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농구에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이가 있었다. ‘농구대통령’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였다. 코트에서의 그만큼 지배력이 대단했다. 선수 은퇴 후에는 감독으로서도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그런 그가 3년 넘게 코트를 떠났다. 하지만 2022년 6월 신생 구단의 창단과 함께 코트로 돌아왔다. 지도자가 아닌 구단의 대표로 농구 팬들과 함께 할 예정이다. 허재 고양 캐롯 점퍼스 대표의 이야기다.

2018년까지만 해도, ‘허재’를 대표하는 수식어는 하나였다. ‘농구대통령’이었다. 한국 농구 역대 최고의 선수로 꼽혔고, 감독으로서도 팀을 최고의 자리에 올렸다.
그러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이후 코트를 떠났다. 허재가 이끌던 대한민국 남자농구 국가대표팀이 동메달을 획득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표팀 사령탑이었던 허재는 ‘성적 부진’으로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새로운 길이 허재 앞에 놓였다. ‘뭉쳐야 찬다’라는 방송 프로그램이 바로 그랬다. 허재는 그 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활약(?)을 했다. 인간미 넘치는 허당 이미지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준 것. 그렇게 대중들과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이후 코트를 떠났습니다. 그렇지만 최근까지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시안게임에서 3위를 했지만, 우승을 하지 못했습니다. 성적에 관한 책임을 가지고 있었죠. 그래서 감독직을 사임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찮게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고, 시청자들께서 저를 많이 좋아해주셨습니다. 운이 좋았죠. 그래서 코트를 떠난 지 3년이 넘었음에도, 바쁘게 살고 있는 것 같아요.(웃음)
‘뭉쳐야 찬다’가 결정적인 터닝 포인트였습니다. 출연하게 된 계기가 궁금한데요.
각 종목에서 레전드였던 운동 선수들이 축구를 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망설였어요. 제가 ‘농구대통령’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데, 축구를 하는 건 어긋난 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농구인이었던 제가 축구를 한다는 건, 농구를 배신하는 거라고도 생각했었죠.
만약에 농구를 한다고 했으면, 망설임 없이 출연했을 거예요. 스태프에게도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제 이야기를 들은 스태프가 “축구 프로그램이 끝나면, 농구 프로그램을 할 거다”고 말했고, 그걸 듣고 나서 ‘뭉쳐야 찬다’에 참여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예능 생활을 시작한 거죠.
방송도 축구도 생소했을 것 같습니다.
대학교에 다니던 1984년에서 1986년 사이에, 방송을 간헐적으로 출연했습니다. 그래서 방송 출연은 어색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축구가 어색했어요.(웃음) 어릴 때부터 농구만 했고, 축구를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라운드와 카메라에서는 허당 이미지를 보여줬습니다. 코트에서 보여준 이미지와는 너무 달랐는데요.
아무래도 나이가 좀 있고, 운동을 안 한 지도 오래 된 시기였어요. 모든 스포츠가 힘이 있어야 하는데, 제가 운동을 소화할 힘이 없었던 거죠. 그래서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어요.(웃음) 내가 이 정도로 허당끼가 있었나라는 생각에 화가 나기도 했고, 이렇게 운동 신경이 없었나라는 생각도 들었죠.(웃음) 하지만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라고 생각했고,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그런 이미지가 팬들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갔던 것 같아요.
선수 때와 감독 때 모두 승패를 가리다 보니, 화를 많이 냈던 것 같아요. 많은 분들께서 아무래도 저의 그런 모습을 많이 떠올리실 겁니다.
그렇지만 평상시에는 화를 전혀 내지 않아요.(웃음) 그럴 이유도 전혀 없고요. 코트 밖에서의 생활이나 평상시의 행동이 방송에 많이 비춰졌다고 생각해요.
인지도나 인기 또한 방송 출연 이전과는 달랐던 것 같습니다.
선수 시절에는 팬 층이 두꺼웠습니다. 감독을 하면서도 팬 층을 어느 정도 유지했고요. 그렇지만 늘 정상에 있는 스타는 없습니다. 사실 저도 인기가 떨어지고 있었고, 타이밍에 방송을 했어요. 하지만 방송 출연 후, 인지도가 높아졌어요. 어린 친구들도 저를 많이 알아보고. 팬 층도 이전보다 다양해진 것 같아요.

2021년 2월 7일. ‘뭉쳐야 찬다’의 후속작인 ‘뭉쳐야 쏜다’가 시작됐다. 덕분에, 허재는 오랜만에 코트로 돌아왔다. 약 3년 만에 지휘봉을 잡았다.
지휘봉을 잡았지만, 프로 시절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다른 종목에서는 레전드였지만, 농구는 초보였던 이들을 가르쳐야 했기 때문. 이기는 경기보다 지는 경기가 훨씬 많았지만, 선수들의 성장에 흐뭇한 미소를 보였다.
하지만 ‘뭉쳐야 쏜다’는 오래 가지 못했다. 6개월도 방영되지 못했다. 아쉬움이 컸다. 그러나 ‘농구인 허재’는 코트에 선 것만 해도 행복했다. 그래서 5개월 남짓한 시간을 즐거운 추억으로 생각했다.
‘뭉쳐야 쏜다’가 2021년 2월부터 방영됐습니다. 부담은 없으셨나요?
