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김승기 KGC인삼공사 감독, 그의 기다림은 신화가 되었다

손동환 기자 / 기사승인 : 2021-07-05 08:4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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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1년 6월호에 게재됐습니다.(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매 링크)

한 분야의 정상에 서는 것. 생각 이상으로 어려운 일이다. 정상에 오르는 과정 자체가 험난하고, 예상치 못한 변수도 견뎌내야 하기 때문이다.
KBL 역시 그렇다. 비시즌을 잘 마쳐도 여러 가지 변수에 어려운 시즌을 보낼 수 있다. 무엇보다 모두가 하나의 목표를 위해 어우러지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안양 KGC인삼공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2016~2017 시즌 첫 통합 우승을 차지했지만, 그 후 세 시즌 모두 우승 문턱에도 다가가지 못했다.
그러나 무작정 기다린 건 아니었다. 선수 수급과 선수 육성 등 장기적인 준비가 있었고, 오랜 준비를 거친 KGC인삼공사는 창단 첫 통합 우승 후 4년 만에 플레이오프 우승을 차지했다. 그것도 ‘KBL 역대 최초 플레이오프 10전 전승 우승’이었다. 그 중심에는 김승기 KGC인삼공사 감독의 지도력이 있었다.(본 인터뷰는 2021년 5월 15일 오전 11시 40분에 진행됐다)

예상치 못한 시작, 예상치 못한 성과
김승기 KGC인삼공사 감독은 2005~2006 시즌 은퇴 후 원주 동부(현 원주 DB)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2007~2008 시즌 원주 동부의 통합 우승을 도왔고, 그 후 전창진 감독(현 전주 KCC 감독)과 함께 부산 kt로 둥지를 옮겼다. 2010~2011 시즌 kt의 정규리그 1위에 큰 힘을 실었다.
2014~2015 시즌 종료 후 안양 KGC인삼공사로 소속 팀을 바꿨다. 그 때 역시 전창진 감독과 함께 이동했다. 하지만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일이 발생했다. 전창진 감독의 승부 조작 파문이 터졌고, 전창진 감독이 해당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KBL 역시 혐의를 안고 있는 전창진 감독에게 ‘무기한 자격 정지’를 내렸다.
그 때부터 김승기 코치가 아닌 김승기 감독으로서 지도자 인생을 시작했다. 예상치 못한 시작이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의 코치 경험을 토대로, 자신만의 색깔을 KGC인삼공사에 입혀나갔다. 그리고 2016~2017 시즌 아무도 예상치 못한 성과를 이뤘다. 그 성과는 바로 감독으로서 첫 통합 우승이었다.

급작스럽게 감독을 맡으셨습니다. 많이 힘드셨을 것 같은데요.
말씀하신 대로, 모든 게 갑작스럽게 진행됐습니다. 당황스럽고 힘들었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연습 시키는 건 어렵지 않았습니다. 코치 때부터 전창진 감독님 대신 훈련을 진행한 적이 있어서, 그런데 벤치를 보고 타임을 부르는 게 너무 어려웠어요. 그 점 때문에, 시행착오를 많이 겪은 것 같아요.
선수단의 이탈 요소도 많았어요. 먼저 (오)세근이와 (전)성현이가 대학 시절 불법 도박 혐의 때문에 출전 정지를 당했어요.(오세근 : 27경기 출전 정지, 전성현 ; 54경기 출전 정지) (박)찬희(현 인천 전자랜드)랑 (이)정현이(현 전주 KCC)는 국가대표로 차출됐어요. 선수들이 다 있어도 어려운데(웃음), 연습을 같이 했던 주축들이 빠져서 더 당황했어요.
오랜 시간 코치를 하셨습니다. 그게 감독 생활에 큰 힘이 됐을 것 같은데요.
완벽한 건 아니었지만, 벤치 보는 요령과 타임 부르는 타이밍 등을 익히는데 엄청난 도움이 됐어요. 오랜 시간 코치를 하면서 보고 배운 게 많았죠.
그걸 차분히 생각해봤어요. 생각했던 걸 정리해서 선수들을 지도하려고 했죠. 다행히 선수들이 잘 따라줬고, 그래서 저희 팀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감독님의 색깔이 첫 시즌(2015~2016)부터 드러났던 것 같습니다. 특히, 감독님께서 원하시는 트랩 수비가 잘 이뤄졌던 것 같은데요.
