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1월 15일, 용인실내체육관.
아산 우리은행의 맏언니인 김정은에게 특별한 순간이다. 개인 통산 정규리그 500경기 출전을 달성한 날과 장소이기 때문. 이는 WKBL 역대 9번째로 세워진 기록.
기록을 달성한 김정은은 평소와 다름없이 2021~2022 시즌을 치르고 있다. 선수로서 해내야 할 궁극적인 목표를 위해서다. 그 순간을 위해, 투혼과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기자가 이번 인터뷰에서 김정은한테 많이 들었던 말은 “은퇴가 얼마 남지 않았다”와 “언제가 마지막이 될지 모른다”였다. 그만큼 남아있는 선수 생활을 귀중하게 여겼다. 코트에 서있을 혹은 코트에 설 순간들을 절박하게 여기고 있다. ‘PRECIOUS MOMENTS’라는 문구가 신발에 적힌 것도 그런 이유가 컸다.

김정은은 2006 WKBL 신입선수선발회에서 전체 1순위로 신세계 쿨캣(현 부천 하나원큐)에 입단했다. 비록 신세계가 2011~2012 시즌 이후 해체됐지만, 김정은은 데뷔 후부터 2016~2017 시즌까지 한 팀에서만 뛰었다.
그리고 FA(자유계약)가 됐다. 평생 한 팀에만 있을 것 같은 김정은은 선수 인생에 가장 큰 변화를 줬다. 계약 기간 3년에 2017~2018 시즌 보수 총액 2억 6천만 원의 조건으로 우리은행 유니폼을 입은 것.
아무도 예상치 못한 변화였다. 비록 전성기에서 내려온 김정은이었다고는 하나, 김정은의 리그 내 경쟁력이 약해진 건 아니었기 때문. 또, 왕조를 구축하고 있던 우리은행이었기에, 김정은의 이적은 더 큰 의미를 지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한테 물음표와 느낌표가 공존했다. 그러나 김정은은 숱한 물음표들을 느낌표로 만들었다. 정규리그 34경기에서 평균 33분 48초 동안 12.8점 4.5리바운드 2.9어시스트에 0.97개의 스틸을 해냈고, 데뷔 첫 정규리그 1위(29승 6패)를 기록했다.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가장 큰 무대에서 가장 큰 가치를 보였다. 3경기 중 2경기에서 풀 타임을 소화했고, 평균 13.3점 3.3리바운드 3어시스트에 2.3개의 스틸과 1.3개의 블록슛을 해낸 것.
우리은행은 3전 3승으로 통합 6연패를 달성했다. 김정은은 데뷔 첫 우승 트로피를 획득했다. 생애 첫 챔프전 MVP까지 해냈다. 자신이 겪은 가장 큰 변화를 가장 큰 성과로 치환했다.
2017년 4월. 김정은 선수의 농구 인생에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어릴 때부터 다른 팀에 간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상상도 하지 않았죠. 영원히 하나은행에 있을 줄 알았어요.
그렇지만 나이가 들면서, 소속 팀에서 더 잘해야 한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런 마음이 들다 보니, 무리를 했어요. 무리하다 보니, 부상도 크게 당하고 수술도 크게 했죠. 복귀는 했지만, 그 과정에서 상처가 있었어요. 또, 팀이 세대 교체를 준비했죠. 그러면서 ‘내가 이제는 떠나야 한다’는 마음을 먹었고요. 결국 하나은행과 FA 협상이 결렬됐어요.
그런데 여러 팀에서 오퍼가 오더라고요.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요(웃음) 그렇지만 저 스스로 무너진 자존심을 세워야한다고 생각했어요. 내가 아직은 죽지 않았고,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 마음도 컸고요.
또, 첫 이적이기 때문에, 제가 얼마나 적응하느냐가 중요했어요. 우리은행을 선택한 건 그런 이유가 컸어요. 위성우 감독님과 전주원 코치님 모두 대표팀에서 경험한 적이 있거든요. 그리고 두 분한테 배워보고 싶은 마음도 컸고요.
