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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켓코리아 = 김준희 기자] 우승은 흔히 ‘하늘이 내려주는 것’이라고들 한다. 누군가는 숱하게 경험해봤을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그 무대조차 경험해보지 못하고 선수 생활을 마감하기도 한다.
프로 데뷔 12년 차. 산전수전 다 겪은 나이지만, 유독 그에게 ‘챔피언결정전’이라는 무대는 멀게만 느껴졌다.
그런 그에게 꿈에 그리던 챔프전이 다가왔다. 비록 열매는 맺지 못했지만, 그에게 있어 2018-2019시즌은 잊지 못할 시즌으로 남았다.
이제 그는 다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한다. 어쩌면 얼마 남지 않았을 선수 생활, 또 한 번 올지 모르는 우승 기회를 위해 그는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인천의 ‘살아있는 레전드’, 정영삼의 이야기다. 시즌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 여전히 팀의 중심을 지키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바스켓코리아>에서 들어보았다.
※ 본 기사는 바스켓코리아 9월호 웹진에 게재된 글입니다. (인터뷰 시점은 2019-2020시즌 개막 전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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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서 반갑습니다. 개막이 어느덧 한 달도 남지 않았는데, 요즘 어떻게 보내고 계시는지요.
비시즌 동안 큰 부상이나 아픈 데 없이 잘 보내고 있어요. 훈련 스케줄이나 구단 행사 모두 잘 소화하면서 보내고 있는 것 같아요. 이제 외국인 선수들이 들어올 시기라서, 그 선수들과 같이해야 하는 전술적인 부분을 준비하고 있죠.
지난 시즌이 많이 길었잖아요? 휴식은 잘 하셨나요?
프로 데뷔하고 12년 동안 챔프전을 처음 가봤는데, 시즌이 늦게 끝나다 보니 비시즌이 이렇게 짧게 느껴진 게 처음인 것 같아요. 그래도 끝나고 충분히 잘 휴식했고, 재충전했습니다. 성적이 좋게 나왔기 때문에 비시즌이 짧은 거니까 좋긴 해요. 하지만 불안한 감도 있죠.
불안한 부분이라면 어떤 걸까요?
아무래도 선수들은 훈련량이 많을수록 자신감을 얻거든요. 올해는 예년보다는 훈련량이 약간 적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불안감이 있어요. 쓸데없는 불안감이죠(웃음).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지난 시즌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자 해요. 어떠셨나요?
팀 성적으로 보면 굉장히 만족스러웠던 시즌인 것 같아요. 다만 조금 아쉬움이 있다면, 시즌 후반에 제가 몸이 좋지 않아서 많은 경기를 결장한 게 아쉬움으로 남아요. 사실 지난 시즌에 통산 500경기를 채우고 끝내는 게 목표였어요(2018-2019시즌 41경기 출전, 통산 496경기). 개인적으로 그걸 달성하지 못한 부분이 아쉽게 느껴져요. 그런 부분을 제외하면, 팀 적으로 봤을 땐 굉장히 만족스럽고 성공적인 시즌이지 않았나 생각해요. 비록 우승은 하지 못했지만요.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프로 데뷔 12년 만의 첫 챔프전이었습니다.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아요.
플레이오프에서 LG를 꺾고 챔피언결정전 진출이 확정됐을 때, 코트에 서 있는 후배들한테 정말 고마웠어요. 자랑스럽기도 했고요. 굉장히 뿌듯하더라고요. 그렇게 후배들이 예뻐 보였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요(웃음). 라커룸 가서도 (박)찬희나 (정)효근이 등 후배 선수들한테 고맙다고 이야기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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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힘들게 진출한 챔프전이었는데, 결과가 아쉽게 됐습니다.
