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코리아) 지난 26일(이하 한국시간) 벌어진 서부컨퍼런스 파이널 5차전에서, 댈러스 매버릭스가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에 100-96으로 승리하며 NBA 파이널 진출에 성공했다. 이로써 댈러스는 5시즌만에 서부컨퍼런스 패권을 차지, 2006년에 이어 다시금 우승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사실 댈러스는 지난 11시즌 동안 플레이오프에 연이어 오르며 서부에서 꾸준한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우승은 단 한 차례도 거두지 못했다. 댈러스는 지난 2005-2006시즌 서부를 제패하고 파이널에 올라 창단 첫 우승의 꿈에 부풀었었다. 게다가 첫 2연전을 잡아내며 우승에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나 댈러스는 거짓말처럼 이후 4경기를 모두 마이애미에 헌납하며 우승의 꿈을 미뤄야만 했다.
댈러스는 2006년 이후 컨퍼런스 파이널 무대에 오르기 위해 5년이란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게다가 유력한 우승후보인 샌안토니오 스퍼스, LA 레이커스, 보스턴 셀틱스가 탈락을 했기에, 댈러스에게는 이번 시즌은 우승의 적기이자 놓칠 수 없는 찬스다. 여기에 댈러스를 이끌고 있는 주축 선수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번 컨퍼런스 파이널 무대는 지난 10년간 NBA리그를 호령했던 코비 브라이언트(LA 레이커스), 샤킬 오닐(보스턴), 팀 던컨(샌안토니오)이 없는 무대인만큼 세대교체의 격전장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댈러스는 아직도 30대 선수들이 주축인 베테랑팀이다. 댈러스는 주포인 덕 노비츠키를 중심으로, 최고의 포인트가드 제이슨 키드와 올스타 포워드인 페자 스토야코비치 그리고 션 메리언까지, 대부분의 핵심선수들이 30줄을 넘겼다. 이들은 ‘무관의 제왕’이라는 공통점이 있는데다, 항상 레이커스와 샌안토니오의 벽에 막혀 우승과는 유독 인연이 없었다. 컨퍼런스 우승을 넘어 리그 챔피언을 바라보는 댈러스의 노장 4인방(키드-노비츠키-스토야코비치-메리언), 그들의 파란만장했던 우승 도전기를 살펴보자.
# '독일병정' 덕 노비츠키
댈러스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리더, 바로 노비츠키다. 노비츠키는 스티브 내쉬(현 피닉스 썬즈), 마이클 핀리(은퇴)와 더불어 2000-2001 시즌부터 팀을 플레이오프로 이끌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승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파이널 진출도 한 번 뿐이었다. 노비츠키는 꾸준한 공격력을 앞세워 2000년대부터 댈러스 공격을 책임지다시피 했다. 하지만 우승에는 번번이 실패했다. 그와 함께했던 내쉬와 핀리는 각각 팀을 떠났다.
하지만 노비츠키에게도 면죄부는 있다. 이때 당시 서부컨퍼런스가 너무나도 치열했기 때문. 마이클 조던이 은퇴한 이후 단 세 차례를 제외하고는 모두 서부팀들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서부컨퍼런스는 플레이오프에 골인하고도 살아남기가 어려웠다는 이야기이다. 2000년대 초반에는 레이커스, 샌안토니오, 새크라멘토 킹스가 서부 형국을 주도했고, 2000년대 중반에는 댈러스와 함께 샌안토니오와 피닉스가 대표적이었다. 이어 2000년대 후반부터 지난 시즌까지는 레이커스가 3시즌 연속으로 서부 타이틀을 거머쥐며 강세를 이어갔다.
이들의 사이에서 댈러스는 조연에 불과했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댈러스는, 공격적인 투자로 새크라멘토와 함께 당대 최고의 공격팀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수비는 플레이오프에서 이들을 위닝팀으로 만들지 못했다. 특히나 노비츠키는 유독 당시 우승전력을 갖춘 팀들과의 악연을 끊지 못했다. 노비츠키는 샌안토니오와 2000-2001 시즌 서부컨퍼런스 준결승을 시작으로, 2002-2003 서부 결승, 2005-2006 서부 준결승, 2008-2009 1라운드, 2009-2010 1라운드까지 무려 다섯차례나 플레이오프에서 조우했다. 이 다섯차례 맞대결에서 노비츠키가 이끄는 댈러스는 두 번을 승리했고, 그 중 2005-2006 시즌에는 파이널 진출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2000년대 초중반을 호령한 '밀레니엄 킹스'로 대변되는 스토야코비치가 있는 새크라멘토와도, 세차례를 만나 질긴 인연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어 내쉬가 이끄는 피닉스와도 두 차례나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이렇듯 당시 댈러스는 플레이오프에서 유독 우승후보들을 만나며 'Wild Wild West'의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
운도 따르지 않았다. 노비츠키는 2006-2007 시즌 MVP를 차지하며 우승에 대한 열망을 키웠지만, 정작 팀이 플레이오프에 힘겹게 올라온 마지막 시드팀인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게 업셋을 당하며 체면을 구겼다. 이는 플레이오프 1라운드가 7전 4선승제로 바뀐 이후 톱시드가 1라운드에서 처음 탈락한 경우였다. 2009-2010 시즌에는 피닉스, 유타, 덴버와 시즌 막판까지 2번시드 경합을 벌였고, 끝내 승리하며 플레이오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그러나 7번시드인 샌안토니오에게 패하며 망신살을 사기도 했다.
