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스켓코리아=이재승 기자] 보스턴 셀틱스는 이번 여름, 팀의 중심인 케빈 가넷과 폴 피어스를 브루클린 네츠로 트레이드하는 결단을 내렸다. 보스턴은 지난 몇 년간 줄곧 팀의 핵심선수들을 내주고 유망주나 드래프트 티켓을 얻고자 많은 트레이드를 시도한 바 있다. 이미 팀을 떠난 레이 앨런은 물론이고 프랜차이즈 스타인 피어스의 이름도 서슴지 않게 거론됐다.
단적인 예로 보스턴은 앨런을 멤피스 그리즐리스의 O.J. 메이요(현 밀워키)와의 트레이드를 진행했고, 거의 성사단계에 다다랐다. 하지만 트레이드는 일어나지 않았다(당시 앨런은 트레이드 소식을 듣고 이미 짐을 꾸렸을 정도). 이는 피어스도 마찬가지. 데니 에인지 단장은 피어스를 매물로 드래프트 지명권을 얻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지난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앞두고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를 포함한 여러 팀에 트레이드를 문의했지만, 제대로 성사되지 않았다.
보스턴은 결국 20여 년 만에 팀에 우승트로피를 안긴 주력선수 셋을 모두 내보냈다. 앨런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지난 2012년 여름에 팀을 떠났고, 가넷과 피어스도 보스턴에서 선수생활을 마무리하지 못하게 됐다. 에인지 단장은 발 빠르게 이들을 데려오며 팀을 우승권으로 끌어올렸지만, 이와 반대로 늘 BIG3를 처분하고자 했다. 백전노장이었기에 미래를 생각한 움직임이었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BIG3 규합 이전
가넷은 미네소타에서 전천후 선수로서 열정을 불살랐고, 피어스는 보스턴에서 혈혈단신으로 팀을 이끌었다. 앨런도 시애틀 슈퍼소닉스(현 오클라호마시티)에서 주득점원다운 기량을 과시했다. 세 선수 모두 팀의 살림꾼이자 전부였고, 이들이 없는 소속팀은 선장을 잃은 배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였을까? 이들이 속한 팀은 각자 뚜렷한 한계를 드러내곤 했다. 미네소타는 가넷의 지나친 존재감 탓(?)에 그에게 너무 많은 몸값을 지불했다. 마켓도 크지 않은 상황에서 가넷에게 지출한 많은 연봉은 다른 스타급 선수들을 영입하는데 적잖은 장애가 됐다. 설상가상으로 조 스미스와의 이면계약으로 향후 다섯 시즌 동안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이 박탈되는 불운을 겪었다. 전력을 보강할 두 가지 창구(자유계약/드래프트) 중 한 축이 사실상 막히면서 미네소타의 미래는 더욱 어두워졌다.
가넷의 미네소타는 이후 라트렐 스프리웰과 샘 커셀을 영입하며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지만, 이는 반짝이었다. 대권을 노렸던 트리오는 금세 와해됐다(스프리웰의 무리한 계약요구가 결정적이었다). 이후 내리 세 시즌 동안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며 대권과는 점점 멀어져갔다. 가넷은 시즌 내내 '20점-10리바운드-5어시스트' 기록을 이어갔지만, 혼자서 모든 것을 이뤄내긴 역부족이었다.
보스턴의 미래도 암담함 그 자체였다. 피어스는 분전했지만, 팀의 성적은 하위권으로 곤두박질쳤다. 팀의 승수는 지난 2004-2005 시즌 이후 '45-33-24'로 점점 떨어졌다. 그의 곁에 앤트완 워커와 같은 올스타 클래스의 선수는 더 이상 없었다. 당시 보스턴은 떨어지는 성적과 함께 젊고 유망한 선수들을 모으는데 관심이 많았다. 알 제퍼슨(현 샬럿), 레존 론도, 딜런테 웨스트, 토니 앨런(현 멤피스), 마커스 뱅크스, 켄드릭 퍼킨스(현 오클라호마시티), 라이언 곰스(현 오클라호마시티) 등 유망주들을 대거 품었다. 언제까지 어린 선수들을 성장을 지켜볼 정도로 피어스는 여유롭지 않았다.
