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바스켓코리아 웹진 10월호에 실렸습니다.(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독 링크)

KBL 역대 감독 출전 경기 수 3위(797경기).
KBL 역대 감독 승수 4위.(379승)
2015~2016 챔피언 결정전 우승.
추일승 전 감독이 쌓은 업적이다. 그런 그가 KBL에서 쌓은 기록 행진을 멈췄다. 2019~2020 시즌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오리온 감독에서 물러났기 때문.
그토록 꿈꿔왔던 자연으로 갔다. 자연에서의 생활을 만끽하고 있었다. 이제는 ‘자연인’이라는 단어가 어울려보였다.
자연에서의 생활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습니다. 언제부터 준비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감독을 오랜 시간 하면서, 일상이 너무 빡빡했어요. 비시즌 때 여행을 하는 게 아니면 힐링할 수단이 없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지금 제가 생활하고 있는 자연 공간 같은 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노후를 대비해서라도, 이런 생활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죠.
지금 같은 공간을 얻기 위해 10년 전부터 경매 사이트나 공매 사이트를 통해서 준비했어요. 매물이 나온 위치를 찾아가보기도 했는데, 좋은 입지가 나오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한 지역을 집중적으로 찾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와이프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처가 근처로 찾게 됐죠.
와이프 처가는 원주인데, 원주는 비싸요. 원주 근처인 횡성을 5~6년 전부터 파고 들었어요. 좋은 매물이 있으면 소개해달라고 부동산 중개업소에도 이야기했고, 지금의 공간을 얻게 됐죠.
농막도 있고, 뭔가 갖춰진 느낌입니다. 지금 같은 공간을 갖추게 된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우선 3년 전에 산을 매입했습니다. 그 때 목상들이 나무를 팔라고 했고, 제가 지난 겨울에 나무를 팔았어요. 나무를 처분하면서, 제가 매입한 곳에 공간이 생겼어요. 산에서 쉴 수 있는 곳을 만들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올해 5월에 농막을 짓기 시작했어요. 한 달 정도 짓고 꾸몄죠.
횡성에는 얼마나 자주 가시고, 횡성에서의 일과는 어떻게 되시나요?
1주일에 두 번 정도 1박 2일 일정을 잡습니다. 1주일에 4일 정도 횡성에 있는 셈이죠.
가꿔야 할 땅도 많고, 진입로 같은 것도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텃밭도 가꾸고 싶어졌어요. 동네 사람들이 심는 옥수수와 고추, 토마토랑 깻잎, 열무 등 10가지 정도 될 거에요. 그러면서 할 게 더 많아졌죠.
텃밭만 꾸미는 게 아니라, 더덕과 산양삼, 도라지 씨를 산에 뿌리기도 합니다. 결실은 5년 정도 지나야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그 외에도, 산을 제 놀이터처럼 가꾸기 위해 조금씩 만들고 있습니다. 앞으로 산책로도 만들고, 매일매일 할 게 더 많을 거에요.
농사를 직접 해보니 어떠시던가요?
어우… 기계의 힘을 빌려서 하는 거라고 하지만, 자연을 가꾸는 게 무지하게 힘들더라고요.(웃음)
돌 하나가 물로 인한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느꼈고, 흙을 잘 메워야 작물이 잘 큰다는 걸 느꼈어요.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소중하다는 걸 실제로 느꼈죠.
자연의 소중함을 아는 것. 그게 보람찬 일일 것 같습니다.
그렇죠.(웃음)
감독님이 보유한 자연 공간에 관심 가진 농구인이 계셨나요? 놀러오겠다고 하신 분도 있으셨을 것 같은데요.
처음에 그런 이야기를 할 때, 감독들이 잘 안 믿었어요. 그런데 김병철 코치랑 김도수 코치가 비시즌에 한 번 저랑 같이 왔어요. 그 친구들이 이야기를 하니, 그 때서야 진짜로 믿더라고요.(웃음) 어제(9월 2일, 추일승 감독과 인터뷰한 날은 9월 3일이었다)도 유재학 감독이랑 전화했는데, 한 번 놀러오겠다고 하더라고요.

