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WKBL 최고의 명장이 전한 임무, “감독은 팬들에게 승리로 보답해야 한다”

손동환 기자 / 기사승인 : 2023-03-30 07:5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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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2년 9월호에 게재됐다. 인터뷰는 2022년 8월 12일에 진행됐다.

무명의 코치가 한 팀의 감독이 됐다. 감독을 맡은 팀에서 ‘통합 6연패’라는 성과를 만들었다. 한국 프로 스포츠에 역사를 남긴 인물이 됐다.
주춤하기도 했다. 정상에 오르지 못한 시간이 꽤 길었다. 그러나 다시 올라가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승리로 보답하는 것”라며 자신의 임무를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아산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의 이야기다.

낯선 그 곳 : WKBL

위성우는 2004~2005시즌까지 선수 유니폼을 입었다. 개인 통산 201경기를 뛰었지만, KBL에서 큰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팬들에게 이렇다 할 인상을 심지 못했다.
은퇴 후 바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위성우는 2005년부터 안산 신한은행(현 인천 신한은행)의 코치를 맡았다. 너무나 생소한 여자농구. 그 곳에서 코치 수업을 받았다.
쉽지 않았다. 모든 게 낯설었다. 남자 선수들과 평생 운동했던 사람이 여자 선수들의 생활 습관과 운동 능력을 지켜봐야 했다. 그렇지만 낯선 모든 것들을 이겨내려고 했다. 그게 ‘코치 위성우’에게 주어진 과제였다.

여자농구는 너무 생소했습니다. 시행착오를 많이 겪으셨을 텐데요.
남자 선수들하고만 운동하고 생활했습니다. 은퇴 후 생각지도 못한 여자농구 팀에서 코치 제의를 받았죠. 신한은행에 부임하고 나서, 모든 게 낯설었습니다. 선수들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부터 막막했어요. 남자농구에서 갓 은퇴한 여자농구 지도자들이라면 누구나 겪는 어려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게 가장 적응이 안 되셨나요?
스피드 차이가 너무 컸어요. 다들 숨이 찬 것 같은데, 저는 ‘몸을 푸는 건가?’라는 의문이 들었어요.(웃음) ‘비시즌 때는 원래 이런 스피드로 하는 건가?’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남자 팀에서 은퇴한 지 얼마 안 돼서, 더 그렇게 느꼈던 것 같아요.
어떻게 적응하려고 하셨는지?
여자 선수들이 농구하는 걸 처음 봤습니다. 눈높이를 맞추는 게 쉽지 않았어요. ‘이게 왜 안 되지? 왜 이럴까? 내가 잘못 가르치고 있는 건가?’라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고 익숙해졌어요. 결국 시간이 필요한 문제더라고요.
신한은행에서 통합 6연패를 경험했습니다. 코치로서 어떤 역할을 하셨나요?
감독님께서 본 운동의 전체적인 틀을 준비하시고, 코치들은 감독님의 요구에 맞게 훈련을 준비해야 합니다. 또, 감독님께서 놓치는 걸 짚어줘야 해요. 아마 모든 팀들이 그럴 거예요.
다만, 감독님의 성향과 요구사항에 따라, 코치들이 하는 일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피드백을 원하는 감독님이 계시고, 그렇지 않은 감독님이 계세요. 거기에 맞게 감독님과 호흡을 맞춰야 합니다. 그런 것부터 잘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어린 선수들과 시간을 보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베테랑 언니들과 어린 선수들의 차이를 줄여야 했습니다. 언니들과 연습을 같이 할 수 있도록, 어린 선수들을 푸쉬했죠. 쉽지 않았지만, 그렇게 해야 팀을 더 탄탄히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 때 지도하셨던 어린 선수들이 누가 있었을까요?
여자농구 국가대표팀의 최윤아 코치와 우리 팀으로 이적해온 (김)단비가 대표적이었죠. 최윤아 코치는 탄탄한 체격 조건과 악바리 근성을 지녔고, 단비 또한 좋은 신체 조건 때문에 빨리 끌어올릴 수 있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자리, 예상치 못한 왕조

