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코리아 = 이재승 기자] 2017 아메리컵 메달의 주인공이 모두 가려졌다. 미국이 결승에서 아르헨티나를 꺾으면서 우승을 차지했다. 미국에 패한 아르헨티나는 이번에도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한편 결승전에 앞서 열린 패자전에서는 멕시코가 미국령 버진군도를 대파하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회 후 MVP에는 미국의 골밑을 잘 지킨 자밀 워니가 선정됐다.
# 2017 아메리컵 순위
1. 미국
2. 아르헨티나
3. 멕시코
4. 미국령 버진군도
# 올-토너먼트팀
G_ 파쿤도 캄파소(아르헨티나), 프란시스코 크루즈(멕시코)
F_ 니콜라스 브루시노(아르헨티나), 데런 힐라드(미국)
C_ 자밀 워니(미국)
# 부문별 순위
득점_ 칵스(20.3) 그레인저(20.0) 메인들(18.3) 크루즈(16.8) 하지(16.8)
리바_ 니콜슨(10.0) 콜메나레스(9.7) 로하스(9.7) 워니(8.6) 바티스타(8.3)
어시_ 데 아시스(7.0) 그레인저(6.7) 캄파소(6.6) 레턴-메이스(6.3) 드류(5.0)
스틸_ 잭슨(2.7) 루즈칸도(2.3) 로드리게스(2.3) 캄파소(2.2) 구티에레즈(2.2)
블록_ 마타(2.0) 빅터(2.0) 니콜슨(1.7) 앤써니(1.3) 그라테롤(1.3)
미국령 버진군도 65-79 멕시코
멕시코가 1쿼터에 크게 앞섰던 것이 끝내 주효했다.
미국령 버진군도
월터 하지 20점 2리바운드 3점슛 2개
필립 존스 12점 6리바운드 3블록 3점슛 4개
칼리드 하트 9점 3리바운드 3어시스트 3스틸
미국령 버진군도가 선전했지만, 결선에서는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미주에서 내로라하는 팀들이 모인 만큼 미국령 버진군도가 앉기에는 자리가 너무 좁았다. 준결승에서 미국에 크게 패한 미국령 버진군도는 끝내 멕시코를 상대로 무릎을 꿇으면서 아쉽게 이번 대회를 마쳤다. 미국령 버진군도 역사상 첫 준결승 진출에 고무됐지만, 시상대에 서진 못했다. 하지만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고, 2019 월드컵 예선에 나설 수 있는 기회를 손에 넣었다.
미국령 버진군도가 모처럼 진출권을 따냈을 당시만 하더라도 전망은 어두웠다. 여태껏 본선에서 성적이 좋지 않았고, 조 편성에서의 불운이 심각하게 뒤따랐다. 지난 대회에서 모두 입상에 성공한 세 팀(베네주엘라, 아르헨티나, 캐나다)과 나란히 한 조에 속했다. 그랬던 만큼 3전 전패로 본선에서 탈락할 것이 유력했다. 그러나 첫 경기에서 캐나다의 야투 난조에 빠진 사이 미국령 버진군도가 첫 승을 거뒀으며, 지난 대회 우승팀인 베네주엘라와 접전 끝에 2점차로 졌다. 결국 3자 동률이 나오면서 미국령 버진군도가 극적으로 결선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미국전 패배는 예상됐으나, 멕시코전은 충분히 해볼 만했다. 그러나 초반부터 공격이 풀리지 않으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고, 결국 4위에 만족해야 했다. 미국령 버진군도는 1쿼터에 7점을 올리는데 그쳤다. 공격이 안 풀려도 너무 안 풀렸다. 멕시코가 20점을 올리면서 앞서 나간 사이 미국령 버진군도는 경기 내내 끌려 다니기 바빴다. 결국 단 한 번도 리드를 잡지 못했고, 끝내 멕시코에 14점차 패배를 당했다.
이전 두 경기와 달리 미국령 버진군도에서는 에이스인 월터 하지가 고군분투했다. 하지는 팀에서 가장 많은 20점을 퍼부으며 사력을 다했다. 하지만 이날도 하지를 도와줄 선수가 마땅치 않았다. 외곽에서 필립 존스가 3점슛 네 개를 터트렸지만, 벌어진 격차를 좁히기에는 턱없이 모자랐다. 미국령 버진군도의 샘 미첼 감독은 준결승에서 부상을 당했던 빅터를 투입하진 않았다.
