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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켓코리아 = 서울/이재범 기자] 주희정이 1997년 11월 11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데뷔한 뒤 지난 2일 챔피언결정 6차전까지 7,113일간의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준 활약을 고려한다면 이번 은퇴 결정은 의외였다. 주희정은 다시 지도자로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
주희정은 18일 KBL센터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가졌다. 주희정은 정규리그 1,029경기, 플레이오프 81경기, 올스타전 13경기에 나서 총 1,123경기에 출전했다. 정규리그 통산 8,564점(5위) 3,439리바운드(5위) 5,381어시스트(1위) 1,505스틸(1위) 3점슛 1,152개 성공(2위) 기록을 남겼다.
삼성 오동석 단장과 이상민 감독, 이규섭 코치, 김태술, 이관희, 최수현, 성기빈 등이 기자회견에 참석해 주희정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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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소감은?
이렇게 많은 분들께서 와주셔서 감사하다. 정신이 없어서 머리에 담지 못해 적어온 걸 읽겠다.
먼저 이 자리를 함께 해주신 기자분들께 진심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기자회견을 하는데 생각이 정리도 되지 않고,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을까 걱정도 되어서 생각나는 대로 적었다. 구단과 은퇴를 결정한 그 순간부터 이 자리에 있는 순간까지 뭔가 꿈을 꾸고 있는 것 같고, 아직도 믿어지지 않으며 마음의 정리가 되지 않는다.
내 마음과 기분을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알맞은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언젠가 나도 은퇴를 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에도 마냥 농구가 좋아서, 농구에 미쳐서 지금까지 살아온 나에게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처할 것이 생각나지 않는다.
아무 생각 없이 농구공을 가지고 노는 게 즐거웠던 초등학교 시절, 강동희 선수 보며 본격적으로 나의 꿈을 키웠던 중학교 시절, 한 분뿐인 나의 할머니를 호강 시켜드리려고 훌륭한 선수가 되고 싶은 마음에 이를 악물고 죽도록 열심히 했던 나의 고등학교 시절, 어려운 가정 형편과 편찮으신 할머니 생각으로 짧지만 누구보다 간절하고 성숙했던 대학교 시절, 일찍 프로에 입문해 그로부터 20년이란 길지만 짧았던 나의 프로 선수 시절들…
이제는 과거가 되었지만, 프로에 와서도 항상 나의 부족한 점을 메우고, 발전하며 성장하는 주희정이 되기 위해 나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눈물 나게 참기 어려워도 나 자신과의 힘든 싸움을 이겨가며 지금 이 자리까지 왔다.
그래서인지 농구선수로서 인생에 후회는 없다. 항상 열심히, 최선을 다해 왔으니까. 열심히 살아온 덕분인지 내 주위에 훌륭한, 좋은 분들께서 많이 계셨고, 운도 따랐다. 너무 감사 드린다.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드릴 분들이 너무 많다.
나를 믿고 프로에 입문시켜 주신, 내가 아버지로 믿고 따르는 최명용 감독님과 가족분들, 가드로서 역할을 확실히 키워주신 김동광 감독님, 자상하시고 배울 점이 많은 김진 감독님, 힘들었던 순간 책 한 권의 손 편지를 써주시며 용기를 주셨던 유도훈 감독님, 언제나 믿고 맡겨 주셨던 이상범 감독님과 때론 감독님처럼 때론 형님처럼 편안하게 함께 할 수 있도록 해주셨던 문경은 감독님과 이상민 감독님, 그리고 지금까지 함께 해온 나의 소중한 동료와 트레이너 분들, 구단 관계자, KBL 모든 관계자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 인사를 드린다.
그리고 아끼는 친구들과 많은 도움을 주신 선후배, 기자분들, 긴 시간 변함없이 응원해주신 나의 팬들과 너무나 소중한, 사랑하는 나의 가족들, 돌아가신 할머니, 아버지께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
나는 이렇게 은퇴를 하지만, 한 가지 바라는 게 있다면 우리나라도 NBA처럼 나이에 국한되지 않고 선수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프로이기에 실력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 스스로 나이가 들수록 괜히 주위의 눈치를 보게 되었는데, 후배 선수들은 자기 관리를 잘 하며 노력해서 나이를 떠나 최고의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면 한국 농구가 발전할 거라고 생각한다.
