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지난 네 번의 농구영신, 어떤 기록이 남았나

김아람 기자 / 기사승인 : 2021-02-10 20:4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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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사는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1년 1월호에 게재됐습니다. (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매 링크)

농구(籠球)와 송구영신(送舊迎新)의 합성어인 ‘농구영신(籠球迎新)’.

 

KBL은 2016-2017시즌부터 프로농구 최대 이벤트 중 하나인 농구영신을 개최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농구영신 매치에 대한 상표권 등록을 마치기도 했는데, 스포츠의 특정 이벤트 브랜드가 상표권을 획득한 건 국내 최초에 해당한다. 

 

그러나 코로나19 앞에 장사는 없었다. 농구영신이 끝내 코로나19에 무릎을 꿇었다. 선수들과 팬들이 한자리에서 묵은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이벤트인 만큼 아쉬움은 더욱 크다. 

 

이에 <바스켓코리아> 2021년 1월호 ‘기록이야기’는 개최 불발된 2020년 농구영신의 아쉬움을 달래고자 지난 네 번의 농구영신 기록을 준비했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총 네 번에 걸쳐 새해를 앞둔 팬들을 설레게 했던 농구영신. 누가 그리고 어느 팀이 활짝 웃었는지 기록으로 돌아보자. 

 

▶ 2016년 12월 31일(토) - 고양 오리온(H) vs 서울 SK(A)

 

대한민국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로 선수단과 팬들이 체육관에서 새해를 맞이한 경기로 고양체육관에서 개최됐다. 선수도 팬들도 낯선 22시 팁오프. 그래서였을까. 경기는 이승현과 김우겸의 턴오버로 막을 올렸다. 첫 득점이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경기 시작 30여 초 만에 공격권을 찾아온 장재석이 스틸에 성공, 오데리언 바셋의 손을 거쳐 볼을 소유한 허일영이 외곽포를 발사했다. 농구영신 첫 득점이었다. SK도 만만치 않았다. 김선형의 패스를 받은 변기훈이 곧바로 3점슛으로 응수하며, 치열한 시소게임을 예고했다. 

 

3쿼터 중반까지 팽팽한 줄다리기가 펼쳐졌다. 이때까지 주고받기를 반복하던 두 팀의 최다 점수 차는 4점에 불과했다. 이후엔 오리온이 달아났다. 47-43으로 오리온이 4점 앞선 상황, 문태종과 제스퍼 존슨이 차례로 득점에 성공하며 격차를 벌렸다. 리바운드를 걷어낸 바셋도 짧은 시간에 4점을 몰아쳤다. 김동욱의 스틸 두 차례도 오리온의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리는 데 한몫했다. 그사이 SK는 번번이 나오는 실책에 아쉬움을 남겼다. 결과로 60-50, 오리온이 두 자리 점수 차로 앞선 채 4쿼터를 맞이했다. 

 

그러나 오리온은 4쿼터 초반에 급격히 흔들렸다. 이승현이 턴오버를 기록했고, 故 정재홍이 U파울로 자유투 2구와 공격권을 헌납했다. SK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김선형이 자유투를 모두 림에 꽂았고, 직후 김우겸이 침착하게 공격을 마쳤다. SK는 기세를 몰아 김동욱이 가지고 있던 볼을 훔쳐냈다. 세 번의 공격 리바운드 끝에 터진 제임스 싱글톤의 3점포. SK가 신바람을 낼 동안 무득점으로 묶인 오리온은 작전타임을 부를 수밖에 없었다. 

 

자정에 가까워지자 신체 리듬이 깨졌나. 양 팀은 다시 한번 턴오버를 쏟아냈다. 거듭되는 턴오버 속에 스틸에 성공한 김선형이 싱글톤에게 득점 기회를 만들어줬다. 59-62, SK의 추격에는 제동이 걸리지 않았다. 골 밑에서 집중력을 발휘하며 공격 리바운드를 잡아냈고, 끝내 김선형의 3점포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4쿼터 절반이 흐를 무렵에 64-64, 오리온은 김동욱이 살림꾼을 자처했다. 외곽에서만 두 차례 림을 조준한 김동욱은 리바운드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했으며, 동료들에게 찬스를 내줬다. 

