 있다. 박재범 아나운서의 목소리는 그만큼 대학농구 팬들에게 익숙하다.
박재범 아나운서는 5년 넘게 대학농구리그를 중계했다. 대학농구리그를 향한 박재범 아나운서의 애착도 크다. 많은 경기를 중계했고, 많은 유망주들을 눈으로 지켜봤기 때문이다. 대학농구리그와 관련된 기억도 꽤 많았다.
대학농구리그를 중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2015년부터 아나운서를 시작했습니다. 라디오도 했고, 사내 방송도 했죠. 핸드볼도 중계했습니다. 2년 정도 경력을 쌓다가, 2017년부터 대학농구리그를 중계하게 됐습니다. 같이 중계하던 팀이 대학농구리그 중계를 맡았거든요.
중점을 둔 사항은 어떤 거였을까요?
선수들을 파악하는 게 첫 번째였습니다. 또, 정확한 중계를 위해, 농구를 더 디테일하고 더 자세하게 공부했습니다. 하지만 혼자 공부하는 건, 한계가 명확했어요. 그래서 현장에 있는 많은 분들에게 자문을 구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어떤 거였을까요?
성균관대가 2019년에 챔피언 결정전으로 갔고, 건국대가 2022년에 챔피언 결정전으로 향했습니다. 약체로 평가받았던 팀이 강팀들을 잡았낸 사례였죠. 뻔하지 않았던 전개가 중계진과 팬들에게 재미를 줬던 것 같아요. 경기를 패한 강팀들한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요.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는 누구나요?
먼저 전현우(현 대구 한국가스공사) 선수가 기억납니다. 당시 전현우 선수가 속했던 고려대의 분위기가 썩 좋지 않았는데, 전현우 선수가 주장으로서 좋지 않은 분위기를 추스르려고 했어요. 프로에서도 잘하는 선수로 성장했고요. 어린 선수지만,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이정현(현 고양 캐롯) 선수도 기억에 남습니다. 연세대학교에 갓 입학했을 때도, ‘이 친구 뭐지?’라고 할 정도로 잘했어요. 부진한 시기도 있었지만, 결정적일 때 제몫을 한 선수였습니다. 프로에서도 자기 가치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가스공사를 상대로는 커리어 하이를 찍었고요.(이정현은 해당 경기에서 3점슛 9개를 포함해 31점을 퍼부었다)
하윤기(현 수원 KT) 선수도 1학년 때부터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습니다.. 특히, 덩크는 RMeo부터 남달랐어요. 아나운서들의 샤우팅을 일으켰죠. 대학농구를 향한 관심이 조금 더 컸다면, 하윤기 선수가 더 많은 사랑을 받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나운서는 상황을 설명해야 하는 직업이다. 눈으로 본 걸 말로 풀어내야 한다. 특히, 농구처럼 빠른 종목이라면, 아나운서의 전달 능력은 더 중요하다.
박재범 아나운서도 마찬가지였다. 대학농구리그를 통해 농구의 매력을 느꼈고, 더 좋은 중계를 위해 농구를 직접 했다. 몸으로 농구를 느낀 박재범 아나운서는 경기 상황을 더 잘 알게 됐다. 선수들이 경기 중에 느낄 감정 또한 더 깊이 파악했다.
프로 경기장도 자주 찾으셨습니다. 대학리그 현장과는 많은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대학 선수들은 빠른 스피드와 열정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프로는 스피드와 열정만으로 되지 않는 무대입니다. 열정과 스피드를 조절해야 하는 무대라고 생각했죠. 어떨 때는 대학 무대보다 더 큰 열정과 더 빠른 몸놀림을 보여줘야 하고요.
많은 관중을 경험했던 대학 선수와 그렇지 않은 대학 선수들의 차이도 느꼈을 것 같습니다.
대학 시절부터 많은 관중을 경험했거나, 많은 관심을 받았던 선수들이 있습니다. 그런 선수들은 프로에서 빨리 적응하는 것 같아요.
반면, 그런 경험이 적었던 선수들이나 적은 관중에서 경기했던 선수들은 포텐을 늦게 터뜨리는 것 같아요. 자기 능력을 보여주기 전까지,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 같아요.
농구를 직접 하시나요?
