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 스포츠는 ‘승’과 ‘패’를 기반으로 한다. 프로 스포츠를 하는 선수들 역시 ‘승부’라는 단어에서 자유롭지 않다. 매 경기 긴장하는 이유다.
박지현(아산 우리은행) 역시 마찬가지다. 2018~2019시즌에 데뷔한 후, ‘승리’ 혹은 ‘패배’라는 엇갈린 운명 속에서 살았다. 매일 나타나는 승과 패가 박지현의 긴장감을 한껏 고조시켰다.
박지현의 핵심 전략 또한 ‘긴장을 늦추지 않는 것’이다. 여기에 또 하나의 전략을 가미했다. ‘가끔은 즐기는 것’이다. 너무 다른 두 개의 가치가 박지현의 앞에 나타났지만, 박지현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너무 다른 가치들을 어떻게 배치해야 할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숭의여고 시절의 박지현은 183cm의 키에 스피드와 볼 핸들링을 지닌 올 어라운드 플레이어였다. 만 18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국가대표팀에도 선발됐다. 그런 박지현이 드래프트에 나왔다. 그런 선수를 선택하지 않을 사령탑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2018~2019 WKBL 신입선수선발회는 ‘박지현 드래프트’라고 불렸다.
1순위 지명 확률이 높은 팀들은 박지현을 더 기대했다. 그러나 의외의 팀이 박지현을 차지했다. 4.8%의 1순위 지명 확률을 지닌 우리은행이 주인공이었다 좀처럼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도 자리에서 펄쩍 일어났다. 기쁨이 그만큼 컸다. 박지현을 향한 기대감 역시 컸다.
2018~2019 WKBL 신입선수선발회는 ‘박지현 드래프트’로 불렸습니다.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드래프트는 꼭 오고 싶은 무대였어요. 설레는 마음이 컸죠. 그래서 그 때 기억이 더 생생한 것 같아요.
예상과는 너무 다른 팀이 1순위 지명권을 얻었습니다. 아산 우리은행이었는데요.
(우리은행에 뽑힐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요. 그래서 많이 놀란 것 같아요. 하지만 기쁜 마음이 컸고, 감사한 마음도 컸고요. 1순위 지명권을 지닌 팀이 우리은행으로 정해진 후, 위성우 감독님과 코치님, 사무국장님께서 정말 좋아해주셨거든요. 다른 분들께서는 걱정을 많이 하셨지만(웃음), 저는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드래프트가 더 기억에 남아요.
특급 유망주였지만, 프로 적응은 쉽지 않았습니다. 어떤 게 다르던가요?
농구도 농구지만, 몸에 관한 기초부터 언니들과 달랐던 것 같아요. 힘과 몸싸움의 차이가 엄청 컸던 것 같아요.
감독님과 코치님 모두 그런 점을 알고 계셨어요. 농구에 필요한 몸을 만들 수 있도록, 저한테 신경을 많이 써주셨어요. 저 또한 몸을 만드는데 집중할 수 있었고요. 프로에 입단해서 달라진 것도 있지만, 우리은행이라는 팀에서 달라진 게 많은 것 같아요.
적응은 어려웠지만, 2018~2019시즌 가장 빛나는 신인이었습니다.
(박지현은 2018~2019시즌 신인왕을 차지했다)
앞서 말씀드렸듯, 우리은행은 저의 입단을 진심으로 기뻐해준 팀이에요. 감독님과 코치님, 언니들도 많이 도와줬고요.(“지금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저도 우리은행에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하고 싶었어요.
시상식에서 “왜 눈물이 나죠?”라고 했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더라고요. ‘눈물을 흘리면 안 된다’고 속으로 되뇌었는데, 그게 말로 나온 것 같아요.(웃음)

박지현은 2018~2019시즌 신인왕을 차지했다. 여자농구 국가대표팀에도 계속 차출됐다. 여기까지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하지만 프로 무대를 지배할 정도의 역량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프로의 벽은 꽤 높았기 때문이다.
특히, 공수 조직력을 중요하게 여기는 우리은행의 컬러에 녹아들지 못했다. 마음고생이 심했다. 눈물 흘리는 날도 많았다. 그렇지만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훈련하고, 더 열심히 연구했다. 이유는 하나였다. ‘유망주’가 아닌, ‘정상급 선수’로 성장하기 위해서였다.
2019년 여름은 프로 선수로서 첫 비시즌이었습니다. 어떻던가요?
감독님께서 농구도 강조하셨지만, 농구에 필요한 체력을 먼저 원하셨어요. 저의 체력 향상을 원하셨죠.