경기 후 하지는 "최종적인 우리 성적에 화가 나지만 두 명의 주요 선수가 빠진 현 상황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미국령 버진군도는 빅터와 저스틴 그레이가 지난 준결승에서 부상을 당하며 전열에서 이탈했다. 이들이 빠지면서 가뜩이나 높이에서 열세에 놓인 미국령 버진군도는 제공권 싸움에서 힘을 낼 수 없었다. 이 점에 대해 하지는 "다른 선수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는데 주력했다"면서 "이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기뻤다"면서 소감을 밝혔다.
이번 대회를 정리하면서 그는 "대회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고,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었다"고 운을 떼며 "첫 두 경기처럼 많은 득점을 올리진 못한 점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나 미국령 버진군도는 첫 두 경기에서 많은 득점을 올린 덕에 득실에서 우위를 점했고, 마지막 준결승 진출권을 따낼 수 있었다. 미국령 버진군도가 결선에서 한 번만 이겼다면 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룩했겠지만, 아쉽게도 메달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특히나 전력에서 열세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보인 경기력은 실로 대단했다.
멕시코
프란시스코 크루즈 22점 6리바운드 5어시스트 3스틸 3점슛 4개
헥터 에르난데스 13점 11리바운드 2어시스트
로렌조 마타 10점 8리바운드
멕시코가 1쿼터에 잡았던 우위를 경기 내내 잘 유지했다. 13점이나 앞선 채 1쿼터를 마친 멕시코는 경기 내내 물오른 공격력을 내세워 미국령 버진군도를 따돌렸다. 올-토너먼트팀에 선정된 프란시스코 크루즈가 멕시코의 공격을 주도한 가운데 그를 포함해 무려 5명의 선수들이 두 자리 수 득점을 올렸다. 크루즈는 이날 쾌조의 슛감을 선보이면서 안팎을 넘나들었고, 양 팀에서 가장 많은 22점을 퍼부었다.
멕시코는 지난 2013년에 우승을 차지한 이후 처음으로 메달을 수확했다. 지난 2013년에 우승 이후 2015년 대회를 유치하면서 2회 연속 입상을 노렸지만, 아쉽게도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다. 결선에는 올랐지만 패자전에서 캐나다에게 87-86으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러나 멕시코는 이번에 가장 먼저 결선에 올랐고, 3회 연속 준결승에 진출했다. 준결승에서는 지난 2015년에 이어 2회 연속 준결승에서 마주한 아르헨티나에 패했지만, 동메달 결정전에서 이기면서 메달을 획득했다.
멕시코는 2010년대 들어 두 개의 메달을 추가할 정도로 2010년대 들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전까지는 메달은 고사하고 결선 진출과도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2013년에 극적인 우승을 차지한 이후 두 개의 메달을 따내는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비록 NBA 선수는 배출하고 있지 못하지만, 여전히 훌륭한 선수들이 차고 넘친다. 이들이 건재하고 있는 한 멕시코는 당분간 중미 지역 강자로 군림할 것이 유력하며, 4년 뒤 아메리컵에서도 유력한 메달 후보군으로 손색이 없다.
멕시코는 본선에서 캐리비언 라이벌인 푸에르토리코와 한 조에 들어갔다. 그 외 브라질, 콜롬비아와 A조를 구성한 가운데 첫 경기서부터 1위 결정전이나 다름없는 푸에르토리코와 마주했다. 멕시코는 개막전에서 푸에르토리코에 3점차 진땀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를 거두면서 멕시코는 사실상 조 1위를 확정했다. 이후 브라질과 콜롬비아를 제압한 멕시코는 닷새 휴식을 가진 뒤 준결승에 나섰다. 많은 휴식을 취하면서 재정비에 나섰지만, 경기 감각을 찾아야 하는 입장에서는 일정이 다소 아쉬웠다. 멕시코는 경기 시작과 함께 아르헨티나에 잘 맞섰지만, 전력 차를 극복하지 못했다.