기디 팟츠의 부상이 컸던 것 같아요. 물론 그다음에 온 투 할로웨이 선수도 굉장히 잘해줬어요. 하지만 팟츠가 워낙 우리 팀에 잘 적응했었고, 전술적으로 특화되어 있었기 때문에 아쉬움이 많죠. 팟츠가 부상을 당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챔프전이 다른 흐름으로 흘러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래도 어쨌든 지나간 거잖아요. 빨리 털어버리고 다음 시즌을 준비해야죠.
만약 다시 챔프전에 진출한다면 어떨까요?
늘 하듯이 평정심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아무래도 현대모비스에는 그런 중요한 경기를 많이 뛴 베테랑들이 많았잖아요. 우리가 경험적인 부분에서 밀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만약 다음에 다시 그런 기회가 온다면, 우리 팀 젊은 선수들이 한 번 경험했기 때문에 충분히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시즌이 끝난 뒤에는 개인적으로 기쁜 일도 있었습니다. 전자랜드와 FA 재계약을 맺었어요(계약기간 3년, 보수 2억 5천만원).
솔직히 제도 특성상 FA라는 게 크게 실감은 나지 않았어요. 해마다 하는 계약과 비슷하게 느껴졌었죠. 그래도 어쨌든 제가 지금 전자랜드에서만 12년째 생활하고 있잖아요. 이렇게 한 팀에서 오랜 기간 동안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스러운 일이죠. 그런 기회를 주신 전자랜드 구단에도 많이 감사하고요.
금액적인 부분보다, 3년이라는 기간에서 다소 놀라움을 느꼈습니다. 구단에서 신뢰가 두터운 것 같아요.
솔직히 제가 지난 시즌에 기록적으로는 정말 형편없었는데(웃음), 구단에서 배려를 많이 해주신 것 같아요. 계약 기간 동안 성실하게 잘해야 마무리도 좋게 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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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재계약을 통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전자랜드에서 시작과 끝을 함께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정영삼 선수의 인생에 ‘전자랜드’란 어떤 의미로 남을까요.
많은 애착이 느껴지는 팀이죠. 솔직히 이제는 ‘내가 여기서 더 잘해야겠다.’ 이런 것보단, ‘팀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이런 생각이 먼저 드는 것 같아요. ‘소속팀’이라는 개념을 넘어서 제 인생에 있어서 일부분이 된 것 같은 느낌? 각별하게 느껴지죠.
‘원클럽맨’이라는 단어에 자부심을 느끼시나요?
원클럽맨이 그렇게 많지는 않잖아요. 선수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한 팀에서 계속 뛰다가 은퇴까지 하는 건 쉽지 않은 부분인데, 회사에서 굉장히 좋게 잘 봐주신 것 같아요. 제가 가지고 있는 능력보다도 더 잘 봐주시는 것 같아요. 회장님 감사합니다(웃음).
시계를 좀 더 많이 돌려보겠습니다. 사실 지금은 많은 사람이 정영삼 선수의 장점 하면 ‘3점슛’을 꼽지만, 전성기 때는 ‘돌파’와 ‘슬래셔’로 명성을 떨쳤습니다.
까마득한 이야기네요(웃음). 어릴 때부터 그런 스타일로 배웠어요. 자신감이죠. 한두 명쯤은 제칠 수 있다는. 그럴 만한 나이였고요. 지금도 할 수는 있는데, 부상 염려도 있고 운동능력도 과거보단 떨어지다 보니 잘 못하죠. 그리고 그땐 슈팅이 지금보다 정교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슛보다는 좀 더 자신 있는 돌파 위주로 경기를 풀어나갔던 것 같아요. 재밌었어요. 휘젓고 다니는 게 한창 재밌을 나이기도 했고요.
2008 베이징 올림픽 예선전에선 NBA 가드 고란 드라기치를 상대로 환상적인 돌파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솔직히 그땐 그 선수가 드라기치인지도 몰랐어요. 상대방이 누구냐가 중요한 게 아니니까요. 그런 부분보다는, 그다음에 제가 다치면서 몸 관리를 제대로 못해서 대표팀에 꾸준히 승선하지 못한 게 아쉽죠. 더 많은 국제대회에 나가서 능력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선수 커리어에서 그 부분이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 그땐 노련하지 않고 미련하게 농구 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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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정영삼 선수가 이젠 3점슛 위주의 정통 2번이 됐습니다.