저도 체력의 중요성을 인지했어요. 하지만 쉽지 않았어요. 몸이 안 만들어진 상황에서 몸을 만드는 건 어려운 일이었거든요. 게다가 그때는 생각도 더 어려서, 힘든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아요. 힘들었던 기억 밖에 안 나요.(웃음)
대표팀 차출로 인해, 팀원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했습니다.
프로에서 대표팀으로 차출된 건 처음이었어요. 대표팀에서 몸을 어떻게 유지하고, 소속 팀으로 돌아오고 나서 몸을 어떻게 유지하는 지도 몰랐어요. 많이 힘들었어요. 그래도 몇 번 경험하다 보니, 방법을 어느 정도 터득한 것 같아요.
하지만 2019~2020시즌에 27경기 평균 34분 27초를 뛰었습니다. 8.37점 5.56리바운드(공격 1.22) 3.44어시스트에 1.41개의 스틸을 기록했고요.
모든 걸 처음부터 다시 배웠어요. 프로 선수로서 익혀야 할 것들을 처음 배우다 보니, 몸도 마음도 힘들었어요. 부족한 것 투성이었죠.
하지만 감독님께서 기회를 많이 주셨어요. 실수해도 기회를 주셨죠. ‘어려워도 이겨내야 한다’는 의도가 크셨던 것 같아요. 그렇게 많이 뛴 게, 저한테 많은 도움이 됐어요. 너무 감사했죠.
우리은행이 정규리그 1등을 확정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조기 종료됐는데요.
신인 때부터 경기를 많이 뛰었어요. 팀에 도움이 되고 싶었고, 우승하고 싶은 마음도 컸어요. 하지만 플레이오프에서 떨어졌어요. 2019~2020시즌에는 정규리그 1위를 했지만, 코로나19로 플레이오프를 치르지 못했어요. 아쉬운 마음이 컸죠.

성장통을 겪은 나날들. 그러나 그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다. 아픔을 겪은 박지현이 리그 정상급 선수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박지현은 데뷔 후 네 시즌 동안 두 번의 정규리그 1위를 경험했다. 그러나 최후의 승자가 되지 못했다. 2019~2020시즌은 코로나19로 플레이오프를 치르지 못했고, 2020~2021시즌에는 플레이오프에서 용인 삼성생명에 패했기 때문이다. 챔피언 결정전에도 진출하지 못했다.
2021~2022시즌은 그래도 나았다. 데뷔 첫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했기 때문. 그러나 챔피언 결정전에서 한 번도 웃지 못했다. 최강의 전력을 갖춘 청주 KB스타즈에 3전 전패. 여자프로농구선수로서 가장 큰 무대를 경험했다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2020~2021시즌에는 잠재력을 폭발했습니다.
(박지현은 2020~2021시즌 정규리그 전 경기에 나섰고, 평균 36분 44초 동안 15.37점 10.40리바운드 2.93어시스트에 1.7개의 스틸과 1.23개의 블록슛으로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언니들의 부상이 많았던 시즌이었어요. 제가 해야 할 역할이 달라졌고, 많아지기도 했어요. 감독님께서도 그런 걸 원하셨고요. 그러다 보니, 제가 좋은 기록을 남긴 것 같아요.
하지만 우리은행은 플레이오프에서 삼성생명에 졌습니다.
언니들과 함께 하면서 많은 걸 배웠어요. 하지만 제가 해결해야 하는 상황도 있었는데, 어려움을 느꼈어요. 아쉬움이 컸죠.
그렇지만 그 때를 돌아보면, 패배한 게 자양분이 됐다고 생각해요. 플레이오프에서의 패배로 인해, 훈련도 더 많이 했어요. 저에게는 플러스가 되는 경험이었고, 좋은 동기 부여가 된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2021~2022시즌 경기력은 2020~2021시즌보다 좋지 않았습니다.
(박지현은 2021~2022시즌 29경기에 나섰고, 경기당 33분 16초 동안 12.66점 6.93리바운드 3.14어시스트에 1.45개의 스틸을 기록했다)
2020~2021시즌과는 다른 역할을 소화했어요. 적응하기 어려웠어요. 달라진 역할을 소화하지 못한다는 생각 때문에 힘들었어요. 부침이 많이 컸죠.(웃음)
하지만 감독님과 코치님, 언니들과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셨어요. 그래서 시즌 후반에는 페이스를 회복했던 것 같아요.
생애 첫 챔피언 결정전을 경험했습니다. 다른 경기와는 어떤 게 다르던가요?
2018~2019시즌이랑 2020~2021시즌에 플레이오프를 경험해서 그런지, 2021~2022시즌 플레이오프는 그래도 괜찮았어요. 긴장을 크게 안 했던 것 같아요. 감독님께서 강조하셨던 ‘경험’의 중요성을 알게 됐죠.
