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스켓코리아 = 이재범 기자] 지난 13일 평소 보기 힘든 역전 사례가 두 번이나 나왔다. 먼저 인천 전자랜드와 창원 LG의 경기가 열린 창원실내체육관. 전자랜드는 3쿼터 한 때 17점 차이(63-46)까지 앞섰지만, 4쿼터에 단 7점(23실점)에 그치며 역전패했다. 더구나 LG는 마이클 이페브라가 부상으로 출전하지 않았으며, 4쿼터 중반 제임스 메이스까지 5반칙 퇴장 당했다. 전자랜드는 다 잡은 승리를 놓쳤다.
이 경기가 끝난 뒤 부산 kt와 서울 SK의 맞대결이 펼쳐진 잠실학생체육관. kt는 2쿼터 한 때 19-45, 26점 차이까지 뒤졌다. 누구나 kt의 5연패를 떠올릴 그 순간부터 경기의 흐름이 바뀌었다. kt는 박상오의 동점 3점슛으로 연장전으로 끌고 간 끝에 역전승을 거뒀다.
기적 같은 역전승을 거둔 kt와 잊고 싶은 역전패를 당한 전자랜드가 2라운드 첫 경기에서 만났다. 기분 좋은 기억을 이어나가고 싶은 kt와 승리로서 아픈 기억을 씻고 싶은 전자랜드의 맞대결이다.
◆ kt의 역전승과 비슷한 사례
97시즌부터 이번 시즌 1라운드(45경기)까지 모든 경기수는 5,079경기다. 이를 다 뒤져서 26점 열세를 뒤집은 경우를 찾기는 쉽지 않다. 대신 쿼터별 종료 득점 기준으로 이와 유사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kt는 SK에게 전반까지 29-47, 18점 뒤졌음에도 역전승했다.
프로 원년부터 지금까지 전반에 18점 이상 벌어진 경우는 294번 있었으며, 이들 중 18점 이상의 우위를 지키지 못한 건 9경기(단순 확률은 3.1%)다. kt가 9번째 18점 열세를 뒤집는 역전승의 기쁨을 누린 것이다.
첫 번째 사례는 97~98시즌 안양 SBS(현 KGC인삼공사)의 홈 개막전에서 나왔다. 상대는 인천 대우증권(현 전자랜드)였다. 대우증권은 전반전까지 44-62, 18점 차이로 끌려갔다. 전반에만 래리 데이비스에게 27점이나 실점했다.
3쿼터에 추격하기 시작했다. 김훈과 알렉스 스텀이 3쿼터에만 9점씩 올린 가운데 SBS에게 단 9점만 내주며 1점 차이(70-71)로 따라붙었다. 더구나 데이비스가 3쿼터 막판 5반칙 퇴장 당했다. 대우증권은 4쿼터에 우지원이 9점을 올리는 등 고른 득점으로 4쿼터에 승부를 뒤집었다. SBS는 4쿼터에 정재근 홀로 15득점해 역전패 당했다.
SK는 2003~2004시즌에 두 번이나 전반 18점 이상의 열세를 만회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그렇지만 2006~2007시즌과 이번 시즌에 오히려 역전패를 당하는 희생양이 되었다. 특히, 9연승을 달리던 TG삼보(당시 10승 1패)를 상대로 전반 19점 열세를 처음으로 뒤집었던 SK는 19점 우위를 지키지 못한 두 번째 사례의 팀에 이름을 올렸다.
전반까지 18점 이상 우위를 가장 많이 지키지 못한 팀은 LG다. LG는 세 번이나 뒷심부족으로 역전패 했다. kt와 SK의 경기처럼 연장전까지 펼친 경기는 2006~2007시즌의 삼성과 SK의 맞대결이다.
◆ 전반 18점 열세 뒤집은 kt, 유리한가?
지금 중요한 건 kt가 이렇게 대단한 역전승을 했다는 칭찬이 아니다. 당장 전자랜드와의 경기에서 역전승의 기운을 이어나갈 수 있느냐가 문제다. kt 조동현 감독은 5연패에 빠진 뒤 “다른 팀보다 1승이 간절하다”며 “허버트 힐의 높이가 좋기에 승리를 챙겨서 빨리 반전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 반전을 흔치 않은 역전승으로 만들었다. 이 승리의 기운이 이어질까?
지금까지 18점 열세를 뒤집은 8팀 중 다음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건 2팀, 승률 25.0%(2승 6패)다. 오히려 역전패를 당한 팀이 SK의 경기 결과까지 더하면 55.6%(5승 4패)로 승률이 더 좋다.
최연길 MBC스포츠+ 해설위원은 “NBA에는 접전이나 연장에서 패한 뒤 얼마나 빨리 회복하는지 알 수 있는 지수가 있는데 전자랜드는 그게 나쁘지 않은 팀이다. 지난 경기 결과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다. SK도 역전패 당한 뒤 곧바로 이겼다”며 “이건 강팀의 조건이다. 샌안토니오는 1년에 연패를 많이 당하지 않는다. 골든스테이트는 지난 시즌에도, 이번 시즌에도 그런 면이 조금 있어서 흔들린다. 모비스는 그런 게 없고, 오리온은 분위기를 타는 편이다”고 했다.