2021년부터 2022년 초까지 동호회에서 꾸준히 농구했습니다. 그렇지만 2022년 중반부터 중계가 더 많아졌어요. 일정을 맞추지 못했어요. 게다가 어깨도 다쳤습니다. 그런 것 때문에, 지금은 농구를 못하고 있어요.
농구를 해보기 전의 중계와 해보고 난 후의 중계는 달랐을 것 같아요.
맞습니다. 확실히 달라요. 눈으로 보고 입으로 말할 때는, 모든 게 가능해요. 또, 중계할 때는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직접 해보면 안 되더라고요.(웃음)
선수들만큼의 근력과 체력, 구력이 있어야, 할 수 있는 동작들이 존재했습니다. 그런 걸 체감하고 나서야, 선수들이 정말 힘들겠다고 생각했어요. 체력이 떨어질 때 슛 거리가 짧아지는 이유도 제대로 체감했습니다.(웃음)

아나운서로서 다양한 일들을 접했다. 2022~2023시즌을 앞두고는, 다른 일에 도전했다. 수원 KT의 장내 아나운서다.
장내 아나운서는 체육관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을 이야기해야 한다. 경기 상황을 팬들에게 이야기해주고, 팬들과 함께 하는 이벤트를 맛깔나게 진행해야 한다. 그 외에도 다양한 공지사항들을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장내 아나운서와 스포츠 중계는 명백히 다른 일이다. 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실수도 너무 많이 하고, 부족한 것도 너무 많아요. 그것 때문에, 이불 킥을 하는 일도 잦아요. ‘내가 과연 이번 인터뷰를 해도 되는 건가?’라는 생각도 들었고요”라며 실수했던 일들을 떠올렸다.
2022~2023시즌부터 수원 KT의 장내 아나운서를 맡으셨습니다.
마이크를 잡고 나서, 다양한 일들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겁이 많다 보니(웃음), 쭈뼛쭈뼛하다가 놓친 기회들이 많았어요. 도전할 기회 자체를 놓쳤던 거죠.
그렇지만 나이가 점점 들면서, ‘지금 하지 않으면, 평생 해볼 수 없다’는 생각이 커졌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 때, KT 이벤트 대행업체에서 연락을 주셨습니다. “농구 지식을 갖춘 장내 아나운서를 뽑는다. 한 번 지원해봐”고 권유하셨죠.
이야기를 듣자마자 지원을 했습니다. KT 구단에서도 OK해주셨어요. 나중에 알게 된 건데, KT 단장님께서 “기존에 잘하는 분들도 많지만, 농구 지식을 갖춘 새로운 장내 아나운서를 원한다”고 하셨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운 좋게 선발된 것 같습니다.
장내 아나운서가 숙지해야 할 사항은 어떤 게 있을까요?
먼저 장내 아나운서가 해야 하는 일이 스포츠 중계와 다르다는 걸 알고는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현장에서 경험해보니, 차이가 더 크더라고요.
먼저 스포츠 중계 아나운서의 멘트는 경기에 큰 방해가 되지 않습니다. 해설위원님과 여러 이야기들을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죠. 그렇지만 장내 아나운서가 하는 말은 경기장에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제가 뱉었던 말이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과 경기에 집중하는 모든 이들에게 방해될 수 있어요. 그런 것에 관한 기준점을 잡아야 하는데, 그게 정말 어려웠습니다. 아직도 어렵고요.
그리고 이전에는 호흡을 길게 하고, 이야기하는 사람과 눈을 길게 마주쳤습니다. 하지만 장내 아나운서는 다릅니다. 이벤트 진행 혹은 팬과의 교감이 짧은 시간 내에 이뤄져야 합니다. 그런 점이 쉽지 않았어요. 아직도 적응 중이고, 아직도 많은 피드백을 받고 있습니다.
기억에 남는 실수도 있으실 것 같아요.
너무 많아요.(웃음) 홈 개막전부터 떠올리면, 원정 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을 너무 대충 소개해버렸어요. 제 딴에는 힘을 빼고 가볍게 하려고 했던 건데, 결과는 그렇지 못했어요. 원정 팀한테 너무 죄송했고, 해당 내용에 관해서는 피드백도 받았습니다.