하지만 챔피언 결정전은 처음이었어요. 부담도 되고, 긴장도 됐어요.(웃음) 무게감도 달랐고요. 또, 치열한 경기를 했으면 좋았을 건데, 저희가 많이 부족했어요. 그래서 아쉬움이 더 컸던 것 같아요.

우리은행은 2021~2022시즌 종료 후 선수단에 큰 변화를 줬다. FA(자유계약) 시장에서 인천 신한은행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김단비를 영입했고, 기존 중심 자원이었던 김소니아를 김단비의 보상 선수로 선택한 것.
‘김단비 영입’은 신의 한수가 됐다. 공격과 수비, 농구 센스까지 겸비한 김단비는 우리은행의 공수 조직력에 완전히 녹아들었고, 우리은행은 2라운드까지 한 번 밖에 패하지 않았다. 약점이 없을 정도로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김단비의 존재가 박지현의 약점도 상쇄했다. 덕분에, 박지현은 날개를 달았다. 팀원과 조화하는 법을 터득했고, 팀원과의 조화 속에 우리은행의 우승 가능성을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박지현 또한 기회를 얻었다. ‘데뷔 후 첫 우승’이라는 기회 말이다.
김단비 선수가 새롭게 합류했습니다.
(김)단비 언니가 온다는 소문을 전혀 몰랐어요. 근데 저 빼고는 다 알고 있더라고요.(웃음) 그래서 더 놀랐던 것 같아요. ‘너무 좋다’는 마음도 컸어요. 또, 단비 언니가 합류한 후에 빨리 적응하려고 노력했어요. 저 또한 단비 언니랑 많이 가까워졌고요.
가까이서 보니, 배울 게 더 많았어요. 저희 팀에 배울 언니들이 원래부터 많았지만, 단비 언니가 합류한 게 저한테는 더 큰 이득이었던 것 같아요. 감독님께서도 “단비 언니를 보고 배웠으면 좋겠다. 너가 단비 언니의 스타일로 플레이했으면 좋겠다”고 하셨고요.
주축 선수 간에 합을 맞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김)단비 언니랑 (김)정은 언니, (박)혜진 언니 등 언니들끼리는 대표팀에서 많이 맞춰봤어요. 언니들 간의 조직력은 탄탄했죠.
하지만 단비 언니와 저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어요. 단비 언니한테 감사했던 게, 단비 언니께서 저한테 많이 다가와주셨어요. 저한테 “이것부터 맞춰보면 어때?”라고 먼저 물어보셨고, 저도 단비 언니한테 많은 걸 이야기했어요. 시간은 짧았지만, 이야기를 서로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우리은행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합니다.
시즌 개막 전까지 걱정을 많이 했어요. 또, 저희끼리만 운동하다 보니, ‘우리가 잘하고 있는 걸까?’라는 의구심이 들었어요. 안 맞는 점도 확실히 있었거든요. 맞춰가면서 시즌을 치러야 한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경기를 치를수록, (경기력이) 좋아진다고 느낀 것 같아요.
그래도 부족한 점은 많아요. 주위에서는 ‘약점이 없다’고 보실 수 있지만, 저희 내부적으로는 그렇지 않아요. 질 수도 있는 팀이라고 생각해요. 1라운드 삼성생명전에서 패하기도 했고요. 선수들끼리도 “긴장을 늦추지 말자”는 말을 많이 해요.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지만, 이전보다 신나게 농구하는 것 같아요.
(박지현은 2022~2023시즌 11경기 평균 30분 40초를 소화했다. 14.0점 8.3리바운드 4.9어시스트에 1.2개의 스틸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2022년 12월 3일 부천 하나원큐전에서는 13점 12리바운드 10어시스트로 프로 데뷔 첫 트리플더블을 작성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코트 안에서 웃는 적이 많이 없었어요. 팀 성적이 좋아도 경기를 많이 이겨도,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뛴 게 있었죠.
하지만 이번 시즌은 다른 것 같아요. 저 스스로 마인드를 바꾸려고 했고, 바뀐 것도 많다고 생각해요. 팀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도, 더 많이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 게 잘 돼서 이기면, 기분이 더 좋아요. 언니들이랑 뛰는 것도 너무 좋아요. 그리고 저 스스로 코트 안에 있는 순간을 가끔 즐기는 것 같아요. 그런 제 모습이 너무 좋아요.
‘우승’을 더 간절히 원할 것 같습니다.
단비 언니가 들어왔고, 저희도 준비를 많이 했어요. 언니들도 그렇지만, 저 또한 우승이 간절해요. 팀원들 다 같이 합심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고 싶어요.
일러스트 = 정승환 작가
사진 제공 = W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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