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대학교에서 강미혜와 만났다.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4차 유행이 다가오기 전에 만난 이야기를 이제 꺼낸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강미혜의 도전하는 자세와 행복을 넘치는 태도가 돋보였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그녀는 자신을 두고 ‘인간미 넘치는’ 점도 강조했다.
대화를 나누면서 농구선수로 걸어온 길을 엿볼 수도 있었으며, 그녀가 삶을 바라보는 태도까지 두루 이해할 수 있었다. 올림픽 기간 때, 강미혜와 만나 나눈 이야기를 이제 꺼내본다.
Q : 2021 첫 대회에서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늦었지만 소감은 어떤지?
A : 확실히, 제가 그 때는 가드를 보지 않다가 주축인 (박)인아가 다치면서 되게 전체적으로 부담을 많이 가졌다.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도 있었다. 4학년이기도 하고, 남은 기간에 무엇인가를 하고 끌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이번이 아니면 보여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조금 더 뛰고, 해보자고 다짐했다.
(“음...”이라고 말문을 열면서 “그 때 감정이 지금 오지 않아서요”라며 웃었다. 울컥할 때 했었어야 했는데 라고 묻자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돌이켜 보면 그 때 왜 울컥했는지 다시 묻자 답했다.
강미혜는 부산대학교 입학 이후 줄곧 3점슈터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지난 상반기 대회에서 처음으로 경기운영에도 관여하기 시작했다. 직접 경기를 조율하면서 유려한 패스를 뿌리며 동료들의 득점을 도왔다. 그간 주로 슈터로 나선 그였지만, 지난 대회에서 플레이메이커이자 픽게임에서 부족하지 않은 조립 능력을 선보였다.)
Q : 이전에 가드를 본 적이 있는 지?
A : 원래 3점슈터가 아니라 리딩가드였다. 대학 진학해 보니 실력이 충만한 가드가 많았다. 제가 경기를 뛰기 위해서는 역할 변화가 불가피했다. 언니들을 제치고 뛰기 쉽지 않았다. 이후 포지션을 바꿨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4학년이 되어서 오랜 만에 가드를 보려니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자도 어색하진 않았는 지 묻자 “어려웠어요”라며 당시 심경을 전했다. 그러나 강미혜는 준결승과 결승에서 남부럽지 않은 공격 전개 능력을 자랑하며 부산대가 우승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MVP에 선정됐다.)
Q : 고교 졸업 당시 대학 진학을 결정한 계기는?
A : 당시 코치님께서 잘 이끌어 주셨다. 프로에 도전하기 쉽지 않기도 했거니와 대학 생활을 해보고 싶었다. 오히려 당시 쉽지 않을 수 있는 결정을 코치님께서 잘 도와주셨다.
(강미혜는 법성고등학교를 졸업 후 부산대에 진학했다. 진학하는데 남인영 코치의 지도 컸다고 그녀는 강조했다. 프로에서 생존이 쉽지 않기 때문에 대학 진학을 통해 다른 방면으로 진출 가능성도 보면서 농구를 접해보길 권해주신 것이라 전했다.
그러면서 강미혜는 고교 졸업반 당시 연습 차 부산대를 들렀을 때의 일화를 전했다. 다른 학교를 거치며 연습을 한 끝에 마지막에 부산대를 들러 연습을 가졌다. 경기를 통해 부산대의 연습량을 보면서 혀를 내둘렀다고. 그러나 그녀는 연습 후 박 코치의 질문에 “부산대학교에 오고 싶은데요”라며 당돌하게 이야기를 했고, 박 코치도 곧바로 강미혜를 불러들이기로 했다.)
Q : 대학 진학 후, 후회는 없었는 지?
A : 힘들 때도 있었지만, 잘 했다고 생각한다. 운동량이 많아서 힘들기도 하지만, 많은 시합에 나서면서 또 다른 친구들이 하는 학교 생활을 한다는 것은 큰 도움이 됐다. 축제에 적극 참여도 해보면서 생동감 넘치는 교내 생활을 했다.
(강미혜는 부산대학교 체육교육과 소속이다. 그녀는 재밌었던 기억을 묻자 학내 축제에서 ‘제 역할’을 한 것을 주저 않고 거론했다. 그녀는 학과를 대표해 신나게 몸을 흔들었다고. 당시 그녀는 훈련을 통해 많이 지친 상태였음에도 혼을 불태웠다고 강조했다.)
Q : 힘든 점도 있었을 텐데, 또 역할 변화까지 받아들여야 해서 쉽지 않았을 것 같다.
A : 실제로 선생님께서 지도해주시는 프로그램은 운동량이 많다. 선수로서 당연히 해내야 한다. 하기 싫을 때도, 지칠 때도 많았다. 그러나 잘 지나온 것 같다. 또, 포지션 변화도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이내 적응이 돼서 잘 받아들일 수 있었다.
