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BNK 이소희는 ‘플레이오프’가 간절하다

손동환 기자 / 기사승인 : 2022-04-03 09: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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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2년 3월호에 게재됐다. 본 기사를 위한 인터뷰는 2022년 2월 22일에 진행됐다. BNK와 이소희 관련 기록 모두 인터뷰 시각 기준이다.(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매 링크)

누구에게나 간절한 무대가 있다. 아무나 서기 힘든 무대라면 더욱 그렇다.
WKBL 선수들에게도 그런 무대가 있다. 플레이오프다. 2020~2021 시즌부터 6개 팀 중 4개 팀이 나설 수 있게 됐다고는 하나, 플레이오프를 향한 경쟁은 여전히 치열하다. 하지만 경쟁에서 소외되는 팀이나 선수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부산 BNK 썸과 이소희도 그랬다. BNK는 전신인 구리 KDB생명 시절이었던 2012~2013 시즌부터 9시즌 연속 봄 농구에 초대받지 못했고, 2018~2019 시즌에 데뷔한 이소희는 단 한 번도 플레이오프에 나서지 못했다.
이소희의 열망이 더 큰 이유다. ‘플레이오프’는 꼭 경험해보고 싶은 무대. 또, BNK는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을 점점 키우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플레이오프는 더 놓치고 싶지 않은 무대다. 그래서 이소희는 농구화 끈을 더 굳게 동여매고 있다.

대대적인 변화
2020~2021 시즌은 부산 BNK 썸에 최악의 시간이었다. 5승 25패로 최하위를 기록한 것은 물론, 시즌 최종전(vs. 아산 우리은행)에서 WKBL 역대 최소 팀 득점인 29점에 그쳤다.
BNK는 대대적인 변화를 단행했다. 먼저 WKBL 경기운영본부장이었던 박정은을 신임 사령탑으로 임명했다. FA(자유계약) 시장에서 청주 KB스타즈의 클러치 슈터인 강아정을 영입했고, 용인 삼성생명-부천 하나원큐와 3자 트레이드를 통해 2020~2021 FINAL MVP 김한별을 데리고 왔다.
BNK의 일원인 이소희도 대대적인 변화를 꾀했다. 본연의 슈팅 핸드인 오른손으로 슈팅 핸드를 바꾼 것. 비시즌 내내 ‘변화’라는 단어와 마주한 이소희는 기대 속에 2021~2022 시즌을 맞았다.

박정은 감독님께서 새롭게 부임하셨고, 김한별-강아정 선수가 새롭게 합류했습니다.
박정은 감독님께서는 선수들에게 자율을 부여하셨습니다. 그 속에 체계를 만들어주셨어요. 개인 훈련이 많아졌지만, 어떤 게 부족하고 어떤 걸 더 해야 하는지를 느끼게끔 해주셨죠.
(강)아정 언니와 (김)한별 언니가 온 것도 엄청 긍정적이었어요. 왜냐하면 저희 팀은 위기에서 늘 무너졌고, 위기 때 잡아줄 베테랑 언니들이 없었거든요.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언니들이 왔다는 게, 기대감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이소희 선수도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대표적인 게 슈팅 핸드인데요.
(이소희는 2018~2019 시즌까지만 해도 오른손을 슈팅 핸드로 활용했다. 그러나 2019~2020 시즌 개막전에서 오른쪽 어깨를 다친 이후, 왼손으로 슈팅 핸드를 바꿨다. 그리고 2020~2021 시즌 종료 후, 슈팅 핸드를 오른손으로 다시 변경했다)