재미가 없어졌죠(웃음). 멋도 없어졌고요. 제가 어릴 때 농구를 배울 땐, ‘정형화되지 않게 하라’는 말을 많이 들었었어요. ‘농구선수는 한 골을 넣더라도 멋있게 넣어야 한다’는 철학이 존재했죠. 특히 농구란 스포츠는 같은 2점을 넣더라도 어떻게 넣느냐에 따라 사람들이 기억하는 게 천지 차이니까요. 그렇게 농구를 배우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돌파 같은 것도 많이 하게 된 것 같아요.
사실 말이 쉽지, 플레이 스타일을 바꾼다는 게 쉬운 건 아니었을 것 같은데요.
프로 데뷔 당시 감독님이 최희암 감독님이셨어요. 감독님께서 ‘돌파는 잘하는데, 프로에서는 슈팅력이 필요하다. 이 정도 슈팅력으로는 프로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보완해보자’고 하셨죠. 그때부터 감독님께서 웨이트 시간에 저만 따로 앉혀놓고 엄청나게 시키셨어요(웃음). 개인적으로도 남는 시간에 계속 슈팅 연습을 했고요.
근데 사실 연습 때 500개, 1,000개 던지는 건 소용이 없어요. 시합 때 던지는 게 중요해요. 연습 때 던지는 것과 시합 때 던지는 건 완전 다르거든요. 당시엔 감독님께서 자신감을 많이 불어넣어 주셨어요. 교체돼서 나와도 ‘안 들어가도 괜찮아. 잘 던졌어. 좀 쉬었다가 다시 들어가 봐’ 이런 식으로 힘을 북돋아 주셨죠. 그러다 보니까 슛이 한두 개씩 들어가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렇게 최희암 감독님께서 슈팅과 폼을 잡아주셨고, 유도훈 감독님께서 오시면서 무빙슛이나 수비를 이용한 미드레인지 점퍼 이런 걸 많이 알려주셨죠.
플레이 스타일의 변화에서 ‘부상’이라는 키워드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해마다 부상이라는 단어에 직면하는 것 같아요. 사실 근데 제 커리어를 놓고 보면 크게 결장했던 시즌은 없어요. 꾸준히 평균 50경기 정도를 소화했는데, 아무래도 전 경기를 뛴 시즌이 없어서 그런지 다들 그렇게 인식하시는 것 같아요.
전 경기 출전을 한 번이라도 하면 그런 인식이 싹 없어지겠군요(웃음).
안 그래도 그게 제 개인적인 목표예요. 동기인 (김)영환(KT)이는 4시즌인가 했더라고요. 부럽던데요(웃음). 근데 제 동기들이 몸 관리를 잘해요. 보통 이 정도 나이가 되면 리그에 2~3명 정도 남아야 정상이거든요. 농구를 잘해서 그런 건지, 몸 관리를 잘해서 그런 건지… 심지어 (양)희종이는 지금도 대표팀에 가 있잖아요. 대단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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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화제를 ‘유도훈 감독님’으로 돌려보고자 해요. 정영삼 선수가 생각하는 감독님은 어떤 분인가요.
처음에는 엄청 무서우셨어요. 눈매도 약간 부리부리하시잖아요(웃음). 아직도 좀 어렵긴 해요. 근데 요즘엔 감독님을 뵈면 좀 짠하더라고요. 최근에 허리가 안 좋으셔서 앉아 있는 걸 불편해하시거든요. ‘세월이 많이 흘렀구나’ 싶더라고요. 감독님께서 요즘은 어린 선수들도 많이 배려해주세요. 저 어릴 때 그렇게 좀 해주시지(웃음). 애들이 힘들어하는 것 같으면 훈련량도 조절해주시고, 많이 유해지신 것 같아요.
