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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켓코리아 = 김영훈 기자] 2001년 7월 23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KBL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첫 번째로 단상에 오른 인물은 대구 동양(현 고양 오리온)의 김진 감독이었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 한 선수의 이름이 나왔다.
모두를 놀라게 한 선택이었다. 단신에 경력도 짧은 어린 선수이기 때문. 1라운드 1순위를 낭비했다는 평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김진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9개 구단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지만 그는 속으로 외쳤다. ‘OK, 계획대로 되고 있어!’
이로부터 9개월이 지난 시점. 2001-2002시즌 마지막 경기가 끝나는 버저가 울리자 김진 감독 옆에는 이 선수도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바로 마르커스 힉스. 한국 농구의 외국인 선수 스타일을 바꾼 그 선수 말이다.
동양을 꼴찌에서 정상까지 올려놓은 힉스의 스토리를 <바스켓코리아>에서 짚어봤다.
※ 본 기사는 바스켓코리아 9월호 웹진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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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가 아니라 힉스? 힉스는 누구야?
힉스는 2001-2002시즌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 전체 1순위의 영예를 안았다. 예상 밖의 결과였다. 대부분 안드레 페리를 1순위 후보로 꼽았었다. 힉스의 예상 순위는 1라운드 중반에서 2라운드.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김진 감독의 생각만은 확고했다.
“전 시즌 득점 1위인 데니스 에드워즈를 생각하고 있던 도중 중국 하부리그(IBA)에 아는 감독이 힉스를 추천했다. 내가 원하는 스타일에 딱 맞는 선수였다.” 김진 감독의 말이다.
김진 감독이 원하는 스타일은 무엇이었을까. 시간을 1년 전으로 돌려보자. 동양은 2001 KBL 신인드래프트에서 3순위로 동국대 김승현을 지명했다. 훈련을 통해 그의 능력을 확인한 김진 감독은 주전 포인트가드로 그를 낙점한다.
뿐만 아니라 외국인 선수는 김승현에 맞는 선수로 선발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김진 감독의 구상에 정확히 들어맞은 힉스는 첫 번째로 이름이 불린다.
힉스, 역사를 쓰기 전 서막에 대하여
2001년 가을이 되자 프로농구 판이 뜨거워졌다. 실력파 외국인 선수가 많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
한국 사람보다 더 한국 농구에 정통한 조니 맥도웰, 전 시즌 삼성 우승을 이끈 아티머스 맥클레리, 교통사고로 한 시즌을 날린 뒤 복귀한 마이클 매덕스, 리바운드-블록슛 1위에 빛나는 재키 존스 등이 주인공. 이 밖에도 준수한 선수들이 즐비했다.
물론 마르커스 힉스에 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고 나왔다. 빠른 발과 넓은 시야, 득점 능력 등에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장점으로 작은 신장을 상쇄할 수 있다는 평이었다.
이는 김진 감독이 원했던 모습 그대로였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김 감독은 “비디오로 본 것 이상이었다”고 말했다. 김승현도 “호흡을 맞출 필요가 없더라. 내가 원하는 스타일의 농구를 했다. 힉스도 내 패스가 잘 맞았는지 스크린도 잘 와주고, 잘 달려줬다”며 힉스의 첫 모습을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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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1순위’ 힉스, 개막전부터 코트를 뒤집어 놓으셨다
기다리던 시즌에 들어가자 힉스는 자신의 존재감을 여과 없이 뽐냈다. 첫 경기부터 무려 36점 9리바운드. 자신의 이름을 팬들의 뇌리에 강하게 새기기에 충분한 활약이었다.
36이라는 수치보다 팬들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은 5개의 블록슛. 당시 표현대로 용수철 같이 뛰어올라 파리채 블록슛을 선보였다. 말도 안 되는 운동능력에 모두가 감탄했다.
하지만 이날 동양은 힉스의 분전에도 불구하고 인천 SK에 패했다. 문경은과 조니 맥도웰에게 49점을 헌납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 김승현은 “문경은 형에게 3점슛을 무더기로 맞았다. 힉스도 나도 처음이니 부담감이 심했다. 그러나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든 첫 경기였다”고 회상했다.
힉스의 맹활약은 한 경기로 끝나지 않고, 1라운드 내내 이어졌다. 9경기 평균 35.6점 9.1 리바운드 3.8블록. 경이로운 점은 고득점을 올리면서도 야투율이 61.1%에 달했다. 엄청난 효율을 기록한 것이었다.
힉스가 날자 동양도 살아났다. 개막전 패배 이후 7연승을 달렸다. 전 시즌 10위의 순위도 1위로 치솟았다. 하지만 이는 이변의 서막에 불과했다.
