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개천에서 나타난 용, ‘광주대 듀오’ 김진희와 강유림

김영훈 기자 / 기사승인 : 2021-08-09 14:31:29
  • -
  • +
  • 인쇄

본 기사는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1년 7월호에 게재됐습니다.(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매 링크)

“광주대 국선경 감독을 만나 ‘너무 고맙다’고 했습니다. 김진희와 강유림 같은 선수를 키워서요. 프로에서도 너무 잘하고 있잖아요. 둘은 대학리그의 자랑입니다.” 한 여대부 감독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2016년과 2017년 광주대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김진희와 강유림은 2020-2021시즌 성공적인 한 시즌을 마쳤다. 대학이라는 개천에서 나타난 용, 김진희와 강유림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광주대에서 시작된 불편한(?) 인연
일반적으로 여자농구 선수들은 고등학교를 마친 뒤 프로에 진출한다. 남자선수들처럼 대학을 거쳐 프로에 가는 선수들은 일부에 불과하다. 김진희와 강유림은 그 일부에 속하는 선수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선수 생각이 없었어요. 그래서 졸업반 때 영업직을 알아봤죠. 비비안이라는 회사 아시나요? 비비안에 이력서도 넣었어요. 떨어졌죠. 한 번 떨어지니 자신감도 같이 떨어지더라고요. 마침 국선경 감독님이 광주대에 오라고 하셔서 계속 농구를 하게 되었죠.” 김진희의 이야기다.

강유림은 김진희와 사연이 달랐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매년 우승의 기쁨을 누리고, 2학년 때는 대회 MVP까지 받았던 엘리트 자원이었다. 프로에 도전했어도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었으나, 강유림의 선택은 대학 무대였다.

“자신이 없었어요. ‘과연 내가 프로에 가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컸죠. 대학을 가고 싶기도 했고요.”

이유는 달랐지만, 둘은 모두 대학 무대, 그것도 광주대를 택했다.

2015년, 먼저 광주대에 입학한 김진희는 1년 뒤 강유림을 후배로 받았다. 지금이야 서로 장난도 주고받는 선배와 후배지만,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다.

“진희 언니가 평소에는 잘 웃는데, 때로는 무서워요. 겪어본 사람들은 알아요. 웃고 있지 않을 때는 표정이 정말 차갑거든요. 초반에는 제가 진희 언니 패스도 자꾸 놓쳐서 눈치도 봤죠.” 강유림은 2016년의 기억을 떠올렸다.

이를 들은 김진희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곧바로 역공에 나섰다. “(강)유림이가 상도 받았고 농구를 잘하는 선수라고 하는데, 사실 저는 몰랐어요. 그리고 유림이 학년에 신입생이 많이 들어왔어요. 그냥 유림이는 많은 신입생 중 한 명일뿐이었죠.”

영혼의 콤비

서로 한 방씩 주고받은 언니와 동생은 농구 이야기를 시작하자 ‘화해 모드’로 돌변했다.

광주대 시절 김진희와 강유림은 그야말로 ‘영혼의 콤비’였다. 김진희는 강유림에게 적재적소에 패스를 공급했고, 강유림은 그 패스를 받아 마무리를 책임졌다. 적어도 대학농구에서는 김진희와 강유림도 존 스탁턴과 칼 말론 부럽지 않은 듀오였다.

“저희 정말 장난 아니었어요. 경기에 나가면 진다는 생각을 안 했었죠.” 당시를 이야기하는 강유림과 김진희의 얼굴에 자부심이 느껴졌다.

전혀 과장이 아니었다. 김진희와 강유림이 호흡을 맞춘 2016년과 2017년, 광주대는 대학리그와 MBC배를 통틀어 36전 34승을 기록했다. 패배를 몰랐던 광주대는 2년 연속 대학리그 통합우승을 차지했으며, MBC배도 두 번 연속 제패했다.

당시 팀에는 뛰어난 동료들도 있었지만, 광주대 전성시대의 중심은 단연 김진희와 강유림이었다. 강유림은 2년 연속 대학리그 챔프전 MVP를 가져가는 등 상 7개를 수상했으며, 김진희는 2016 대학리그 MVP와 2017 대학리그 어시스트상을 가져갔다.

행복했던 것은 농구만이 아니었다. 김진희는 “학교에서 경기하면 학생들이 찾아와 응원도 많이 해줬어요. 다음 날 수업 들어가면 알아보는 사람도 있었죠. 제 입으로 말하기 그렇지만, 솔직히 인기가 좀 있었어요(웃음).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만세 닮았다고요”라며 화려했던 과거를 이야기했다.