사실 저는 왼손을 계속 쓰고 싶었어요. 하지만 감독님께서 “너가 왼손으로 했던 만큼 오른손을 쓴다면, 너의 득점력이 올라갈 거다. 그 외에도 긍정적인 요인이 많아질 거다”고 하셨어요. 무엇보다 “나를 한 번 믿어봐라”고 하셨던 게, 슈팅 핸드를 바꾼 결정적인 계기였던 것 같아요.
하지만 오른손을 너무 안 쓰다 보니, 감각이 떨어졌어요. 갑자기 슛을 너무 쏘니, 팔이 저리기도 했고요. 슛 거리도 짧았고요.
‘오른손이면 더 잘 들어가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화가 많이 났죠. ‘더 열심히 했어야 했는데...’라는 후회도 컸고요. 그렇지만 정신을 차리게 된 계기가 있었고, 마음을 다시 한 번 다잡았어요. 비록 연습 기간이 2~3개월이라고는 하지만, 해야 할 걸 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기간이 짧았다는 아쉬움은 없어요.
또,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슈터 출신이셔서 그런지, 제 슈팅 자세를 처음부터 잡아주셨어요. 덕분에, 골밑 슛부터 자유투, 점퍼까지 차근차근 거리를 늘려갈 수 있었어요. 하다 보니, 오른손이 다시 익숙해졌죠.
다른 변화도 있었을까요?
지난 시즌에는 왼손으로 슈팅 핸드를 바꿨고, 그것 때문에 운동을 더 많이 했습니다. 운동을 이만큼 했으니, 결과가 나올 거라는 믿음을 가졌어요. 자신감이 컸죠.
그렇지만 이번 비시즌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 2~3개월 정도 밖에 비시즌 운동을 못했어요. 정강이 피로 골절 때문에, 운동을 할 수 없었거든요. 변화를 느꼈다기보다, 불안함이 더 컸던 것 같아요.

내려가는 건 올라가기 위한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다
BNK의 비시즌 행보는 공격적이었다. 미래 가치를 현재 가치로 만들기 위해, 물음표로 가득했던 팀을 느낌표로 바꾸기 위해서였다.
공격적인 움직임만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창단 첫 PO 진출’을 현실적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많았다. BNK 내부에서도 그런 기대가 컸다.
하지만 BNK는 생각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다. 아니, 기대 이하의 결과를 보여줬다. 너무 내려갔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마냥코 내려가지 않았다. BNK는 반등의 조짐을 보였다. 이소희는 그 조짐을 만든 선수 중 한 명이었다. 내려가는 건 올라가기 위한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

BNK에 기대를 거는 분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BNK는 1라운드와 2라운드 통틀어 1승 밖에 하지 못했습니다.
팀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풀리지 않았던 시기였습니다. 그 때 멘탈이 많이 무너진 게 사실이에요.(웃음)
팀에 많은 기대를 했고, 작년과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과가 중요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죠.
물론, 다 함께 맞춰본 시간이 짧았습니다. 부상으로 빠진 언니들도 있었고, 대표팀으로 차출된 언니들도 있었거든요. 저 스스로도 준비가 부족했고요.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한 압박감이 찾아왔고, ‘과연 뭐가 달라졌을까?’라는 의구심도 들었어요. 아무리 시즌 초반이라고는 위안을 삼아도, 많이 힘들어요.
반면, 3라운드에는 3승 2패를 기록했습니다. 반등의 조짐이 보였는데요.
상승세의 이유는 너무 많았던 것 같아요. 그걸 큰 틀로 묶는다면, 팀워크가 좋아졌다는 거예요. 이렇게 말씀드리기는 했지만,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어요.(웃음)
이소희 선수도 3라운드에 성과를 냈습니다. 라운드 MIP를 차지했는데요.
너무나 감사했어요. 팀이 잘 풀릴 때 받았다는 게 더 좋았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상품이 인형(카카오프렌즈 이모티콘 캐릭터 인형이라고 밝혔다)이어서 좋았어요. 너무 소중한 인형이라, 집에 고이 모셔두고 있어요.(웃음)

