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탈 세공사' 정효근의 악플 사용 설명서

황정영 기자 / 기사승인 : 2021-02-21 13:44:31
  • -
  • +
  • 인쇄

 

이야기는 지난 2월 2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잠실학생체육관에서 펼쳐진 전자랜드와 SK의 대결. 이날 전자랜드와 SK는 3초 사이로 희비가 엇갈렸다.

73-72로 전자랜드가 1점 앞서는 상황, 경기 종료까지 9.9초의 샷클락으로 시작된 SK의 공격. 시간은 점점 떨어지고 전자랜드가 승리를 확정 짓는 듯했다. 그러나 닉 미네라스가 중심을 잃으면서 쏜 외곽포가 극적으로 들어갔다. 그때 샷클락이 가리키는 수가 단 3초였다. 전자랜드는 찰나의 순간으로 아쉽게 경기장을 떠나야 했다.

그런데 경기 종료 후, 정효근의 개인 SNS에 악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꼭 이런 사람들이 꼴에 농구선수라고 폼 XX 잡고 다닌다’, ‘니가 농구선수 맞냐? 선수 같지도 않은 게 진짜 SNS는 온통 허세로 꾸며놓고...’라는 둥 욕설이 섞인 무차별한 공격이었다. 왜일까?

3점슛 성공률이 그 이유였다. 정효근은 이날 9개의 3점슛 시도 중 하나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11득점 8리바운드 3어시스트 2스틸을 했지만, ‘그들’의 관심사는 오직 3점슛 성공률이었다.

한바탕 난리 후, 정말 화제가 된 건 정효근의 대처다. 정효근은 악플 하나하나에 답글을 남겼다. 자신에게 상처를 입혔음에도 오히려 ‘지금 바로 슈팅 연습하러 가겠다. 감사하다’, ‘죄송하다. 9/9 할 수 있도록 연습하겠다’며 부드럽게, 그리고 정중하게 대했다.

이 사실은 농구팬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졌다. 팬들은 정효근에 대한 호감과 걱정, 악플러를 향한 공분을 응원 댓글로 녹여냈다. 그렇게 해당 게시물의 댓글은 400개를 돌파했고, 정효근은 거의 모든 댓글에 ‘좋아요’를 눌렀다. 팬들에게 보인 성의였다.

그 상황, 정효근은 무슨 심정이었을까. 경기 후 정효근은 유독 슛이 안 들어가는 날, 시즌 중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동시에 반성하고 연습을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졌다.

그리고 정효근은 예상했다. 자신에게 쏟아질 악플을 말이다. 예전에도 숱하게 있던 일이기 때문. 정효근은 이를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그렇다면 그가 무시 대신 응대를 택한 이유가 궁금해진다. 정효근은 “무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다. 그런데 내가 답글을 단다면 악플러들이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욕한 댓글을 그냥 삭제하면 사실 그분도 분이 안 풀릴 거다(웃음). 오히려 ‘죄송하다. 연습하겠다’ 하면 그분도 감정이 수그러들고, 자신이 잘못했다는 걸 깨달으실 거라고 생각했다”며 연유를 설명했다.

이어, “강하게 들어온다고 강하게 맞받아치면 부러지기 마련이다. 강하게 들어오실 때 부드럽게 답하는 것이 대응법에 맞더라”고 덧붙였다.

이런 정효근의 방법이 실제로 통한 적도 많다. 정효근에게 메시지로 욕을 했다가, 친절한 답을 받은 사람들은 오히려 팬이 되었다고 한다.

정효근이 처음부터 부드럽게 대처했던 것은 아니다. 신인 시절에는 화나는 감정을 그대로 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연차가 쌓이며 점점 성숙해졌다. 그는 불필요한 감정 소모가 정말 말 그대로 불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과정에서 과거에 했던 신경질적 대처를 반성하기도 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 듯, 정효근은 상처를 승부욕으로 만들었다. 그는 “신경이 아예 안 쓰일 수는 없다. 그런데 상처받기보다는 프로답게, 선수답게 더 열심히 연습해서 실력으로 보여줘야겠다는 마음이 먼저다. 다음에 승부처 3점슛을 넣을 기회가 오면 그때 ‘당신들 덕분에 내가 잘 됐다’라는 인터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익살스럽지만, 진심 섞인 말을 전했다.

