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유순 카드’는 실패했지만, ‘김지영 카드’가 기대 이상이었다.
농구는 공격수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스포츠다. 그리고 득점을 많이 하는 선수가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는다. 주득점원이 높은 연봉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코칭스태프는 ‘수비’를 강조한다. “수비가 되면, 공격은 자동적으로 풀린다”고 하는 사령탑이 많다. 그래서 코칭스태프는 수비에 집중하고, 기회를 얻고자 하는 백업 자원들도 ‘수비’부터 생각한다.
사실 기자도 ‘공격’에 집중했다. ‘누가 어시스트했고, 누가 득점했다’가 기사의 90% 이상을 차지했다(사실 100%에 가깝다). 그래서 관점을 살짝 바꿔봤다. 핵심 수비수의 행동을 기사에 담아봤다. 기사의 카테고리를 ‘수비수의 시선’으로 선택한 이유다.

인천 신한은행은 2024~2025 WKBL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창단 처음으로 1순위 지명권을 획득했다. 그래서 1순위가 신한은행에 더 큰 의미로 다가왔다. 1순위를 얻은 신한은행은 재일교포이자 해외 활동 선수인 홍유순(179cm, C)을 선택했다.
홍유순의 기여도가 점점 높아졌다. 홍유순은 WKBL 역대 단일리그 기준으로 ‘신인 최초 4경기 연속 더블더블’을 달성했다. 그 후에도 신한은행에 크게 공헌했다. 신한은행이 비록 플레이오프에 나서지 못했으나, 홍유순은 생애 한 번뿐인 신인상을 차지했다.
그러나 홍유순의 입지가 줄어들 뻔했다. 최윤아 감독이 새롭게 부임한 후, 홍유순이 백업 멤버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홍유순은 비시즌 내내 최이샘(182cm, F)-김진영(177cm, F)-미마 루이(185cm, C) 등 선배들을 지켜봐야 했다.
하지만 시간은 길고, 변수는 많다. 선배 포워드진의 줄부상이 일어나, 홍유순의 비중이 여전히 높다. 이번 아산 우리은행전에도 막중한 임무를 소화해야 한다. 우리은행의 에이스인 김단비(180cm, F)를 효과적으로 제어해야 한다.
# Part.1 : 1대1을 원했지만...
최윤아 신한은행 감독은 경기 전 “(홍)유순이가 (김)단비를 막는다. 단비를 1대1로 막아줘야 한다. 동시에, 단비의 파생 옵션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게 우리 팀한테 최상의 시나리오다. 유순이의 수비가 잘 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로테이션 수비를 해야 한다”라며 ‘김단비 수비 전략’을 밝혔다. 홍유순을 ‘키 플레이어’로 설정했다.
홍유순은 탑에서 김단비를 막아섰다. 김단비와 변하정(180cm, F)의 2대2를 체크해야 했다. 변하정의 스크린 밑으로 빠져나갔다(대부분 코칭스태프들이 이를 ‘언더’로 표현한다). 김단비에게 3점을 주기로 했고, 김단비의 3점을 무위로 돌렸다.
그러나 홍유순은 김단비의 볼 없는 동작까지 체크하지 못했다. 김단비에게 퍼스트 스텝을 허용했다. 뒤따라갔으나, 김단비의 스탑 및 점퍼 동작에 밸런스를 잃었다. 김단비한테 미드-레인지 점퍼를 허용했다.
홍유순은 김단비의 퍼스트 스텝을 전혀 쫓아가지 못했다. 김단비에게 너무 쉽게 뚫렸다. 최윤아 신한은행 감독의 생각이 코트로 나오지 않았다. 최윤아 신한은행 감독이 ‘수비 전략 변화’를 고심할 법했다.
그러나 홍유순이 집중력을 높였다. 신한은행 선수들이 순간적으로 변형을 주기는 했지만, 홍유순은 1대1 수비로 김단비를 잘 제어했다. 그 사이, 신이슬(170cm, G)이 연속 5점. 신한은행은 21-14로 치고 나갔다.
홍유순은 김단비를 3점 라인과 먼 곳으로 밀어냈다. 하지만 김단비와 멀어졌다. 그게 김단비에게 부스터를 달아줬다. 부스터를 단 김단비는 홍유순의 오른쪽을 돌파. 홍유순은 힘을 쓰지 못했다. 신한은행도 허무하게 실점했다. 22-14까지 앞섰지만, 22-20으로 1쿼터를 마쳤다.
# Part.2 : 부각된 김단비
홍유순은 김단비와 오니즈카 아야노(168cm, G)의 2대2와 마주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아야노와 미스 매치됐다. 손을 뻗었지만, 아야노에게 슛할 공간을 줘버렸다. 아야노한테 3점을 실점. 신한은행은 24-23으로 쫓겼다.
그리고 홍유순은 2쿼터 시작 2분 20초 만에 두 번째 파울을 범했다. 어떤 동작이든 적극적으로 하기 어려웠다. 자치하면, 파울 트러블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신한은행은 공격 실패 후 수비를 빠르게 정돈하지 못했다. 우리은행의 얼리 오펜스에 휘말렸다. 아야노에게 미드-레인지 점퍼를 허용. 24-25로 역전당했다. 최윤아 신한은행 감독은 이때 첫 번째 타임 아웃을 사용했다.
