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STEP BY STEP

손동환 기자 / 기사승인 : 2025-10-15 10:3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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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5년 9월호에 게재됐다. 인터뷰는 8월 13일에 진행됐다.(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매 링크)

유승희(아산 우리은행)는 ‘전방십자인대 파열’을 3번이나 당했다. 그것도 같은 부위를 3번이나 다쳤다. 하지만 유승희는 그때마다 꿋꿋이 일어났다. 자신을 계속 담금질했다.
다만, 큰 부상을 3번이나 입었기에, 유승희는 더 신중했다. 그래서 다가올 ‘하루하루’에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코트로 돌아갈 날을 위해, 한 걸음씩 천천히 내딛고 있다.

트레이드
유승희는 2021~2022시즌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정규리그 30경기 출전, 평균 12.0점 5.5리바운드 3.3어시스트). 2021~2022시즌 종료 후 대한민국 여자농구 국가대표팀 예비 명단에 들기도 했다. 자신의 기량을 만개했다.
2022~2023시즌에는 2021~2022시즌만큼의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했다. 마음고새도 심했다. 하지만 변화의 조짐이 유승희에게 보였다. 보였다.
아산 우리은행 소속이었던 김정은이 2022~2023시즌 종료 후 부천 하나은행으로 이적했고, 김지영이 김정은의 보상 선수로 지목받았다. 김지영을 데리고 온 우리은행은 또 한 번 트레이드했다. 김지영을 신한은행으로 보내는 대신, 유승희를 우리은행으로 영입했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이 유승희의 가능성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2022~2023시즌 종료 후 우리은행으로 트레이드됐습니다.
아시는 분도 모르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저의 당시 상황이 썩 좋지 않았어요. 그래서 짐을 다 챙겨올 때, ‘트레이드나 다른 조치가 없다면, 내가 신한은행에 합류하지 못하겠구나’라고 생각했죠. 그런 이유로, 마음이 너무 힘들었어요.
그런데 우리은행이 저의 손을 잡아주셨어요. 좋은 조건(연장 계약)까지 제시해주셨죠. 저에게 기회를 주셨기 때문에, 저 스스로 너무 감사했습니다. 사람들에게 저를 다시 보여주고 싶기도 했고요.
우리은행 특유의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했습니다.
(김)단비 언니랑 (박)지현이(뉴질랜드 토코마나) 등 대표팀에 차출된 선수도 많았고, 운동하는 선수들도 내부적으로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더 힘들었어요. 그렇지만 운동선수이기 때문에, 몸이 힘든 게 마음고생보다 낫다고 여겼어요. 그래서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우리은행의 훈련은 어떤 차이점이 있었나요?
운동 방식은 그렇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훈련할 때) 빈틈이 없어요(웃음). 운동을 시작한 후에는 정말 집중해야 해요. 또, 잠깐이라도 한눈을 팔면, 진도를 따라가지 못해요.
예시가 있다면?
볼 없는 수비를 할 때에도, 감독님께서는 “볼 없는 수비수가 정확한 위치에 서야 한다. 또, 정확한 타이밍으로 상대를 견제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상대 볼 핸들러가 부담을 가진다”고 주문하세요.
박신자컵 때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는데요.
음... 경기력이 좋았다기보다, 감독님께서 저에게 기회를 많이 주셨어요. 그게 엄청 컸어요. 제가 길게 뛴다는 걸 인지하면, 조금 더 대담해질 수 있거든요. 또, 단비 언니와 지현이가 수비를 집중시켰기에, 제가 농구를 쉽게 할 수 있었어요.

3번째 시련
유승희는 새로운 팀에서 2023~2024시즌을 시작했다. 아산이순신체육관에 운집한 새로운 홈 팬들에게 첫 인사를 건넸다. 스타팅 라인업에 포함된 유승희는 달라진 자신을 보여주려고 했다.
그러나 유승희의 출전 시간은 길지 않았다. 전방십자인대를 또 한 번 다쳐서였다. ‘22분 52초’ 만에 시즌 아웃됐다. 유승희의 시련은 클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승희는 또 한 번 ‘재활’을 선택했다. 유승희가 몸을 다시 만드는 동안, 우리은행은 고속 비행했다. 그리고 ‘플레이오프 2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유승희는 그 현장에 있었다.

