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원 LG는 지난 3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정규리그에서 원주 DB를 76-74로 꺾었다. 시즌 첫 홈 4연승을 질주했다. 2022년 3월 26일 서울 SK전 이후 314일 만에 홈 4연승. 또, 24승 13패로 1위 안양 KGC인삼공사(26승 11패)와 2경기 차를 유지했다.
이관희는 최근 의미 있는 3점을 넣을 때 자신의 왼쪽 손목을 가리킨다. 일명 ‘시계 세레머니’. ‘4쿼터에 자신을 빼지 말아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조상현 LG 감독에게 던진 메시지.
조상현 LG 감독도 이관희의 세레머니를 알고 있었다.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해주면, 관희를 4쿼터에도 충분히 투입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메시지가 도착하지 않았다. 고장이 난 것 같기도 하다(웃음)”고 말했다.
순간 떠오른 노래가 있었다. 나훈아가 부른 ‘고장난 벽시계’. 2005년에 발매된 ‘벗 : 40주년 기념 앨범’에 수록된 곡으로, ‘고장난 벽시계는 멈췄지만, 세월은 여전히 흐른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시계는 멈출 수 있어도, 세월은 흐른다는 뜻이다.
물론, 이관희는 ‘고장난 벽시계’를 전혀 의식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경기력과 LG의 승리에만 집중했을 확률이 높다. 그런 집중력이 지난 1일에 열린 서울 SK전에서도 드러났다. 추격하는 3점을 포함, 팀 내 최다인 20점으로 LG의 역전승에 기여했다.
그 후 “앞선 두 경기에서 시계 세레머니를 보여드리지 못했다. SK전에는 시계를 꺼내려고 준비했다. 조금 이른 시점에 시계를 꺼낸 감도 있다. 분명한 건, 내 시계는 진품 롤렉스라는 점이다”며 자신의 가치를 전했다.
이관희의 시계 세레머니와 관계없이, 이관희의 활약은 돋보였다. LG의 단독 2위를 굳건하게 했다. 그렇지만 LG의 상대인 DB는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이관희의 끈질긴 움직임과 공격력이 중요했다. 자신의 시계가 ‘고장난 벽시계’와 한 차원 다른 시계임을 증명해야 했다.
이관희는 스타팅 라인업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관희가 빠진 LG는 시작부터 헐거웠다. 에너지 레벨과 속도 싸움, 투지 등 기본적인 것부터 밀렸다.
조상현 LG 감독은 경기 시작 3분 16초 만에 이관희를 투입했다. 이관희가 ‘게임 체인저’를 해내야 했다. 하지만 이관희도 큰 힘이 되지 못했다. 점퍼를 성공하기는 했지만, 경기에 큰 변화를 준 득점은 아니었다. LG는 두 자리 점수 차(10-24)로 1쿼터를 마쳤다.
이관희는 2쿼터 초반에도 코트를 밟았다. 하지만 슛 한 번 제대로 쏘지 못했다. 2쿼터 시작 후 2분 44초 동안 어떤 기록도 남기지 못했다. LG 또한 두 자리 점수 차 열세(15-28)를 계속 안고 있었다.
이관희는 2쿼터 종료 1분 22초 전 코트로 나섰다. 수비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이관희의 시계는 돌아가지 않았다. 전반전까지 2점에 그쳤기 때문.
다만, 이관희의 시간이 다가올 가능성은 존재했다. 1쿼터를 11-24로 마쳤던 LG가 전반전을 36-36으로 마쳤기 때문. 이관희가 LG의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이관희의 시계도 롤렉스(?)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관희는 3쿼터 시작 1분 28초 만에 3점을 던졌다. 그러나 이관희의 3점이 림을 외면했고, DB는 이관희의 3점 실패를 속공으로 연결했다. 강상재(200cm, F)가 이를 마무리. 이관희의 3점이 실점의 빌미가 됐다.
이관희의 수비 역시 위력적이지 않았다. 빼앗는 수비를 무리하게 하다가, 돌파만 내줬다. LG 코칭스태프가 가장 경계하는 수비. 공수 모두 부진했던 이관희는 3쿼터 시작 4분 46초 만에 코트에서 물러났다.

4쿼터에도 마찬가지였다. 이관희는 1초도 나오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재도(180cm, G)와 김준일(200cm, C)이 승부를 매듭지었다. 이관희의 DB전 기록은 14분 57초 출전에 2점 1어시스트였다. 이관희의 시계가 DB전에 한정해 ‘고장난 벽시계’였음에도, LG는 웃을 수 있었다.
[양 팀 주요 기록 비교] (LG가 앞)
- 2점슛 성공률 : 약 55%(24/44)-약 47%(27/57)
- 3점슛 성공률 : 20%(5/25)-약 23%(3/13)
- 자유투 성공률 : 약 68%(13/19)-약 73%(11/15)
- 리바운드 : 38(공격 11)-34(공격 7)
- 어시스트 : 13-20
- 턴오버 : 12-8
- 스틸 : 4-10
- 블록슛 : 3-1
[양 팀 주요 선수 기록]
1. 창원 LG
- 윤원상 : 29분 7초, 18점(3Q : 13점) 2리바운드 1스틸
- 김준일 : 30분, 17점 5리바운드(공격 2) 1어시스트
- 아셈 마레이 : 29분 40초, 15점 17리바운드(공격 4) 1블록슛
- 이재도 : 31분 11초, 10점 7어시스트 3리바운드 2스틸
2. 원주 DB
- 이선 알바노 : 27분 28초, 19점 5어시스트 4리바운드(공격 1)
- 강상재 : 33분 5초, 17점 3리바운드 3어시스트 3스틸
[고장난 벽시계 가사]
세월아 너는 어찌 돌아도 보지 않느냐
나를 속인 사람보다 니가 더욱 야속하더라
한 두번 사랑 땜에 울고 났더니
저만큼 가버린 세월
고장난 벽시계는 멈추었는데
저 세월은 고장도 없네
청춘아 너는 어찌 모른척 하고 있느냐
나를 버린 사람보다 니가 더욱 무정하더라
뜬 구름 쫓아가다 돌아봤더니
어느새 흘러간 청춘
고장난 벽시계는 멈추었는데
저 세월은 고장도 없네
고장난 벽시계는 멈추었는데
저 세월은 고장도 없네
사진 제공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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