신한은행은 타임 아웃 후 홍유순을 불러들였다. 우리은행도 얼마 지나지 않아 김단비를 제외시켰다. 신한은행의 수비 부담은 확 줄었다. 우리은행의 핵심이 빠졌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2쿼터 종료 4분 5초 전부터 김단비 있는 우리은행과 마주했다. 김단비의 수비 리바운드와 드리블을 확인했음에도, 김단비의 속공을 아무도 저지하지 못했다. 치고 달리는 김단비에게 실점. 32-37로 우리은행과 다시 멀어졌다.
쉬고 있던 홍유순이 코트로 다시 나섰다. 하지만 김지영(170cm, G)이 김단비를 막았다. 홍유순과 루이가 도움수비수로 나섰다. 그렇지만 김지영을 포함한 앞선이 김단비의 2대2에 너무 쉽게 뚫렸다. 게다가 홍유순과 루이의 반응 속도도 너무 늦었다. 고나연(173cm, G)이 뒤늦게 나섰지만, 고나연은 김단비의 높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우리은행이 김단비에게 2명의 스크리너를 붙였다. 신한은행의 수비를 복잡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신한은행 선수들은 이를 어느 정도 반응했다. 김단비를 잘 막았다. 하지만 이다연(175cm, F)에게 공격 리바운드를 허용. 이다연한테 파울 자유투를 내줬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사이도 멀어졌다. 점수는 36-45였다.

김진영(178cm, F)이 김단비를 막았다. 김진영은 홍유순보다 노련한 선수. 또, 홍유순만큼의 피지컬과 운동 능력을 갖췄다. 그렇기 때문에, 김단비의 돌파를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다른 선수를 막지 못했다. 강계리(164cm, G)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에 3점을 맞기는 했지만, 그 외의 수비 과정도 그렇게 좋지 않았다. 특히, 3쿼터 시작 2분 56초에는 40-52로 밀리는 점수를 허용. 최윤아 신한은행 감독이 후반전 첫 번째 타임 아웃을 써야 했다.
홍유순이 다시 김단비를 막았다. 김단비를 자유투 라인에서 멈칫거리게 했다. 홍유순이 김단비의 페이스를 떨어뜨리자, 신한은행의 실점 속도가 줄었다. 그리고 45-52를 만들었다. 3쿼터 잔여 시간 5분 30초였다.
신한은행은 그 후 다양한 선수를 김단비에게 붙였다. 그리고 나머지 4명이 수비망을 좁혔다. 김단비의 돌파 득점을 막기 위해서였다. 특히, 김지영은 김단비의 돌파를 블록슛. 김단비의 기세를 잘 떨어뜨렸다.
김지영이 3쿼터 종료 1분 50초 전 벤치로 물러났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하프 코트에서 강하게 압박. 우리은행의 전진을 막았다. 김단비한테 공격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그 결과, 신한은행은 57-54로 3쿼터를 마쳤다. 주도권을 회복했다.
# Part.4 : 눈물과 교차된 희망
김지영이 4쿼터 초반 김단비를 막았다. 김단비의 백 다운에 밀리기는 했지만, 김단비의 피벗에 속지 않았다. 오히려 김단비의 스핀 무브 타이밍을 예측. 김단비의 골밑 득점을 블록슛했다. 심판진이 파울을 불기는 했으나, 김지영은 ‘굿 디펜스’를 해냈다.
김진영이 김지영과 교대했다. 김지영처럼 김단비를 괴롭혔다. 낮은 자세로 김단비를 3점 라인 부근으로 밀어낸 것. 엘보우 안쪽으로의 진입을 허락하지 않았다.
김진영은 김단비를 3점 라인과 먼 곳으로 밀어냈다. 김단비의 ‘픽 앤 팝(스크린 이후 밖으로 빠지는 동작)’을 유도했다. 그러나 김단비에게 3점을 허용. 신한은행은 60-62로 다시 밀렸다. 최윤아 신한은행 감독이 후반전 두 번째 타임 아웃을 써야 했다.
신한은행은 김단비에게 계속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김단비의 킥 아웃 패스까지 어떻게 하지 못했다. 그리고 심성영(165cm, G)에게 3점을 허용. 65-67로 역전당했다. 남은 시간은 3분 28초였다.
김지영이 또 한 번 김단비의 스핀 무브를 막아섰다. 그러나 신한은행은 공격 리바운드를 계속 허용했다. 그리고 김진영이 김단비의 골밑 득점을 막지 못했다. 신한은행은 결국 65-69로 패했다. ‘우리은행전 7연패’를 기록했다.
다만, 앞서 이야기했듯, 김지영이 김단비의 슛을 3개나 막았다. 그것도 완벽한 블록슛. 이는 추격의 발판으로 작용했다. 최윤아 신한은행 감독도 경기 종료 후 “(김)지영이가 잘해줘서, 우리가 끝까지 추격할 수 있었다”라며 김지영의 수비를 고무적으로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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