부진(?)했던 시기는 도약을 위해 움츠린 것이었을 뿐!
1라운드에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 동양은 2, 3라운드에 주춤했다. 힉스가 발목 부상을 당했던 것이 컸다. 30점 넘게 올려주던 선수가 20점밖에(?) 하지 못하자 동양은 10승 8패를 기록했다. 5할 승률을 넘겼으나 1위를 유지하기는 어려운 성적이었다.
4라운드가 되자 힉스의 부진은 더욱 심해졌다. 집중 견제와 페리맨의 분전으로 많은 출전 시간을 가져가지 못했다. 라운드 평균 득점도 15.9점으로 하락했고, 30%를 지켜오던 3점슛 성공률도 22.7%로 떨어졌다.
하지만 힉스는 5라운드부터 다시 살아났다. 외곽슛 정확도가 돌아왔고, 30점 이상 퍼붓는 경기도 종종 나왔다.
우여곡절을 겪은 힉스는 기어이 동양을 정규리그 1위로 이끌었다. 시즌 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전 시즌 꼴찌의 정상 탈환. 그 어려운 일을 해내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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힉스, 봄 농구에서도 진가를 발휘하다
정규 시즌 1위 동양과 챔프전 진출을 놓고 한판을 벌일 상대는 창원 LG. 공격 농구의 진수를 보여줬던 팀이다.
동양은 휴식을 취하고 LG와 만났다. 하지만 이게 오히려 독이 됐다. 경기 감각이 떨어졌다. 반면 LG는 인천 SK를 2대0으로 누르면서 분위기가 한껏 오른 상태. 게다가 김승현도 1차전에서 부상을 당하면서 LG의 완승으로 끝났다.
하지만 정규 시즌 1위의 위엄은 2차전에서 발휘됐다. 특히 힉스가 13개의 야투만으로 28점을 올리면서 시즌 초와 같은 모습을 보였다. 페리맨도 22점을 보태면서 동양의 완승. 내친김에 3차전도 잡으며 시리즈 전적 우위를 가져갔다.
벼랑 끝에 몰린 LG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조우현, 오성식 등의 활약으로 승부를 5차전을 끌고 갔다. 힉스는 39점을 폭발시켰으나 팀의 패배로 빛이 바랬다.
한 번의 실수가 운명을 좌우하는 5차전. 의외로 싱거운 승부가 펼쳐졌다. 동양은 2쿼터부터 앞서갔다. 페리맨, 전희철, 김승현의 활약이 합쳐진 결과였다.
LG가 쫓아온 3쿼터에는 힉스가 나섰다. 연속 6점으로 상대 추격 의지를 꺾었다. 최종 스코어 90-69, 21점 차 대승이었다. 힉스도 26점 11리바운드로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제 동양은 챔피언의 자리에 한 발자국만 남겨두게 됐다.
힉스, 동양에 첫 별을 선사하다
힘들게 올라온 챔피언 결정전. 기다리고 있는 팀은 서울 SK였다. 임재현, 조상현, 석주일, 서장훈 등이 포진해 있었으며 정규 시즌에는 14연승을 달리기도 했던 강팀이었다.
하지만 1차전 동양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힉스가 30점 9리바운드 10블록슛이라는 전대미문의 기록으로 무참히 짓밟았다. 전희철과 김승현도 각각 16점씩 보탰다.
힉스는 2차전에도 빛났다. 35점을 퍼부었다. 그러나 서장훈, 조상현이 맹활약한 SK의 극적인 승리였다. 두 팀은 3차전과 4차전도 나눠 가지면서 팽팽한 균형을 유지했다.
5차전, 시종일관 접전이던 승부는 경기 종료 직전 갈렸다. 조상현이 1.8초를 남기고 3점슛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71-70, 짜릿한 역전승. SK는 우승까지 한 경기만 남겨두고 있었다.
동양이 벼랑 끝에 몰리자 힉스가 나섰다. 33점 11리바운드. 야투 11개를 던져 9개나 넣었고, 3점슛 도 3개 시도해 모두 성공시켰다. 그야말로 만점 활약. SK에 가까워졌던 우승 트로피를 50대50으로 돌려놨다.
운명의 7차전, 경기의 경중과는 다르게 원사이드한 경기가 펼쳐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동양이 점점 격차를 벌려갔다. 중심에는 단연 힉스가 있었다. 34점을 몰아치면서 SK를 따돌렸다. 결국 동양이 정상의 자리에 올랐고, 힉스는 챔프전 MVP를 수상했다.
힉스는 그렇게 전 시즌 9승의 팀을 한국에 온 지 1년 만에 가장 높은 곳으로 올려놨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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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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