추일승 전 감독은 자연에 동화(?)된 것 같았다. 모든 걸 잊고, 자연에만 시간을 할애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놓지 않은 게 하나 있다. ‘농구’다. 자신의 평생을 함께 해온 ‘농구’. 그렇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농구’를 놓지 못했다. 추일승 전 감독의 일과에 ‘농구’가 여전히 포함된 이유였다.
자연만 가꾸시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대표적인 일상 중 하나가 유튜브 채널 운영인데요. 유튜브 채널을 만들게 된 계기와 주요 컨텐츠가 어떤 건지 궁금합니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는 말이 있듯, 농구와 인연을 못 끊겠더라고요.(웃음) 마침 은퇴한 (박)상오가 농막에 놀러왔고, 농구와 관련된 일을 해보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나는 농구인이다’는 채널로 유튜브를 시작했죠.
그리고 요즘 유튜브를 많이 보는 트렌드잖아요. 수익이나 홍보를 생각하는 것보다, 농구를 좋아하는 분들이 농구에 필요한 지식을 집대성할 수 있는 수단으로 여겼죠. 그래서 ‘나는 농구인이다’를 만든 것도 커요.
요즘 농구 관련 유튜브가 많아졌습니다. ‘나는 농구인이다’만의 차별화된 컨텐츠는 어떤 걸까요?
저는 전술적인 걸 다루고 싶어요. 사람들이 지루해하지 않고 재미있게 느끼게끔 만들고 싶어요. 최근에 업로드한 ‘농구인들끼리 해본 드래프트’가 좋은 예일 것 같아요. 재미가 가미된 요소를 넣어가면서, 저희가 만들고자 하는 컨텐츠를 이어나가려고 해요. 찍어놓은 게 많은데, 아직 편집이 안 되서 업로드 안된 것들도 많고요.
뜬금없는 타이밍이지만, 많은 분들이 오리온 감독을 그만둔 걸 아쉬워하셨습니다. 그 때 상황을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많으셨는데요.
일단 저희 팀이 헤어나올 수 없을 정도의 승률을 기록하고 있었어요. 연패가 계속 됐고, 분위기 전환이 필요했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제가 관두는 것이라고 생각했죠. 또, 옆에서 지켜보니, 김병철 코치 정도면 오리온을 맡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그래서 그런 결심을 했죠. 어쨌든 제가 그만두는 게 최선의 방안이라고 생각했어요.
오리온에 관한 소식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 소식을 들을 때마다 드는 느낌이 남다를 것 같은데요.
오리온은 저의 마지막 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애정도 많이 있었죠. 하위권에 있다가 정상에도 서고, 팀이 어느 정도 수준에 올랐습니다. 오리온을 명문 팀으로서 지켜나갈 수 있도록 하고 싶었죠. 그게 꿈이었는데, 잘 안 됐어요.(웃음) 아무튼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오리온이 정말 잘 됐으면 좋겠어요.
농구가 여전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 농구는 감독님에게 어떤 의미였나요?
인생의 전부죠. 농구 외에는 제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더라고요. 횡성 땅을 알아보고 가꾸면서, 관공서나 군청, 산림청과 임업조합 등에 가봤잖아요. 그 때,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무엇보다 제가 제일 잘할 수 있었던 것에 미련을 뒀어요. 내 인생을 농구에 많이 투자했기 때문에, 농구와 이어진 끈을 완전히 놓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NBA 플레이오프를 보면서, ‘이런 흐름이 있구나. 이런 스타가 나오는 구나’라는 생각도 하는 것도 그런 맥락과 같은 것 같아요.
