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공격력 만렙’ kt 허훈, 수비는 그렇지 않다?

손동환 기자 / 기사승인 : 2021-06-26 14: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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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1년 5월호에 게재됐습니다.(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매 링크)

사람은 누구나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본인이 생각하는 장단점이 있지만, 누군가가 본인을 바라보는 장단점도 있다.
프로 스포츠 선수는 누군가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그래서 자신이 생각하는 장단점보다, 누군가의 평가에 의한 장단점을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프로 스포츠 선수가 안아야 할 또 하나의 숙명이 있다. 장점보다 단점이 부각되는 경우가 있다. 너무나 큰 장점으로 인해, 다른 장점이 부각되지 않는 일도 있다.
허훈(부산 kt)도 그렇다. 2019~2020 시즌에 한 경기에서 9개의 3점슛을 연달아 꽂았고, KBL 역대 최초 한 경기 +20점에 +20어시스트를 달성했다. 해당 시즌 MVP가 됐고, 2020~2021 시즌 또한 MVP급 경기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수비력에는 의문 부호가 붙는다. 그러나 무작정 ‘수비=약점’이라고 평가한다면, 허훈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다. 허훈의 수비는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확한 평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해야, 허훈의 수비력을 정확히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본 기사를 위한 인터뷰 진행과 본 기사 작성 모두 4월 19일에 이뤄졌다)

 

허훈의 수비력이 언급된 이유
허훈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대한민국 남자농구 국가대표팀(이하) 대표팀) 자격으로 선발된 적 있다. 2017~2018 시즌 안영준(서울 SK)과 신인왕을 다툴 정도로 잠재력을 보였지만, 허훈을 선발해야 하는지에 관한 의문 부호가 붙었다.
허훈은 당시 동포지션 경쟁자에 비해 확실한 장점이 없었다. 공격력이나 패스 센스가 두드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신체 조건’과 ‘수비력’이라는 불안 요소가 확연하게 드러났다. 특히, ‘수비력’이 그랬다.
그나마 예선전에는 코트에 얼굴을 비췄다. 하지만 본선부터는 그렇지 않았다. 특히, 아시안게임 4강전에서는 1초도 출전하지 못했다. 피지컬과 운동 능력 좋은 이란 가드진을 상대로, 보여줄 수 있는 강점이 없었기 때문.
대표팀은 당시 이란에 68-80으로 완패했다. 동메달을 획득했지만, 후폭풍이 컸다. 아버지이자 대표팀 감독이었던 허재 감독은 사령탑에서 물러났고, 허훈은 함께 선발된 형 허웅(원주 DB)과 함께 큰 상처를 입었다.
큰 상처는 한동안 지속됐다. ‘수비’라는 꼬리표는 허훈의 뒤를 따라다녔다. 게다가 허훈이 소속된 kt는 2018~2019 시즌부터 3시즌 연속 최다 실점 1위를 기록했다.(2018~2019 : 경기당 88.8실점, 2019~2020 : 경기당 83.7실점, 2020~2021 : 경기당 86.0실점) 팀의 부족한 수비 때문에, 허훈은 ‘수비’라는 단어에서 더욱 자유로울 수 없었다.
허훈의 수비가 허훈의 공격에 비해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허훈의 공격력을 쫓아갈 수 있는 수비력은 KBL 내에서 찾기 힘들다. 그렇다고 해서, 허훈의 수비력이 동포지션 선수들에 비해 떨어지는지도 결론을 내리기 힘들다.
기자 또한 허훈의 수비가 어떤지 정확한 멘트를 듣고 싶었다. 그래서 허훈을 상대했던 이들에게 허훈의 수비를 물었다. 주변 사람들의 냉정한 평가 없이, 허훈의 수비력을 파악하는 건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요령도 있고, 능력도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약점을 평가하는 건 조심스럽다. 하지만 주변 사람의 이야기는 필요했다. 그래서 코치들과 선수들에게 양해를 구했고, 기자는 취재원들에게 익명으로 나간다는 것을 전제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그래서 취재원들로부터 어느 정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평가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뜻이다. 다만, 개인 성향에 따른 시각의 차이는 있었다.