시간이 흘러 베테랑 코치가 됐다. 베테랑 코치가 된 위성우는 2011~2012시즌 종료 후 예상치 못한 제의를 받았다. 2008~2009시즌부터 2011~2012시즌까지 4시즌 연속 최하위였던 춘천 우리은행(현 아산 우리은행)이 위성우에게 감독을 제안한 것.
너무 큰 자리였다. 고민이 필요했다. 그러나 우리은행 사무국은 위성우를 끈질기게 찾아갔다. 위성우는 결국 감독을 승낙했다. 2012~2013시즌부터 감독직을 시작했다.
초보 감독이었다. 노련함과 운영 능력이 부족했다. 그렇지만 패기와 열정은 그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았다. 그 패기와 열정이 우리은행을 예상치 못한 곳으로 끌어올렸다. 우리은행이 간 그 곳은 정상이었다.
한 번이 아니었다. 연속 6번이었다. 통합 6연패. 우리은행은 그렇게 WKBL 역사에 남는 팀이 됐다. 나아가, 한국 프로 스포츠의 역사에도 이름을 남겼다. ‘감독 위성우’는 WKBL 최고의 명장으로 거듭났다.

2012년 4월 10일. 춘천 우리은행 감독으로 부임했습니다.
정장훈 사무국장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처음에는 고사를 했죠. 감독이라는 자리를 생각지도 못했으니까요. 많이 조심스러웠어요. 저에 대한 의구심도 들었고요.
그런데 정장훈 국장이 3~4번 계속 찾아왔습니다. 우리은행이 저를 필요로 한다고 느꼈습니다. 가족과 상의를 했고, 아내도 도전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이야기했죠. 저 역시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신한은행에서 본 우리은행은 어땠나요?
몇 년 동안 벤치에서 우리은행을 지켜봤습니다. 유심히 지켜본 팀 중 하나였죠. ‘멤버가 나쁘지 않은데, 왜 성적이 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제가 가서 잘할 수 있을까를 걱정했습니다. 우승은 말도 안 되는 성과였죠.(웃음) 그저 상위권 팀과 대등하게 붙을 수 있을 정도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첫 시즌부터 선수단을 혹독히 훈련시켰습니다. 어떻게 얼마나 훈련시켰는지 궁금해하는 분들도 많으신데요.
저도 선수들도 저희 팀의 한계치를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한계를 정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게 백지였기 때문에, 처음부터 끌고 가봤습니다. 선수들도 너무 잘 따라줬어요.
한 관계자는 “남자 선수들도 소화하기 힘든 훈련량을 해냈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이 잘 따라온 이유는 어떤 거였을까요?
선수들이 4년 연속으로 꼴찌를 했습니다. 잘하고 싶다는 간절함이 컸습니다. 그 중심에 임영희(현 아산 우리은행 코치)가 있었죠. 저도 간절함이 컸습니다. 감독을 처음 맡았기 때문에, 팀을 높은 곳으로 올리고 싶었어요. 저와 선수들의 그런 간절했던 마음이 서로 잘 맞았던 것 같아요.
통합 6연패를 달성했습니다. 코치 때도 6연패를 했지만, 그 때의 느낌과는 달랐을 것 같아요.
코치는 감독님을 보좌해야 하는 자리입니다. 감독님께서 놓치는 걸 잡아야 하는 자리입니다. 그래서 신한은행 때는 기쁘기는 했지만, 성취감은 약간 부수적이었던 것 같아요. 감독이 느끼는 성취감보다는 아무래도 작았죠. 다만, 우리은행에서도 저 혼자 우승한 게 아닙니다. 코칭스태프와 사무국, 선수들 모두가 잘 도와줬기 때문에, 다같이 우승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기쁜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아요.
통합 6연패를 생각하셨나요?
2012~2013시즌에 우승을 했지만, 그 다음 시즌에는 꼴찌할 거라고 생각했어요.(웃음) 2012~2013시즌에는 티나 탐슨이라는 걸출한 외국 선수가 있었지만, 2013~2014시즌에는 낮은 순번으로 외국 선수를 선발했거든요.
또, 저희 팀이 언제 다시 떨어질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마음을 다잡으려고 했습니다. 3년 동안 똑같은 강도로 훈련한 이유였죠. 나중에 들은 얘기인데, 선수들도 (언제 떨어질지 모를까봐) 불안했다고 하더라고요.

