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구는 굉장히 빠른 종목이다. 공수 전환부터 빠르고, 순간적인 동작도 빨라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스피드’는 농구를 하는 모든 선수에게 요구되는 덕목이다.
그러나 ‘스피드’가 농구의 전부는 아니다. ‘느림의 미학’이 농구에도 필요하다. 스피드를 조절할 줄 아는 미덕(?) 또한 농구의 필수 조건이다. ‘강약 조절’ 혹은 ‘템포 조절’을 잘 하는 이가 농구를 잘하는 이유.
인천 신한은행의 이혜미 역시 마찬가지다. 빠르기만 했던 이혜미는 느림의 미학을 공부하고 있다. 여러 경험과 시행착오 속에 스피드를 제어해야 할 필요성도 체감했다. 그게 살아남는 길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아찔했던 첫 기억
광주 수피아여고를 졸업한 이혜미는 공격적이고 빠른 가드로 평가받았다. 박지수(청주 KB스타즈)와 이주연(용인 삼성생명), 한엄지(인천 신한은행) 등 쟁쟁한 동기들과 드래프트에 나왔음에도, 2라운드 1순위로 인천 신한은행의 부름을 받았다.
신한은행에 입단한 이혜미. 이혜미의 첫 기억은 너무 강렬했다. 쟁쟁한 선배들이 너무 많았고, 그 선배들의 카리스마가 너무 강했기 때문이다. 이혜미는 프로 입성 후 첫 순간을 어떻게 기억했을까?
2017 WKBL 신입선수선발회에서 2라운드 1순위로 신한은행에 입단했습니다.
다들 그랬겠지만, 저 역시 프로를 위해 미친 듯이 운동을 했어요. 힘들어도 ‘프로 선수’라는 타이틀을 위해 꾹 참았죠. 그래서 더 떨렸던 것 같아요.
신한은행에 합류했습니다. 첫 인상은 어떻던가요?
기억나는 게 하나 있어요. 언니들의 기가 너무 셌어요. 언니들과 처음 운동할 때, 압도적인 기에 눌렸던 기억이 나요. 언니들이 옆에만 지나가도, 카리스마가 느껴질 정도였죠. 그 순간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요.(웃음)
어떤 언니가 제일 셌어요?
당시 선수셨던 최윤아 코치님(현 대한민국 여자농구대표팀 코치)이 떠올라요. (김)단비 언니나 그 때 있던 언니들 모두 엄청 멋지고 카리스마가 강했어요. 그 때의 공기와 분위기는 앞으로도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아찔하기도 하고요.(웃음)
2016년 12월 5일에 데뷔전을 치렀습니다.
(이혜미는 당시 하나원큐의 전신이었던 KEB하나은행을 상대로 2분 42초 동안 코트에 나섰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득점할 수 있는 기회가 엄청 많았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잡은 기회들을 다 놓쳤어요. 그래서 더 아쉬웠던 것 같아요. 첫 득점을 할 기회를 놓쳤다는 게...
프로의 벽을 실감했을 것 같습니다.
피지컬부터 달랐던 것 같아요. (박)지수를 제외하면, 고등학교에서 보기 힘든 사이즈였으니까요.(웃음)
힘도 달랐어요. 팀에서 2대2 수비를 연습할 때, (곽)주영 언니의 스크린과 부딪힌 적 있어요. 부딪히자마자, 나가 떨어졌어요. 숨이 안 쉬어지더라고요. 그러면서 ‘이게 프로구나’라고 느꼈던 것 같아요.

이혜미는 2017~2018 시즌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하지만 2018~2019 시즌 14경기 출전에 평균 3분 57초를 소화했다. 출전 경기 수만 놓고 보면, 커리어 하이.
그러나 변화가 생겼다. 2018~2019 시즌 종료 후, 정상일 감독이 사령탑으로 부임한 것. 정상일 감독과 구나단 수석코치(현 인천 신한은행 감독)는 이혜미의 가능성을 높이 봤고, 이혜미에게 변화를 요구했다.
이혜미는 변화 속에 성장했다. 비록 부상이 이혜미의 앞길을 막았지만, 이혜미는 달라져야 하는 이유를 깨달았다. 그리고 그 변화에 치중했다. 핵심은 ‘스피드 줄이기’였다.
2018~2019 시즌에는 14경기를 뛰었습니다. 출전 경기 수만 놓고 보면, 커리어 하이인데요.
최윤아 코치님이 새로 부임한 시즌이었어요. 저한테 많은 걸 알려주셨죠. 덕분에, 아무 것도 모르고 농구했던 제가 자신감을 점점 얻은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기회를 얻지 않았나 생각해요.
정상일 감독님께서 2019~2020 시즌부터 합류하셨습니다. 이혜미 선수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저는 너무 좋았어요. 정상일 감독님께서 처음 오셨을 때부터 저를 키워주려고 하셨거든요. 또, 당시 코치님이셨던 구나단 감독님한테 그 동안 접해보지 못했던 농구를 배웠어요. 너무 새롭고, 너무 재미있었어요. 제 플레이 스타일이 바뀌는 계기이기도 했고요.
