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스켓코리아 = 손동환 기자] 금빛 드라마다. 대한민국 남자농구 국가대표팀(이하 대표팀)의 5개월 대장정은 해피 엔딩으로 끝났다.
대표팀은 3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결승전에서 이란을 79-77로 격파했다. 2002 부산 아시안게임 이후, 12년 만에 금메달을 차지했다. 대한민국 농구 사상 처음으로 남녀 동반 금메달을 땄다.
대표팀은 악착 같은 대인방어와 끈질긴 박스 아웃으로 이란을 물고 늘어졌다. 문태종(198cm, 포워드)과 조성민(189cm, 가드)의 외곽포가 터졌고, 양동근(182cm, 가드)과 김종규(206cm, 센터)가 승부처에서 오아시스 역할을 했다.
이란의 모하마드 사마드 니카 바라미(198cm, 포워드)의 득점력과 하메드 하다디(218cm, 센터)의 높이와 농구 이해도는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최종 승자는 대표팀이었다. 대표팀은 코트 중앙에서 승자의 기쁨을 만끽했고, 이란은 패자의 설움을 맛봐야 했다.
# ‘만수’ 유재학, 변칙 전술은 없었다
대표팀은 지난 1일 일본을 꺾고, 결승전에 진출했다. 하지만 유재학(51) 대표팀 감독은 결승전 직전 고민을 토로했다. 유 감독은 “이란은 스피드와 힘, 높이를 갖춘 팀이다. 외곽과 골밑의 조화를 이룬 팀이기도 하다. 수비를 골밑에 집중해야 할지, 외곽에 집중해야 할지 고민이다”며 이란전 대비책을 쉽게 설명하지 못했다.
유 감독의 고민은 당연했다. 이란은 마디 캄라니(185cm, 가드)-니카 바라미-하다디의 삼각 편대가 위력적인 팀. 캄라니는 운동 능력과 공격력, 경기 조율까지 갖춘 포인트가드고, 바라미는 폭발력과 영리한 플레이를 겸비한 자원. 하다디의 높이는 탈아시아급으로, 농구 월드컵에서도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대표팀의 선택은 ‘정공법’. 자세히 말하면, 농구의 기본인 ‘대인방어’와 ‘박스 아웃’이었다. 양동근과 양희종(195cm, 포워드)은 캄라니와 니카 바라미를 철저히 봉쇄했고, 김주성(205cm, 센터)과 오세근(200cm, 센터), 김종규와 이종현(206cm, 센터)은 끈질긴 몸싸움으로 하다디의 균형을 무너뜨렸다.
5개월 동안 집중했던 ‘빅맨의 외곽 수비’가 통했다. 바라미와 하다디의 2대2 플레이에 쉽게 무너지지 않았고, 캄라니와 하메드 아파그(190cm, 가드)의 돌파도 최대한 봉쇄했다. 경기 종료 17초 전 상황이 그랬다. 양희종과 김종규가 볼을 잡은 바라미를 압박하며, 공격권을 쟁취했다. 이는 문태종의 결승 자유투로 이어졌다.
이는 효과적이었다. 바라미에게 30점을 내줬지만, 하다디와 캄라니를 각각 14점 6리바운드와 10점 2어시스트로 봉쇄했다. 리바운드 전체 개수에서는 23-32로 밀렸지만, 1쿼터와 4쿼터는 그렇지 않았다. 1쿼터에는 공격 리바운드 3개를 포함해 9-5로 이란에 앞섰고, 4쿼터에서도 9-7로 앞섰다.
# 역전승의 원동력, ‘정신력’ 그리고 ‘정신력’
경기 전만 해도, 이란보다 한 수 아래의 전력으로 평가받은 대표팀. 전력을 넘어설 무언가가 필요했다. 바로 ‘정신력’이다. 특히, ‘캡틴’ 양동근과 ‘투혼의 상징’ 김주성은 외곽과 골밑에서 근성을 발휘했다. 양동근은 이란의 지속적인 스크린에 밀리지 않았고, 김주성은 공중에서 하다디를 밀어내고 리바운드를 땄다.
양희종은 바라미에게 많은 점수를 허용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전반전까지 21점을 몰아넣은 바라미. 바라미의 후반전 득점은 9에 불과했다. 양희종의 찰거머리 수비가 경기 후반에 빛을 본 셈이다. 김종규는 적극적인 골밑 침투 끝에, 역전 바스켓카운트를 성공했다. 양희종과 협력수비로, 바라미로부터 공격권을 얻었다.
팬의 성원 또한 열광적이었다. 삼산월드체육관에 운집한 관중은 ‘대한민국’을 연호했고, 대표팀의 투혼에 박수갈채를 보냈다. 대표팀이 금메달을 확정한 순간, 관중 모두가 기쁨을 만끽했다. 수천 명의 13번째 선수가 대표팀의 금메달을 축복했다.
# 12년 만의 금메달, 이제부터 시작이다
금메달의 기쁨은 만끽하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너무 오랜 시간 기쁨을 만끽해서는 안 된다. 최고의 결과를 얻었다고 해서, 대한민국 농구 현실이 최고는 아니기 때문. 현실을 제대로 인식해, 지금의 영광을 오랜 시간 누리도록 노력해야 한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유망주 양성’. 문태종(만 39세)과 김주성(만 35세)에게 이번 아시안게임은 대표팀 마지막 경기라고 할 수 있다. 양동근(만 33세)과 조성민(만 31세), 김태술(만 30세) 모두 4년 후에는 지금의 경기력을 장담할 수 없다.
물론, 오세근(만 27세)과 김종규(만 23세), 이종현(만 19세)는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자원이다. 그러나 중심 역할을 하기에 아직 부족한 면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을 대체할 유망주가 풍부하지 않다. 대한민국 농구는 아직 확실한 ‘유스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했기 때문.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하지 말고, 장기적이고 탄탄한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오는 11일에 개막하는 프로농구는 ‘강한 몸싸움’과 ‘빠른 농구’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한 외국인선수는 “아직까지 크게 변했다는 걸 잘 못 느끼겠다”는 말을 남겼다. 물론, 변화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오는 과도기도 견뎌야 한다. 그러나 ‘강한 몸싸움’이라는 세계 농구의 추세는 반드시 따라가야 한다.
또한, 대한농구협회와 한국농구연맹(KBL)의 협력을 통해, 대표팀 평가전을 계속 유치해야 한다. 지난 7월에 열렸던 뉴질랜드 평가전은 대표팀의 1차 전환점이기도 했다. ‘몸싸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온 것. 네냐드 부시니치 뉴질랜드 감독도 “한국 무대에 필요한 건 국제 무대 경험”이라는 말을 남겼다.
12년 만의 금메달. 안방에서의 금메달이라고는 하지만, 놀라운 성과다. 그러나 성과는 시간이 지나면 잊혀진다. 열광적인 분위기도 장기적인 투자 없이 이어가기 힘든 법이다.
사진 제공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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