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스켓코리아 = 손동환 기자] 주연보다 존재감이 뛰어난 조연이 있다.
'신 스틸러(scene stealer)'는 특급 조연의 존재감을 잘 드러내는 표현. '신 스틸러'는 '장면을 훔치는 사람'이라는 뜻. 영화나 TV 드라마 등에서 훌륭한 연기력이나 독특한 개성을 발휘해, 주연 이상의 존재감을 보이는 조연을 뜻한다. 여러 작품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조연 전문배우를 부르는 용어이기도 하다.
오리온스에도 두 명의 특급 신 스틸러가 있다. ‘최고참’ 임재현(182cm, 가드)과 ‘야생마’ 찰스 가르시아(203cm, 포워드). 임재현은 풍부한 경험으로 팀에 안정감을 안겼고, 가르시아는 왕성한 활동량과 적극적인 몸싸움으로 트로이 길렌워터(199cm, 포워드)의 부담을 덜고 있다.
오리온스는 지난 23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4~15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 1라운드에서 인천 전자랜드를 81-79로 격파했다. 이날 승리로 개막 후 6연승을 질주했다. 이는 KBL 역대 통산 5번째 기록이다.
길렌워터가 26점으로 팀 내 최다 득점을 기록했고, 김강선(190cm, 가드)은 경기 종료 3.3초 전 이승현(197cm, 포워드)의 패스를 받아 결승 득점을 기록했다. 오리온스 선수단은 서로 몸을 부딪히며, 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그러나 오리온스는 전자랜드의 강한 압박수비와 빠른 공격에, 전반전까지 고전했다. 전반전에만 11개의 턴오버를 남발했고, 36-49로 3쿼터를 맞았다. 추일승(51) 오리온스 감독은 “안일하게 경기장에 나갔던 것 같다. 기본적인 준비가 되지 않았다. 각성하자고 했다”며 전반전의 경기력을 날카롭게 비판했다.
턴오버는 길렌워터의 경기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길렌워터는 좀처럼 공격할 기회를 잡지 못했고, 주태수(200cm, 센터)와 테렌스 레더(200cm, 센터)의 거친 몸싸움에 고전했다. 추일승 감독은 결국 1쿼터 종료 2분 42초 전 임재현과 가르시아를 동시에 투입했다.
가르시아는 1쿼터 종료 1분 24초 전 저돌적인 돌파로 포웰의 파울을 얻었다. 포웰의 파울이 거칠다고 생각했는지, 포웰과 신경전을 펼쳤다. 분위기는 묘해졌다. 그리고 임재현은 묘한 분위기를 오리온스의 상승세로 연결했다. 속공 상황에서 김도수(193cm, 포워드)의 패스를 3점슛으로 연결하며, 추격 기반을 마련한 것.
그러나 오리온스는 좀처럼 흐름을 뒤집지 못했다. 레더의 영리한 플레이에, 공수 양면에서 고전한 것. 그렇지만 이번에는 가르시아가 제 역할을 했다. 2쿼터 5분 02초 전, 레더의 수비를 달고 3점슛을 성공한 것. 29-40으로 추격하는 득점이었다.
오리온스는 전반전을 36-49로 마무리했다. 그리고 3쿼터. 길렌워터가 폭발했다. 임재현은 촉매제 역할을 했다. 전자랜드의 2-3 지역방어가 골밑에 쏠린 틈을 이용해, 왼쪽 베이스 라인 부근에서 3점슛을 터뜨린 것. 그리고 수비 성공으로 인한 속공 과정에서, 3점슛을 또 한 번 성공했다. 3쿼터 1분 55초 전에는 정재홍(178cm, 가드)의 패스를 가로채, 손쉽게 레이업슛을 성공했다. 60-59, 흐름을 뒤집는 득점이었다.
가르시아는 3쿼터 1분 36초 전에 다시 투입됐다. 왕성한 활동량과 거친 몸싸움으로, 레더의 포스트업과 포웰의 돌파를 저지했다. 주태수와의 몸싸움에서 이긴 후, 공격 리바운드를 쟁취했다. 그리고 2점으로 연결했다. 3쿼터 종료 부저와 동시에, 3점슛을 터뜨리기도 했다. 65-65, 전자랜드와 균형을 맞추는 득점이었다.
임재현은 왼쪽 날개에서 전자랜드 가드진의 패스와 움직임을 봉쇄했다. 루즈 볼 다툼에도 적극적이었다. 이는 전자랜드의 4쿼터 공격을 저지했던 요인 중 하나였다. 가르시아는 김강선과 2대2 플레이를 통해, 팀의 77번째 득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77-72, 오리온스는 기세를 잡았다. 오리온스는 결국 이승현과 김강선의 콤비 플레이로, 6번째 연승을 기록했다.
임재현은 이날 21분 56초 동안 11점 2리바운드 2스틸을 기록했고, 가르시아는 12분 25초 동안 11점 4리바운드로 맹활약했다. 두 선수는 지난 19일 모비스와의 경기에서도 각각 10점 2리바운드와 11점 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팀의 명실상부한 주연급 조연이다.
추일승 감독도 전자랜드와의 경기 직전 “가르시아의 능력이 그렇게 좋지 않다. 그러나 무시하면 안 된다. 1라운드에서 뽑은 선수다(웃음)”며 가르시아의 잠재력을 언급했고, 전자랜드전 직후 “(임)재현이는 막힐 때 풀어줄 수 있는 선수다. 선수들에게 열정을 불어넣는다. 팀의 보배다”며 임재현의 존재감을 강조했다.
평점이 높은 영화를 보면, 주연의 미친(?) 연기력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주연급 조연, 일명 신 스틸러의 존재감도 빼놓을 수 없다. 주연과 조연의 조화 없이, 영화의 평점을 장담할 수 없다.
농구 또한 마찬가지다. 주전 자원이 상대를 압도해야 하지만, 조연의 도움도 필수적이다. 임재현과 가르시아는 팀 내 최고의 조연이다. 최근 두 경기에서 신 스틸러로 존재감을 뽐냈다. 추일승 감독은 두 조연의 미친 존재감(?)에 힘입어, 오리온스의 흥행을 노리고 있다.
사진 제공 = KBL, 임재현-찰스 가르시아(왼쪽-오른쪽, 고양 오리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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