어떤 걸 처음 배웠고, 스타일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이전에는 완전 돌격형 선수였어요. 길과 찬스 모두 보이는 대로 농구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하기 위해, 무조건 많이 뛰고 무조건 많이 움직였죠.
하지만 구나단 코치님께서 “볼을 치고 나가는 것 외에, 너의 몸에 있는 스피드를 낮춰야 한다. 너의 스피드와 팀원들의 스피드를 맞춰야 한다”고 하셨어요. 제 스피드가 과하다는 걸 강조하셨고, 강약 조절하는 법도 알려주셨어요. 머리 쓰는 농구도 많이 가르쳐주셨죠. 필요성을 느꼈지만, 아직도 부족해요. 중고등학교 때 빠른 농구만 해서, 스피드를 조절하는 게 어렵더라고요. 앞으로도 계속 머리 속에 담아야 하는 요소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말씀하셨지만, 2019년부터 2021년까지 기회를 받지 못했어요.
(이혜미는 2019~2020 시즌 7경기 밖에 나서지 못했고, 2020~2021 시즌에는 4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정상일 감독님께서 오시고 난 후, 저는 정말 많은 기회를 받았어요. 언니들과 많이 맞춰볼 수 있었죠. 그렇지만 그 때 손목이 부러졌고, 주어진 기회를 놓쳤어요.
그리고 2020년 박신자컵 때 팔꿈치를 다쳤어요. 그 때 농구가 많이 늘었다고 생각했는데, 보여주지 못해서 아쉬웠어요. 주어진 기회를 스스로 놓쳤다는 게 더 큰 아쉬움으로 남았어요.
2021 박신자컵도 아쉬울 것 같아요.
(이혜미는 박신자컵 때 코로나19 밀접접촉자로 분류됐고, 자가 격리로 2021 박신자컵에 나서지 못했다)
고등학교 때까지 2번을 봤어요. 그렇지만 코칭스태프께서 “1번을 연습해야 한다”고 조언해주셨어요. 그래서 포인트가드 연습을 정말 많이 했어요. 언니들도 “너 정말 많이 달라졌다”고 할 정도였죠.
또, 박신자컵을 위해 연습 경기도 많이 했어요. 그런데 박신자컵을 나가지 못했어요. 격리 기간 동안 엄청 울었어요. 애들한테도 너무 미안했어요. 박신자컵 멤버 중 최고참이었고, 포인트가드로서 중심을 잡아줘야 했거든요.

이혜미는 2021~2022 시즌에 많은 걸 경험했다. 스타팅 라인업에 포함되기도 했고, 플레이오프도 뛰었다.
2021~2022 정규리그 출전 수와 플레이오프 출전 수는 각각 ‘12’와 ‘1’에 불과했다. 하지만 정규리그 평균 출전 시간과 플레이오프 평균 출전 시간은 각각 ‘6분 33초’와 ‘15분 52초’였다. 모두 커리어 하이였다.
이전에 하지 못했던 경험이 이혜미를 한층 성숙하게 만들었다. 이혜미의 목표 의식 또한 명확해졌다. 이혜미의 마지막 멘트에서 이혜미의 목표 의식을 알 수 있었다.
정상일 감독님께서 2021~2022 시즌 개막 전 건강 문제로 자진 사퇴했고, 구나단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이 됐습니다. 이혜미 선수에게도 변화가 있었을 것 같아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포지션을 바꿨어요. 원래 포지션인 슈팅가드도 가끔 보지만, 구나단 감독님께서는 저에게 1번을 더 원하셨어요.
제가 가진 과도한 스피드를 낮추다 보니, 제 스타일도 완전히 달라졌다고 생각해요. 스피드를 낮추면서, 코트를 더 넓게 보고, 동료들을 더 많이 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데뷔 후 처음으로 스타팅 라인업에 포함되기도 했습니다. 2021년 11월 15일 하나원큐전이었는데요.
(스타팅 라인업에 포함된 이혜미는 당시 4분 36초 동안 코트에 있었다)
(김)애나 언니가 발목을 다치고, (강)계리 언니는 목에 담 증세가 있었어요. 제가 급작스럽게 스타팅 멤버로 나갔죠. 하지만 크게 떨린 건 없었어요. 제 옆에 있는 언니들이 너무 든든했거든요. 그래서 저는 ‘언니들 맞춰놓은 거에 피해만 주지 말자. 실수하지 말자. 수비부터 제대로 하자’고 생각했어요. 팀에 피해를 주지 않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거든요.
정규리그 후반부에 코트로 많이 나갔고, 플레이오프도 뛰었습니다. 2021~2022 시즌은 이혜미 선수에게 소중한 시간이었을 것 같아요.
데뷔한 지 5-6년차가 됐지만, 보여준 게 없었어요. 그래도 이번 시즌 역시 기회를 많이 받았어요.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번 시즌이 더 소중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연습했던 걸 실전 때 보여주지 못해서, 아쉬움도 커요.
팬들한테는 어떤 선수로 남고 싶으세요?
악착 같은 선수요. 그리고... 농구 잘하는 선수로 남고 싶어요. 아마 다들 그러지 않을까요?(웃음)
사진 제공 = WKBL
일러스트 = 정승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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