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KBL 1호 일본어 통역, 김희준 원주 DB 통역

손동환 기자 / 기사승인 : 2021-02-16 11:2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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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1년 1월호에 게재됐습니다.(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매 링크)

‘최초’라는 단어. 당사자에게 설렘과 큰 의미를 주는 단어다. 동시에 많은 부담감도 안겨준다.
‘시작’이라는 의미는 그만큼 크다. 시작점에 선 이가 길을 잘 닦아야, 후발 주자가 길을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
김희준 DB 통역은 시작점에 선 남자다. KBL 1호 일본어 통역으로서, KBL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이 중 한 명이다.
그래서 김희준 통역의 책임감은 큰 것 같았다. 본인 스스로 더 큰 짐을 지고 싶어했다. 본인의 역할이 한국 농구와 일본 농구의 교류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본 인터뷰는 2020년 12월 10일 오전에 이뤄졌다)

INTRO
KBL은 지난 2020년 5월 27일 ‘아시아 쿼터 제도’를 신설했다. 일본 B-리그 선수부터 시행하기로 했고, 추후 중국-필리핀 등 여러 아시아 국가로 해당 제도를 확대하기로 했다.
그리고 지난 2020년 6월 15일. 원주 DB는 ‘아시아 쿼터 제도’를 최초로 활용한 팀이 됐다. 일본의 유망주로 꼽히는 나카무라 타이치와 계약했다. 타이치는 KBL 1호 일본인 선수가 됐다.
타이치와 DB 선수들을 연결할 수 있는 이가 필요했다. 일본어 통역이 필요했다. 김희준 통역이 그 자리를 메웠다. KBL 1호 일본어 통역은 그렇게 탄생했다.

안녕하세요. 우선 자기 소개부터 부탁 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원주 DB 농구단에서 일본어 통역을 맡고 있는 김희준이라고 합니다.
저는 재일교포 3세입니다.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도쿄에 있었습니다. 대학교 진학을 위해 한국으로 왔고, 연세대학교(원주캠퍼스) 경영학과에서 공부를 했습니다.
졸업한 후에는 일본으로 돌아갔습니다. 회사원으로 직장 생활을 했습니다. 2년 동안 일본에 있었고, 지난 1년은 캄보디아에서 지냈습니다.
일본에 계속 계실 수도 있었습니다. 한국에 있는 대학교로 진학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한국어를 거의 못했어요. 부모님 이름만 한글로 적을 수 있는 정도였죠. 집에서는 일본어만 썼고, 한국을 전혀 몰랐어요.
하지만 저는 한국 국적을 지닌 사람입니다. 한국을 그렇게 모르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한국말과 한국 문화를 당연히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한국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에 있는 대학교를 가는 게 본인한테는 큰 도전이었을 것 같습니다.
한국은 제 조국입니다. 그저 제 조국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있는 대학교로 진학하는 게 도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에서 학창 생활을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동부(현 DB) 경기도 현장에서 봤을 것 같은데요.
사실 원주 팀의 경기를 본 적은 한 번도 없어요.(웃음) 원주에 프로농구 팀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경기장에서 직접 경기를 보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농구에 관심이 없으셨던 건 아니시죠?(웃음)
아니에요. 농구 엄청 좋아해요.(웃음) 저는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6년 동안 클럽 활동으로 농구를 했었어요. 1주일에 4번을 했고, 한 번에 2~3시간 정도 했었죠.
클럽 활동을 하면서 다른 친구들에 비해서 꽤 잘 했다고 생각해요. 센스도 꽤 있었고요. 농구 실력이 나쁘지 않았던 것 같아요.(웃음)
 

