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스켓코리아 = 이재범 기자] LG 팬들은 김영환 때문에 두 번 울었다. 경기 시작 전에, 그리고 경기가 끝난 뒤에 말이다.
김영환은 2012~2013시즌을 앞두고 부산 KT에서 창원 LG로 이적했다. 김영환은 2011~2012시즌 막판 상무에서 제대한 뒤 팀에 합류했는데 원인을 알 수 없는 부진을 겪었다. 2012~2013시즌은 명예회복을 해야 하는 시즌이었다. LG로 이적함과 동시에 주장까지 맡았다. 김영환은 젊은 팀으로 거듭나던 LG의 중심을 잡았다.
김영환은 지난 5시즌 동안 LG가 첫 정규리그 우승 등 성적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출전시간이 길거나 적거나 변함없이 주장으로서 코트 안팎에서 자신의 역할에 충실했다. 김영환이 갑자기 조성민과의 트레이드로 LG를 떠났다. 다시 부산 KT 유니폼을 입었다.
LG 팬들은 조성민 영입 효과로 팀 전력이 좋아지는 걸 반겼지만, 김영환이 LG에서 보여준 헌신을 잊지 않았다.
24일 부산 KT와의 경기를 앞둔 창원실내체육관. 김영환은 트레이드 이후 처음으로 창원을 찾았다. 경기 시작 10분 전에 김영환의 환송식이 있자 일부 팬들은 눈물을 보였다. 김영환을 응원하는 팬이 아니더라도 LG 팬들에게 김영환은 그만큼 애틋한 존재였다.
김영환은 이날 경기 전에 창원 방문 느낌이 어떠냐고 하자 “이 나이에 아무런 느낌 없이 덤덤하다. 오늘 경기를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하며 왔다”며 “매치업이 될 거 같은 (기)승호와는 서로 잘 알아서 잘 하는 선수가 좋은 경기를 할 것”이라고 LG에 있을 때처럼 담담하게 말했다.
김영환은 경기가 시작되자 득점보다 동료를 살려주고 리바운드를 잡으며 코트 위에서 시간을 보냈다. KT는 경기 초반 경기 주도권을 내줘 끌려갔다. 3쿼터 한 때 10점 차이까지 벌어졌던 점수를 5점으로 좁혀진 채 4쿼터에 들어갔다.
김영환은 승부처였던 4쿼터에 첫 야투로 3점슛을 터트리고 속공에서 어시스트를 하며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엎치락뒤치락 했다. 경기 종료 2분 10초 동안 7번의 역전이 나올 정도로 뜨거운 승부였다. 경기종료 4.1초를 남기고 김시래의 중거리슛이 터지며 LG로 승기가 넘어갔다. KT가 질 가능성이 높았다.
김영환은 경기 종료 직전 이재도의 인바운드 패스를 받아 역사에 남은 만한 왼손 3점슛 버저비터를 성공했다. 김영환은 반대편 코트를 향해 달려간 뒤 림을 잡는 세리머리까지 하며 포효했다. 얼마 전까지 홈 코트였지만, 이제는 원정이 되어버린 창원실내체육관에서 KT 동료들과 승리를 마음껏 즐겼다.
김영환은 경기 후 “체육관이 낯설지 않았다. 보통 원정경기를 가면 처음에 낯설다. 창원은 편안했다. 그러면서도 싱숭생숭했다. 그걸 티 내지 않는 거다. 마음이 그랬다”고 경기 전과는 조금 다른 창원 방문 속내를 드러냈다.
이어 “버저비터를 넣었을 때 좋으면서도 마음이 교차했다. 주장으로 5년 동안 LG 선수들과 동고동락했는데 좋으면서도 LG가 6강 플레이오프 경쟁을 하고 있기에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 이제는 KT 선수니까 KT 선수들을 위해서라도 잘 하고 싶었다”고 했다.
10개 구단 중 가장 익숙한 기자회견실을 찾을 때 어떤 생각을 했는지 묻자 “무슨 말을 드려야 할지, KT 팬에게 좋은 기억을 줬지만, LG 팬에겐 안 좋은 기억을 준 것”이라고 했다.
버저비터를 성공한 뒤 평소와 다른 세리머니를 펼쳤던 김영환은 “창원 팬에게 죄송하지만, 버저비터를 넣고 가만히 있기 그랬다. 우리 선수들을 생각하면 세리머니를 해야 자신감을 가지고 분위기도 더 올라간다”며 “LG 감독님, 코치님께 죄송하지만, 분위기 타서 다음 경기 준비를 해야 하기에 세리머니를 과하게 했다”고 평소와 다른 세리머니를 한 이유를 설명했다.
LG 팬들은 김영환의 버저비터에 다 잡은 승리를 놓쳐 경기 후에도 또 눈물을 흘렸다. LG 팬들에게 24일은 김영환으로 시작해 김영환으로 끝난 하루였다.
1prettyjoo@hanmail.net
사진_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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