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이그부누(208cm, C)가 버텨줬다. 그리고 국내 선수들이 응집력을 발휘했다.
농구는 공격수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스포츠다. 그리고 득점을 많이 하는 선수가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는다. 주득점원이 높은 연봉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코칭스태프는 ‘수비’를 강조한다. “수비가 되면, 공격은 자동적으로 풀린다”고 하는 사령탑이 많다. 그래서 코칭스태프는 수비에 집중하고, 기회를 얻고자 하는 백업 자원들도 ‘수비’부터 생각한다.
사실 기자도 ‘공격’에 집중했다. ‘누가 어시스트했고, 누가 득점했다’가 기사의 90% 이상을 차지했다(사실 100%에 가깝다). 그래서 관점을 살짝 바꿔봤다. 핵심 수비수의 행동을 기사에 담아봤다. 기사의 카테고리를 ‘수비수의 시선’으로 선택한 이유다.

현대모비스의 1옵션 외국 선수는 해먼즈다. 해먼즈는 포워드 유형의 외국 선수. 양동근 현대모비스 감독은 “해먼즈가 골밑과 외곽을 넘나들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국내 선수들이 다양한 플레이를 해볼 수 있다. 특히, 볼 핸들러들이 여러 옵션을 시도해볼 수 있다”라며 해먼즈의 영입 이유를 전했다.
그리고 현대모비스는 국내 4번 자원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우선 이승현(197cm, F)과 함지훈(198cm, F)이 번갈아 코트를 누비고 있다. 부상을 당한 이대헌(196cm, F)도 언제든 자기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이 외국 선수를 막지 않는다. 양동근 감독은 “우리가 어느 팀을 만나든, 나는 해먼즈에게 ‘상대 외국 선수 수비’를 맡길 거다. 국내 장신 자원에게 부담을 주지 않을 거다”라며 이유를 전했다.
그래서 해먼즈는 부산 KCC전에서 막중한 임무를 띠었다. 숀 롱(208cm, C)을 막아야 해서다. 높이 싸움에 능한 숀 롱을 제어해야 하기에, 해먼즈의 수비 집중력이 높아야 했다.
# Part.1 : 숀 롱에게 주더라도
양동근 현대모비스 감독은 경기 전 “숀 롱의 골밑 공격은 리그 정상급이다. 숀 롱의 전투력 또한 충만하다. 그래서 해먼즈가 지난 맞대결 내내 숀 롱을 쉽게 막지 못했다”라며 해먼즈의 수비를 걱정했다.
실제로, 해먼즈는 첫 수비부터 숀 롱에게 좋은 자리를 내줬다. 장재석(202cm, C)과의 하이 앤드 로우 게임에 당하는 듯했다. 그렇지만 숀 롱의 등을 최대한 오래 지게 했다. 그 사이, 서명진(189cm, G)이 도움수비. 해먼즈는 실점을 막았다.
또, 현대모비스 국내 선수진이 KCC 국내 선수진과 맞섰다. 해먼즈는 이들의 반대편에서 숀 롱을 혼자 막아야 했다. 숀 롱의 퍼스트 스텝과 돌파에 맥을 추지 못했다. 숀 롱에게 오른손 덩크를 허용했다.
해먼즈는 결국 경기 시작 3분 39초 만에 벤치로 물러났다. 이그부누가 해먼즈를 대신했다. 하지만 이그부누도 페이크를 동반한 숀 롱의 퍼스트 스텝을 막지 못했다. 게다가 1쿼터 종료 3분 59초 전 두 번째 파울을 범했다.
그러다 보니, 현대모비스는 숀 롱에게 점수를 많이 줬다. 그렇지만 숀 롱을 제외한 다른 KCC 선수들에게 실점하지 않았다. 그리고 공격 진영에서 효율을 발휘했다. 그 결과, 27-16으로 1쿼터를 마쳤다.
# Part.2 : 딜레마
이그부누가 2쿼터에도 코트를 밟았다. 이그부누의 수비 강도는 여전히 낮았다. 파울 트러블을 신경 써야 했기 때문. 그래서 숀 롱과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 림 부근에 있는 숀 롱을 방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조한진(193cm, F)과 이도현(186cm, G)이 교대로 허훈을 막았다. 숀 롱의 볼 수급 루트(?)가 줄었다. 그런 이유로, 숀 롱한테 실점하는 게 현대모비스한테 크지 않았다. 아프지 않은 실점이었다.
무엇보다 서명진과 이승현이 점수를 계속 따냈다. 현대모비스가 신이 날 수밖에 없었다. 이그부누가 숀 롱에게 밀렸음에도, 현대모비스는 38-20으로 앞섰다. 2쿼터 시작 3분 18초 만에 KCC의 전반전 마지막 타임 아웃을 소진시켰다.