그래도 도를 한참 넘는 사람들이 있다. 악플러들은 선수를 넘어 선수의 지인, 부모 욕까지 불사한다. 이에 댓글창을 닫거나 고소할 의향은 없었냐고 묻자, “어렸을 때는 그런 생각도 해봤다. 지금은 괜히 신경 쓰기도 귀찮고, 내가 고소한다고 없어질 문화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굳이 하지 않고 있다. 더군다나 중요한 건 시즌 중이니까. 농구에 집중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인상 깊었던 책의 한 구절을 소개했다. ‘내 인생에 영향 없는 사람에게 신경을 쓰다 보면, 그 사람이 내 인생에서 영향력을 갖게 된다’라는 말이다. 이 말을 모토 삼아 정효근은 자신의 인생에서 그들의 영향력을 배제했다.

다만, “못한 날 악플 다는 만큼 잘한 날도 칭찬 댓글 달아주셨으면 한다”는 한 마디를 전했을 뿐이다. 

 

 

평소에도 정효근은 거침없는 입담으로 사랑받고 있다. 필요할 때는 소신 발언도 한다. 잘잘못을 떠나, 혹여 내가 명백한 피해자라도 이슈의 중심에 있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정효근이 맞서는 건, 그게 정효근의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정효근은 “원래 하고 싶은 말은 해야 하는 스타일이다(웃음). 내가 정해놓은 선이 있는데 그 선을 넘는 행동을 하면 많이 안 좋아한다. 그럴 때는 참지 못하겠더라”며 용기의 원천을 설명했다.

이야기의 주제가 된 ‘소신 발언’에 대한 소신 발언도 잠시 전했다. 그는 “대중들은 운동선수나 연예인이 개성 있고, 소신 있길 바란다. 그런데 그중 일부는 본인 관점이나 주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인정을 안 하신다. 공인이 행동과 발언을 주의해야 하는 것은 백번 맞지만, 결과적으로 모순이 있지 않나 싶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럼 이러한 그의 굳센 멘탈이 경기나 훈련에서도 적용되나. 정효근의 답은 “모르겠다”였다. 그는 “나도 사람이다 보니 망설일 때, 주저할 때가 있고 혼나거나 슬럼프에 빠지면 주눅 든다”고 했다.


그러나 피드백을 수용하는 데 있어 데뷔 초와 지금의 차이는 분명하다. 정효근은 “전에는 한 번 혼나면 감독님 눈치도 보고 겁도 먹었다. 그러다 보니 같은 부분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더라. 아무래도 소극적으로 변하니까 더 긴장하고 몸이 경직되고, 판단력이 흐려진다. 그걸 깨달은 이후로는 혼난 부분은 정확히 짚고 넘어가면서 멘탈적으로는 스스로 이겨내는 훈련을 했다”며 성장기를 이야기했다.

정효근은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그것에 너무 깊게 빠지지 않으려 한다. 정효근은 멘탈 유지에 있어, 비관하지 않으면서도 또 안주하지 않는 것을 가장 중요한 포인트로 짚었다.

사건의 촉발이었던 2월 2일 0/9. 정효근은 휴식기 이후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 스트레스를 개인 훈련으로 풀 만큼, 그는 운동에 총력을 쏟고 있다. 또한, 휴식기를 기점으로 교체된 외인 데본 스캇, 조나단 모틀리와 합을 맞추는 중이다. 비난보다 응원이 필요하다.

사실 악플에 욕으로 맞서도 손가락질할 사람은 없다. 악플은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될 수 없고, 그것에 분개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도리어 상냥한 말로 대처한 정효근이다.

정효근의 멘탈은 신인 시절부터 세공되어 온 것이며, 여전히 세공 과정에 있다. 자신에게 가해지는 끊임 없는 비난에도 삐뚤어지지 않은 정효근. 그 속에서 내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정효근. 그에게 주저 없이 대단하다는 말을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사진 제공 = KBL

바스켓코리아 / 황정영 웹포터 i_jeong0@naver.com 

[저작권자ⓒ 바스켓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HEADLINE

더보기

PHOTO NEWS

인터뷰

더보기