제가 지금까지 해온 농구와 생각해왔던 농구를 하려고 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트랩수비였어요. 정말 많이 했어요. 지역방어를 설 때도 트랩을 했으니까요.
다만, 무분별하게 가는 건 아니었어요. 타이밍을 봐야 하고, 누구에게 가야 하는지를 알려줬어요. 선수들에게 트랩을 가야 하는 상황과 그렇지 않은 상황을 구분해서 알려줬고, 선수들이 그 점을 잘 이행했던 것 같아요.
감독이 된 후, 두 번째 시즌(2016~2017) 만에 통합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KGC인삼공사는 2016~2017 정규리그에서 39승 15패로 1위를 차지했다. 4강 플레이오프에서 울산 모비스를 3-0으로 완파한 후, 챔피언 결정전에서 서울 삼성을 4승 2패로 꺾었다. KGC인삼공사는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차지했고, 김승기 감독은 사령탑 데뷔 후 첫 통합 우승을 거머쥐었다)
2015~2016 때 4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주변에서 의구심을 품더라고요. ‘사령탑 된 지 얼마 안 된 김승기 감독이 선수들을 장악하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겠는가?’라는 의문 부호가 제일 많았죠. 그리고 저희 팀을 향한 편견도 많았어요. ‘선수들 개인 기량은 좋지만, 뭉쳐지지 않는 팀’이라는 편견이었죠.
그래서 2016~2017 시즌 전에, 우리가 우승한다는 이야기를 아무도 안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달랐어요. 선수 구성을 보니까, 우승할 수 있는 멤버였거든요.
선수들이 끝까지 잘 해줬고, 저와 선수들 모두 ‘구단 창단 첫 통합 우승’이라는 영광을 누렸어요. 저 개인적으로 힘든 상황도 여러 가지 있었는데, 그럴 때 우승해서 더 감동적이었던 것 같아요.
또, 첫 우승하고 느낀 게 많았어요. 코칭스태프와 사무국의 준비, 선수들의 노력, 그리고 운도 따라줘야, 우승이 따라온다고 생각했어요. 반대로, 하나라도 잘 안 되면, 우승할 수가 없어요. 그런데 그 때는 모든 게 잘 맞아 떨어졌다고 생각해요.(웃음)
챔피언 결정전 6차전 마지막 타임 아웃이 아직도 화제입니다. 덕분에, ‘김승기 감독은 선수들의 의사를 존중해주는 사령탑’이라는 이미지도 생겼습니다.
(2016~2017 챔피언 결정전 6차전. 남은 시간은 5.8초였고, 점수는 86-86이었다. 김승기 감독은 2대2를 지시했지만, 이정현은 1대1로 끝내겠다고 했다. 김승기 감독은 이정현의 말을 존중했고, 이정현은 1대1에 이은 레이업으로 시리즈 마지막 득점을 성공했다)
저희는 2015~2016 6강 플레이오프 때도 삼성과 붙었습니다. 삼성과 마지막 경기를 하는데, 2016~2017 챔피언 결정전 마지막 순간과 똑같은 상황이 나왔어요.
그 때는 2대2를 해서 성공을 했습니다. 이번(2016~2017 챔피언 결정전 마지막 순간)에도 똑같이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정현이한테 2대2 이후에 해결하라고 주문했죠.
그런데 정현이가 1대1을 제안하더라고요. 그걸 듣고, 순간적으로 생각해봤죠. 코트에서 뛰는 건 결국 선수고, 선수의 판단이 더 정확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또, 정현이가 하는 말이 맞다고 생각했어요. 임동섭이 정현이를 수비하고 있었고, 정현이 정도면 임동섭을 1대1로 뚫을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인내의 시간
첫 열매가 너무 빨리 찾아왔을까? 김승기 감독은 통합 우승 이후 기나긴 시간을 기다렸다. 인내의 시간이었다.
아무 성과 없이 기다렸다면, 김승기 감독이 더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김승기 감독은 미래를 위한 준비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사무국과 함께 우승할 수 있는 선수단을 구성하고, 코칭스태프와 함께 선수들을 더 강하게 조련했다.