예전 같지 않은 힘
우리은행은 2012~2013 시즌부터 통합 6연패를 달성했다. 신한은행(2007~2012)에 이어, WKBL 역대 두 번째 통합 6연패. 왕조를 구축했다.
그러나 영원한 왕조는 없다. 우리은행도 마찬가지였다. 2018~2019 시즌에는 정규리그 1위를 청주 KB스타즈에 내줬고, 플레이오프에서는 용인 삼성생명에 1승 2패. 2007 겨울시즌부터 12시즌 연속 우승 반지를 거머쥔 위성우 감독은 챔피언 결정전도 가지 못했다.
물론, 우리은행의 전력이 아예 가라앉은 건 아니다. 2019~2020 시즌을 정규리그 1위로 마쳤고(코로나19로 인한 조기 종료), 2020~2021 시즌에도 정규리그 1위를 달성했다. 2021~2022 시즌에는 챔피언 결정전까지 올라섰다. 그렇지만 이전처럼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우리은행이 지닌 힘은 예전 같지 않았다.

2018~2019시즌에는 챔피언 결정전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외국 선수 선발부터 쉽지 않았어요. 대체 자원을 알아보느라, 시즌 내내 정신없었어요. 또, (박)혜진이가 손가락 미세 골절상을 입었습니다. 아마 플레이오프 때 돌아왔을 거예요. 이래저래 챔피언 결정전을 갈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2019~2020시즌에는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렇지만 코로나19로 조기 종료됐는데요.
(임)영희가 은퇴했고, (박)지현이는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저희 팀은 정점에서 내려오고 있었죠. 또, KB스타즈가 정점으로 치고 올라갔습니다. 리그의 대세가 바뀌고 있었죠.
그렇지만 운 좋게도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습니다. 챔피언 결정전 진출도 확정했죠. 하지만 시즌이 조기 종료됐어요. 아쉽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쉽지 않았을 거예요.
2020~2021시즌에도 정규리그 1위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에서 용인 삼성생명에 패했습니다.
2019~2020시즌 정규리그 1위도 그렇고, 2020~2021시즌 정규리그 1위도 운이 따른 결과라고 생각해요. (김)정은이가 시즌 아웃을 당했고 (박)혜진이가 족저근막염이 있었지만, (김)소니아와 (박)지현이가 기대 이상으로 잘해줬거든요. 그렇지만 큰 경기에는 확실히 구력이 필요하더라고요. ‘정은이가 있었다면...’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2021~2022시즌에는 오랜만에 챔피언 결정전으로 향했습니다. 그러나 상대인 청주 KB스타즈에 한 번도 이기지 못했습니다.
저희 팀의 노쇠화도 있고, 부상 자원도 있었습니다. 거기에 KB스타즈의 전력이 업그레이드됐습니다. (박)지수가 예전보다 노련해진 데다가, 강이슬이라는 최고의 슈터가 KB스타즈에 합류했거든요. 저희 팀의 문제도 있겠지만, 결국 전력에서 졌다고 생각해요.

감독의 임무
우리은행은 2021~2022 시즌 종료 후 전력을 보강했다. 핵심은 FA(자유계약) 최대어였던 ‘김단비 영입’이었다. 계약 기간 4년에 2022~2023 시즌 연봉 총액 4억 5천만 원(연봉 : 3억 원, 수당 : 1억 5천만 원)의 조건으로 김단비를 사로잡았다. 동시에, 주축 자원 중 한 명이었던 김소니아를 보상 선수로 내줬다.
선수단 구성에 좀처럼 변화를 주지 않았던 우리은행이다. 그런 우리은행이 매머드급 개편을 감행했다. 모험이라는 걸 알면서도, 변화를 준 이유는 하나다. 다시 한 번 가장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해서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예전의 영광을 찾기 위해서다.
위성우 감독도 부담을 안고 있다. 그것보다 감독의 임무를 먼저 생각했다. 우리은행을 응원하는 팬들에게 승리로 보답하는 것. 그게 위성우 감독이 사령탑의 임무였다.