기대가 컸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돌아온 건 위성우 감독님의 혹독한 조련이었습니다.
그 때는 정말 너무 힘들었어요.(웃음) 너무 힘들어서 못 할 것 같다는 말을 남편한테 했어요.
그렇지만 어렵게 이적했고, 그 때만 해도 친정 팀에 보여줘야 한다는 마음이 컸어요. ‘김정은이 한물갔다. 퇴물이다’는 의견에 해내야 한다는 생각도 컸고요.
밖에서 본 우리은행과 실제로 경험한 우리은행.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요?
훈련이 강하다는 건 소문으로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소문보다 더하더라고요.(웃음) 훈련 몰입도와 긴장감이 달랐어요. 다른 팀에서 온 선수들도 똑같은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사실 우리은행에 오기 전까지는 ‘왜 우리은행만 우승하는 거지?’라는 마음을 품었는데, 직접 와서 보니 알겠더라고요. 선수들이 그렇게 집중하고 몰입하기 때문에, 우리은행이 강하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직접 느껴보니, 우승할 자격이 있는 팀이더라고요.
김정은 선수에게도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대표적인 키워드가 ‘수비’인데요.
하나은행에서는 득점을 책임져야 했어요. 체력 부담이 컸고, 수비를 등한시할 수밖에 없었어요. 저 스스로도 화려한 것만 했고, 제가 지닌 개성도 컸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우리은행에서 해야 할 일은 달랐습니다. 먼저 우리은행은 조직력이 탄탄한 팀이잖아요. 제가 팀 컬러를 깨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또, ‘내가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는 마음도 없앴어요. 우리은행에는 쟁쟁한 선수들이 많았거든요.
그러면서 수비의 중요성을 느꼈습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이기려면 수비와 리바운드부터 해야 한다는 걸 또 한 번 느꼈습니다. 득점을 해야 이길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은 거죠.
이적 첫 시즌에 ‘우승’과 ‘챔프전 MVP'를 달성했습니다. 기분이 남달랐을 것 같아요.
개막 첫 2경기를 모두 졌어요. 그게 위성우 감독님이 우리은행에 부임한 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하더라고요. 또, KB스타즈와 첫 두 번의 맞대결을 모두 패했어요. 거기에 외국 선수도 수시로 교체돼서,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오기 전만 해도, 우리은행은 매년 우승을 했잖아요. 하지만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면서, ‘내가 불운의 아이콘인가?’라는 생각을 했어요. 하루하루 피가 말랐던 것 같아요.(웃음)
그렇지만 돌이켜보면, 매 경기 운이 따랐어요. 또, 매 경기에 모든 걸 걸고 했고요. 훈련을 혹독하게 했던 게, 우승으로 보상받은 것 같았고요.
챔피언 결정전 중 두 팔을 드는 세레머니를 했습니다.
챔피언 결정전 2차전일 거예요. 2차전 이기고 나서, 우승하겠다는 느낌이 왔죠. 그 경기에서 왼쪽 45도에서 3점을 넣은 후 양 팔을 드는 세레머니를 했는데, 잠깐의 희열이었지만 최고였던 것 같아요.
임영희 코치님과 (박)혜진이도 그 때 우승이 제일 어려웠다고 하더라고요. 그 때가 제일 뜻 깊었다고도 이야기했고요. 저 역시 그 때가 제일 행복했던 것 같아요. 평생 못 잊을 추억이기도 하고요.

우리은행은 2018~2019 시즌 정규리그 2위(27승 8패)를 기록했다. 7시즌 연속 정규리그 1위를 실패했다. 그리고 플레이오프에서도 용인 삼성생명과 시리즈 전적에서 1승 2패. 7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우승 또한 실패했다.
하지만 김정은은 예년과 다름없는 활약을 했다. 클래스를 보여줬다. 정규리그 전 경기를 소화한 김정은은 평균 31분 48초 동안 13.2점 5.0리바운드 2.3어시스트에 1.06개의 스틸을 기록했다. 플레이오프 3경기에서도 평균 36분 23초 동안 13.0점 6.7리바운드(공격 1.3) 1.7어시스트에 1.3개의 블록슛을 기록했다.