앨런도 마찬가지. 앨런은 밀워키 벅스에서 시애틀로 새로이 둥지를 튼 후 시애틀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앨런은 잠깐이었지만 지난 2004-2005 시즌, 또 다른 슈터인 라샤드 루이스와 함께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을 선사하기도 했다. 앨런의 시애틀은 공격지향적인 농구를 펼치며 2000년대 중반, 스티브 내쉬가 이끄는 피닉스 선즈와 함께 최고의 공격농구를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공격적인 농구가 승리를 보장해주진 못했다. 게다가 팀이 공을 들여 시작한 '3대 센터 프로젝트(로버트 스위프트, 요한 페트로, 무하마드 세네)'의 실패는 시애틀의 골밑전력을 더욱 처참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2006-2007 시즌 이후 루이스마저 팀을 떠나며, 앨런의 자리는 더욱 애처로워 보였다.
2007년 여름, 천지가 개벽하다
이토록 고군분투하던 이들에게 2007년은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는지 모른다. 이들은 지난 2007년 여름, 보스턴에서 한데 어우러지며 '챔피언십'이라는 최종목표를 위해 보스턴에서 '결의'했다.
보스턴이 우승후보로 떠오르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트레이드 진행을 누구보다 빨리 하기로 소문난 에인지 단장은 먼저 5순위 지명권으로 레이 앨런을 영입했다. 이어 제퍼슨을 포함한 무려 다섯 명의 선수와 드래프트 티켓 2장을 미네소타에 건네주는 조건으로 가넷을 데려왔다.
# 앨런 트레이드
보스턴 get 레이 앨런, 글렌 데이비스
시애틀 get 제프 그린, 딜런테 웨스트, 월리 저비악, 드래프트 티켓(2008 2라운드)
# 가넷 트레이드
보스턴 get 케빈 가넷
미네소타 get 라이언 곰스, 제럴드 그린, 알 제퍼슨, 디오 라트리프, 세바스찬 텔페어, 드래프트 티켓 2장(2009 1라운드)
공수를 겸비한 최고의 빅맨과 전천후 공격수, 그리고 현역 최고 슈터까지 모인 극강의 라인업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각 팀에서 평균 20점은 너끈히 소화하는 세 명의 선수가 한 데 뭉쳤다는 것만으로 파급효과는 실로 엄청났다. 당해 시즌 보스턴은 무려 66승을 기록했는데, 전 시즌대비 42승이나 많은 승수를 쌓으며 BIG3를 구성한 첫 해 우승을 차지했다.
BIG3가 우리에게 남긴 것들
셀틱스의 BIG3는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안겨주고 각자의 길을 가게 됐다. 이들은 지난 2007-2008 시즌의 우승을 포함하여 보스턴이 2000년대 중반 동부의 패권을 쥐락펴락할 수 있었던 근간이었다. 또한 가넷, 피어스, 앨런은 우승을 위한 '절실함'을 보여준 대표적인 표본이었다. 이들은 보스턴에서 뭉치기 전까지 이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다. 최고의 위치에 있었음에도 우승이라는 최종목표를 갈망했다.
공교롭게도 이들 셋은 우승을 차지하기까지 많은 험난한 과정을 겪었다. 그 와중에 여러 오르내림도 피할 수 없었다. 팀을 꾸준히 플레이오프로 이끌었지만, 상대와의 전력격차가 뚜렷했다. 이후 스타급 선수와 손을 잡고 컨퍼런스 파이널까지 진출하며 우승기회를 노렸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하물며 보스턴 합류 전까지는 플레이오프는 고사하고 만년 하위권에 위치하기도 했다.