2021~2022 시즌 종료 후 큰 결단을 내렸습니다. FA(자유계약)로 풀린 김단비를 데리고 왔습니다.
이대로 간다면, KB스타즈를 잡을 팀이 없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희 팀의 전력 역시 떨어지고 있었죠. (김)정은이한테 노쇠화가 찾아왔고, (최)이샘이도 FA라 변수가 있었어요. 이대로 내버려둔다면, 저희는 내려갈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가만히 있을 수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김)단비를 영입하기로 결정했고, 단비 영입을 추진했습니다.
주축 선수였던 김소니아를 보상 선수로 내줬습니다. 고민이 크셨을 것 같아요.
(최)이샘이를 잡겠다고 생각했고, 이샘이도 저희 팀에 남았습니다. 그런 이샘이를 보상 선수로 보내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죠. 여러 가지를 고민한 끝에, (김)소니아를 보내기로 했습니다. 어려운 결정이었어요.
7월 말까지 주축 선수들과 시즌을 준비했습니다.
(김)진희가 은퇴해서, 공격에서는 포지션 밸런스를 맞추기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수비는 아니었어요. 골밑에서의 무게감이 커졌습니다. 7월 말에 일본 미쓰비시 팀과 연습 경기를 하는데, 일본 팀이 저희 팀 수비를 어려워하더라고요. 단비가 블록슛도 하고 외곽으로도 나가주는 게 컸다고 생각해요.
4명의 선수(김단비-박혜진-최이샘-박지현)가 8월부터 9월말까지 대표팀에 소집됐습니다. 기존 선수와 이적생의 합을 맞출 시간이 부족할 것 같은데요.
차출된 대표팀 선수들이 10월에 돌아옵니다. 개막 전까지 한 달도 남지 않은 시기에 합류합니다. 그렇게 하면 답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선수들이 대표팀으로 차출되기 전에 최대한 맞춰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대표팀 선수들이 빠져있지만, 남은 선수들이 기존 틀에 맞춰 훈련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대표팀 선수들이 돌아왔을 때, 정은이와 (노)현지, (나)윤정이 등 남아있던 자원들과 다시 합을 맞춰야 합니다.
어느 정도 예상된 시나리오입니다. 그렇지만 우승이라는 목표가 있기 때문에, 어려움을 감수하고 있는 거라 생각합니다.
저희 팀의 전력이 좋아졌다고들 하시지만, 사실 KB스타즈가 더 강합니다. 넘사벽이라고 생각해요.(웃음)
다만, 저희 팀도 6연패를 쉽게 한 건 아니었습니다. KB스타즈가 통합 7연패를 할 수 있는 전력이기는 해도, 6연패나 7연패를 쉽게 하도록 두고 싶지는 않아요. 그러다가 운이 좋으면 우승할 수도 있는 거고요.
또, 지금 분위기라면, 나머지 5개 구단이 ‘챔피언 결정전 진출’을 최대 목표로 삼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여자농구 발전이 어렵다고 생각해요. 그런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김)단비와 (고)아라, (노)현지 등 선수층이 보강됐습니다. 선수층이 보강된 만큼, 지난 시즌보다 발전된 농구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팬들한테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는 게 감독의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팀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승리로 보답하는 게 제 철학이기도 하고요. 팬 서비스를 아무리 잘해도, 팬들께서는 응원하는 팀의 패배를 속상해하시거든요.
또, 경기는 결국 선수들이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감독의 역할은 그저 선수들을 잘 뛰게 만드는 것입니다. 저희 선수들이 힘을 내서 뛸 수 있도록, 팬 분들께서 선수들한테 많은 힘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응원도 많이 해주시고, 좋은 이야기도 많이 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선수들이 더 많은 힘을 낼 겁니다. 선수들이 힘을 얻는다면, 코트에서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일러스트 = 정승환 작가
사진 제공 = W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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