이처럼 노비츠키는 1, 2번시드로 1라운드에서 탈락하는 불명예를 안았고, MVP 트로피도 경기장이 아닌 기자회견장에서 수상식을 가지며 국내에서는 '택배 MVP'로 불리기도 했다.
# 'Mr. Triple-double' 제이슨 키드
키드도 샌안토니오와 레이커스의 희생양이었다. 키드는 서부에서 플레이오프와 긴 인연은 없었다. 키드는 댈러스에서 짐 잭슨, 저말 매쉬번과 함께 '3J'로 팀을 이끌었지만, 플레이오프에 오르지는 못했다. 이어 피닉스에서는 5시즌 중에서 네 차례에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이 중에서 키드의 플레이오프의 이력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팀은 단연 샌안토니오와 레이커스다. 키드는 피닉스에 몸담았던 1997-1998 시즌 플레이오프에 올랐지만, 1라운드에서 샌안토니오에 시리즈 스코어 3대 1로 패했다. 1999-2000시즌에는 1라운드에서 샌안토니오를 꺾었지만, 컨퍼런스 준결승에서 레이커스에 패했다.
키드는 이후 트레이드로 동부로 건너가게 된다. 키드는 2001-2002 시즌을 앞둔 여름, 당시 스테판 마버리가 포함된 2대 3 트레이드로 뉴저지로 새둥지를 틀었다. 키드는 댈러스와 피닉스를 거쳐 커리어 처음으로 동부컨퍼런스의 팀으로 행선지를 옮기게 됐다. 그럼에도 키드와 샌안토니오, 레이커스간의 질긴 인연은 끝나지 않았다.
키드는 뉴저지가 동부의 강자로 올라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키드는 해를 바꿔가며 뉴저지의 케리 키틀즈(은퇴), 리차드 제퍼슨(현 샌안토니오), 케년 마틴(현 덴버), 디켐베 무톰보(은퇴)와 이적 첫 시즌부터 2002-2003 시즌까지 연이어 동부컨퍼런스 챔피언에 올랐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당시 상대는 레이커스와 샌안토니오. 뉴저지는 2001-2002 시즌 파이널에서 레이커스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2002-2003 시즌에는 던컨에게 호되게 당하며, 시리즈 스코어 4대 2로 패하고 말았다. 키드도 이만하면 억세게 운이 없는 케이스인 셈이다.
이후 뉴저지는 꾸준히 플레이오프에 올랐지만, 우승 문턱에는 접근하지 못했다. 결국 키드는 6시즌 넘게 생활해 온 동부를 떠나 끝내 트레이드되기에 이른다. 키드는 이 트레이드로 친정팀인 댈러스로 복귀하게 됐다. 키드는 이후 2008-2009, 2009-2010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또 샌안토니오를 만나, 한 번 이기고 한 번 패했다. 특히나 2009-2010 시즌에는 어느 때보다 기대를 모았음에도 샌안토니오에게 업셋을 허용, 실망스런 모습을 보였다.
# 현역 최고의 슈터, 페자 스토야코비치
스토야코비치는 한때 새크라멘토의 핵심인물이었다. 크리스 웨버, 마이크 비비와 함께 공격농구의 선봉장으로 맹활약했다. 새크라멘토는 심지어 2001-2002 시즌, 레이커스를 몰아내고 태평양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이만하면 우승의 적기나 다름없었다. 당시 레이커스는 승률에선 중서부지구(당시에는 4개 지구) 우승팀에 앞섰지만, 시드 배정 룰에 의거 3번 시드를 차지했기 때문. 즉, 레이커스와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만나더라도 홈코트 어드밴티지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새크라멘토가 보다 유리한 것이 사실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두 팀은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만나며 최고의 시리즈를 연출했다. 시리즈가 최종전까지 갔음은 물론이고, 두 팀은 장외 설전 대결까지 벌이며 명시리즈를 재현해냈다. 하지만 여기서 새크라멘토는 한 끗 차이로 레이커스를 넘지 못했다. 새크라멘토는 1차전을 잡으며 분위기를 주도했지만, 7차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경기를 내줘 아쉬움은 더했다.
스토야코비치는 꾸준히 새크라멘토의 에이스로써 팀의 공격을 이끌었다. 2003-2004 시즌에는 케빈 가넷, 라트렐 스프리웰, 샘 카셀의 BIG3가 포진한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와 서부 준결승에서 또 한 번의 명승부를 만들어냈다. 새크라멘토는 미네소타와 7차전까지 치렀지만, 끝내 컨퍼런스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다.