그래도 항상 선수단 운영하시는 걸 보면 배울 점이 많아요. 철두철미하시잖아요. 선수들은 좀 힘들긴 하지만(웃음), 나이가 들다 보니까 힘든 것보다는 배울 점이 더 많이 느껴져요. ‘나중에 지도자가 되면 저렇게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감독님과 신뢰 관계도 굉장히 두터운 걸로 알고 있어요. 본인을 믿어주는 감독이 있다는 건 어떤 기분인가요.
든든하죠. 감독님을 어려워하는 선수들도 있지만, 전 그냥 솔직히 터놓고 이야기해요. 제가 실수했을 땐, 먼저 손 들면서 ‘죄송하다’고 표현하고요. 약간 저한테는 삼촌 같은 이미지가 있으세요. 그렇다고 마냥 편한 건 아니고요(웃음).
대구 출신이신데, 워낙 인천에서 선수 생활을 오래 하셔서 인천 사람인 줄 아시는 분들도 많을 것 같아요.
저희 와이프 고향이 인천이거든요. 마침 우연히 인천 팀에 입단하게 된 거죠. 지금은 대구보다 여기가 더 고향 같아요. 지방 내려갔다가 올라올 때, 시흥 톨게이트 지나서 인천이 보이면 이상하게 그때부터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웃음). 인천에서 12년을 살고 있으니, 사실 여기가 이제 제 고향이죠.
이제 다시 시즌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 볼게요. 다음 시즌 어떻게 보시나요?
일단 외국인 선수 신장 제한이 풀렸고요. 지난 시즌 저희가 장신 포워드들이 많았는데, 이번 시즌에는 (김)상규와 (정)효근이가 이탈해서 신장이 낮아진 부분이 있어요. 외국인 선수들도 다른 팀 선수들보다 신장이 작은 편이고요. 그래서 지난 시즌보다 좀 더 변칙적인 수비와 정교한 움직임을 가져가야 할 것 같아요. 저희 팀 컬러인 ‘조직력’은 유지하면서요. 그리고 좀 더 많이 뛰고, 달려야 할 것 같아요. 공수에서 더 많은 체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신장이 낮다는 점은 다음 시즌 감수해야 할 몫인 것 같습니다.
근데 또 작으면 작은 대로 좀 더 재미는 있을 것 같아요. 감독님께서 포워드를 잘 활용하시기도 하고, 원체 전술적인 지식이 많으시기 때문에 철저하게 준비하실 거로 생각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젊은 선수들이 얼만큼 성장하는 지도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네요.
저희 팀 후배들이 훌륭해요. 잘하고, 파이팅이 있어요. 지난 시즌을 기점으로 실력이 한 단계 성장한 건 이미 입증된 부분이고요. 중요한 건 그걸 꾸준하게 유지하는 거죠. 한 해 반짝하고 내려가면 말짱 도루묵이잖아요. 저희 팀이 또 꾸준한 성적을 유지하는 게 장점인데, 어린 선수들이 해줄 거라 믿습니다.
정영삼 선수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제가 앞으로 팀에 얼마나 중용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멀리 내다보기보다는 한 경기, 한 경기에 집중하고 싶어요. 그리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기회가 된다면 큰 부상 없이 전 경기에 건강한 모습으로 출전하는 게 가장 큰 목표입니다.
마지막으로 팬분들께 인사 부탁드릴게요.
전자랜드 팬 여러분, 지난 시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린 만큼 이번 시즌도 기대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효근이의 공백이 있긴 하지만, 비시즌 동안 많이 준비했습니다. 이번 시즌도 체육관에 많이 찾아와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지난 시즌보다 더 좋은 모습, 더 좋은 성적으로 보답해드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더 많은 기사를 보고 싶으시다면? ☞ 바스켓코리아 9월호 웹진 보기
사진 = 신승규 기자, 인포그래픽 = 박경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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