A : 수비하는 걸 보면, 어떻게 하는지는 알고 있다. 공격수 스타일에 따라, 파이트 스루 동작(스크린 앞으로 빠져나가 볼 핸들러를 따라다니며 압박하는 것)과 슬라이드 동작(스크린 밑으로 빠져나가 볼 핸들러의 돌파를 견제하는 것)을 구분한 다음에 움직인다.
앞선에서의 수비 콜도 명확히 할 줄 알고, 상대 공격에 어떤 팀 수비 패턴이 필요한지도 안다. 다만, 공격에서 쏟아야 하는 힘이 크다 보니, 수비까지 힘을 쏟는 건 부담이 될 거다. 그 부담을 덜어주는 게 kt 코칭스태프의 핵심 과제라고 생각한다.
B : 수비 능력이 분명 좋다. 힘도 좋고 스피드도 좋아서, 허훈이 수비 의지를 품으면 분명 위력적이다
하지만 신체 조건이 떨어진다. 그래서 큰 선수들을 상대할 때, 버거워하는 것 같다. (허훈을 상대하는) 나 또한 허훈의 신체 조건 때문에 큰 압박을 받지 않는다.
또, 허훈의 공격 비중이 너무 크다. 허훈이 공격에서 해야 할 것들이 많다. 아무래도 공격 쪽에 체력을 쓸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수비에 힘을 쏟지 못하고, 수비에서 자기 가치를 드러내지 못하는 것 같다.
C : 수비를 못한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 피지컬이나 힘이 좋아서, 힘으로 상대 공격을 압박할 줄 안다. 또, 길을 예상하고 수비한다. 다만, 공격적인 역할이 많아서 수비에서 쉬는 타임이 많은 것 같다.(웃음) 허훈을 상대할 때마다, 그런 느낌이 들었다.
D : 모두가 알다시피, 허훈은 팀 공격의 핵심이다. 본인 스스로도 40분 가까이 팀을 이끌어야 한다. 본인도 그런 생각을 할 거라고 본다. 그렇게 되면, 체력 부담이 큰 게 당연하고, 수비에 많은 힘을 쓰기는 어려울 거다.
그런데 허훈한테 놀란 적이 있다. 3~4라운드였나? 허훈이 마음먹고 상대 볼 핸들러를 압박한 적이 있다. 그 때 상대 가드가 힘에 부치는 것 같았고, 부담도 많이 받은 것 같았다. 상대 가드가 공격에서 상위권으로 평가받는 가드였는데도, 허훈이 제대로 틀어막았다. 비록 kt가 그 경기를 졌지만, 허훈의 수비력은 인상적이었다. 허훈이 마음먹고 수비하면, 수비력도 너무 좋은 선수라는 걸 알았다.

