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이 통산 300승 달성에 성공했다. 전자랜드에서만 거둔 값진 기록이다.
유 감독은 지난 7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서울 삼성과의 경기에서 헨리 심스, 이대헌, 차바위 활약을 묶어 79-76, 짜릿한 3점차 역전승을 거뒀고, 8승 3패를 기록하며 단독 선두를 유지와 함께 통산 300승 달성에 성공한 것.
게임 후 유 감독은 “선수들이 만들어준 기록이다.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라는 멘트를 남겼다. 시즌 초반이자, 치열한 순위 다툼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듯 했다.
전자랜드는 코로나 시대의 불확실성으로 홍보보다는 경영에 전념하기로 하면서 이번 시즌 까지만 팀을 운영하기로 선언한 상태다.
전년시즌 코로나19로 시즌 조기 종료 운영비는 약 47억원(비용 약 60억, 수입 약 13억) 2020-2021시즌 경우 김지완의 이적, 강상재 및 박봉진 군입대, 정효근 2021년 1월 11일 군 복귀로 입대 전 연봉의 4.5개월만 반영, 고액 연봉자들의 실적 부진에 따른 일부 연봉 삭감 등으로 샐러리캡 소진율이 약 60.3% 밖에 되지 않는다. 2020-2021시즌 전자랜드는 40~45억원 정도의 운영비를 쓸 것으로 예상된다.
‘어쨌든’이라는 단어가 무색하지만, 프로는 비즈니스다. 돈이 결부되지 않을 수 없다. 선수들 뿐 아니라 프런트와 코칭 스텝까지 승부에 꼭 필요한 ‘동기 부여’라는 단어를 머리 속에 박을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전자랜드는 동기 부여는 물론이고 좌절이라는 단어도 무색할 정도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강상재 입대와 김지완의 FA 이적 등으로 국내 선수들 전력이 크게 약화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8승 3패를 기록하며 공동 2위 두 팀(서울 SK, 전주 KCC)에 한 게임을 앞선 1위를 유지 중이다.
전자랜드 특유의 투혼과 끈끈함을 바탕으로 김낙현과 이대헌이 확실히 물오른 기량을 선보이고 있는 데다, 박찬희와 정영삼이라는 두 노장의 헌신이 더해지고 있다.
두 외국인 선수인 헨리 심스와 에릭 톰슨은 전자랜드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 조합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높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화룡점정은 역시 유 감독이다. 김승환 코치라는 훌륭한 보좌역이 존재하지만, 유 감독의 유려한 리더십이 없었다면, 현재 전자랜드 성적은 아마도 없었을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올 시즌 유 감독의 리더십은 조금은 다른 부분이 있다. 가장 먼저 지난 시즌까지 자주 선보였던 ‘레이저’를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소통 또한 강한 질책보다는 부드러운 소통과 격려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장면이 많다.
특히, 1라운드 전주 KCC와 경기에서 마지막 작전타임을 멋지게 성공했던 장면에서 남긴 “(이)대헌아, 이번에는 니가 하는 거야”라는 멘트는 이번 시즌 최고의 어록으로 남을 예정이다.
이대헌은 돌파 후 수비를 자신에게 몰아놓고 톰슨에게 위닝샷을 어시스트했다. 독려의 힘을 제대로 보여주었던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이후에도 유 감독은 계속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멘트로 선수들과 호흡하고 있다. 전자랜드는 해체라는 절박한 현실과 긴장감의 한 가운데 서 있다. 하지만 유 감독은 복잡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냉정함을 바탕으로 현실을 타개해 나가고 있다.

사실 누구도 전자랜드가 현재의 순위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관계자와 전문가는 없다. 위에 언급한 대로 전력 누수가 적지 않았고, 두 외국인 선수가 연습 경기를 통해 보여준 파괴력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시즌에 접어들어 완전히 평가를 뒤집어 놓았다. 조직력과 짜임새 그리고 외국인 선수 수준에서 비 시즌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으로 선전하고 있다.
그 뒤에는 유 감독의 달라진 리더십이 한 몫을 하고 있다. 안타까운 현실에 걸맞는, 소통의 리더십으로 전자랜드의 반전을 견인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감독으로서 또 다른 가치를 선보이고 있는 인천 전자랜드 ‘감독 유도훈’의 현재 모습이다. 전자랜드 재임 11년 동안 두 번의 우승 기회를 놓치며 적지 않은 비난도 받아야 했던 때도 있었다.
당시에도 유 감독은 묵묵히 자신의 철학을 지켜가며 시즌을 거듭했고, 지금에 이를 수 있게 되었다. 많은 경험이 주어진 현재, 유 감독은 현실에 맞는 변화와 함께 300승을 달성할 수 있었고, 해체라는 위기 속에서도 팀을 선두에 올려놓고 있다.
유 감독은 173cm이라는, 농구에 어울리지 않는 신장에 불과하다. 농구 명문 용산고와 연세대 그리고 실업 시절 현대와 프로 현대에서 활약했다. 농구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인물이다. 결정적인 이유는 끈기와 투지였다.
유 감독을 경험한 사람들은 대부분 모두 유 감독의 열정과 투지 그리고 끈기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2000년 전주 KCC에서 코치 생활로 지도자에 입문했던 유 감독은 창원 LG와 인천 전자랜드 블랙슬래머(현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 코치를 역임했다. 안양 KT&G 카이츠 감독과 전자랜드 감독 대행을 지나친 후 현재에 이르렀다.
2010년 4월에 취임해 10년이 넘게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제 유 감독은 어쩌면 전자랜드와 동행을 끝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남긴 인천과 전자랜드 그리고 농구의 유산은 영원할 것 같다.
사진 제공 = KBL
바스켓코리아 / 김우석 기자 basketguy@basket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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