미국 81-76 아르헨티나
전반을 마칠 당시만 하더라도 아르헨티나가 우승에 더 다가 선 듯 보였다(27-44). 미국이 전반에 공격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사이 아르헨티나가 꾸준히 격차를 벌리면서 17점차로 크게 앞섰다. 그러나 미국은 후반 들어 반격에 나섰다. 3쿼터 중반에 내리 8점을 퍼부으면서 격차를 좁혔고(41-52). 이후 아르헨티나가 추가점을 올리지 못하는 사이 미국이 맹공을 퍼부었다. 3쿼터 종료 3초를 남겨두고는 레지 헌의 3점슛이 들어갔다(50-56). 분위기를 고취시킨 미국의 파상공세는 4쿼터에 더 불을 뿜었다. 헌의 3점슛이 또 림을 갈랐고(56-58), 워니의 중거리슛으로 동점을 만들었다(58-58). 이후 니콜라스 브루시노와 헌의 3점슛을 주고받은 이후, 미국에서 자비어 먼포드가 역전하는 득점을 올렸고, 브루시노가 실책을 범한 사이 켄달 마샬까지 득점에 가세했다(65-61). 경기 종료 54초를 남겨두고 캄파소가 득점을 올렸다(76-72). 캄파소는 이어진 공격에서 자유투를 얻었지만, 1구를 놓쳤다(76-73). 미국이 자유투로 달아났다(78-73). 이 때 경기 종료 20초를 앞두고 브루시노의 3점슛이 골망을 갈랐다(78-76). 아르헨티나는 경기 종료 9초를 남겨두고 니콜라스 라프로비톨라가 회심의 3점슛을 시도했지만, 끝내 림을 외면했다.
미국
자밀 워니 21점 7리바운드
레지 헌 14점 6리바운드 2어시스트 3점슛 4개
자비어 먼포드 10점 2리바운드 2어시스트 3점슛 2개
G-리그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나가도 미국이 미주를 쓸어버리기엔 충분했다. 미국은 이날 전반에 공격 난조에 시달리며 힘든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대회 내내 부진했던 3점슛이 잘 들어갔고(10개 성공), 자밀 워니가 골밑을 든든하게 지키면서 경기를 뒤집을 수 있었다. 특히나 워니를 필두로 힐라드, 헌, 먼포드까지 이날 두 자리 수 득점을 올린 선수들이 모두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면서 미국이 아메리컵 결승에서는 패하지 않는 불패 신화를 이어갔다.
워니의 공이 컸다. 워니는 이날 확률 높은 공격과 탁월한 리바운드를 통해 미국이 우승하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결승전에 오기 전까지 그는 평범한 활약을 했다. 더군다나 미국은 센터에 대한 공격의존도가 높은 팀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한 동안 미국이 마이크 슈셉스키 감독의 지도 아래 올림픽과 월드컵을 누비는 사이 주로 가드와 포워드 중심의 농구를 펼쳤다면, 이번에는 제프 밴 건디 감독이 안쪽 공략을 잘 활용했다. 워니는 이번 대회에서 5경기에 나서 평균 21.1분 동안 12.8점(.649 .--- .615) 8.6리바운드 1.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더군다나 미국은 여태껏 선수층이 탄탄하기 때문에 한 선수가 독보적인 기록을 만들기는 어렵다. 지난 2010 월드컵에서 맹활약한 케빈 듀랜트(골든스테이트)를 제외하고는 미국 선수들이 대회 최우수선수에 뽑히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워니가 결승에서 착실한 경기력을 선보였고, 아르헨티나 골밑 공략에 앞장서는 등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이에 힘입어 아메리컵 MVP를 수상하는 기쁨을 누렸다.
워니는 다소 무명이라 할 수 있는 NCAA 스토니브룩 시울브스에서 뛰었다. 스토니브룩 대학을 나온 NBA 선수는 여태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만큼 입지가 좁은 학교다. 게다가 워니는 대학을 모두 마친 뒤 NBA 드래프트에 도전했다. 키도 작은데도 나이도 많았기에 여러모로 모자랐다. 더군다나 NBA에서는 203cm가 센터를 소화하기에는 신장에서 오는 열세가 뚜렷했다. 언더사이즈 센터의 가치가 높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그를 부를 팀은 없었다.