공격적인 질주
이소희는 스피드와 힘, 3점슛과 돌파, 투지 등 여러 강점을 지닌 선수다. 특히, 투지와 승부 근성을 바탕으로 한 공격적인 플레이는 이소희를 상징하는 요소다. 이는 BNK의 핵심 옵션이기도 하다.
3라운드에 반격의 시작점을 찾은 이소희는 4라운드와 5라운드에 치고 나갔다. 4라운드와 5라운드 전 경기 두 자리 득점을 기록할 정도로 기복도 없었다.
A매치 브레이크 전까지 25경기 평균 31분 14초 동안 14.3점 4.3리바운드(공격 1.7) 1.8어시스트에 1.2개의 스틸을 기록하고 있다. 평균 득점과 3점슛 성공률(39.6%, 61/154) 모두 커리어 하이다. 이소희의 질주는 꽤나 무서웠다.

BNK의 경기력이 점점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4라운드 후반에 시즌 첫 3연승을 기록했습니다.
플레이오프에 갈 수 있는 확률을 얻었다는 것만 해도 감사했습니다. 조심스럽지만, ‘일 한 번 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3연승의 원동력은 어떤 거라고 생각해요?
이유를 하나만 꼽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다만,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팀워크가 맞아간다는 게 큰 것 같아요. 그러면서 서로 간에 믿음이 더 커졌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다들 팀 승리를 먼저 생각한다는 게 큰 것 같아요.
저는 그 이유 중 하나로 이소희 선수의 득점력을 꼽고 싶습니다.
1-2라운드에는 저한테 너무 실망했어요. ‘내가 과연 준비를 잘 한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거기서 오는 불안감들이 경기 때 나왔던 것 같아요.
저 스스로 ‘매년 같은 실력을 보여주면 안 된다. 한 단계 성장해야 한다. 선수라면 그래야 한다’는 생각을 지녔어요. 그래서 저를 보시는 분들이나 다른 선수들, 팬들 모두 ‘이소희가 매년 성장하고 있다’는 걸 느꼈으면 했어요. 그런 게 저를 짓눌렀던 것 같아요.
팀에 보탬이 돼야 한다는 부담감도 컸어요. 불안감도 컸죠. 그럴 때, 감독님과 코치님, 언니들이 저를 믿어줬어요. 제가 바닥을 치고 있을 때에도, 다들 “조금 안 되면 어때? 한 번 해봐. 괜찮아”라며 자신감을 심어줬어요. 그런 게 힘이 됐던 것 같아요. 제가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느꼈죠.
4라운드와 5라운드 모두 두 자리 득점을 해냈습니다. 그게 제일 인상적이었는데요.
처음 알았어요.(웃음) 그런 걸 의식하지 않았기 때문에, 잘 풀렸던 게 아닐까요?(웃음)

격이 다른 무대
이소희는 소위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프로 데뷔 시즌에는 19세 이하 대표팀을 경험했고, 프로 데뷔 후 3년 만에 성인대표팀 유니폼을 처음 입었다.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함께 훈련했고, 세계적인 선수들과 몸으로 부딪혔다.
더 높은 클래스를 마주한 이소희. 꽤나 큰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충격 앞에 멍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을 해야 할지 스스로 찾는 계기가 됐다. 선수로서의 방향성 또한 명확히 설정할 수 있었다. 그 정도로, 생애 첫 성인대표팀은 이소희에게 큰 의미를 안겨줬다.