수비력이 떨어진다는 오해, 팩트가 되지 않으려면?
위에 언급된 사람들 외에도, 많은 이들에게 ‘허훈의 수비력’을 질문했다. 그러나 담지 않은 이유가 있다. 위에 언급된 말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의 결론은 하나였다. ‘허훈의 수비력은 떨어지지 않는다. 허훈이 마음먹고 수비하면, 압박감이 크다’가 그 결론이었다. 간단히 말하면, 허훈의 수비력이 좋다고 할 수 있다.
허훈의 수비력이 부각되지 않은 이유 역시 다르지 않았다. ‘허훈은 팀 내 공격의 핵심이기에 공격에 많은 힘을 쓰고, 수비까지 힘을 쓰면 공격에서도 장점을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다’가 핵심이었다. 그래서 허훈이 수비에 힘을 쓰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었다.
여기에, 최근 KBL은 2대2 공격 비중이 눈에 띠게 높아졌다. 그렇다면, 수비 또한 상대 2대2 공격을 대비해야 한다.
2대2 수비의 기본 과정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먼저 공격 팀의 스크리너가 볼 핸들러 수비수를 스크린한다. 그 때, 볼 핸들러 수비수는 볼 핸들러와 스크리너 모두를 생각해야 한다. 그 순간, 볼 핸들러 수비수가 막아야 할 인원은 2명이 된다. 순간적으로 1대2 수비를 하게 된다.
그 때, 스크리너 수비수가 볼 핸들러 수비수를 도와줘야 한다. 스크리너 수비수와 볼 핸들러 수비수의 합이 맞지 않거나 스크리너가 스크린을 잘 걸면, 앞선 수비는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허훈이 상대 볼 핸들러를 잘 막아도 허훈의 동료가 수비를 영리하게 못하면, 허훈의 수비력은 떨어져보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허훈의 이러한 여건들이 정당화될 수 없다. KBL 최고의 레전드 가드인 양동근(전 울산 현대모비스)는 공수 겸장이었고, 공격과 수비 모두 비슷한 활동량을 보였기 때문. 하지만 이 역시 반박도 있었다. 아래에 언급된 E(익명의 코치 혹은 선수)의 이야기가 그랬다.
“물론, 양동근(전 울산 현대모비스)처럼 공수 모두에 많은 힘을 쓰는 선수가 있었다. 그래서 양동근은 레전드가 됐다. 하지만 양동근 역시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양동근 이상의 패스 능력을 지닌 함지훈이라는 빅맨이 있었고, 여러 정상급 외국 선수가 공수에서 높은 기여도를 보였다. 다른 현대모비스 선수들도 현대모비스만의 팀 시스템에 잘 녹아들었다.
양동근이 공격을 직접 만들지 않아도, 팀 시스템적으로 파생되는 공격이 많았다. 수비 역시 마찬가지였다. 양동근의 수비 범위가 넓었던 건 사실이지만, 나머지 선수들이 수비 패턴에 맞게 잘 움직였다. 양동근의 체력과 활동량, 개인 공수 능력 모두 좋았던 건 사실이지만, 양동근은 그래도 주위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허훈은 다르다. 김영환과 양홍석 등 좋은 동료들이 있지만, 이들이 볼을 가지고 어시스트하는 능력이 아무래도 떨어진다, 승부처에서 볼을 쥐게 될 이는 허훈이라는 뜻이다. 공격에서 지닌 비중이 너무 커서, 그 비중 때문에 큰 부담을 안고 농구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kt에 확실한 수비 컨트롤 타워가 있는 것도 아니다. 허훈의 수비 부담을 덜 선수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허훈이 그런 상황에서 수비까지 해버리면, 허훈의 체력은 더 빨리 떨어질 거다. 그렇게 되면, 팀이 이른 시각에 무너질 수도 있다. 여기에 믿을 만한 백업 가드도 없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양동근과 비교하는 건 쉽지 않다고 생각해봤다. 또, 허훈이 수비에 많은 힘을 쓰지 못할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드러나지 않은 복합적인 요소를 평가하는 것. 정말 어려운 문제다. 허훈의 수비력을 평가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허훈의 수비가 공격만큼 부각되지 않았고 허훈의 수비가 허훈의 문제로만 끝나는 게 아니기에, 허훈의 수비력 혹은 수비 열정을 이야기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확실한 건 있다. 오해 혹은 편견을 해결해야 할 이는 허훈이라는 사실이다. 허훈도 이를 알고 있고, 구단 유튜브 채널을 통해 “수비력을 보여드리겠다”는 이야기도 남겼다.
다만, 코칭스태프의 지략과 동료들의 도움은 필수다. 위에서 이야기했듯, 가드의 수비력은 가드 혼자만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허훈의 수비 기여도가 공격 기여도만큼 높아질 때, 가장 혜택을 누리는 이는 허훈이다. 허훈의 수비 가치가 높아질 때, kt는 우승을 노리는 팀이 될 수 있고, 허훈은 MVP를 넘어 레전드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공격은 관중을 부르고, 수비는 승리를 부른다’는 말이 있다. 수비의 가치를 드러낸 말이다. MVP급 공격력을 지닌 허훈이 MVP급 수비력을 장착한다면, 허훈은 ‘관중’과 ‘승리’를 동시에 부르는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진 제공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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