결국 지명을 받지 못한 그는 2016 서머리그에서 댈러스 매버릭스 소속으로 코트를 누볐다. 이후 댈러스와 계약했지만, 지난 시즌을 앞둔 시점에서 방출됐다. 현재 댈러스 산하 텍사스 레전즈에서 뛰고 있는 그는 이번 대회를 통해 나름 주가를 올렸다. 그러나 댈러스에 빅맨이 두루 포진하고 있는 만큼 콜업될 확률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부상으로 인해 결원이 발생할 경우 언제든 기회가 올 수 있는 만큼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다.
이번 우승으로 미국은 역대 7번째 우승에 성공했다. 이번 대회 전까지도 가장 많은 우승(6회)을 차지했던 미국은 지난 10년 동안 올림픽과 월드컵을 내리 제패하는 동안 아메리컵에 나서지 않았다. 지난 2016년까지만 하더라도 대륙별 대회가 올림픽과 월드컵 예선을 겸한 탓이다. 스페인은 개최권을 갖고도 유로바스켓에 나서기도 했지만, 미국은 굳이 아메리컵에 팀을 파견하지 않았다. 이윽고 10년 만에 나선 대회에서 G-리거들을 중심으로 우승을 차지하면서 미국 농구의 여전한 위상을 한 번 더 드높였다.
아르헨티나
니콜라스 브루시노 26점 6리바운드 6어시스트 3점슛 4개
파쿤도 캄파소 15점 2리바운드 3어시스트 3점슛 2개
가브리엘 덱 14점 6리바운드 2어시스트
아르헨티나의 결승 미국 징크스는 깨지지 않았다. 아르헨티나는 이번 대회까지 결승에서 미국을 세 번이나 만나 모두 패했다. 특히나 이번에는 NBA 선수들이 아닌 산하 G-리그 선수들이 나선 만큼 아르헨티나가 모처럼 기회를 잡은 듯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전반을 17점이나 앞선 채 마친 만큼 금메달에 대한 전망은 상당히 밝았다. 그러나 아르헨티나는 후반전을 그르치면서 금메달을 놓치고 말았다.
지난 2011년 자국에서 대회를 개최해 통산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한 아르헨티나는 이번에 3개국 분산 개최인 대회에서 결선 개최권을 따내면서 우승에 대한 기대치를 높였다. 그러나 정작 후반에서 54-34로 크게 뒤지면서 마지막 고비를 넘어서지 못했다. 이로써 아르헨티나는 역대 13번째 메달이자 6번째 은메달을 수확했다. 아메리컵에서 메달을 갖고 있는 국가들 중 메달이 단연 가장 많지만, 정작 은메달이 절반 정도에 해당될 정도로 아르헨티나는 결승에서 약했고, 이번에도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하지만 아르헨티나는 이번 대회를 기점으로 확실히 재건에 성공한 모습이다. 지난 2016 올림픽을 끝으로 마누 지노빌리(샌안토니오)를 위시로 하는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소위 황금 세대 선수들이 모두 대표팀 유니폼을 벗은 가운데 캄파소, 브루시노(애틀랜타), 파트리시오 가리노 등으로 어느 정도 점진적인 세대교체에 성공했다. 이름값이나 무게감에서는 많이 아쉽지만, 그래도 나름 부족하지 않은 후발주자를 발굴한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아르헨티나의 간판인 루이스 스콜라를 보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회에서도 캐나다 전에서 부상을 당한 그는 끝내 이번 대회를 조기에 마감했다. 스콜라는 부상을 아쉬워하면서도 벤치에서 선수들을 다독이는 역할을 도맡았다. 하지만 그의 빈자리는 확실히 컸다. 그가 정상적으로 코트를 누볐다면, 확실히 금메달을 따낼 수도 있었겠지만, 애석하게도 그는 전열에서 이탈했다.
스콜라는 당초 예상을 뒤엎고 이번에도 조국의 부름에 응했다. 1980년생으로 어느덧 노장선수가 됐고, 이번 여름에 NBA도 떠났다. 더 이상 NBA에서 뛰기는 어려웠고, 결국 이번에 중국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러나 스콜라는 이번 대회 가장 높은 곳에서 홈팬들의 박수를 받으면서 영예롭게 메달을 목에 걸고 대표팀에서 은퇴할 수 있게 됐다. 아메리컵에서 역대 가장 많은 네 번의 MVP를 수상한 그는 특히나 2000년대 후반에만 세 번 연속 최우수선수에 뽑히는 등 남다른 이력을 쌓았다. 하지만 그도 이제는 대표팀과 작별을 고할 시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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