그리고 2019~2020 시즌이 됐다. 우리은행은 정규리그 1위(21승 6패)를 달렸지만, 2019~2020 시즌은 ‘코로나 19’로 조기 종료됐다. 김정은 역시 25경기에서 평균 11.0점 3.6리바운드 2.5어시스트 1.2개의 스틸을 기록했다. 그러나 아킬레스건 염증으로 마지막을 코트에서 보내지 못했다.
첫 우승 후 2년 동안 아쉬움을 안았다. 그렇지만 아쉬움만 생각하지 않았다. 팀 전체의 성장, 특히 어린 선수들의 성장을 고무적으로 여겼다. 그 속에서 또 하나의 희망을 찾은 듯했다.
첫 우승 후 2018~2019 시즌을 맞았습니다. 그렇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임영희 코치님과 함께 뛰는 마지막 시즌이었어요. 신세계 시절부터 정말 좋아하는 언니였죠. 하지만 플레이오프 마지막 경기에서 졌고, 이제 코트에서 함께 뛸 날이 없겠다고 생각했어요. 굉장히 슬펐어요. 2018~2019 시즌은 그 기억 밖에 나지 않아요.(웃음)
‘선수 임영희’가 2018~2019 시즌 종료 후 은퇴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은행은 2019~2020 시즌에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습니다.
임영희 코치님의 빈자리는 분명 컸습니다. 그렇지만 농구를 계속 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후배 선수들이 위기 의식을 느낀 것 같아요. 책임감도 커졌고요.
그러면서 김소니아 선수가 완전히 성장했고, 박지현 선수도 기대 이상으로 잘해줬습니다. 후배 선수들의 성장이 팀에 크게 작용했던 것 같아요. 비록 결과는 찝찝했지만, 어쨌든 그런 결과를 낸 건 후배들의 힘이 컸다고 생각해요.(웃음)
2019~2020 시즌만 해도, 정규리그 1위 팀이 챔피언 결정전에 직행했습니다. 그래서 ‘코로나 19’가 더 아쉬웠을 것 같은데요.
2019~2020 시즌 후반부에 아킬레스건을 다쳤습니다. 마지막 2경기를 못 뛰고, 치료에만 전념했죠. 비록 ‘코로나 19’가 왔어도, 저희 모두 챔피언 결정전을 한다는 생각으로 훈련했습니다. 저 역시 챔피언 결정전만 바라봤어요. 모든 걸 챔피언 결정전에 맞추기 위해, 트레이너와 몸을 만들었죠. 그런데 시즌이 조기 종료됐어요. 아쉬움이 남았어요.

2020~2021 시즌. WKBL은 큰 변화를 준다. 외국 선수 없이 시즌을 치르기로 한 것. 박지수라는 특급 센터를 보유한 청주 KB스타즈 외의 구단에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다.
우리은행도 마찬가지였다. 주전 자원은 탄탄하지만, 백업 자원이 탄탄하지 않았기 때문. 게다가 개막전부터 박혜진이라는 1옵션을 부상으로 잃었다. 주전 선수들이 돌아가면서 다쳤다.
김정은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니, 다른 선수들보다 훨씬 크게 다쳤다. 2020년 마지막 경기에서 ‘발목 탈구’라는 큰 부상을 입은 것. 고개 숙인 김정은은 눈물을 참지 못했고, 더 이상 코트에 돌아오지 못했다. 불길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시즌 아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은행은 두 시즌 연속 정규리그 1위를 달성했다. 하지만 김정은이 빠진 우리은행은 큰 경기를 헤쳐나가지 못했다. 플레이오프에서 1승 2패로 삼성생명에 또 한 번 덜미를 잡혔다. 김정은은 그 결과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박혜진이 개막전부터 이탈했습니다.