 

경기 종료 1분 40여 초가 남은 상황, 68-73으로 뒤처진 SK가 작전타임을 요청했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김우겸과 변기훈이 내외곽에서 5점을 합작했고, 싱글톤이 역전 골을 집어넣었다. 오리온은 바셋이 자유투를 얻었지만 한 개를 놓쳤고, 마지막 공격이 무위에 그쳤다. 최준용이 이승현의 슛을 블록한 것. SK는 종료 직전까지 달렸다. 블록슛 이후 볼은 김선형의 손에 들어갔고, 변기훈이 속공으로 마무리했다. 77-74, 경기 종료 시각 23시 49분 30초. 다행히 연장 없이 새해맞이 이벤트가 진행될 수 있었다. 

 

TMI. 이날 경기로 2016-2017시즌 오리온과의 상대 전적에서 1승 2패를 기록한 SK. 남은 세 경기에선 오리온에게 내리 패했다. 

 

 

▶ 2017년 12월 31일(일) – 서울 SK(H) vs 고양 오리온(A)

 

지난해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를 거뒀던 SK가 오리온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변기훈의 득점으로 출발한 두 번째 농구영신에서도 3쿼터 중반까지 팽팽한 기 싸움이 펼쳐졌다. 3쿼터 종료 3분 20여 초를 남기고 헤인즈의 자유투로 54-49. SK는 빈틈을 보이지 않았다. 민성주를 일찌감치 5반칙으로 돌려세우고, 故 정재홍을 중심으로 61-53, 3쿼터를 8점 리드한 채로 정리했다. 

 

4쿼터에도 이변은 없었다. 안영준과 테리코 화이트, 애런 헤인즈, 최준용, 김민수 등이 고루 득점하며 리드를 이어갔다. 반면, 오리온은 전정규가 내외곽에서 분전했고, 버논 맥클린이 SK의 빈 곳을 노렸지만 다른 득점 지원이 부족했다. 경기 종료 40여 초를 남기고 최원혁의 3점슛으로 79-68, SK가 상대 추격 의지를 꺾으며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후반 들어 다소 싱겁게 끝났지만, 기록만큼은 풍성했다. 당시 헤인즈는 통산 9,000득점(역대 5호)과 500스틸(역대 26호) 금자탑을 쌓았다. 문경은 감독은 통산 200승을 달성하며 농구영신 2연승을 자축했다. 더불어 SK는 이날 경기에서 시즌 20승(10패) 고지를 밟으며 리그 3위 자리를 지켰다. 

 

TMI. 직전 시즌 오리온에 1승 5패로 좌절한 SK는 2017-2018시즌 오리온에 6전 전승을 거두는 등 리그를 2위로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원주 DB를 만났는데, 4승을 먼저 챙기며 우승컵까지 들어 올렸다. 

 

▶ 2018년 12월 31일(월) – 창원 LG(H) vs 부산 KT(A)


세 번째 농구영신은 창원에서 열렸다. 주인공은 통신사 라이벌이자 농구계 낙동강 더비를 구축 중인 LG와 KT. 첫 득점은 제임스 메이스의 손끝에서 나왔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김명진과 마커스 랜드리, 양홍석에게 차례로 실점할 동안 다른 득점은 없었다. 예열을 마친 후엔 강병현과 김시래가 외곽에서 림을 조준했고, 메이스와 김종규는 골 밑을 공략했다. 하지만 격차를 좁힐 순 없었다. 파울로 내리 자유투를 내준 와중에 최성모에게 3점슛을 얻어맞았다. 

 

17-23, 6점 뒤처진 LG는 2쿼터에도 별다른 수확을 올리지 못했다. 김현민과 랜드리, 양홍석, 최성모, 조상열, 김민욱 등 코트 곳곳에서 다양한 공격 옵션으로 압박해오는 KT와 시소게임을 펼치는 게 전부였다. LG는 두 외국 선수를 제외, 국내 선수들의 부진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00시 7분. 2019 기해년(己亥年)이 밝고 후반이 시작됐다. 평소라면 벌써 잠들었을 시간에도 KT는 지친 기색이 없었다. 김민욱이 활기를 더한 가운데 김영환이 힘을 실었다. LG는 여전히 메이스와 조쉬 그레이가 팀 득점의 대부분을 책임지며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3쿼터 막판 김시래가 3점슛을 꽂고, 김종규가 4점을 더했지만 KT와의 격차는 줄지 않았다. 