김승기 감독은 단단한 준비 과정을 거쳤다. 그러자 확실한 근거가 생겼다, 팀의 미래가 확실할 거라는 근거 말이다. 확실한 근거를 얻은 김승기 감독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렇기 때문에, 첫 우승 후 4년의 시간은 김승기 감독에게 소중한 자산인 것 같았다.

2017~2018 시즌 때는 4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오)세근이가 시즌 중에 부상을 당했지만, 다른 선수들이 경기를 잘했습니다. (양)희종이가 정말 끝내줬고, 트레이드로 영입된 (이)재도(현 창원 LG) 또한 당황하지 않고 잘해줬습니다.
그러다가 세근이가 6강 플레이오프 전에 돌아왔습니다. 세근이가 돌아오자, 선수들 모두 자신감을 얻었어요. 특히, (전)성현이가 날개를 폈죠. 저희 팀 분위기가 달라졌고, 모비스를 3-0으로 잡을 수 있었어요.
하지만 세근이가 4강 플레이오프 직전에 다쳤습니다. 희종이와 재도, 성현이와 데이비드 사이먼 등 많은 선수가 잘했지만, 디온테 버튼을 막지 못했습니다.
그 때, 세근이의 공백이 느껴졌어요. 버튼을 막는데 세근이가 필요했거든요. 세근이가 있었다면, 2017~2018 시즌에도 챔피언 결정전에 올라가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세근이가 있었다면, 우리가 더 높은 결과를 만들 수 있었다고 봐요.
2018~2019 시즌에는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KGC인삼공사는 당시 25승 29패로 정규리그 7위에 머물렀다)

(문)성곤이가 2016~2017 시즌 종료 후 상무에 먼저 갔고, 재도와 성현이는 2017~2018 시즌 후 상무로 갔습니다.
주축 자원이 많이 빠졌습니다. 저희는 리빌딩을 해야 했죠. 백업 선수를 키우는데 중점을 뒀습니다. 그리고 군대 간 선수들이 다 돌아올 때, 승부를 걸려고 했습니다.
그 때 주로 키웠던 선수가 박지훈(현 상무)과 변준형이었습니다. 두 선수가 너무 잘해줬어요. 경기를 많이 뛰면서, 실력이 많이 향상됐죠. 배병준(현 서울 SK)이 슈터로서 역할을 쏠쏠히 해줬고요. 성적이 좋았던 건 아니었지만, 선수 수급이나 계획 자체는 잘 이뤄졌다고 생각해요. 선수들 스스로도 뭔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은 것 같아요.
2019~2020 시즌부터 감독님의 컬러가 더 강하게 나온 것 같습니다.
우승은 어렵다고 생각했지만, 선수들이 성장하기에는 최고의 시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싱글 포스트를 주로 하면서, 제가 하는 농구가 잘 이뤄졌고 선수들이 많이 늘었어요. 팀 성적도 좋았고요.(KGC인삼공사는 당시 26승 17패로 정규리그 3위를 차지했다)
지금의 전력이 2019~2020 시즌에 많이 구축됐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첫 우승을 한 후, 선수단 개편이 이뤄졌습니다. 달라진 선수들로 팀을 재편하는데 몇 년의 시간이 필요했고, 저와 코칭스태프, 선수들 모두 그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았어요. 그래서 저희가 원했던 이상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죠. 2020~2021 시즌이면 우승도 가능하겠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신화 창조
2020~2021 시즌 개막 전 우승 후보는 서울 SK와 원주 DB였다. 특히, SK가 압도적이었다. 2019~2020 시즌에 원주 DB와 공동 1위를 차지했고, 최우수 외국 선수인 자밀 워니와 탄탄한 국내 선수 층이 그대로 있었기 때문.
반면, KGC인삼공사를 우승 후보라고 지목한 이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김승기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2016~2017 시즌처럼 자신 있었다. 2016~2017 시즌 통합 우승 후, 오랜 시간 토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KGC인삼공사는 정규리그 5라운드 중반까지 들쭉날쭉한 경기력을 보였다. 국내 선수는 탄탄했지만, 외국 선수가 불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러드 설린저라는 특급 외인이 오면서, KGC인삼공사는 날개를 달았다. 설린저의 득점력과 코트 지배력, 국내 선수의 발전된 역량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KGC인삼공사는 순식간에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KGC인삼공사는 플레이오프에서 더 강했다. 정규리그를 3위(30승 24패)로 마쳤지만, 6강 플레이오프 3경기와 4강 플레이오프 3경기를 모두 이겼다. 그리고 챔피언 결정전 4경기마저 모두 이겼다.