(박혜진은 2021년 10월 10일 청주 KB스타즈전에서 4분 45초만 뛰었다. 원인은 족저근막염이었다)
제 몸 상태도 사실 정상적이지 않았어요. 그런데 (박)혜진이까지 없어서, 부담이 더 커졌어요. 외국 선수가 없는 첫 시즌이었고요.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시즌을 치르다 보니, 해볼만했어요. 매 경기 어떻게든 버티려고 했고, 우승도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박)혜진이만을 오매불망 기다렸죠.(웃음)
2020년 12월 28일 하나원큐전에서 부상을 입었습니다.
(김정은은 하나원큐전을 포함해 17경기를 소화했다. 평균 33분 40초 출전에 13.4점 5.5리바운드 2.8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그 전에 발목을 두 번 정도 삐었어요. 하지만 워낙 부상을 달고 살다 보니(웃음), 이 정도는 참고 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그러다가 하나원큐전에서 크게 다쳤어요. 착지하고 발목을 봤는데, 발목뼈가 안쪽으로 완전히 탈구됐더라고요. 너무 놀라서, 펴보려고 하는데 툭 빠지더라고요. 그냥 ‘끝났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울었던 것 같아요.
우리은행이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지만, 플레이오프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플레이오프를 보는데 너무 미안했어요. 당시 삼성생명에는 김한별(현 부산 BNK 썸)과 배혜윤 등 인사이드 자원이 강한 반면, 우리는 골밑 자원이 많지 않았어요.
그런데도 선수들이 투지를 보여줬어요. 고생하는 게 눈에 보이는데, 그걸 보기만 하려니 미치겠더라고요. 마음이 좋지 않았고, 내가 직접 뛰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앞서 이야기했지만, 우리은행은 2012~2013 시즌부터 통합 6연패를 달성했다. 2010년대를 풍미한 팀이다.
그러나 우리은행이 보유한 현재의 위력은 이전과 같지 않다. 박지수를 등에 업은 KB스타즈가 새로운 왕조를 구축하고 있고, 구나단 감독대행 체제의 신한은행도 선두 구도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
지난 두 시즌 정규리그 1위였던 우리은행은 2021~2022 시즌 24경기 중 8패를 당했다. 정규리그 1위를 KB스타즈(23승 1패)에 내줬다. 우리은행의 시대는 확실히 지나갔다.
하지만 우리은행을 쉽게 보는 팀은 없다. 우리은행은 여전히 끈끈하고 여전히 탄탄하다. 경기력 역시 상승하고 있다. ‘왕조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김정은 역시 그 명제에 동의했다.
이번 비시즌에는 주전 멤버가 다 합류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력이 썩 좋지 않았는데요.
주변에서는 ‘우리은행은 국대 라인업이다’고 기대를 하셨습니다. 그렇지만 저희는 이 멤버 5명으로 연습조차 해본 적이 없어요.(웃음) 한 명씩 돌아가면서 다쳤고, 대표팀 차출도 있었거든요. 그리고 이번 비시즌에 처음 맞춰본 거였는데, ‘뛰다보면 조금씩 좋아지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을 한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게 오산이었죠.
감독님께서 최적의 조합을 위해 방향성을 계속 만들어주고 계세요. 선수들끼리도 미팅을 많이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요. 그러다 보니, 경기력이 조금씩 회복되는 것 같아요. 부족한 것도 많지만, 조금씩 나아지는 경기력은 고무적이라고 생각해요.
우리은행은 몇 년 동안 플러스보다 마이너스가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은행의 경기력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 것 같아요.
위기를 버티는 능력이 정말 좋아요. 그게 우리은행이 보유한 진정한 힘이라고 생각해요. 가장 우리은행답다고 느껴지는 순간이기도 하고요. 고참 선수들도 후배 선수들도 그렇게 느끼는 것 같아요.