전자랜드는 이번 시즌 3점 이내 패배 뒤 2승 1패를 기록 중이다. LG에게 거짓말처럼 역전 당해 3점 차이로 패한 뒤 kt를 만났다. 지난 시즌에는 3점 차 이내로 패한 적은 없다.
지난 경기 결과를 놓고 보면 분위기상 역전패한 전자랜드보다 역전승한 kt가 유리한 건 분명하다. 그렇지만, 좀 더 자세히 파고 들어가면 전자랜드도 결코 불리한 경기는 아니다.
◆ 연승 노리는 kt vs. 반전 노리는 전자랜드
kt는 아직까지 연승이 없다. 지난 1라운드에는 역대 한 라운드 최다인 32승이 나왔다. 이번 시즌에는 유독 홈 승률이 높다. kt는 홈 승률을 까먹고 있는 팀 중 하나다. kt는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지만,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건 승리다. 그것도 홈에서 말이다. 크리스 다니엘스가 돌아올 때까지 연승을 타며 중위권으로 도약할 여건을 마련해둬야 한다.
전자랜드는 1라운드를 기분좋게 6승 3패로 마칠 기회를 놓쳤다. 보통 감독들은 3경기에서 2승씩 거두기를 바란다. 그 목표가 좌절되었다. 이제 1라운드는 끝났다. 새로운 2라운드가 시작된다. 다른 걸 다 떠나서 부상 선수가 많은 kt는 하위 팀이다. 한 단계 더 올라서려면 무조건 잡아야 하는 상대다. 분위기 반전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최연길 해설위원은 “허버트 힐이 가세한 뒤 골밑 득점이 나오니까 외곽까지 살아났다. 조성민과 박상오가 좋아질 수 있는 여건이다. 분위기를 살려나갈 수 있다”면서도 “kt는 2승 모두 역전승을 했다. 알 수 없는 팀”이라고 평가했다.
김태환 MBC스포츠+ 해설위원은 “힐을 영입해 골밑의 신장에서 유리하고, 포스트에서 안정적이다. 그렇지만 힐이 폭발력이 있는 선수는 아니다. 그런 점에서 kt는 계속해서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또 조직력이 들쑥날쑥 하다”며 불안한 조직력을 얼마나 다듬었느냐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태환 해설위원은 전자랜드에 대해서 “전자랜드가 LG와의 경기에서 패한 건 치명적이다. 다 이겼던 경기를 승리 직전에서 내줬다. 경기 막판 고전하는 게 습관처럼 되었다”며 “kt와 비교하면 객관적으로 전자랜드가 낫지만, 위기 극복을 하지 못한다. 실수를 4번이나 연거푸 했다. 석연치 않은 전자랜드의 약점”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도 “전자랜드의 강점은 승패와 상관없이 끈적끈적한 경기력을 유지한다. 어느 팀에게도 일방적으로 밀리지 않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마무리를 못할 뿐이다. 야구로 보면 마무리 투수가 없는 셈”이라며 “마무리가 약한 아쉬움을 극복해야 한다. 그럼 상당히 좋은 팀이 된다. 하루 아침에 안 될 것이다. 경험은 계속 경기를 하며 쌓는 거다”고 예상했다.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도 LG에게 패한 뒤 “경기 잘 해놓고 아쉽게 지는 건 전자랜드의 숙제”라며 “감독인 나도 잘못이 있다. 이건 이야기로 끝낼 것이 아니라 훈련과 1-1로 넣을 수 있는 능력, 상대 수비에 대처 능력을 반복적으로 맞춰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방주사를 잘 맞았다”고 김태환 해설위원과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최연길 해설위원은 전자랜드에 대해선 “전자랜드가 원정에서 연패(원정 1승 4패, 4연패 중)를 하고 있기에 힘든 경기”라며 “LG와의 경기를 보면 지역방어에 대한 준비를 잘 해서 외곽 득점 기회를 만들었는데 김지완, 정병국, 정효근 등이 못 넣었다. 특히, 승부처였던 4쿼터에 주득점원인 제임스 켈리의 슛 시도가 거의 없었다”고 했다. 켈리는 4쿼터에 3점슛 1개 시도했으며, 자유투로 2점을 기록했다.
최연길 해설위원은 이어 “박찬희가 전자랜드로 이적해 팀까지 살아났다. 박찬희는 트랜지션 게임과 2대2 플레이에 강하다. 대신 세트 오펜스에서 다소 약점을 보인다. 켈리가 골밑에 자리를 잡았을 때 엔트리 패스를 넣어줄 선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kt와 전자랜드의 맞대결은 18일 부산사직체육관에서 오후 7시에 열리며 MBC스포츠+2에서 중계 예정이다. 마리오 리틀이 가세한 창원 LG와 두경민이 결장하는 원주 동부의 맞대결은 창원실내체육관에서 같은 시간에 시작된다. 이 경기는 MBC스포츠+에서 지켜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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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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