KGC인삼공사는 창단 3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김승기 감독은 사령탑 데뷔 후 두 번째 우승 트로피를 획득했다. 여기에, 김승기 감독은 KGC인삼공사에 ‘KBL 역대 최초 플레이오프 10전 전승 우승 팀’에 ‘KBL 역대 플레이오프 최다 연승 팀’이라는 타이틀을 안겼다. 김승기 감독의 오랜 기다림은 신화로 거듭났다.

팀 경기력이 정규리그 5라운드 중반까지는 들쑥날쑥했습니다.
국내 선수가 아무리 좋아도, 외국 선수가 못하면 성적이 날 수 없습니다. 이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제가 외국 선수를 잘못 선택한 게 컸습니다.
먼저 얼 클락이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영상만 보고 뽑아서 검증되지 않은 부분이 많았고, 제가 생각했던 것과 클락의 특성이 잘 맞지 않았던 것 같아요.
결국 클락을 교체하고, 지난 시즌에 뛰었던 크리스 맥컬러에게 기대를 걸었습니다. 그렇지만 클락보다 상황이 더 좋지 않았습니다.
국내 선수들에게 너무 미안했어요. 그래도 국내 선수들이 잘해서, 저희가 6위 내에서 버틸 수 있었습니다. 다만, 외국 선수 문제를 해결해야, 저희가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어느 팀이든 국내 선수와 외국 선수의 시너지 효과 없이 우승할 수 없거든요.
고심 끝에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김승기 감독의 마지막 승부수였던 제러드 설린저는 지난 3월 11일부터 KGC인삼공사 소속으로 출전했다)
국내 선수와 합을 낼 수 있는 외국 선수가 필요했어요. 설린저가 그 역할을 너무 잘해줬어요. 설린저가 있어서, 저희가 변화의 정점을 찍었다고 봐요.
설린저가 국내 선수들을 너무 잘 파악했어요. 내가 국내 선수의 간단한 특성만 알려줘도, 설린저가 해당 선수랑 어떻게 플레이해야 하는지 알더라고요. 그게 이뤄졌기 때문에, 저희 경기력이 상승했다고 생각해요.
반대로, 설린저만 제 역할을 했다면, 저희가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을 거예요. 국내 선수들이 준비가 됐기 때문에, 설린저 효과가 났다고 생각해요.
다들 각자의 역할을 잘 했다는 뜻입니다. 먼저 문성곤은 공격 리바운드로 선수들의 사기를 끌어올렸어요. 또, 성곤이의 공격 리바운드를 이어받은 선수들이 3점이나 골밑 득점을 해줬어요. 그럴 때, 우리 팀은 2~3점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었죠.
또, 이재도-변준형-전성현이 앞선에서 흔들지 못했다면, 오세근이 골밑에서 중심을 잡아주지 않았다면, 설린저가 들어와도 저희 팀은 성공하지 못했을 거예요. 국내 선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면, 저희는 이런 성과를 못냈을 거예요.
정규리그를 마친 후, kt와 6강 플레이오프를 치렀습니다. 정규리그에서는 3승 3패를 했지만, 6강 플레이오프에서는 3경기를 모두 이겼습니다.
저희 전력이 kt에 비해 많이 부족했어요. 또, 정규리그 때는 외국 선수도 좋지 않았습니다. 외국 선수의 수비력이 좋지 않다 보니, 저희가 다양한 수비를 할 수 없었습니다. 정규리그 때는 말 그대로 ‘꾸역꾸역’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설린저가 들어오고 나서, 저희 팀의 수비 전술 폭이 넓어졌어요. 또, 설린저가 6강 플레이오프에서 했던 수비(다운 디펜스)를 할 줄 알더라고요.