‘누구 한 명이 빠지면, 내가 1.5배는 뛰어야 한다’는 끈끈함과 책임감도 커요. 제가 몸이 좋지 않아서 들쭉날쭉한 경기력을 보여도, 어린 선수들이 ‘제가 더 많이 뛰면 되요. 제가 더 잘할게요’라는 말을 해줘요. 그런 말이 고맙게 느껴졌고, 저도 후배들을 위해 더 뛰는 것 같아요.
또, 저희 팀이 워낙 조직적인 농구를 하는 팀이에요. 그래서 누구 한 명의 몸이 편해지면, 나머지 4명이 고생해요.(웃음) 다들 그걸 정확히 알아서, 더 끈끈하고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아요.

김정은은 지난 시즌 발목 부상 후유증에서 자유롭지 않다. 게다가 오랜 시간 선수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여기저기 상처투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은 24경기에서 평균 28분 59초 동안 10.3점 4.7리바운드 1.9어시스트에 38.1%의 3점슛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다. 수비나 리바운드, 허슬 플레이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뛰는 시간만큼은 중심을 확실히 잡아주고 있다.
그리고 지난 1월 15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생명전에서 개인 통산 정규리그 500경기 출전을 달성했다. WKBL 역대 9번째 기록. 대기록을 달성한 김정은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눈물을 흘렸다. 복합적인 감정의 눈물이었다.
하지만 더 큰 목표가 김정은의 앞에 있다. ‘우승’이다.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우승이기에, 더 절실함을 갖고 있다. 가장 소중한 순간을 만들기 위해, 지금의 시간을 소중히 여겼다. 농구화에 ‘PRECIOUS MOMENTS’라는 표현을 적은 것도 그런 이유였다.
1월 15일 삼성생명전에서 정규리그 500경기 출전을 달성했습니다.
사실 큰 감흥은 없었어요. 하지만 프로에서 17년을 뛰었는데, 500경기 밖에 못 뛰었나 싶기도 했어요.(웃음)
그런데 주변에서 너무 축하해주셨어요. 너무 감사했어요. 그리고 후배들이 어제(1월 19일 하나원큐전) 커피 차를 준비했더라고요. 감동했어요.
경기 수에 의미를 둔다기보다, 선수 생활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해 뛰어야 한다고 다짐했어요. 한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이고 은퇴의 순간도 정해져있지 않기에, 매 경기를 소중하게 임하려고 해요.
600경기는 욕심 나지 않으세요?
(현 우리은행 코치인 임영희만이 지닌 유일한 기록이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경기 수는 정말 의미 없는 것 같아요.(웃음) 저는 그저 농구가 정말 재미있고, 공동체 생활이 너무 좋아요. 이겼을 때 함께 기뻐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아요. 그렇지만 몸이 좋지 않다 보니, 매 경기를 귀중하게 여기려고 해요.
이번 시즌 목표는 어떻게 되세요?
아프지 않고, 매 경기를 뛰는 거예요. 그게 매년 잡는 목표에요. 그리고 선수라면 누구나 우승을 목표로 하잖아요. 저 역시 은퇴 전에 우승 한 번 더 해보고 싶어요.
그런데 KB가 너무 막강해요.(웃음) 특히, (박)지수한테 적수가 없는 것 같아요. 특급 외인이 뛰는 느낌?(웃음)
그래도 플레이오프는 단기전이라서 변수가 많잖아요. 끝까지 도전해봐야 해요. 그리고 저희는 도전자 입장이기 때문에, 큰 부담은 없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팬들한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유관중으로 전환되면서, 팬들을 만날 시간이 길어졌어요. 먼저 아산을 가면, 팬들께서 저희 버스 앞에서 기다려주시고, 500경기 출전을 축하한다는 말씀도 해주셨어요. 너무 감사했어요.
제가 비록 대단한 선수는 아니지만, 응원 받는 것 자체만으로 큰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이제 은퇴를 바라보는 나이지만, 코트에 들어서는 순간만큼은 팬 여러분들에게 실망을 드리고 싶지 않아요. 매 순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지금처럼 우리은행을 응원해달라는 이야기 전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일러스트 = 정승환 작가
사진 제공 = WKBL,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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