감독직을 놓으면서, 이전보다 농구를 조금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죠. 아무래도 내려놓고 나니, 부담 없이 즐기면서 농구를 보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농구 팬으로 돌아갔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러면서 어린 선수가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어린 선수들이 특정 시기에는 이런 것들을 해야 나중에 흐름을 쫓아올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죠. 저도 모르게 그런 생각이 샘솟을 때가 있어요.

추일승 전 감독은 ‘감독’이라는 무거운 자리에서 내려왔다. 자신도 모르게 밝은 얼굴을 띠고 있었다.
그러나 농구를 이야기할 때면 예전처럼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농구로 입은 혜택을 돌려주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꾸고 있는 횡성의 공간 또한 농구를 위한 곳으로 만들고 싶었다.
감독으로 복귀를 원하는 팬들도 계십니다. 만약에 감독으로 돌아간다면, 어떨 것 같아요?
KTF에서 나온 후 오리온에 갈 때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어요. 팀을 정말 장기적인 계획으로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죠. 큰 안목으로 미래를 보면서 팀을 끌고 가고 싶다는 마음이 커요. 특히, 어린 선수들을 육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같이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죠. 막연하게만 생각해봤어요.
감독이 아니어도 농구계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어떤 부분에 기여하고 싶나요?
글쎄요. 현실적으로 감독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 기회가 얼마나 올지 모르겠어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비즈니스적인 개념이 생길 것 같아요. 비즈니스와 관련된 개념이 생기다 보면, 원래 취지와 다른 길을 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어요. 조심스러운 면이 있죠.
이야기를 하다 보니, 감독님의 밝은 미소를 자주 보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처음 보는 일이기도 하고요. 감독이라는 자리가 정말 중압감이 컸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래도 중압감이 컸죠. 프로에서만 15시즌 정도 감독을 했는데, 시즌 종료 후 다음 날부터 다음 시즌을 준비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있었어요. 그런 게 제 평생을 따라다녔어요.
지금은 그런 걸 내려놓을 수 있는 상황이에요. 농구를 즐길 수 있게 됐죠. 저를 보는 사람들마다 ‘얼굴 좋아졌네’라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웃음)
지금처럼 사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감독할 때는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 스케줄이 뭐였고, 어떤 걸 가르쳐야 하나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지금도 눈을 뜨면 가끔 그럴 때가 있어요. ‘오늘 할 일이 뭐였지?’ 이런 식으로요.(웃음) 저는 죽을 때까지 농구인인 것 같아요.
문득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졌습니다.
우선 제가 가지고 있는 산을 조금 더 가꾸고, ‘나는 농구인이다’에 포함될 유튜브 컨텐츠를 생각해야 합니다. 팬들 입장에서 쉽게 볼 수 있게끔 만드는 게 중요하죠. 그리고 흐름에 뒤떨어지지 않게 농구 공부를 계속 해야 합니다. 그런 것들이 NBA를 보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갑자기 생각났는데, ‘자연과 함께 하는 농구인’이 지금의 감독님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하하하. 좋은 표현인데요(웃음)
농구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 드렸지만, 제가 운영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이 ‘나는 농구인이다’입니다. 제가 농구와 가까이 있든 떨어져있든, 저는 농구인이라는 타이틀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아요. 어떤 상황이든, 농구는 항상 제 옆에 있죠.
힐링을 하기 위해 농막을 짓고 산을 가꾸고 있지만, 농구로 받아온 혜택이 제 인생의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어떤 거라도 해서 농구에 받은 혜택을 돌려주고 싶습니다. 봉사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뜬금없는 제의인지 모르지만, 횡성에 있는 공간을 농구를 위한 공간으로도 만들 생각은 없으신가요?
어우 좋죠. 제 욕심 같아서는 산 정상에 코트를 만들고 싶어요.(웃음) 아무튼 농구인들이 힐링하고 충전할 수 있다면, 제가 있는 공간이 그런 장소가 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사진 = KBL 제공, 추일승 감독 제공
바스켓코리아 / 손동환 기자 sdh25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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