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인터뷰는 5월 말 진행되었으며, 기사는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6년 6월호에 게재됐습니다. (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매 링크)
[바스켓코리아=김채윤 기자] 프로의 벽은 예상보다 더 높았다. 원주 DB의 김휴범은 데뷔 시즌을 아쉬움으로 기억한다. 피지컬에 짓눌렸고, 자신감이 꺾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그 감정을 지우려 하지 않는다. 꺾였기 때문에, 무엇을 쌓아야 하는지 알게 됐다. 알게 됐기 때문에, 지금 더 지독하게 움직이고 있다. 두 번째 시즌을 준비하는 김휴범은 여전히 증명해야 할 것이 많다.
프로 첫 시즌이 끝났습니다. 어땠나요?
아쉬웠어요. 배운 것도 많고 느낀 것도 많았는데, 좋은 쪽으로 성장했다는 느낌보다 아쉬운 게 더 많이 남아요. 기회가 왔을 때 잡지 못하고, 계속 자멸하는 느낌이었거든요. 그게 제일 힘들었어요.
드래프트 당시 이야기부터 해볼게요. 순위가 예상보다 밀렸어요.
부상이 있었으니, 어느 정도는 인지하고 있었어요. 저 스스로도 마이너스라는 걸 알고 있었죠. 그렇지만 막상 친구들이 먼저 지명되는 걸 보면서, ‘내가 더 잘할 수 있는데…’라고 생각했어요. 어쩔 수 없더라고요. 하지만 지명된 후에는 ‘이제 더 잘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잡았어요.
DB에 합류했을 때 첫 인상은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김주성 감독님께서 저를 좋게 봐주셨고, 백업 가드가 팀에 필요한 상황이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저한테 기회가 온 거라고 봐요.
처음에는 경기를 못 뛰어도, 벤치에서 보는 것 자체가 배움이었어요. 흐름을 읽는 법, 선배들이 경기를 어떻게 운영하는지 등등이요. 그게 가장 큰 경험이었습니다.

(박)봉진이 형이랑 (박)인웅이 형이 많이 챙겨주셔서, 잘 적응할 수 있었어요. (김)보배나 (송)재환이 등 동갑인 친구들과 막내 생활을 같이 했어요. 그러다 보니, 금방 가까워졌어요. 사실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라, 지금도 막 편하진 않습니다(웃음).
팀에 같은 포지션 최고의 선수인 이선 알바노가 있습니다. 알바노 선수에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점 또한 큰 장점인 것 같은데요.
맞아요. 알바노 선수는 워크 에식이 정말 뛰어나요. 가드로서 어떻게 경기를 읽고 운영해야 하는지, 득점력을 언제 발휘해야 하는지. 배울 게 워낙 많아요. 알바노 선수가 함께 있는 동안, 저는 알바노 선수의 모든 걸 흡수하려고 했죠. 물어보면, 잘 알려주기도 하고요.
본격적으로 경기에 투입됐을 때, 대학교와 어떤 차이를 느꼈나요?
피지컬 차이가 생각보다 훨씬 컸어요. 대학 그리고 D리그랑은 압박감 자체가 달랐죠. 1군은 진짜 잘하는 사람들만 모여 있으니까요. 다른 건 어느 정도 자신 있다고 생각했는데, 피지컬부터 밀렸어요. 그게 자신감까지 건드리더라고요. 자신감이 떨어지니까 제 플레이가 안 나왔고, 그게 또 자신감을 더 떨어뜨렸어요. 계속 악순환이었어요.
가장 자신 있던 점은 어떤 거였나요?
팀 조율 능력이랑 2대2 전개요. 하지만 피지컬부터 밀리니, 그조차 제대로 꺼내지 못했어요. 자신감이 떨어진 것도 컸고요.

수원 KT와의 원정 경기요. 중요한 순간에 들어갔다가 미스를 내고 바로 교체됐는데, 그때 자신감이 확 꺾였어요. 그 뒤로는 압박감을 매번 느꼈어요. 오히려 ‘잘해야 한다’는 마음이 몸을 더 굳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자신감이 꺾인 상태를 어떻게 추스렸나요?
운동이었어요. 연습량이 많아지면, 자신감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믿거든요. 지금은 울산에서 문정현 형(수원 KT)과 같이 운동하고 있는데, 정현이 형은 정말 농구를 똑똑하게 아는 선수라에요. 그래서 얘기를 나눌 때마다 도움이 돼요. 정현이형이 ‘자신 있게 해라’는 말을 저에게 제일 많이 해주시는데, 그게 매번 필요한 말이에요.
반대로, ‘나도 통하겠다’ 싶었던 순간도 있었나요?
연습 땐 자신감 있는 상태로 임하면, 잘 했어요. 그때는 ‘압박감만 이겨내면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렇지만 실전은 다르더라고요(웃음). 자신감이 떨어지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그걸 조절하지 못했다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시즌 내내 벤치에서도 많은 걸 봤을 것 같아요. 경기를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느낀 게 있다면요?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배움이 됐던 시간이었어요. 흐름을 읽는 감각 자체가 달랐고, 한 번의 미스가 팀에 미치는 영향도 훨씬 크게 느껴졌어요.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날은?
홈에서 SK랑 경기할 때, 알바노 선수의 버저비터요. 벤치에서 봤지만, 그 순간만큼은 정말 뭔가 뜨거웠어요.
양준석 선수(창원 LG)도 벤치마킹하고 있다고요?
같은 울산 출신이기도 하고, 가드로서 제 이상향에 가장 가까운 선수예요. LG 원정 갔을 때 직접 보기도 했고, 간간이 연락하면서 조언을 받고 있어요. 경기 운영하는 방식이나 팀원을 살리는 방법, 그런 것들을 많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감독님께서 무엇을 원하시는지 파악해서, 가려운 곳을 긁어드릴 수 있는 선수가 돼야 해요. 그렇게 해야, 기회가 온다고 봐요. 6월에 처음 뵙게 되는데, 그 전에 최대한 준비를 해두고 싶어요.
지금은 휴가 기간입니다. 가장 중점적으로 하는 건 어떤 건가요?
웨이트 트레이닝요. 피지컬이 핵심이라는 걸 몸으로 느꼈으니까, 거기서 밀리지 않는 게 먼저예요. 스킬 훈련도 병행하고 있지만, 결국 피지컬이 뒷받침돼야 해요. 피지컬부터 탄탄하게 해야, 제 플레이가 나온다고 생각하거든요.
팬들한테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어요?
믿음 있는 선수요. “김휴범이 들어가면 불안하다”는 말 대신, “김휴범이면 괜찮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아직은 멀었지만, 그게 저의 방향이에요.
장기적인 목표와 다음 시즌 목표도 듣고 싶어요.
감독님이 믿고 맡길 수 있는 안정적인 가드가 되는 거요. 미스 없이 경기를 운영하고, 팀원을 잘 살려줄 수 있는 플레이를 하고 싶어요. 거창하게 들릴 수 있는데, 저한테는 그게 가장 현실적인 목표예요. 그리고 다음 시즌에는 이번 시즌보다 코트에 더 많이 나서는 것? 그게 전부예요. 또, 기회가 왔을 때, 지난 시즌처럼 자멸하지 않는 거요.
사진 제공 = KBL
일러스트 = 슈팅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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