이를 듣고 있던 강유림도 추억을 보탰다. “진희 언니와 있으니 오랜만에 볼링 치고 싶어요. 둘이 자주 쳤거든요. 언니랑 많이 놀았는데, 저 3학년 때 언니가 졸업했죠. 그 뒤로 코트 안이나, 코트 밖이나 언니가 그리웠어요.”

한동안 과거를 떠올리던 둘은 “대학 때 이야기하니 다시 돌아가고 싶어요”라고 입을 모았다.

특별한 곳에서 다시 만난 둘

대학리그에서 화려한 이력을 남긴 김진희와 강유림은 2017년과 2020년 프로에 도전했다. 드래프트 결과 김진희는 아산 우리은행에, 강유림은 부천 하나원큐에 지명됐다.

광주대 시절 무서울 게 없었던 강유림과 김진희지만, 대학과 프로는 전혀 다른 무대이다. 대학리그가 출범한 이후 각 팀에서 날고 긴다는 선수들이 프로에 진출했으나 그들 중 두각을 나타낸 선수는 없었다.

하지만 김진희와 강유림은 달랐다.

그 시작은 2019년 8월 열린 박신자컵 서머리그. 십자인대 부상을 딛고 돌아온 김진희는 당당히 주전 포인트가드로 활약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하나원큐 소속으로 출전했던 강유림은 결승에서 3점 5방을 터트렸다. 상대 에이스인 윤예빈도 막아냈다.

강유림은 “그때를 계기로 자신감을 찾았어요. 그전까지는 경기 출전과는 거리가 먼 선수였죠. 그런데 결승에서 기회가 찾아왔고, 슛 찬스도 계속 생기더라고요. 슛이 그렇게 잘 들어갈 줄은 저도 몰랐어요. 공격보다는 예빈이만 막는 것에 신경 썼는데....”라며 박신자컵을 돌아봤다.

자신감을 얻은 김진희와 강유림은 정규리그에서도 출전 기회를 잡았다. 김진희는 박혜진의 부상 공백을 메우는 깜짝 활약을 펼쳤다. 박혜진이 돌아온 뒤에도 꾸준히 주전 포인트가드를 맡아 우리은행의 정규리그 우승에 기여했다.

강유림은 식스맨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팀에 강이슬과 고아라가 부상으로 빠지자 주전으로 올라섰다. 경기마다 점점 활약이 좋아진 강유림은 남은 경기 모두 선발로 출전하며 성공적인 한 해를 보냈다.

둘은 모두 같은 기분을 느꼈다. “정신없었어요. 경기를 뛸 거라는 생각을 못하고 있었는데, 점점 뛰는 횟수가 늘어났죠. 꿈 같았어요.”

이보다 더 꿈 같은 일은 정규리그가 끝난 뒤에 있었다. WKBL은 2020-2021 정규리그 종료 후 시상식을 열었다. 이번 시상식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수상자만 참석이 가능했다.

김진희와 강유림은 그 자리에서 서로를 만났다. 강유림은 108표 만장일치로 신인상을 받았으며, 김진희는 경기당 5.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어시스트상을 수상했다. “대학리그 시상식에서 같이 상을 받은 적은 있어도, 프로에서도 이렇게 만날 줄은 몰랐어요. 신기하고 뿌듯했죠.”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강유림과 김진희는 지난 시즌을 돌아보며 이렇게 이야기했다. “아직도 부족한 게 많아요.”

이제 프로에 첫걸음을 내딛었기에 부족한 것이 많은 건 당연하다. 동시에 이를 보완할 시간도 많다. 김진희는 “슛이 약점이라는 것을 느껴서 하루에 500개씩 연습해요. 패스를 주기만 하는 선수라는 인식을 바꾸고 싶어요”라며 목표를 밝혔다.

삼성생명으로 소속의 강유림은 “지난 시즌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어요. 슛만 던지는 선수가 아니라 돌파 등 여러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고 당차게 이야기했다.

둘은 잠시 먼 미래도 내다봤다. 김진희는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에 “십자인대 부상을 당하고도 멋지게 복귀하는 선수요. 힘든 부상에 좌절하지 않고, 성장한 선수로 기억되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강유림은 “그저 잘하는 선수요. 잘해서 모두에게 박수 받는 선수. 동시에 대학의 이미지도 바꾸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어요”라는 소망을 전했다.

김진희와 강유림은 끝으로 한 가지 소망을 더 전했다. “언젠가는 저희 둘이 프로에서도 같이 뛰고 싶어요.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사진 = 이주한 포토그래퍼, 한국대학농구연맹(KUBF) 제공

[저작권자ⓒ 바스켓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HEADLINE

더보기

PHOTO NEWS

더보기

베스트 클릭

인터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