하지만 이그부누는 2쿼터 종료 4분 58초 전 3번째 파울을 범했다. 해먼즈가 다시 나섰다. 그렇지만 숀 롱을 동반한 2대2를 전혀 대처하지 못했다. 숀 롱에게 노 마크 3점 기회를 내줬다. 결국 숀 롱에게 3점을 내줬고, 현대모비스는 2쿼터 종료 3분 33초 전 45-28을 기록했다. 현대모비스가 크게 앞섰음에도, 양동근 현대모비스 감독이 타임 아웃 하나를 소모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먼즈는 번뜩이지 않았다. 몸이 무거운 것 같았다. 그런 움직임이 KCC 볼 핸들러에게 읽혔다. 그래서 해먼즈는 수비 진영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해먼즈가 흔들리면서, 현대모비스는 2쿼터 종료 2분 8초 전 45-32로 쫓겼다. 양동근 현대모비스 감독이 전반전 마지막 타임 아웃을 사용해야 했다.
현대모비스는 타임 아웃 후 외국 선수 없이 경기했다. 이승현이 숀 롱을 막되, 함지훈(198cm, F)이 도움수비로 나선 것. 현대모비스 국내 빅맨이 열심히 버텼으나, 이들의 수비는 한계를 느꼈다. 현대모비스는 KCC한테 상승세의 발판을 줘버렸다. 51-39로 전반전을 마쳤다.

이그부누가 코트로 돌아왔다. 그렇지만 이그부누는 여전히 숀 롱의 상대가 아니었다. 다만, 후반전이 된 만큼, 이그부누가 더 집중해야 했다.
그러나 이그부누는 숀 롱의 몸싸움과 돌파를 전혀 감당하지 못했다. 오히려 숀 롱의 사기를 살려줬다. 숀 롱에게 리버스 덩크를 허용해서였다. 현대모비스 또한 3쿼터 시작 2분 29초 만에 55-46. 더 이상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또, 이그부누는 심판 판정에 민감했다. 백 코트를 하지 않았다. KCC가 아웃 넘버(공격 팀 인원이 수비 팀 인원보다 많은 상황)를 만들자, 서명진이 파울을 써야 했다. 현대모비스로서는 아까운 파울이었다.
하지만 이그부누가 숀 롱을 림과 먼 곳으로 밀어냈다. 몸싸움 강도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숀 롱의 야투 성공률을 떨어뜨림과 동시에, 숀 롱의 짜증(?)을 강화시켰다. 현대모비스도 두 자리 점수 차를 계속 유지했다.
이그부누의 수비가 점점 빛을 발했다. 또, 이그부누는 숀 롱의 에너지 레벨 저하를 인지했다. 그래서 이그부누는 공수 전환을 더 빠르게 했다. 특히, 수비 진영에서 공격 진영으로 빠르게 넘어갔다. 숀 롱에게 ‘백 코트 속도’ 및 ‘백 코트 활동량’을 강요했다. 현대모비스 역시 기분 좋게 3쿼터를 마쳤다. 점수는 67-52였다.
그렇지만 너무 큰 불안 요소가 생겼다. 이그부누가 3쿼터 종료 2분 26초 전 4번째 파울을 범한 것. 양동근 현대모비스 감독이 코치 챌린지를 사용했음에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현대모비스는 잔여 시간 내내 ‘숀 롱 수비’라는 불안 요소와 싸워야 했다. 앞서 언급했듯, 해먼즈의 수비 퍼포먼스도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 Part.4 : 외국 선수가 없어도
이그부누는 코트에 없었다. 해먼즈는 나설 준비조차 하지 않았다. 이승현과 함지훈이 더블 포스트를 형성했다.
다만, 숀 롱을 막는 이는 이승현이었다. 이승현이 버티는 게 먼저였다. 그리고 주변에 있는 선수들이 협력수비. 현대모비스는 변칙수비로 숀 롱을 괴롭혔다.
현대모비스의 수비 활동량이 좋았고, 현대모비스의 수비 합도 좋았다. 수비를 해낸 현대모비스는 공격 진영에서도 힘을 냈다. 4쿼터 시작 2분 5초 만에 74-52로 달아났다. 승리로 한 발짝 다가섰다.
KCC가 먼저 백기를 들었다. 4쿼터 시작 2분 49초 만에 숀 롱을 빼버린 것. KCC의 가용 외국 선수가 숀 롱 1명 뿐이기에(드완 에르난데스는 2025년 12월 31일 농구영신 경기에서 발목을 다쳤다), 현대모비스는 남은 시간을 편하게 운영할 수 있었다. 그리고 81-66으로 완승했다. 2025년 11월 6일에 열린 고양 소노전(74-68) 이후, 61일 만에 홈 경기를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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