아무도 해보지 못한 경험, 한국 프로농구단 일본어 통역
앞서 이야기했듯, 김희준 통역은 KBL 역대 최초 일본어 통역이다. 아무도 걷지 못한 길을 걷고 있다. 누구도 경험하지 못했던 일을 하고 있다. 자부심을 충분히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어렵다.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본인이 직접 시행착오와 맞서야 한다. 시행착오를 통해 느낀 점을 잘 간직해야 한다. 자신의 뒤를 밟을 이들에게 숱한 자료를 남겨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 프로농구단 통역’을 어떻게 접하시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일 때문에 캄보디아에 있었어요. 2020년 6월에 일본으로 돌아오는 걸로 계획을 했죠. 그런데 일본으로 돌아가기 한 달 전에, WILL 대표님이신 (정)용기형한테 연락이 왔어요. DB라는 한국 프로농구 구단이 일본어 통역을 구한다고 말씀해주셨죠.
고민을 했습니다. 기존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둬야 하기도 하고, 졸업 이후 3년 동안 한국어를 사용할 일이 전혀 없었거든요. 게다가 농구 지식도 많이 부족했고요. 정말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많은 고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원하신 이유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러면서 제가 성장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제 인생의 새로운 길을 열 수 있겠다고 느낀 거죠. 그게 가장 컸던 것 같습니다.
나카무라 타이치는 KBL 1호 일본인 선수입니다. 본인은 KBL 1호 일본어 통역입니다. 큰 의미가 있을 것 같고, 자부심도 크게 느낄 것 같습니다.
나카무라 타이치는 아시아 쿼터로 KBL에 합류한 첫 번째 일본인 선수입니다.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저 또한 타이치를 보면서 많은 걸 느끼고 있고요.
다만, 제가 ‘KBL 1호 일본어 통역’이라는 걸 크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자부심’이라는 단어를 생각하기보다, 그저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습니다.
책임감이나 부담감은 분명 클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타이치 선수가 못할 때, 통역의 책임이 분명히 있습니다. 통역으로서 제 역할을 못했기에, 타이치 선수가 못할 수도 있거든요.
타이치가 잘 하기 위해서는 제 역할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그런 마음을 가져야, 타이치 선수한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 마음으로 제 업무에 임하고 있습니다.
처음 해보는 한국 프로농구 구단 통역입니다. 어려운 게 분명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어느 정도의 내용까지 통역을 해야 하는지가 가장 어려웠어요. 그리고 감독님과 코치님을 포함한 코칭스태프, 선수들의 성향을 알아가는 데도 시간이 필요했죠.
결국 팀원과 타이치가 의사소통을 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팀원들의 생각과 타이치의 생각을 동시에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팀원들의 생각과 타이치의 생각을 서로에게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를 가장 많이 고민했고요. 그게 지금도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어떤 게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하시나요?
너무 많아요. 다 부족해요.(웃음) 농구 지식을 쌓고,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보완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일본어를 한국어로 바꿔서 전달하는 법과 한국어를 일본어로 바꿔서 전달하는 법이겠죠.
또, 저 스스로도 한국에 더 적응해야 합니다. 한국 문화와 DB 문화에 녹아드는 것 또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김희준 통역의 임무 그리고 목표
나카무라 타이치는 2020~2021 시즌 정규리그 21경기에 나섰고, 평균 18분 51초를 나섰다. 5.6점 2.4어시스트 1.9리바운드를 기록하고 있다.(12월 21일 경기 종료 후 기준)
이상범 DB 감독은 “한국 농구와 일본 농구는 분명히 다르다. 타이치가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자신 있게 해주고 있고, 생각보다 잘 적응해주고 있다”며 타이치의 적응 속도를 높이 봤다.
하지만 타이치가 DB의 중심 자원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한국 농구에도 완벽히 녹아들지 못했다. 한국 농구에 큰 임팩트를 남기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김희준 통역도 이를 알고 있었다. 타이치의 성장을 돕기 위해 자기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 그게 자기 임무이자 자기 목표임을 밝혔다.

김희준 통역이 본 나카무라 타이치는 어떤 선수인가요?
슈팅 능력도 있고, 플레이도 자신 있게 해요. 다만, 수비가 부족한 면이 있어요. 본인도 그렇게 느끼고 있고요. 자신의 부족한 점을 끊임없이 개선하려고 해요.
코트 밖에서도 농구를 계속 봐요. 자기가 했던 경기 영상을 보고, 일본 농구 영상이나 NBA 영상도 많이 봐요. 가끔 일본 예능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풀지만, 농구 중심의 삶을 사는 선수라고 생각해요.
김희준 통역이 나카무라 타이치와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농구가 대화 주제의 대부분인 것 같아요. 그리고 한국 문화와 KBL에 적응하는 방법을 이야기해요. 그리고 팀 승리를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를 고민하더라고요. 그런 것 때문에 힘들어하기도 했고요. 어쨌든 저는 타이치의 한국 농구 적응을 도와주려고 해요.
코트 밖에서도 많은 이야기를 해요. 일본에서 유행하는 예능이나 일본에서 인기 있는 것들을 자주 이야기하죠. 아무래도 타이치가 일본을 그리워할 수 있기 때문에, 일본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지금 양재민 선수가 일본 B-리그에 진출했습니다. 추후에는 일본으로 진출하는 한국 선수가 많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 선수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도 했을 것 같아요.
처음에는 그런 생각을 하기는 했어요. 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통역 업무가 너무 어렵더라고요. 지금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해요. 지금 주어진 역할을 다한 다음에, 말씀하신 내용을 생각해봐야 될 것 같아요.
앞으로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타이치는 DB의 주축 선수로 성장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어요. 타이치가 그렇게 성장할 수 있도록, 저는 통역으로서의 역할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팬들한테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까요?
경기 중에 타이치한테 일본어로 응원을 해주시는 분들이 많으세요. 타이치가 거기에 힘을 많이 얻는다고 하더라고요. 타이치를 대신해 팬들한테 감사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어요.
또, 타이치는 지금 한국어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스스로 소통할 수 있게끔 노력하고 있습니다. 팬들께서 타이치 선수한테 한국어로 이야기해주신다면, 저와 타이치 모두 소통에 응답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습니다. 한국 팬들과 소통을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사진 제공 = 원주 DB 프로미(첫 번째 사진), KBL
바스켓코리아 / 손동환 기자 sdh25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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