그렇지만 정규리그 때는 안 했어요. 하고 싶었지만 참았죠. 설린저가 저한테 ‘다운 디펜스’를 하자고 이야기했지만, 제가 ‘PO 때 쓸 거니, 지금은 이야기하지 말자’고 했어요. 그러니까 설린저가 저한테 “하나 숨기네”라고 미소짓더라고요.(웃음)
저희는 kt와 플레이오프에서 여러 개의 다운 디펜스를 했어요. 단순히 골밑으로 처져서 트랩을 가는 것도 있고, 상대의 2대2 공격 이후 처지는 수비도 있었어요. 다양한 상황의 다운 디펜스를 준비했는데, 설린저와 국내 선수가 합을 잘 냈던 거죠. 설린저가 트랩해야 하는 상황과 슛 체크해야 할 상황을 철저히 구분하면서, (허)훈이가 꼼짝 못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3연승을 했다고 봐요.
그리고 현대모비스와 4강 플레이오프에서 만났습니다.
현대모비스가 정규리그 2위로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했습니다. 유재학 감독님의 전략 전술이 워낙 뛰어나고, 현대모비스라는 팀 자체가 탄탄한 조직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모비스를 상대하는 게 kt보다 어렵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가드 싸움을 하기 괜찮다고 봤거든요. 재도랑 준형이를 100% 신뢰했고, 두 선수에게 ‘너네가 이길 수 있다’고 자신감을 심어줬어요.
외국 선수 싸움도 밀릴 게 없었고, 세근이도 6강 플레이오프 때 살아났다고 생각했어요. 현대모비스와 골밑 싸움에서도 이길 거라고 판단했죠. 그래서 현대모비스랑 붙는 게 어렵긴 하겠지만, 이길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어요. 저도 선수들도 그렇게 느낀 것 같아요. 또, kt전에서 분위기가 살았기 때문에, 선수들이 현대모비스전도 잘 치렀다고 생각해요.
전주 KCC와의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4전 전승을 기록했습니다. 그 결과, KGC인삼공사는 ‘KBL 역대 최초로 플레이오프 10전 전승 우승’의 신화를 만들었습니다. KGC인삼공사가 이 정도로 강한 팀이 된 이유는 어떤 거라고 보시나요?
제가 3년 전에 재계약했을 때부터, 우승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선수 구성이나 선수 육성 등 장기적인 준비를 잘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선수들이 잘 따라와줬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이런 성과를 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플레이오프 10경기를 다 이기는 건 어렵지 않나요?
너무 힘든 시나리오예요.(웃음) 사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고요.
국내 선수들의 성장도 컸지만, 설린저의 힘이 가장 컸다고 생각해요. 설린저가 국내 선수들과 조화를 이뤘고, 설린저가 고비를 잘 넘겨줬거든요. 그러면서 국내 선수들이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유재학 감독님과 전창진 감독님 등 KBL에서 내로라하는 명장들을 플레이오프에서 모두 이겼습니다. 특히, 전창진 감독님과의 맞대결은 더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코치로 있을 때부터 전창진 감독님한테 많은 걸 배웠습니다. 전창진 감독님의 강점을 보고 배울 수 있었고, 그걸 기반으로 제가 하고 싶은 농구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챔피언 결정전에서 전창진 감독님과 만났을 때, 부담감이 컸습니다. ‘이렇게 해도 되는 건가?’라는 생각을 했어요. 죄송스러운 마음이 컸죠.
제가 이번에 우승할 수 있었던 요인도 전창진 감독님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가르침을 준 전창진 감독님한테 고맙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저는 전창진 감독님 덕분에 이 자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챔피언 결정전이 끝난 후, 전창진 감독한테 연락을 해보셨나요?
아직까지 연락을 못 드렸습니다. 이제 전화 통화를 하려고 합니다. 괜히 죄송해서요.

2년의 시간, 김승기 감독이 꿈꾸는 미래
KGC인삼공사는 지난 5월 14일 김승기 감독-손규완 코치-손창환 코치와 재계약했다고 밝혔다. 김승기 감독을 포함한 현재 코칭스태프에 2년의 시간을 더 줬다. 김승기 감독은 2년 동안 KGC인삼공사를 더 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2년. 새로운 팀 혹은 더 강한 팀을 만들기에는 짧다. 그러나 김승기 감독은 자신했다. KGC인삼공사는 이미 강한 팀이라고 확신했다.
김승기 감독은 여기에 ‘농구 발전’이라는 키워드를 더했다. 농구 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다짐의 핵심은 ‘더 공격적이고 더 재미있는 농구’였다.