 

62-54, KT가 승기 굳히기에 나섰다. 랜드리의 3점슛을 어시스트한 김민욱이 김종규의 슛까지 막아내며 제 몫을 다해냈다. 양홍석과 랜드리는 찰떡 호흡을 자랑하며 연속 속공 득점을 뽑아냈다. LG는 김종규가 적극적으로 골 밑 공격을 퍼부었지만, 자유투마저 림을 외면하며 격차 줄이기에 실패했다. 경기 막판에는 소강상태가 이어졌다. 어느 팀도 쉽게 골망을 가르지 못하면서 그대로 경기가 종료됐다. 새벽 1시를 3분여 남겨둔 시점, 랜드리의 마지막 득점으로 79-70, 2018년에 시작한 경기가 2019년 새해가 밝고 끝이 났다. 

 

TMI. 시즌 초반부터 외국 선수로 골머리 앓은 KT. 농구영신에선 외국 선수 1명으로 준수한 경기력을 뽐냈지만, 이후 3연패 수렁. LG는 2018-2019시즌 홈에서 21승 6패를 기록했는데, 패한 여섯 경기 중 한 경기가 최다 관중이 입장했던 농구영신 매치.

 


▶ 2019년 12월 31일(화) – 부산 KT(H) vs 창원 LG(A)

 

2019년 12월 31일 전까지 2019-2020시즌 5연패로 고전하던 KT는 홈에서 필승을 다짐했다. 지난 2018년 농구영신에서 어려운 팀 사정에도 승리를 거뒀던 LG를 상대로 말이다. 경기 초반엔 쉽지 않았다. 알 쏜튼과 김윤태가 나란히 턴오버로 공격권을 잃은 사이, LG가 먼저 앞서 나갔다. 만회할 기회는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왔다. LG가 영점이 맞지 않는 틈을 타 김윤태와 김영환, 양홍석이 삼각편대를 형성했다. 

 

11-10, KT가 근소하게 앞선 채 시작된 2쿼터 초반엔 엎치락뒤치락 어느 한 팀도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LG는 한때 내외곽을 휘저은 마이크 해리스의 활약으로 19-13로 앞섰으나, KT의 두 베테랑 김영환과 김현민의 노련함을 당해내지 못했다. 외곽에선 김영환이, 안쪽에선 김현민이 버틴 KT는 28-24로 전반을 마무리했다. 

 

3쿼터엔 승부의 추가 균형을 이뤘다. 라렌이 외곽에서 화력을 과시하며 KT의 수비를 흔들었고, 김동량도 수비에서 존재감을 발휘했다. 김준형도 3점슛 대열에 합류, 조성민까지 공격에 가담하며 LG는 기어이 KT를 따라잡았다. 

 

뜨거웠던 3쿼터가 지나고 막을 올린 4쿼터. 3쿼터의 팽팽한 긴장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신인 최진광의 패스를 받은 바이런 멀린스가 덩크를 내리찍으며 홈팬들을 열광케 했다. KT는 최진광과 양홍석이 3점포를 가동했고, 멀린스가 골 밑을 장악했다. 김윤태는 빠른 공격으로 손을 보탰고, 최성모는 20여 초 만에 5점을 쓸어 담았다. KT가 펄펄 날아오를 동안 LG는 김준형의 3점슛과 라렌의 골 밑 등 단조로운 공격으로 애를 먹었다. 4쿼터 2분여가 남은 시점에서 76-59, 승리의 여신은 KT를 향해 미소지었다. 

 

TMI. KT의 신인 최진광(7점 2리바운드 1어시스트)은 생애 첫 농구영신 매치에서 KBL 공식 첫 득점까지 기록했다. 이 경기로 간신히 5연패를 끊어낸 KT는 이후 또다시 3연패 수렁에 빠졌으나, 리그 최종 순위 공동 5위로 봄 농구 티켓을 거머쥐었다. 

 


+ 참고로 네 번의 농구영신에서 승리를 거둔 팀은 직후 경기에서 모두 패했다. 

 

사진 제공 = KBL

바스켓코리아 / 김아람 기자 ahram1990@basket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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