선수로서 주희정은 이제 막을 내리고 물러난다. 그 동안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온 대로 (울먹) 더욱 더 열심히 노력해서 많은 것을 보고 많이 배우고 익혀서 다재다능한 멋진 지도자로 돌아오겠습니다. 훌륭한 감독님들의 장점만을 배우고 갖춰서 명지도자로서 큰 꿈을 이루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
(잠시 중단) 내가 아내에게 은퇴를 하면 농구를 내려놓을 수 있을 거 같다고 (울먹)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중단) 아무래도 나 주희정은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 농구에 대한 열정을 놓을 수 없을 거 같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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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억에 남는 세 가지 장면을 꼽는다면?
프로 20년 동안 정말 생각나는 경기가 없다. 다 시간이 빨리 흘러갔다. 내가 거쳤던 팀들도 생각이 나지만, 삼성에서 통합우승 했을 때가 잊을 수 없는 시절이었다.
구단에서 은퇴 제안 받았을 때 기분은?
아직도 내가 이 자리에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당장이라도 휴가 끝난 다음에 훈련을 할 거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런데 이제 조금씩 비우려고 준비를 하고 있다. 비워야만 내 앞으로의 미래가 다가올 거라고 생각을 한다. 준비하는 마음가짐으로, 더 미래를 생각하려고 한다. 아직 잊지 못하는 추억들에 사로잡히면 안 될 거 같다. 앞으로 내 모습을 그리며 준비하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선수로서 은퇴를 결정한 이후 일상생활은?
너무 오래 프로 생활을 하니까 시즌이 끝난 후는 똑같다. 휴가 때 가장, 남편, 아빠로 돌아갔던 시간인데 머리 속에서 가장 생각나는 건 정규리그가 끝난 뒤 두 아이(첫째, 둘째)와 약속을 한 게 있다.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가슴이 아프다. “1년만 더 선수 생활을 해 주면 안 되겠냐”고 물어봤는데 “꼭 하겠다”고 약속을 했었다.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정말 마음에 남는다.
다른 선수들, 구단에서 왜 은퇴하느냐는 말을 나온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후배들은 프로이기에 실력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뒤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나이가 들수록 눈치를 보고 있었던 거라고 생각한다. 프로 선수이기에 후배들은 그런 눈치를 보지 말고 프로답게 실력으로 보여주고 구단에 인정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다.
애착이 가는 기록은?
운이 좋아서 모든 기록들을 다 가지고 있는데, 다 소중한 기록이다. 1,000경기 출전을 달성한 게, 한 가지만 뽑으라고 하면 1,000경기 달성에 애착이 간다.
아내가 어떤 위로를 해줬는지, 앞으로 가족들과 어떤 시간을 보내고 싶은가?
은퇴한다고 변하는 건 없다. 시즌이 끝난 것처럼 아이들 학교 갈 때, 학원 갈 때 데려다 주는 평범한 가장처럼, 같이 더 놀면서 지낼 거다. 아내가 수고했다고, 조금 쉬어도 된다고 이야기를 해줬다. 대한민국 가장은 다 똑같다. 가장으로서, 아빠로서 어깨가 무겁다. 당분간은 아내가 쉬자고 이야기를 하는데, 쉬면서 앞으로의 미래를 설계할 거다. 지도자 공부를 해야 한다. 그 전까지는 아이들과 원 없이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
노력을 많이 했는데 후배에게 충고를 해준다면?
개인적으로 학창시절부터 무식하게 훈련을 했다. 프로에서도 슛이 없는 선수, 반쪽짜리 선수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주위에서 운동 그만하라는 이야기를 할 때도 노력하면 행운이 찾아온다고 믿고 무작정 열심히 했다. 요즘은 시대도 바뀌고, 스킬 트레이닝을 통해서 기량을 발전시킬 방법이 많다. 막무가내 노력하기보다 정말 경기에 뛰면서 도움이 될 훈련들과 선수들간의 자존심이 있겠지만, 다른 팀의 선수가 잘하는 기술이 있다면 자신의 것으로 만들도록 노력하고 많이 배워야 성장하고 발전하는 거다. 후배들에겐 자기 개발을 위해 생각하며 노력을 하면 지금보다 더 좋은 기량을 갖출 수 있다. 과거에 훌륭한 선배들이 많지만, 그보다 더 좋은 후배들도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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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지도자가 되고 싶은가?