이후 스토야코비치는 당시 인디애나의 론 아테스트(현 레이커스)와 트레이드 됐다. 이어 뉴올리언스 호네츠에 새둥지를 틀며, 크리스 폴과 함께 ‘말벌군단’의 공격농구를 이끌었다. 2007-2008 시즌에는 뉴올리언스가 2번시드를 차지하며 우승의 가능성을 높이는 듯 보였다. 그러나 컨퍼런스 준결승에서 샌안토니오에 패해 컨퍼런스 결승 진출의 꿈이 좌절됐다. 스토야코비치로서는 또 한 번의 우승 기회를 날려버린 것이다.
스토야코비치의 이후 활약은 크진 않았다. 부상으로 많은 경기를 결장한 탓이 컸다. 게다가 몸값까지 높아 제 몫을 다하지 못했다. 스토야코비치는 이번 시즌 만기계약이었기 때문에 샐러리의 부담을 느낀 뉴올리언스에서 토론토로 트레이드 됐고, 이후 방출되다시피 했다. 그럼에도 스토야코비치의 가치는 낮지 않았다. 전성기만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어느 위치에서나 뿌릴 수 있는 정확한 3점슛은 아직도 녹슬지 않았기 때문. 결국 스토야코비치는 방출 이후 나흘 만에 댈러스와 계약하며 우승의 꿈을 이어가게 됐다.
# 'The Matrix' 션 메리언
메리언은 몇 해 전까지만 하더라도 피닉스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그러나 그도 끝내는 피닉스를 떠나게 됐고, 이후 마이애미와 토론토를 거쳐 댈러스에 합류했다. 메리언 역시 샌안토니오와 좋지 않은 인연을 갖고 있다. 키드와 마찬가지로 피닉스 소속이었던 메리언은 1999-2000시즌 플레이오프에서 샌안토니오를 넘어섰지만, 레이커스에 패했다. 이후 피닉스는 2004-2005시즌 공격농구의 돌풍을 일으키며 우승후보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는 내쉬-메리언-아마레 스타더마이어(현 뉴욕)가 있었다.
그러나 공격농구로 우승하기는 어려웠던 탓이었을까? 피닉스는 해당 시즌 컨퍼런스 파이널에서, 샌안토니오에 시리즈 스코어 4대 1로 패하며 무릎을 꿇었다. 이후 절치부심하여 2005-2006시즌에도 컨퍼런스 파이널에 올랐지만, 노비츠키가 이끄는 댈러스에 패하며 우승의 꿈이 좌절됐다. 2006-2007시즌에는 다시금 우승에 도전했지만, 서부 준결승에서 철천지원수인 샌안토니오에게 발목이 잡혔다. 이만하면 메리언도 누구 못지않게 샌안토니오에 치를 떨법하다.
메리언의 샌안토니오 징크스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메리언은 2009-2010 시즌, 댈러스에서 새 출발을 하게 됐다. 팀에는 노비츠키라는 안정된 득점원과 피닉스 시절 이후 다시 한솥밥을 먹게 된 키드, 그리고 트레이드 데드라인 직전 이적으로 합류한 캐런 버틀러와 브랜든 헤이우드가 버티고 있었다. 게다가 정규시즌에서도 2번시드를 확보했기 때문에 플레이오프에서는 탄탄대로인 것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노비츠키, 키드 그리고 메리언도 업셋을 막지는 못했다. 그 팀은 앞서 노비츠키와 키드 이야기에도 언급했던 샌안토니오. 메리언은 피닉스 시절에 이어 또 한 번 샌안토니오에 패하며 우승을 미뤄야만 했다.
플레이오프전까지만 하더라도 댈러스는 소프트하다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지난 시즌 앞선다는 평에도 불구하고 샌안토니오에게 업셋을 허용한 점과, 더불어 공격시에 점프슛에 많이 의존하는 팀이었기에 공격 기복이 큰 팀이 댈러스였다. 게다가 시즌 중반 2옵션인 버틀러가 부상으로 시즌 아웃 판정을 받으면서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됐다.
하지만 이번시즌만큼은 달라진 모습이다. 당초 댈러스는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와 1라운드 대결에서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오죽하면 시리즈가 막을 올리기 전부터 여러 전문가들은 포틀랜드의 업셋을 예상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후 행보는 가히 폭발적이다. 댈러스는 유력한 우승후보인 레이커스와의 서부 준결승 시리즈에서, 레이커스를 스윕해버렸다.
그렇지 않아도 1라운드를 치르면서 톱시드인 샌안토니오가 떨어졌기 때문에, 레이커스마저 꺾은 댈러스로서는 우승의 적기를 마련한 셈이다. 무엇보다 우승을 꿈꾸고 있는 이들 베테랑들에게는 더 할 나위 없는 좋은 찬스다.
과연 댈러스가 우승에 한이 맺힌 베테랑 4인방을 앞세워 트로피에 입을 맞출 수 있을 것인지, NBA 최후의 승부 ‘파이널’을 기다려보자.
바스켓코리아 이재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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