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스켓코리아 = 손동환 기자] 철저한 준비 없이, 결과는 바랄 수 없는 법.
2014 아시아 퍼시픽 대학농구 챌린지가 지난 10일 막을 내렸다. 대한농구협회가 지난 해부터 야심차게 준비한 국제 대회. 하지만 기대만큼 결과는 좋지 않았다. 관중 수 때문만은 아니다. 대회 취지였던 대학 농구의 국제 경쟁력 제고도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결승전에는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일도 일어났다. 정재근 연세대 감독이 파울 콜에 불만을 가지다가, 심판의 머리를 박고 말았다. 한국 농구가 국제 무대에 망신을 제대로 뻗친 것. 덕분에, 포털 사이트의 농구 섹션은 간만에 뜨거워졌다.
# 벼락치기 준비, 바랄 수 없는 결과
이번 아시아 퍼시픽 대학농구 챌린지는 작년부터 계획된 대회. 6억이라는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자했지만, 실질적인 준비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스폰서가 대회 3주 전에서야 잡혔고, 이로 인해 모든 것이 쉽지 않았다. 관중 유치는 바랄 수도 없었다. 선수단은 비어있는 관중석에서 쓸쓸히 경기를 치러야 했다.
대한농구협회의 한 관계자는 대회 첫 날 “급하게 준비한 대회치고는 잘 치렀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또 국제 대회를 치른 경험이 많다. 우리 나라보다 국제 대회 운영을 못 하는 나라도 수두룩하다. 외국 선수단도 이번 대회에 만족하고 있을 것”이라며 말했다. 대회를 치렀다는 생각만으로, 부족한 현실을 외면하고 있었다.
이는 선수단의 인터뷰 환경에서도 잘 드러나기도 했다. 협회는 첫 날 첫 경기만 해도 사진기자실에서 인터뷰를 준비했다. 기자회견실이 따로 있는데도 말이다. 또한, 사진기자실은 사진기자들이 기사를 마감해야 하는 곳이다. 누가 봐도 인터뷰하기 적합하지 않은 환경. 여러 언론사의 성화 끝에, 협회는 결국 인터뷰 장소를 기자회견실로 변경했다.
이긴 팀과 진 팀의 감독 및 선수를 한꺼번에 인터뷰실로 불러들이는 해프닝도 일어났다. 어느 팀도 제대로 된 인터뷰를 할 수 없었다. 국제 대회인만큼, 통역의 가치도 중요했다. 하지만 통역 모두 학생이었고, 전문성을 장담할 수 없었다. 인터뷰실 경험이 없는 일부 통역은 기자의 질문에 당황했고, 기자가 의도한 대답을 쉽게 듣지 못했다.
# 대학 대표 3인방, 대승적인 차원에서 나왔지만...
대한민국 남자농구 국가대표팀은 현재 진천선수촌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대표팀에 올해는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8월 말부터 스페인에서 열리는 농구 월드컵과 9월 중순에 열리는 인천 아시안 게임을 대비해야 하기 때문. 6월 말부터 연습경기를 시작했고, 7월 12일에는 뉴질랜드로 전지 훈련을 떠난다.
이승현과 이종현(이상 고려대), 최준용(연세대) 등 3명의 대학생이 대표팀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3명의 유망주에게 대표팀 훈련은 소중한 경험이다. 하지만 이들은 대표팀 훈련을 며칠 동안 소화할 수 없었다. 아시아 퍼시픽 대학농구 챌린지에, 스타 유망주의 참가가 요구된 것. 유재학(51) 대표팀 감독도 고심 끝에, ‘국제 대회’라는 대승적인 이유로 선수 차출을 허락했다.
하지만 선수들은 기대만큼의 효과를 얻지 못했다. 브리검영대 하와이 캠퍼스를 제외하면, 강팀이 등장하지 않은 것. 자신보다 강한 상대를 만나지 못했고, 이로 인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전혀 없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우리 나라 대학 사령탑 모두 “첫 해다 보니 시행 착오가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국제 대회에는 더욱 강한 팀이 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제 대회의 취지는 국내 선수들이 배우는 것”이라며 의견을 일치했다.
경희대의 김철욱(204cm, 센터)도 “일본 같은 경우는 패스 게임이 좋고, 스피드가 좋았다. 하지만 나 같은 센터 입장에서는, 미국 팀처럼 신장이 크고 몸싸움을 잘 하는 팀과 많이 해보고 싶다”며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 내년 대회에는 선수의 의견이 반영될 필요가 있다.
# 아직도 의문이 가는 심판 배정
준결승 2경기가 열렸던 지난 9일. 기자의 눈을 의심하게 하는 상황이 있었다. 한국의 연세대와 미국의 브리검영대 하와이 캠퍼스의 대결이었다. 한국과 미국 학교의 대결에 심판 3명 모두 한국인으로 배정된 것. 3명의 심판이 모두 포청천이라고 하더라도, 의심의 여지를 남길 수 있는 상황. 실제로 승부처에서 미심쩍은 파울 콜이 여러 차례 불리기도 했다. 양 팀 사령탑 모두 이러한 상황에 분통을 터뜨렸다.
한 농구 관계자는 “심판이 고생하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승부처에서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 유리한 상황이 파울 콜로 인해 역전되는 것은 억울한 일일 것. 특히, 지는 팀한테는 치명적일 것”이라며 준결승 2경기를 평가했다. 준결승에서 패한 켄 와그너 브리검영대 감독은 “지는 것에는 변명이 필요 없다. 우리가 잘 했더라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며 애써 아쉬움을 감췄다.
3~4위 결정전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발생했다. 한국의 경희대와 미국의 브리검영대 하와이 캠퍼스의 대결. 한국 심판 3명이 또 한 번 경기를 판정했다. 켄 와그너 감독은 “전반전에는 동의할 수 없는 콜이 나와 흥분했다. 하지만 우리 플레이를 잘 한다면 문제가 안 될 것.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한다”며 또 한 번 말을 아꼈다. 이번 대회가 자리를 잡으려면, 심판 배정 문제는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한다.
#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그러나
2014 아시아 퍼시픽 대학농구 챌린지의 취지는 국제 경쟁력 강화. 모든 농구인이 공감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 초청된 학교 모두 만족을 표했다. 켄 와그너 감독은 “이번 대회가 처음이라고 들었다. 그렇지만 정말 좋은 대회라고 생각한다. 대회를 준비한 직원이 너무 잘 해줬다.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NCAA 규정상 내년에는 출전할 수 없지만, 기회가 된다면 또 한 번 한국에 오고 싶다”며 이번 대회에 만족했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는 건 당연한 일. 그렇지만 두 번째 숟가락부터는 다르다. 농구 관계자와 선수, 팬 모두 배가 부를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제 대회에 걸맞는 수준의 팀을 섭외하고, 스폰서 유치 및 대회 운영 등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주먹구구식의 행정은 국제 대회와 걸맞지 않다. 망신은 이번 한 번으로 충분하다.
사진 제공 = 한국대학농구연맹(KUB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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