프로 명장들의 장점만 닮고 싶다. 몇 년 전에 NBA 중계를 봤는데 스티브 내쉬가 피닉스에 있을 때였다. 마이크 댄토니 감독은 상대팀이 공격을 40번 가량 할 때 70~80번 공격하는 농구를 추구했다. 저걸 내 걸로 만들고 싶고, 내가 원하는 농구 스타일이라고 생각했다. 지도자로 돌아온다면 댄토니 감독처럼 그런 전술을 한국에 맞게끔 만들어서 팬들이 즐거운 농구를 하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 더불어 선수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지도자가 될 것이다.
주희정 선수하면 할머니가 떠오른다. 신인상을 받았을 때 한국 최고의 포인트가드가 되는 게 할머니께 보답을 하는 거라고 했는데, 지금 되돌아보고 할머니께 하고 싶은 말도 있을 거 같다.
너무나 감사하다고, 그 어려운 와중에, 병이 심각하신데 손자를 잘 키우기 위해 고생을 많이 하셨다. 효도다운 효도를 못 해드렸다. 평생 죽을 때까지 가슴이 아플 거 같다. 늘 할머니를 생각한다. 매 경기마다 마음속으로 이기게 해달라고, 도와달라고 빌었다. 할머니께 잘 해준 게 없는데 내 이익만 생각하고 경기에 이기고 싶은 마음에, 마음 속으로 오늘 경기 이기게 해달라고 했는데 이 자리에 서게 되니까 너무나 죄송한 마음이 든다. 늘 보고 싶다. 이제는 할머니 얼굴조차 머리 속으로 생각하면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매일매일 보고 싶고, 매 경기마다 기도한다. 내가 못 다한 걸, 사람은 언젠가 하늘 나라고 가니까 나중에 나이가 들어 할머니 곁으로 가면 그 때서야 잘해드리고 싶은 마음 뿐이다.
목표 했던 것 중에서 이루지 못한 것은?
원 없이 했다. 한 시즌, 한 시즌 지날 때마다 목표가 새롭게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기록에서는 트리플더블을 10번 채우고 은퇴하고 싶다고 말씀 드렸는데 그걸 못 이뤘다. 이번 시즌에 1,000경기를 할 거라고 생각을 못 했다. 900경기에서 1000경기를 달성하니까 NBA 선수들의 기록도 깨고 싶은 게 목표였다. 아쉬움보다는 미련이 남는다.
KBL이 위기인데 20년 뛴 선수로 하고 싶은 말은?
팬들이 농구장을 찾으면 농구가 많이 발전할 거다. 선수들이 재미있는 경기,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면 좀 더 한국 농구가 발전할 거다. 물론 선수들도 발전해야 한다. 이기는 게 첫 번째이지만, 개인 기량 발전을 위해 훈련하면 선수 때문에 팬들도 많아진다. 그럼 재미있는 경기를 할 거고 팬들이 늘어서 한국 농구가 위기에서 벗어날 거다.
기억에 남은 선수는?
나래 시절에 제이슨 윌리포드, 삼성에 있을 때 아티머스 맥클래리, KT&G 시절 마퀸 챈들러, 캘빈 워너, 삼성에서 리카르도 라틀리프 선수가 가장 기억에 남을 거다. 더 재미있었던 플레이를 했었다.
앞으로 계획은?
구단과 상의를 한 게 없기 때문에 차차 하나씩 준비를 해나갈 거다. 당분간 아이들과 즐기겠다. 막내 아이가 농구를 상당히 잘 한다. 플레이오프가 끝나니까 지금 NBA를 시청한다. 아들과 농구를 좀 더, 1학년이지만, 농구를 재미있게 할 생각이다. 농구 선수가 꿈이라고 늘 이야기를 한다. 지금 반대하고 있지만, 초등학교 5학년이 되어도 꿈이 바뀌지 않는다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나보다 더 좋은 선수가 되도록, NBA 선수가 되도록 뒷받침을 할 생각이다. 아이들과 여가 생활을 즐기려고 한다.
사진_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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