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스켓코리아 = 손동환 기자] 괜히 베테랑이 아니었다.
고양 오리온스는 지난 21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 4라운드에서 안양 KGC를 연장 접전 끝에 99-91로 격파했다. KGC는 이날 승리로 16승 13패를 기록했다. 3위 원주 동부(19승 9패)와 3.5게임 차를 유지했다.
오리온스는 1쿼터 시작 1분 37초 만에 위기를 맞았다. ‘주득점원’ 트로이 길렌워터(199cm, 포워드)가 부상으로 이탈했기 때문. 그러나 찰스 가르시아(203cm, 포워드)가 길렌워터의 공백을 메웠다. 31분 24초 동안, 32점을 몰아넣었다. KBL 데뷔 후, 개인 최다 출전 시간과 최다 득점 기록을 갱신했다.
장재석(202cm, 센터)과 이승현(197cm, 포워드)의 활약도 빛났다. 장재석과 이승현은 각각 20점 10리바운드와 19점 7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보이지 않는 수비 공헌도와 제공권 싸움으로, 가르시아를 도왔다. 가르시아가 5반칙을 당했으나, 두 선수는 부상으로 힘겹게 뛰고 있는 길렌워터의 부담도 덜었다.
하지만 오리온스는 44-51로 전반전을 마쳤다. 분위기 전환이 필요했다. 그 중심에는 ‘노장’ 임재현(181cm, 가드)이 있었다. 임재현은 3쿼터 시작 1분 23초 만에 3점포를 가동했다. 정규리그 통산 4,600점을 달성했다. KBL 통산 30번째 기록.
그러나 임재현의 가치는 득점에 있지 않았다. 임재현은 앞선에서 활발히 움직였다. 리온 윌리엄스(197cm, 센터)의 볼을 가로채, KGC의 흐름을 끊었다. 가르시아가 자유투를 성공한 후, 볼을 가진 김윤태(180cm, 가드)를 순간 압박했다. 김윤태의 크로스오버를 알아챘고, 이를 스틸로 만들었다. 그리고 드리블 점퍼를 성공했다.
오리온스 수비는 임재현의 움직임에 활기를 띄었다. 골밑에서는 활발한 로테이션으로 KGC의 포워드 라인을 봉쇄했고, 한호빈(180cm, 가드)은 임재현의 압박에 수비 강도를 높였다. 오리온스는 조금씩 KGC와 간격을 좁혔다. 장재석의 연이은 속공으로 67-63, 역전에 성공했다.
임재현은 4쿼터에도 한호빈과 백코트진을 형성했다. 강병현(193cm, 가드)이 임재현의 위로 패스를 시도해으나, 임재현은 높이 뛰어올라 강병현의 패스를 가로챘다. 볼을 가로챈 임재현은 빠르게 공격을 전개했고, 오른쪽에 있는 한호빈에게 볼을 줬다. 한호빈은 오른쪽 베이스 라인을 돌파해, 뛰어들어오는 장재석의 득점을 만들었다. 오리온스는 79-70으로 상승세를 탔다.
소임을 다한 임재현은 4쿼터 종료 5분 24초 전, 이현민(174cm, 가드)과 교체됐다. 29분 40초 동안 13점 4스틸 2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강력한 수비와 안정적인 경기 운영은 후배 가드에게 자극을 줬다. 연장전에서 승리했으나, 4쿼터 마지막의 경기 운영은 다소 아쉬웠다. 임재현의 공백을 느낄 수 있었던 대목.
추일승(51) 오리온스 감독은 비시즌부터 “(임)재현이 같은 베테랑 가드가 필요했다. 재현이는 경험이 풍부하고, 노련미가 있다. 팀에 더욱 안정감을 줄 수 있다”며 임재현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고, 시즌 중에도 “승부처에서 믿고 맡길 수 있는 선수”라고 신뢰했다.
‘주전 포인트가드’ 이현민 역시 “혼자 경기를 조율할 때는 힘들다. 하지만 재현이형이랑 뛰면 편하다. 내가 묶여도, 재현이형이 볼 운반을 해준다. 그리고 경기 운영에도 부담을 덜 수 있다”며 임재현의 존재감을 설명했다.
13번째 시즌을 맞은 임재현은 현재 4,603점 2,180어시스트 1,480리바운드에 810개의 스틸을 기록하고 있다. 13개의 3점슛을 더 넣면, 개인 통산 정규리그 3점슛 700개를 달성한다. 기록으로 충분히 자신의 능력을 보여줬다.
베테랑은 기록 뿐만 아니라, 존재감으로도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임재현은 더욱 노련하고 원숙한 경기 운영을 보여주고 있다. 코칭스태프와 후배로부터 절대적인 신뢰를 받고 있다. 오리온스가 흔들리는 듯 흔들리지 않는 이유. 베테랑 한 명의 존재감이 크다.
사진 제공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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