가넷은 팀을 줄곧 플레이오프로 이끌었지만, 번번이 강호들의 벽에 가로막혔다. 스프리웰과 커셀을 만나며 힘을 냈지만,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전당포'가 이끄는 LA 레이커스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이후에도 가넷은 독야청청이었지만, 강한 서부에서 팀은 플레이오프에 명함조차 내밀지 못했다.
피어스는 지난 2001-2002 시즌, 워커와 함께 동부 컨퍼런스 파이널 무대를 밟았다. 제이슨 키드가 이끄는 뉴저지 네츠와 명 시리즈를 연출했지만, 뉴저지를 넘어서기엔 무엇인가 부족했다. 이어 보스턴은 동부의 강호로 군림하는 듯 했지만 1라운드에서 탈락하기 일쑤였고, 당시 한결 수월했던 동부에서조차 플레이오프 진출은 남의 나라 이야기였다.
앨런도 마찬가지. 앨런은 2000-2001 시즌, 밀워키에서 샘 커셀, 글렌 로빈슨과 함께 동부 컨퍼런스 파이널 무대를 밟았다. 당시 밀워키는 이들 트리오에다 팀 토마스라는 준척급 선수와 함께 팀을 잘 이끌었다. 그러나 당시 동부 결승에서 앨런 아이버슨이 속한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에게 시리즈 스코어 4대 3으로 아깝게 패하며 파이널 진출이 좌절된 바 있다. 결국, 앨런은 시애틀로 트레이드됐고, 시애틀은 너무나도 약했다.
이들은 각자의 팀에서 마지막 한 끝이 모자라 파이널에 오르지 못했다. 저마다의 단점을 이겨내고자 했고, 스타급 선수들과 함께 높은 무대를 노크했지만, 마지막을 넘어서지 못했다. 이들은 보스턴으로 합류하기 전까지 모든 혼을 쏟아 부었다. 요즘 선수들처럼 '우승 전력'이라는 핑계(?)를 대기 이전에 각고의 노력을 다한 셈이다.
팀을 옮기는 것은 각자의 자유지만, 이들 세 선수는 각자의 프랜차이즈에 본인의 능력껏 추억이라는 최고의 선물을 안겨줬다. 가넷은 여전히 미네소타에서 기립박수를 받고 있으며, 다가오는 시즌 TD가든에서도 가넷과 피어스는 많은 팬들의 성원을 받게 될 것이다. 앨런도 비록 마이애미로 새로이 둥지를 틀었지만, 이적 직후 보스턴 원정 첫 경기에서 적잖은 박수갈채(야유와 섞이기도 했지만)를 받은 바 있다.
이들은 여러 상황 속에서 본인을 담금질했다. 어느 누구보다 주어진 환경 아래에서 최선을 다했다. 주변을 탓하기 보다는 자신의 노력여하를 탓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목표를 위해 의기투합했다. 규합당시 세 선수의 조합 여부에 의구심을 품기도 했지만, '혼자'가 아닌 '우리'를 부르짖으며 '우승'이라는 궁극의 목표에 한걸음씩 다가섰다.
이 또한 우리와 같은 소시민에게 작은 표본이 될는지도 모르겠다. 선택의 폭이 너무 많아진 탓에 최선을 다해보기도 전에 다른 길을 선택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메시지가 아닐까? 적어도 가넷, 피어스, 앨런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 이후에 떳떳하게 인정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 결국에는 그토록 바라고 바라던 우승반지를 거머쥐었다. 그랬기에 당시 BIG3가 이끄는 보스턴의 우승이 슈퍼스타들이 합체했음에도 불구하고 값진 우승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왜? 규합이전 가넷, 피어스, 앨런이 각각 겪은 희노애락으로 설명하기에도 단 하나뿐인 우승반지의 가치가 너무나도 빛나기 때문이다.
사진 basketwallpaper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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