(강미혜는 고향이 경기도 수원이다. 반면 부산대를 지도하는 박현은 코치는 부산이 고향이라 말투가 전혀 다르다. 강미혜는 당시를 떠올리며, 동기인 전윤지와 함께 박 코치 말을 알아듣는데 주력했다면서 후일담을 전했다. 당시 다른 나라 말(?)을 배우는 어려움을 몸소 느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박 코치도 “신입생이 들어오면 말을 알아 들을 수 있는 지를 항상 먼저 묻는다”면서 “선수들이 말을 알아 들어야 훈련이 진행될 수 있다”며 해당 부분을 거듭 강조한 바 있다.)
Q : 대학 진학 후 눙구 외적인 부분에서 인상적이었던 순간은?
A : 교양 수업 중에 수영 과목이 있다. 자유형으로 50m를 통과해야 한다. 그러나 어릴 때 사고로 물을 무서워해서 하기 쉽지 않았다. 수영을 정말 못하겠더라. 당연히 나아가지도 못했다. 이후 (전)윤지의 도움으로 꾸준히 도전해 볼 수 있었고 조금씩 나아간 끝에 영상 제출을 불과 얼마 남겨두지 않은 가운데 가까스로 제출했다. 끝나고 나서 윤지와 부둥켜안고 기뻐했던 게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누구나 저마다의 아픈 기억이 있다. 강미혜는 수영 도전이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같이 하는 학생 중 가장 못했어요. 똑같이 배워도 안 되더라고요”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지랑 계속 운동 끝나고 수영하러 갔어요”라면서 “그 때까지도 해도 안 되더라고요”라며 덧붙였다. 해당 장면을 이야기하면서 눈가가 촉촉해지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재수강 할 수 없었거든요”라고 말하면서 의지를 불태운 전말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이전에는 “안 되면 다른 거 하자”고 생각했는데 이후 “하면 되는 것도 있다”는 것을 거듭 느꼈다고 말했다. 그리고 도전해 보고 꾸준히 한다는 것에 대해 방점이 찍혀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일상생활을 하는 우리는 목표가 주로 결과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는 스스로도 마찬가지. 세월이 지나면서 ‘과정’에 좀 더 집중하고자 하나 여전히 결과가 따라오지 못하면 아쉬움을 토로하곤 했다. 그러나 그녀는 ‘결과’나 ‘과정’이 아닌 ‘도전’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듣고 있던 기자도 ‘올림픽 정신’을 언급하자 연신 박수를 치며 “맞아요”라며 “해본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고, 또 이어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20대 초반의 어린 영혼이 ‘과정’도 아닌 ‘도전’ 자체의 가치를 이해하고 있음에 연신 놀랐다. 스스로도 일상을 살아가면서 ‘올림픽 정신’을 상기해 보곤 하지만 쉽지 않다. 그러나 그녀는 해보고 나서 조금씩 나아지고 일정 시간과 노력이 지난 이후 익어가는 과정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웬만하게 성숙한 이들도 쉽지 않은 것을 강미혜는 부단히 많이 느끼고 이해하고 있었다.)
Q : 반대로, 그만큼 고민한 흔적이 느껴지는데, 속도 많이 상했을 것 같다.
A : 맞다. 실제로 역할이나 장래, 진로 등에 대해 수도 없이 고민한 것 같다. 특히, 3학년이 되니 ‘앞으로’에 대해 생각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왕이면 웃으면서 지내자고 되내었다. 내일은 오지 않을 수 있다. 속상하게 지나가는 것보다 웃고, 밝게, 가능하다면 희망차게 지내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그녀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는 대답이었다. 대화 도중에 기자도 연신 놀래자 “제가 말은 잘 해요!”라며 애써 씩씩함을 보였다. 그러나 허언이 아니라는 것이 거듭 느껴졌다. 강미혜의 눈빛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녀는 “농구도 처음에는 이해되지 않았는 데, 선생님 가르침 덕에 3년이 지나고 4년째가 되니 또 보이는 게 있더라”라면서 최근 농구에 대해 좀 더 본격적으로 재미를 붙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운동량이 많아 지칠 법도 하지만 ‘재미’ 또한 알고 있었다. 고교시절 농구가 재밌었다고 입을 연 그녀는 최근 들어 다시 코트 위에서 시합에서 농구를 할 때 좀 더 어린 시절 느꼈던 재미를 알아가고 있다고. 박 코치의 지도 아래 공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움직임을 두루 깨친 그녀는 이제 생활 태도에서 드러나는 자신의 사고를 코트 위에서 녹여내고 있었다. ‘결과’도 좋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고 그녀는 ‘과정’에서 오는 ‘재미’를 이미 알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역시 사람과는 대화를 해봐야 진면목을 알 수 있다는 것을 거듭 느꼈다. 무엇보다, 그녀의 태도에 거듭 놀랐으며, 그간 지켜 봐온 이상으로 ‘훌륭한 사람’이라는 것을 연신 느낄 수 있었다. 대화 도중 자신의 생각을 유려하게 전달했으며, 자신이 걸어 간 길에 대해 뒤따라오는 불확실함보다는 지금에 집중하고자 하는 자기에 대한 긍정적인 자세를 잘 지니고 있는 이로 보였다. 앞서 언급했지만, 그녀는 이제 20대 초반이다.)
사진_ KUB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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