2023~2024시즌 첫 경기 때 무릎을 다쳤습니다.
무릎을 붙잡기 전부터 이상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만, 십자인대는 아닐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어쨌든 제 운명이려니 해요. 사실 기억하고 싶지 않고요.
또 한 번 재활에 돌입했습니다. 이전의 재활과는 달랐을 것 같아요.
수술 전부터 농구를 그만두려고 했습니다. 수술 후에도 ‘이제 그만둬야 한다’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우리은행은 저에게 손을 내밀어준 팀입니다. 제 수술을 일본에서 시켜주셨고요. 그래서 저는 우리은행에 보답해야 한다고 다짐했습니다. ‘한 시즌이라도 팀에 도움을 준 후에 은퇴해야 한다’고 마음먹었죠. 또, 운동을 하다 보니, 코트를 밟아보고 싶었어요. 그런 마음으로 버텼던 것 같아요.
우리은행은 2023~2024시즌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유승희 선수는 데뷔 처음으로 우승 팀 선수가 됐는데요.
“나도 우승을 했어”라고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저는 제3자의 입장으로 저희 팀을 축하했습니다. 저희 팀이 너무 멋있게 느껴졌고요.
물론, 아쉽기도 했습니다. ‘우승’이라는 기회가 쉽게 오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풀로 뛰었다면, 저희 팀이 우승을 못했을 수도 있잖아요(웃음). 그래서 ‘그래. 이건 운명인 거야. 하지만 나도 언젠가 우승할 기회를 얻겠지’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5분 4초
유승희는 ‘우승’이라는 감격을 누렸다. 그러나 유승희의 우승 기여도는 거의 없었다. 유승희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재활’을 더 철저히 했다.
하지만 유승희는 3번이나 큰 수술을 했다. 한 번 더 다칠 경우, 선수 생활을 유지하기 어렵다. 그래서 위성우 감독은 유승희를 아꼈고, 유승희는 이전보다 더 긴 시간을 인내해야 했다.
그렇지만 우리은행이 2024~2025시즌에도 정규리그 우승을 조기 확정했다. 위성우 감독은 결단을 내렸다.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 유승희를 투입하기로 한 것. 덕분에, 유승희는 5분 4초 동안 코트를 밟을 수 있었다. 홈 팬들에게 오랜만에 인사했다.

2024~2025시즌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 동행했습니다. 감독님께서 “준비를 해라”고 했을 때, 유승희 선수는 어떤 마음이었나요?
제가 오랜 시간 재활을 했기 때문에, 감독님께서 저를 배려해주셨던 것 같아요. 또, 가용 인원이 많지 않아, 많이 뛴 선수들이 쉬기는 해야 했어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뛰고 싶지 않았어요. 코트에 나갈 준비가 덜 됐고, 팀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없었거든요.
유승희 선수의 출전 시간은 ‘5분 4초’였습니다. 그 시간이 어떤 의미로 다가왔나요?
축하해주는 분들도 많았지만, 저는 현타가 왔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제 끝났다’고 생각했죠(웃음). 상대 팀의 어린 선수들을 전혀 쫓아가지 못했으니까요. 그런 이유로, 저는 혼자서 많이 울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게 저의 현실이라고 여겼거든요. 상상만 하고 있던 현실을 마주했기에, 저의 현실을 더 강하게 느꼈던 것 같아요.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를 소화한 후, 플레이오프와 챔피언 결정전을 또 한 번 지켜보셨습니다.
저는 재활에 전념했지만, 선수들은 비시즌 때 정말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통합 우승’이라는 결과로 보답을 받았으면 했는데... 좋은 멤버를 갖춘 BNK와도 나쁘지 않은 경기를 했기에, 아쉬움이 더 많았어요.

“저처럼 업다운 심한 선수를...”
코트로 돌아온 유승희는 2025년 여름을 온전히 보내고 있다. 아산 전지훈련을 100%로 소화했고, 팀원들과 전술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2024년 여름과는 확실히 다르다.
하지만 유승희는 들뜨지 않았다. ‘건강’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알고 있어서다. 그렇기 때문에, 유승희는 ‘지속성’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건강을 오랜 시간 유지해야, 코트에서 길게 뛸 수 있어서다.

2025~2026시즌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요?
인터뷰를 통해 몇 번 말씀드렸지만, 저는 시즌까지 생각하고 있지 않아요. 당장 다가올 박신자컵, 나아가서는 다가올 하루만 바라보고 있어요. ‘오늘도 큰 어려움 없이 끝냈다’라고요. 그렇기 때문에, “시즌을 이렇게 준비하겠다”고 말씀드리기 어려울 것 같아요.
2025~2026시즌의 핵심은 ‘건강’일 것 같아요.
맞아요. 건강이 결국 뒷받침돼야, 제가 운동을 할 수 있고, 시즌을 소화할 수 있으니까요. 경기 체력과 경기 감각이 향상돼야, 팀을 위해 할 수 있는 것도 생길 거예요. 앞서 말씀드린 것들이 좋아질 때, 시즌을 길게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목표 또한 다가올 하루하루에 초점을 맞추시겠군요.
‘전 경기 출전’이라는 건, 저에게 욕심입니다. 너무 거대한 꿈이고요. 제가 제일 바라는 건, 그저 선수들과 함께 하는 것? 그렇게 매 경기를 잘 치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팬 분들은 저처럼 업다운 심한 선수를 위해, 저와 같이 슬퍼해주고 계세요. 또, 제가 농구를 잘해서, 팬 분들이 저를 좋아하는 건 아닐 거예요. 큰 시련에도 다시 돌아오는 저를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그러나 저는 다가올 시즌에도 “이번엔 이런 퍼포먼스를 보여드릴게요”라고 약속드리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 분들께서 저를 응원해주시면, 제가 또 한 번 팬 분들에게 돌아가겠습니다. 무엇보다 늘 감사하고 늘 죄송해요. 그리고 저희 우리은행과 저에게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일러스트 = 락
사진 제공 = W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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