처음이기 때문에, 저희 데이원스포츠(허재 대표와 인터뷰할 당시, 구단명이 확정되지 않았다)가 창단하는 것과 같은 분위기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예능의 성격이 더 강했습니다. 이기고 지는 게 가려지기는 했지만, 출연자들과 함께 재미있게 농구하고 싶었어요. 무엇보다 시청자들께서 농구에 관심과 흥미를 가지는 게 가장 중요했어요. 그래서 큰 부담은 느끼지 않았던 것 같아요.
‘뭉쳐야 찬다’가 진행된 그라운드와 달리, ‘뭉쳐야 쏜다’가 진행된 코트는 ‘농구인 허재’에게 익숙한 곳이었습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이, 프로 선수 그리고 프로 감독 시절에는 승패에만 너무 집중했어요. ‘뭉쳐야 쏜다’에서는 조금 달랐어요. 물론, 이기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기분 좋게 하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이전과는 색다른 감정이 들었던 것 같아요.
농구계에 힘이 돼야 한다는 생각도 크셨을 것 같아요.
KBL의 부흥과 한국 농구의 발전이 저에게는 가장 큰 의미였어요. 또, ‘뭉쳐야 쏜다’를 통해서, 한국 농구의 인기가 더 좋아졌으면 하는 마음도 컸고요.
하지만 오래 방영되지 못했습니다.
더 오래 갔다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20회 이상 녹화를 했습니다.(‘뭉쳐야 쏜다’는 2021년 7월 18일에 방영된 24회로 종영했다) 어느 정도는 진행을 한 거라고 생각해요.
‘뭉쳐야 쏜다’를 통해, 많은 농구 동호인들을 보셨습니다. 그 때 드신 생각들도 있으실 것 같은데요.
‘뭉쳐야 찬다’를 하는 동안, 축구 동호회가 정말 많다는 걸 느꼈어요. 하지만 농구 동호회나 농구 동호인들도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그렇지만 사람의 욕심이 끝이 없는 게, 농구 동호인들께서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코트 대신 카메라가 익숙해진 어느 날. 농구계를 뒤흔든 소식이 하나 전해졌다. 원년부터 KBL의 식구였던 오리온이 농구단 매각을 결정한 것. KBL은 2021년 여름(인천 전자랜드가 2020~2021 시즌 종료 후 구단 운영 종료를 선언했고, 한국가스공사가 2021년 여름 전자랜드의 새로운 주인이 됐다)에 이어 또 한 번 10개 구단 체제를 걱정해야 했다.
하지만 오리온을 인수할 주체가 금방 나타났다. 데이원자산운용이었다. 그리고 놀랄만한 소식을 또 하나 전했다. 데이원자산운영이 허재를 농구단의 대표로 선임한 것.
2018년에 코트를 떠난 허재는 약 4년 만에 프로 무대로 돌아왔다. 비록 감독이나 코치를 맡는 건 아니지만, 농구단의 대표 자격으로 농구 팬들과 호흡할 예정이다. 인터뷰 내내 진지한 표정을 보인 허재 대표도 미소를 지었다. 팬들과의 만남 그리고 코트와의 재회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코트로 돌아왔습니다. 많이 기쁘셨을 것 같아요.
저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40살까지 체육관에서 살던 사람이었고, 감독도 13년 가까이 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다른 걸 해본 적이 없었어요.
지금은 비록 예능을 하고는 있지만, 매일 눈을 뜨면 체육관에 있던 사람이었습니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하듯(웃음), 저도 언젠가는 코트로 가고 싶었어요. 코트에서 은퇴하고 싶다는 생각도 컸고요. 모든 농구인들이 그런 생각을 할 거예요.
하지만 제가 코트에 가고 싶다고 해서, 갈 수 있는 게 아닙니다. 10개 구단 중에서 선택을 받아야, 코트로 갈 수 있는 거잖아요. 기회가 주어져야 코트에 갈 수 있는 건데, 그런 기회가 지금 왔다고 생각해요.
한국 농구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도 크실 것 같아요.
제가 코트로 다시 왔다고 해서, 한국 농구에 도움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웃음) 물론, 농구 인기가 어떻게 하면 올라갈까라는 생각은 했어요. ‘내가 예능을 더 해야 하는 건가?’라는 생각도 했고요.(웃음) 그렇지만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체육관을 찾는 것 자체가 좋아요. 저 자신이 코트로 돌아갔다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선수와 감독으로서도 농구를 대하셨고, 지금은 농구단 대표로서 농구를 접하고 있습니다. 농구에 임하는 마음의 차이가 있을까요?
달라진 건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욕심은 있어요. 제가 맡고 있는 팀이 우승을 했으면 좋겠다는 욕심입니다. 제가 맡고 있는 데이원스포츠가 좋은 팀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운영을 잘해보고 싶어요.
승부 근성만큼은 변하지 않으신 것 같습니다.
경기에서 이긴 팀은 승자의 기쁨을 누리고, 패한 팀은 죽는 표정을 하면서 코트를 나갑니다. 프로 스포츠에서는 이기지 못하면, 얻는 게 아무 것도 없어요. 그만큼 프로 스포츠는 승자와 패자가 확실히 구별되는 무대입니다. 승부에 욕심을 내야 하는 곳이고요.
마지막으로 농구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농구를 좋아하시는 팬 분들께서 친구들이랑만 체육관을 가는 게 아니라, 가족들과도 경기장에 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농구 팬 층이 조금 더 다양해졌으면 좋겠어요. 많은 팬들께서 체육관을 가득 메워주셔서, 선수들이 재미있게 파이팅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한국 농구를 많이 사랑해주시고 아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 김새벽 기자,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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