성인대표팀에 처음 합류했습니다.
너무 많은 걸 느꼈어요. 누군가에게 머리를 망치로 맞은 느낌이었죠.
제가 지금 소화하고 있는 포지션은 슈팅가드입니다. 그러나 대표팀에 슈팅가드를 맡을 사람은 많다고 느꼈어요. (박)혜진 언니와 (박)지현이, (강)이슬 언니에 (김)단비 언니까지 2번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대표팀에서 2번으로 뛸 확률은 낮다고 생각했죠.
물론, 저한테 1번은 꽤 부담스러운 포지션이에요. 패스나 시야가 좋지 않아서, 제가 하기 어려운 포지션이거든요. 그렇지만 제가 1번까지 소화할 수 있다면, 선수로서의 메리트가 더 커질 거라고 생각해요. 농구를 폭넓게 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1번을 2번만큼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1번을 잘 소화한다면, 소속 팀과 대표팀에서의 입지도 더 커질 거라고 봐요.
무엇보다 소속 팀에서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언니들을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고, 호주나 세계적인 클래스의 팀에 있는 선수들보다 피지컬이 떨어져요. 신체 조건과 운동 능력 모두 부족하기에, 경쟁력을 보일 수 있는 다른 요소를 찾아야 해요.
그래도 힘과 스피드는 계속 키워야 하지 않을까요?
제가 말씀드린 건, 키 같은 선천적인 조건이에요. 리그에서도 (박)지현이랑 맞대결을 할 때, 높이 차이를 절실히 느껴요. 호주전에서는 더 그랬고요.
그렇다고 해서, 제가 키를 키울 수는 없어요. 키나 피지컬을 보완할 수 있는 다른 걸 찾아야 해요. 공격 옵션을 많이 만든다든지, 공격 성공률을 높여야 한다든지, 경쟁력을 키울 옵션을 만들어야 해요. 앞서 말씀 드린 것도 그런 맥락이었어요.

플레이오프
2019~2020 시즌에 창단한 BNK는 플레이오프에 목말라 있다. 전신인 구리 KDB생명과 OK저축은행 읏샷 시절을 포함해, 9시즌 연속 플레이오프를 치르지 못했기 때문.
이소희 역시 그렇다. 드래프트 동기인 박지현(아산 우리은행)-신이슬(용인 삼성생명)과 달리, 플레이오프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다. 따뜻한 날의 코트를 간절히 염원하고 있다.
BNK는 현재 8승 17패를 기록하고 있다. 5위. 하지만 플레이오프 마지노선인 용인 삼성생명(9승 16패)과 1게임 차에 불과하다. 마지막 5경기에 따라,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 한 발만 더 뛰면, 염원했던 목표를 이룰 수 있다. 이소희도 ‘플레이오프 진출’에 중점을 두고 있다.

6라운드까지 20일 정도 남았습니다. 어떻게 준비하실 계획인가요?
(이소희와는 2월 22일 오후에 인터뷰를 진행했고, BNK는 3월 14일 부천 하나원큐전을 시작으로 6라운드를 치렀다)

대표팀에 다녀와서, 5일 정도 자가 격리를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1일에 해제됐어요. 그래서 몸을 만드는 걸 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그 후에는 공격 성공률을 높이는 연습을 하고고, 2대2 역시 연마할 예정입니다.
BNK의 목표는 ‘플레이오프 진출’입니다. 그렇게 하려면, 어떤 게 가장 큰 과제일까요?
브레이크 후 첫 상대가 하나원큐입니다. 하나원큐전 3일 후에는 삼성생명을 만나요. 그 2경기를 무조건 잡아야 해요.
어렵게 잡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요. 준비를 정말 열심히 할 거고, 팀원들 모두 하나의 목표를 위해 단합할 겁니다. 연승할 때처럼 서로를 믿는다면, 그 목표가 꿈은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이소희 선수의 목표 의식도 남다를 것 같습니다.
막내로서 분위기 메이커를 할 거고, 해왔던 대로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하고 싶어요. 수비에서도 한 발 더 뛰고요. 그렇게 해서, 무조건 ‘플레이오프’에 나가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부모님과 오빠가 많은 힘이 됩니다. 저를 믿어준 코칭스태프와 팀원들, 저를 돌봐주시는 트레이너 선생님들께도 감사해요.
무엇보다 제가 1~2라운드 때 많이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팬들께서는 저를 많이 믿어주시고 응원해주셨어요. 그 덕분에, 제가 이 자리에 있는 것 같아요. 팬 분들한테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어요.

일러스트 = 정승환 작가
사진 = 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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