두 번째 경기 때도 실수했어요. 전반전까지 원정 팀의 득점도 이야기를 했어요. 장내 아나운서들은 홈 팀 득점 위주로 텐션을 끌어올리는데, 저는 중계할 때의 습관을 못 고쳤어요. 그 외에도 여러 실수들이 기억에 남는데, 그 때마다 ‘한 번 더 생각을 해보고 진행했으면 어땠을까?’라는 후회가 들더라고요.
지금은 그런 실수를 조금 줄였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해요. 실수도 많고요. 그것 때문에, 이불을 걷어찼던 일들도 숱하게 많았습니다. ‘내가 과연 이번 인터뷰를 해도 되는 걸까?’라는 걱정도 있었고요.
즐거웠던 에피소드도 있었을 것 같아요.
장내 아나운서 옆에 캡틴석이라고 있습니다. 2~3명 정도 앉을 수 있는 좌석이죠. 선수단 그리고 경기 기록석 바로 옆에서 경기를 볼 수 있습니다. 생경한 경험이다 보니, 캡틴석에 앉으셨던 분들이 정말 좋아하셨어요.
다만, 팬들께서 그런 자리를 어색해하실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마이크가 꺼졌을 때, 캡틴석에 계신 팬 분들한테 인사를 드렸습니다. 팬 분들과 직접 교감한 건, 저한테도 좋은 기억이자 즐거운 추억이었습니다.

한 가지 분야에서 오래 버티다 보면, 자신만의 길이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존버(계속 버티는 것)’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박재범 아나운서가 지닌 인생관도 ‘존버’와 다르지 않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꾸준히 하는 것이다. 그러나 조금 다른 면도 존재했다. 지금 하는 일을 계속 하되, 다른 경험도 해보는 것. 그렇게 목표를 설정한 근거도 확실했다. 그 핵심은 ‘넓은 시야’였다.
KT가 요즘 상승세입니다. 흥이 더 나실 것 같아요.
(KT는 지난 2022년 12월 23일 대구 한국가스공사전부터 2023년 1월 6일 안양 KGC인삼공사전까지 6연승을 질주했다)
장내 아나운서를 하기 전의 저는 중립을 지켜야 했습니다. 물론, 친밀함의 차이는 어느 정도 있었지만, 제 임무는 양 팀의 상황과 양 팀의 선수를 모두 언급하는 겁니다. 그래서 한 팀만 응원해야 하는 일이 저에게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장내 아나운서가 어색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한 팀만 응원하는 것도 재미있더라고요. 또, 제가 맡은 팀이 잘할 때, 흥이 나고 기분도 좋더라고요. 목소리도 커지고요. 다만, 제 목소리가 커지면 경기장이 시끄러워지기 때문에, 그런 점들은 조절을 해야 합니다.(웃음)
장내 아나운서로서의 목표는 어떻게 되시나요?
스포츠 아나운서와 달리, 더 가까운 곳에서 경기를 볼 수 있습니다. 또, 중계 때처럼 헤드폰을 쓰지 않습니다. 그래서 현장감이 더 커요. 담당 팀만 응원할 수 있다는 매력도 있고요.
지금의 경험이 저한테 의미 있는 경험으로 작용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일단 이번 시즌부터 잘 하는 게 장내 아나운서로서의 첫 번째 목표입니다.(웃음) 오래 할 수 있다면, 더 좋고요.
스포츠 아나운서로서의 목표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저는 특정 방송사에 소속된 아나운서가 아닙니다. 간단히 이야기하면, 프리랜서예요. 현실적으로 불안정해요. 하지만 지금 맡고 있는 종목을 꾸준히 중계하고, 어느 종목에서도 어색하지 않은 아나운서가 되고 싶어요. 그렇게 다양한 종목을 중계하다 보면, 제 시야도 넓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일을 오래 할 수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건 없다고 생각해요. 가늘다고 해도, 오래 일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웃음)
더 도전해보고 싶은 일도 있으신가요?
드라마나 영화를 촬영하는 사람들이 뉴스 아나운서와 기자 역할을 프리랜서 아나운서들에게 가끔 줍니다. 저 역시 그런 경험을 했어요. 그런 일들처럼 다양한 일들을 오랜 시간 하고 싶어요. 서로 다른 경험 속에 적용할 수 있는 것도 많고, 얻는 것도 많아지거든요.
일러스트 = 정승환 작가
사진 제공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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