KGC인삼공사와 재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모두가 고생을 해서, 우승할 수 있는 선수 구성을 만들어놨습니다. 좋은 선수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기쁘고, 또 한 번 우승할 기회를 얻은 것 같아 너무 좋습니다.
구단이 저와 재계약한 이유는 ‘지금의 좋은 분위기 속에 또 한 번 좋은 성적을 내달라’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저를 믿어주는 것 같아, 고마웠습니다. 구단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감독으로서 더 노력하겠습니다.
포인트가드인 이재도가 FA(자유계약)가 됐고, 그 외에도 생길 수 있는 전력 변화를 생각하실 것 같습니다.(이재도는 지난 5월 21일 창원 LG로 이적했다)
먼저 상황을 지켜봐야 합니다. 상황을 보고 맞추는 수밖에 없습니다. 재도를 포함한 모두가 그대로 있으면 좋겠지만, 선수들 스스로 선택한 팀에서 잘할 수 있다면, 저는 선수들의 선택에 박수 치고 환영해줘야 합니다. 어쨌든 전력 변화에 관한 대처는 물 흘러가듯이 대응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양희종과 오세근 등 베테랑의 노쇠화를 생각해야 하고, 키워야 할 신진급 자원도 많습니다. 사실 그 작업은 시간이 걸리는 일인데, 2년이라는 계약 기간은 너무 짧게 느껴집니다.
희종이가 예전처럼 오래 뛸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성곤이가 있어서 안심이 되고, 희종이가 잠깐 뛰는 것만 해도 팀에 상당한 힘이 됩니다.
또, 세근이는 2년 동안 괜찮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있는 동안, 두 선수 모두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웃음)
그리고 저희는 특급 FA를 데리고 온 적이 없습니다. 농구에 간절하지만 잘 풀리지 않았던 선수들을 많이 데리고 왔죠. 다행히도 그 선수들이 저희 팀에 많은 힘이 됐고, 저희 팀은 이번에도 그런 선수들을 찾아볼 예정입니다. 그런 선수들이 잘 되도록, 감독으로서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앞으로 어떤 농구를 보여주고 싶으신가요?
지금과 똑같습니다. 공격과 수비 모두 공격적으로 하겠습니다. 그런 농구가 재미있거든요. 개인적으로 너무 지키려고 하는 농구나 평범한 농구를 선호하지 않고요.
NBA처럼 점수가 많이 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슛을 많이 던져 고득점을 만드는 농구는 아닙니다. 선수들 개인 기량을 발전시키고, 개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환경 속에서 고득점 농구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팀 국내 선수만 놓고 보면, 제가 만들고 싶었던 팀을 이미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선수들이 그만큼 잘 커줬습니다. 선수들 스스로도 ‘나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거예요. 제가 외국 선수만 잘 뽑는다면, 국내 선수들이 자신감을 더 얻을 겁니다. 국내 선수들이 더 큰 자신감을 얻을 수 있도록, 제가 더 많이 공부하겠습니다.
지도자로서 목표가 있으신가요?
지금 한국 농구가 많이 침체돼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해야 합니다. 제가 큰 힘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농구 인기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한국 농구가 이전보다 더 발전하고 팬들이 열정적으로 한국 농구를 응원할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겠습니다.
그래서 공격적인 농구를 강조하셨군요.
그렇죠. 변칙이 많고, 팬들께서 호기심을 가질만한 농구를 하고 싶어요. 그리고 ‘그런 농구가 통하는 구나’라는 생각도 심어드리고 싶어요.(웃음)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2018~2019 시즌에 플레이오프를 탈락한 후, 안양실내체육관에서 팬들한테 드린 말씀이 있습니다. ‘제가 있는 한, KGC인삼공사가 플레이오프에서 떨어지는 건 이번이 마지막입니다’라고요.
그리고 이번 우승으로 그 약속을 지켰다고 생각합니다. 팬들께서 지금도 많이 응원해주시지만, 국내 선수들이 더 성장할 수 있게 더 많은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 저 역시 팬들에게 ‘KGC인삼공사는 재미있게 농구하는 팀이다. KGC인삼공사는 플레이오프도 챔피언 결정전도 자주 올라가는 팀이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더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진 제공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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